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서 ‘위기론’으로 급변한 박근혜 돌파구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현장정치’로 극복하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4년간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고수하며 ‘대세론’을 지키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안철수 신드롬’에 부닥치며 흔들리는 듯했지만 ‘박근혜의 힘’은 여전했다. 안철수라는 강력한 쓰나미에 휩쓸려 추락한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며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위기감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대세론에 처음으로 일격을 맞은 박 전 대표의 돌파구와 해법을 파헤쳐봤다.

5촌 조카 은지원과 친근한 사진 공개, “젊은층과 소통 예고?”
“제도·정책 잘 갖춰 ‘국민이 행복한 나라 실현’ 정치인생 꿈”

추석 전만 해도 박근혜 전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최대 26.4%포인트의 격차(7, 8일 MBC·엠비존 조사)를 보이며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 말미에 실시된 3개 여론조사에서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대세론의 위력’을 입증했다.
 
14일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13일 실시)에서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각각 45.2% 대 41.2%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4.0%포인트)긴 하지만 안 원장을 앞선 결과다.

같은 날 실시된 국민일보·GH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둘의 격차가 9.7%포인트(박 전 대표 49.8%, 안 원장 40.1%)였으며 서울신문·여의도리서치 조사(12일 실시)에서도 박 전 대표가 근소하게나마 안 원장을 제쳤다.

탄탄한 지지기반,
대세 복원력 입증

이렇듯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거치며 박 전 대표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거듭 확인했고 ‘대세 복원력’까지 증명해 보였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대세론의 내구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에 비해 안 원장의 지지층은 박 전 대표만큼 탄탄하게 다져지지 않아 향후 상당기간 ‘롤러코스터식’ 지지도를 보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추석 전 ‘정점’을 찍고 앞으로 답보 상태이거나 등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반여 정서’가 감지되는 부산·경남(PK·울산 포함) 지역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현저하게 빠진 점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6, 7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안 원장은 PK지역에서 박 전 대표를 45.2% 대 37.7%로 앞섰으나,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거꾸로 박 전 대표가 60.7% 대 30.1%라는 더블스코어 차로 안 원장을 눌렀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박 전 대표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번 흔들린 대세론이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에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박 전 대표의 ‘경제선생’으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국민에게 많이 노출되면 현 정권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 현안 언급을 자제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알고 싶은) 국민의 요구와 상충되는 모습이 보여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MB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박 전 대표가 의견 표명을 최소화한 것이 오히려 불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축적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어 “내용에 따라서는 MB와 100% 같을 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가 매사에 국민 중심으로 행동하고 이제 청와대도 양해를 해줘야 한다”고 차별화 행보를 촉구했다.

반론도 적지 않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제 MB는 힘 빠진 약자인데 박 전 대표가 차별화하면 강자의 핍박으로 받아들여져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 등에서 MB와 대립하다 지지율이 하락한 경험이 있어 박 전 대표가 차별화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차별화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박근혜의 반전카드
‘현장정치’ 강화

내년 초 캠프를 꾸리고 대선행보를 박찰 계획이었던 박 전 대표는 상황이 반전되자 조금씩 정치행보를 내딛고 있다.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은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현장정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취재진들과 만나 “어제 현장에 다녀와 정책에 많은 참고가 됐다”며 “가능한 한 현장에 자주 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주력해 온 복지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현장 방문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전 대표는 “복지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주 가려고 한다. 분야는 가리지 않겠다”며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박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행보가 자극제 노릇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춘콘서트’를 비롯해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선 안 원장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남아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유연성 부족’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인천지역 방문 때 취재진의 ‘안철수 지지율’에 관한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바로 그 다음날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유감 표시를 했지만 이미지에 생채기를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유연성 부족’ 지적, 난제로 작용
대외적, ‘준비된 지도자’의 이미지 전파시키는 데 주력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모토로 내걸고 이를 기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언급한 ‘새로운 정치’에 대해 “정치의 근본 목표는 국민의 행복”이라며 “국민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가 미흡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어떤 지역에서 살건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국민 개개인이 꿈이나 열정을 실현시켜 행복과 자아를 실현하는 나라”라며 “제도나 정책을 잘 갖춰 그런 나라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정치를 하면서 꼭 실현하고 싶은 저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를 전후해 자신의 정책기조를 펼칠 것으로 보였던 박 전 대표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자신의 정책기조를 밝히는데 이어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전날 발생한 정전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굉장히 큰 충격과 혼란을 줬다. 수요예측 문제도 그렇지만 예고도 없이 정전사태가 났다는 게 당하는 시민으로서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겠느냐”면서 “이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책현안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표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가 등장한 것 같다”며 “국민 우선의 정치를 펴겠다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하다”고 해석했다.

최근 들어 ‘현장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박 전 대표이기에 ‘국민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그녀의 대권행보에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얘기다.

눈에 띄게 활발해진 트위터
젊은층과 소통 강화

박 전 대표는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SNS정치’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음에 착안한 것인지 트위터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과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온 트위터를 이용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바꾸고, 표현방식 또한 예전에 비해 한층 자유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90년대 아이돌 열풍의 원조이자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5촌조카 은지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이 혈연인 사실은 이미 알려져 왔으나 두 사람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는 현장방문 정치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또 다른 네티즌이 최근 박 전 대표의 조카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근혜님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우실 것 같다. 힘내시라”고 글을 남기자 “감사합니다. 힘이 되네요”라며 답글을 달았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학교에 초청강의를 제안하는 글을 남기자 “초청 감사합니다. 하지만, 9.19~10.8까지는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하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랍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말 인사동을 깜짝 방문해 만났던 젊은이들과도 트위터를 통해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오늘 인사동에 갔다가 우연히 박근혜 의원님을 뵈었습니다. 찻집에 올라오시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달려가 사진 한방^^”이라는 글에는, “짧은 순간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반가웠어요...^^”라고 화답했다.

인사동에서 만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글에는 “직찍 선물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직찍’은 직접 찍은 사진의 줄임말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젊은이들과의 소통 행보는 향후 오프라인을 통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그간 현장에서 전달받은 서민들의 목소리와 현장을 통해 확인한 정책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중심에서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콘텐츠 부족’이라는 일각의 오해도 씻어버리겠다는 복안이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대세론에 일대 위기를 맞았지만 박 전 대표는 보란 듯이 극복해 내고 있다. 마치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내공을 과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10·26재보선과 총선 승리라는 날개를 단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위기가 아닌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관측이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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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