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서 ‘위기론’으로 급변한 박근혜 돌파구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현장정치’로 극복하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4년간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고수하며 ‘대세론’을 지키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안철수 신드롬’에 부닥치며 흔들리는 듯했지만 ‘박근혜의 힘’은 여전했다. 안철수라는 강력한 쓰나미에 휩쓸려 추락한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며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위기감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대세론에 처음으로 일격을 맞은 박 전 대표의 돌파구와 해법을 파헤쳐봤다.

5촌 조카 은지원과 친근한 사진 공개, “젊은층과 소통 예고?”
“제도·정책 잘 갖춰 ‘국민이 행복한 나라 실현’ 정치인생 꿈”

추석 전만 해도 박근혜 전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최대 26.4%포인트의 격차(7, 8일 MBC·엠비존 조사)를 보이며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 말미에 실시된 3개 여론조사에서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대세론의 위력’을 입증했다.
 
14일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13일 실시)에서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각각 45.2% 대 41.2%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4.0%포인트)긴 하지만 안 원장을 앞선 결과다.

같은 날 실시된 국민일보·GH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둘의 격차가 9.7%포인트(박 전 대표 49.8%, 안 원장 40.1%)였으며 서울신문·여의도리서치 조사(12일 실시)에서도 박 전 대표가 근소하게나마 안 원장을 제쳤다.

탄탄한 지지기반,
대세 복원력 입증

이렇듯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거치며 박 전 대표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거듭 확인했고 ‘대세 복원력’까지 증명해 보였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대세론의 내구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에 비해 안 원장의 지지층은 박 전 대표만큼 탄탄하게 다져지지 않아 향후 상당기간 ‘롤러코스터식’ 지지도를 보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추석 전 ‘정점’을 찍고 앞으로 답보 상태이거나 등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반여 정서’가 감지되는 부산·경남(PK·울산 포함) 지역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현저하게 빠진 점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6, 7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안 원장은 PK지역에서 박 전 대표를 45.2% 대 37.7%로 앞섰으나,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거꾸로 박 전 대표가 60.7% 대 30.1%라는 더블스코어 차로 안 원장을 눌렀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박 전 대표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번 흔들린 대세론이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에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박 전 대표의 ‘경제선생’으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국민에게 많이 노출되면 현 정권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 현안 언급을 자제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알고 싶은) 국민의 요구와 상충되는 모습이 보여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MB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박 전 대표가 의견 표명을 최소화한 것이 오히려 불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축적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어 “내용에 따라서는 MB와 100% 같을 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가 매사에 국민 중심으로 행동하고 이제 청와대도 양해를 해줘야 한다”고 차별화 행보를 촉구했다.

반론도 적지 않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제 MB는 힘 빠진 약자인데 박 전 대표가 차별화하면 강자의 핍박으로 받아들여져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 등에서 MB와 대립하다 지지율이 하락한 경험이 있어 박 전 대표가 차별화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차별화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박근혜의 반전카드
‘현장정치’ 강화

내년 초 캠프를 꾸리고 대선행보를 박찰 계획이었던 박 전 대표는 상황이 반전되자 조금씩 정치행보를 내딛고 있다.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은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현장정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취재진들과 만나 “어제 현장에 다녀와 정책에 많은 참고가 됐다”며 “가능한 한 현장에 자주 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주력해 온 복지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현장 방문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전 대표는 “복지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주 가려고 한다. 분야는 가리지 않겠다”며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박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행보가 자극제 노릇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춘콘서트’를 비롯해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선 안 원장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남아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유연성 부족’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인천지역 방문 때 취재진의 ‘안철수 지지율’에 관한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바로 그 다음날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유감 표시를 했지만 이미지에 생채기를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유연성 부족’ 지적, 난제로 작용
대외적, ‘준비된 지도자’의 이미지 전파시키는 데 주력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모토로 내걸고 이를 기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언급한 ‘새로운 정치’에 대해 “정치의 근본 목표는 국민의 행복”이라며 “국민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가 미흡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어떤 지역에서 살건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국민 개개인이 꿈이나 열정을 실현시켜 행복과 자아를 실현하는 나라”라며 “제도나 정책을 잘 갖춰 그런 나라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정치를 하면서 꼭 실현하고 싶은 저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를 전후해 자신의 정책기조를 펼칠 것으로 보였던 박 전 대표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자신의 정책기조를 밝히는데 이어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전날 발생한 정전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굉장히 큰 충격과 혼란을 줬다. 수요예측 문제도 그렇지만 예고도 없이 정전사태가 났다는 게 당하는 시민으로서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겠느냐”면서 “이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책현안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표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가 등장한 것 같다”며 “국민 우선의 정치를 펴겠다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하다”고 해석했다.

최근 들어 ‘현장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박 전 대표이기에 ‘국민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그녀의 대권행보에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얘기다.

눈에 띄게 활발해진 트위터
젊은층과 소통 강화

박 전 대표는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SNS정치’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음에 착안한 것인지 트위터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과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온 트위터를 이용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바꾸고, 표현방식 또한 예전에 비해 한층 자유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90년대 아이돌 열풍의 원조이자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5촌조카 은지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이 혈연인 사실은 이미 알려져 왔으나 두 사람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는 현장방문 정치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또 다른 네티즌이 최근 박 전 대표의 조카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근혜님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우실 것 같다. 힘내시라”고 글을 남기자 “감사합니다. 힘이 되네요”라며 답글을 달았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학교에 초청강의를 제안하는 글을 남기자 “초청 감사합니다. 하지만, 9.19~10.8까지는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하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랍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말 인사동을 깜짝 방문해 만났던 젊은이들과도 트위터를 통해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오늘 인사동에 갔다가 우연히 박근혜 의원님을 뵈었습니다. 찻집에 올라오시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달려가 사진 한방^^”이라는 글에는, “짧은 순간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반가웠어요...^^”라고 화답했다.

인사동에서 만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글에는 “직찍 선물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직찍’은 직접 찍은 사진의 줄임말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젊은이들과의 소통 행보는 향후 오프라인을 통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그간 현장에서 전달받은 서민들의 목소리와 현장을 통해 확인한 정책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중심에서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콘텐츠 부족’이라는 일각의 오해도 씻어버리겠다는 복안이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대세론에 일대 위기를 맞았지만 박 전 대표는 보란 듯이 극복해 내고 있다. 마치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내공을 과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10·26재보선과 총선 승리라는 날개를 단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위기가 아닌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관측이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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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