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서 ‘위기론’으로 급변한 박근혜 돌파구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현장정치’로 극복하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4년간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고수하며 ‘대세론’을 지키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안철수 신드롬’에 부닥치며 흔들리는 듯했지만 ‘박근혜의 힘’은 여전했다. 안철수라는 강력한 쓰나미에 휩쓸려 추락한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며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위기감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대세론에 처음으로 일격을 맞은 박 전 대표의 돌파구와 해법을 파헤쳐봤다.

5촌 조카 은지원과 친근한 사진 공개, “젊은층과 소통 예고?”
“제도·정책 잘 갖춰 ‘국민이 행복한 나라 실현’ 정치인생 꿈”

추석 전만 해도 박근혜 전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최대 26.4%포인트의 격차(7, 8일 MBC·엠비존 조사)를 보이며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 말미에 실시된 3개 여론조사에서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대세론의 위력’을 입증했다.
 
14일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13일 실시)에서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각각 45.2% 대 41.2%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4.0%포인트)긴 하지만 안 원장을 앞선 결과다.

같은 날 실시된 국민일보·GH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둘의 격차가 9.7%포인트(박 전 대표 49.8%, 안 원장 40.1%)였으며 서울신문·여의도리서치 조사(12일 실시)에서도 박 전 대표가 근소하게나마 안 원장을 제쳤다.

탄탄한 지지기반,
대세 복원력 입증

이렇듯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거치며 박 전 대표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거듭 확인했고 ‘대세 복원력’까지 증명해 보였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대세론의 내구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에 비해 안 원장의 지지층은 박 전 대표만큼 탄탄하게 다져지지 않아 향후 상당기간 ‘롤러코스터식’ 지지도를 보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추석 전 ‘정점’을 찍고 앞으로 답보 상태이거나 등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반여 정서’가 감지되는 부산·경남(PK·울산 포함) 지역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현저하게 빠진 점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6, 7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안 원장은 PK지역에서 박 전 대표를 45.2% 대 37.7%로 앞섰으나,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거꾸로 박 전 대표가 60.7% 대 30.1%라는 더블스코어 차로 안 원장을 눌렀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박 전 대표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번 흔들린 대세론이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에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박 전 대표의 ‘경제선생’으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국민에게 많이 노출되면 현 정권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 현안 언급을 자제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알고 싶은) 국민의 요구와 상충되는 모습이 보여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MB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박 전 대표가 의견 표명을 최소화한 것이 오히려 불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축적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어 “내용에 따라서는 MB와 100% 같을 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가 매사에 국민 중심으로 행동하고 이제 청와대도 양해를 해줘야 한다”고 차별화 행보를 촉구했다.

반론도 적지 않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제 MB는 힘 빠진 약자인데 박 전 대표가 차별화하면 강자의 핍박으로 받아들여져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 등에서 MB와 대립하다 지지율이 하락한 경험이 있어 박 전 대표가 차별화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차별화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박근혜의 반전카드
‘현장정치’ 강화

내년 초 캠프를 꾸리고 대선행보를 박찰 계획이었던 박 전 대표는 상황이 반전되자 조금씩 정치행보를 내딛고 있다.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은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현장정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취재진들과 만나 “어제 현장에 다녀와 정책에 많은 참고가 됐다”며 “가능한 한 현장에 자주 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주력해 온 복지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현장 방문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전 대표는 “복지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주 가려고 한다. 분야는 가리지 않겠다”며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박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행보가 자극제 노릇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춘콘서트’를 비롯해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선 안 원장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남아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유연성 부족’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인천지역 방문 때 취재진의 ‘안철수 지지율’에 관한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바로 그 다음날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유감 표시를 했지만 이미지에 생채기를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유연성 부족’ 지적, 난제로 작용
대외적, ‘준비된 지도자’의 이미지 전파시키는 데 주력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모토로 내걸고 이를 기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언급한 ‘새로운 정치’에 대해 “정치의 근본 목표는 국민의 행복”이라며 “국민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가 미흡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어떤 지역에서 살건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국민 개개인이 꿈이나 열정을 실현시켜 행복과 자아를 실현하는 나라”라며 “제도나 정책을 잘 갖춰 그런 나라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정치를 하면서 꼭 실현하고 싶은 저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를 전후해 자신의 정책기조를 펼칠 것으로 보였던 박 전 대표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자신의 정책기조를 밝히는데 이어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전날 발생한 정전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굉장히 큰 충격과 혼란을 줬다. 수요예측 문제도 그렇지만 예고도 없이 정전사태가 났다는 게 당하는 시민으로서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겠느냐”면서 “이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책현안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표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가 등장한 것 같다”며 “국민 우선의 정치를 펴겠다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하다”고 해석했다.

최근 들어 ‘현장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박 전 대표이기에 ‘국민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그녀의 대권행보에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얘기다.

눈에 띄게 활발해진 트위터
젊은층과 소통 강화

박 전 대표는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SNS정치’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음에 착안한 것인지 트위터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과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온 트위터를 이용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바꾸고, 표현방식 또한 예전에 비해 한층 자유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90년대 아이돌 열풍의 원조이자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5촌조카 은지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이 혈연인 사실은 이미 알려져 왔으나 두 사람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는 현장방문 정치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또 다른 네티즌이 최근 박 전 대표의 조카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근혜님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우실 것 같다. 힘내시라”고 글을 남기자 “감사합니다. 힘이 되네요”라며 답글을 달았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학교에 초청강의를 제안하는 글을 남기자 “초청 감사합니다. 하지만, 9.19~10.8까지는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하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랍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말 인사동을 깜짝 방문해 만났던 젊은이들과도 트위터를 통해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오늘 인사동에 갔다가 우연히 박근혜 의원님을 뵈었습니다. 찻집에 올라오시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달려가 사진 한방^^”이라는 글에는, “짧은 순간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반가웠어요...^^”라고 화답했다.

인사동에서 만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글에는 “직찍 선물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직찍’은 직접 찍은 사진의 줄임말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젊은이들과의 소통 행보는 향후 오프라인을 통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그간 현장에서 전달받은 서민들의 목소리와 현장을 통해 확인한 정책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중심에서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콘텐츠 부족’이라는 일각의 오해도 씻어버리겠다는 복안이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대세론에 일대 위기를 맞았지만 박 전 대표는 보란 듯이 극복해 내고 있다. 마치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내공을 과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10·26재보선과 총선 승리라는 날개를 단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위기가 아닌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관측이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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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