MB정부 장관들의 잇단 ‘반란’ 내막

주객전도된 국감장 ‘우리 장관이 달라졌어요’

[일요시사=손민혁 기자]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행정부 장관들이 국회 상임위 위원들을 타박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책과 강도 높은 비판에 궁지에 몰렸던 그간의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이례적인 광경이다. 한 명의 장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최중경, 박재완, 이채필 등 3명의 장관이 연이어 의원들과 대치해 정치적 꼼수냐, 국회의 권위 추락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장관들의 잇단 반란, 그 내막을 살펴봤다.

최중경, 박재완, 이채필 질의 받다 국회의원 타박
정치적 꼼수? 국회 권위 추락? 본분 망각한 행위

‘고양이 앞에 쥐’였던 국정감사장에서 장관들이 달라졌다. 국회의원들의 어설픈 질의에는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숫자’로 대응하는 사례가 는 것이다.

사건(?)은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벌어졌다. 지식경제위원회 국감에서는 9?15정전 책임을 추궁 받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감정이 폭발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력공급능력이 조작됐고 지경부가 묵인했다. 국민에게 허위보고를 한 것”이라 주장했다.

‘대고석죄’ 신조어

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최 장관은 “정말 책임질 수 있어요? 국무위원이 국민에게 허위보고를 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발끈했다. 최 장관은 억울한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장관의 예기치 못한 강경발언에 당황한 강 의원이 “대고석죄(흥분해 석고대죄를 잘못 발음)해도 부족할 판에...”라고 질타했다.

강 의원과 최 장관의 신경전은 여야 의원 간의 신경전으로 확대됐다.
 
김태완 한나라당 의원 은 “아무리 국감이라 하지만, 국민들한테 허위보고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신 혼자 국감하는 곳이야”라며 강 의원의 국감 태도를 질책했다. 이로 인해 순간 국감 분위기는 냉랭해졌고, 급기야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국감을 잠시 중단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정전 당시 상황은 정전사태와도 맞먹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손 놓고 있었던 장관과 지경부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문제 제대로 판단하고 자숙하는 그런 모습 보이기 위한 자리다. 장관이 강 의원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에 최 장관은 “존경하는 강 의원님께 사과드린다”고 자세를 낮췄으며 “앞으로 김 위원장님 말씀을 유념해 성실한 자세로 국정감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속개된 감사에서 강 의원이 다시 “(지경부 측 과실보고를)지경부에 있는 한 공무원에게 들었다”고 말하자 최 장관은 “그 공무원 이름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등 여전히 날선 공방을 벌였다.

둘째 날인 20일에도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부자감세와 재정적자간의 인과관계를 따져 묻던민주당  이용섭 의원과 이에 대응하던 박재완 장관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이 의원이 부자감세 등으로 낮은 조세부담률이 재정적자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자 박 장관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며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박 장관은 이어 “그렇게 논리를 전개하면 홍콩, 싱가포르 등 복지수준이 높지만 조세부담률이 10%대 수준인 나라가 가장 먼저 재정위기가 발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서민, 중산층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근로자의 40%, 자영업자의 35%가 세금을 안 내는데 세금 안 내는 사람들한테 세금 깎아주면 그게 깎아지냐. 말장난이다”며 반박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국무위원에게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라며 정색하고 되물었다.

‘부자 감세’ 규모를 놓고도 이 의원은 90조원, 박 장관은 33조원이라고 주장하며 논쟁을 벌였다. 언성이 높아지면서 서로 얼굴까지 붉혔다. 예상치 못한 박 장관의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 국정감사장은 다시 얼어붙었고 김성조 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잠시 중단했다.

이후 속개된 국감에서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장관이 왜 답변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해 봤다”라며 운을 뗀 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고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 아닌가?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에게 질의하는 것은 개인 이용섭과 박재완의 질의답변이 아니다”라며 박 장관을 질책했다.

결국 박 장관은 “결과적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상황이 일단락됐다.

박 장관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도 “서면으로 답변했는데 이해가 안 되느냐”고 말했고 이 의원이 “내 설명부터 들어라”고 말하면서 언쟁을 벌였다.

전날도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에 대해 “(이 의원 자료는)2004년 데이터”라고 공박해 결국 이 의원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민주당 홍희덕 의원과 이채필 장관이 설전을 벌인 것이다.

홍 의원은 현재 최저임금의 80% 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같은 감시단속 근로자(감단근로자)의 ‘최저임금 100%’ 적용이 늦어지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자 이 장관이 “감단근로자들의 임금이 늘어나면 그들의 직업이 줄어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의원님이 책임지시겠냐”며 타박했다.

‘의원이 책임지겠냐’는 전날 최중경 장관의 힐난을 떠올린 듯 순간 국감장에서는 “장관들이 어떻게 그런 말들을 하느냐”는 위원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일격을 당한 홍 의원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소외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가자는 건데 나보고 책임지라고 하면 어떡하느냐”며 “그것은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이지, 그런 답변이 어디 있느냐”며 나무랐다.

그러자 이 장관이 “그들의 일자리도 보호하고 임금도 보호하는데 딜레마가 있어서 나온 말이다”며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고 자세를 낮추면서 이후 충돌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감 ‘무용론’

매번 국감철마다 국감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다. ‘의원들이 매번 대안 없는 생색내기용 일회성 질의·응답을 하는데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가’ ‘차라리 그 시간에 본 업무에 충실하는 게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것’등 공무원들의 볼멘소리도 많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들의 돌출 행동이 생산적 국감 진행을 방해하고, 일선 공무원들의 고생도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연거푸 나온 국무위원들의 돌발적 행태가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사실을 노린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노림수인지, 단순한 실수인지 알 방법은 없다.

또 날이 갈수록 권위와 위신이 추락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더 이상 당할 수만은 없다’는 일종의 도전인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건 국정감사가 국민의 대의 기관인 행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장관이 감사위원에게 ‘책임지라’거나 ‘말조심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히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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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