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이후…두 가지 시나리오

일본이 끼면 복잡해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오는 12일 ‘세기의 담판’이 시작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각)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서 만난다.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물꼬를 튼 북미정상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회담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다. 두 정상이 비핵화 방식에 따른 접점을 얼마나 찾을 수 있느냐가 이번 회담의 관건이다. 또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미래와 동북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가시적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는 마무리됐다. 두 정상이 회담서 다룰 의제 협의는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서 진행됐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중심으로 갖춰진 북미 대표단은 지난달 27일을 시작으로 지난 6일까지 총 여섯 차례 만남을 가졌다. 

비핵화-체제보장
실무협상 마무리

핵심 의제는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안정보장 조치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은 의견 조율을 통해 정상회담 후 발표할 문서의 초안을 다잡은 것으로 점쳐진다. 비핵화 등에 따른 양국 간 의견 차가 꽤 좁혀진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북미 간 실무협상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이후 급물살을 탔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후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친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을 갈망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서 전달 직후 북미 대표단은 지난 2∼4일과 지난 5일에 연속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양국 간 의견 조율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 대표단이 북측 대표단과 외교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데 긍정적 논의와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은 북·미 대표단의 5차 실무협상 뒤에 나온 까닭에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경호 등과 관련한 의전 협상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양국 정상의 의전 협의를 위해 싱가포르서 회담을 가졌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6일, 싱가포르서 출국해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고, 미 대표단은 그보다 이른 지난 2일 출국했다.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정상이 비핵화에 대한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담의 성사에 이은 성과는 그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 승부처라 할 수 있다.

북-미 비핵화 방식 간극 좁히나
CVID와 체제보장 ‘빅딜’ 가능성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고수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만을 허용하는 일괄 타결식 해법을 언급하며 강조된 CVID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내세우고 있다. 스스로 신뢰할만한 보상이 나오지 않는다면 핵을 일괄적으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대가가 만족할 정도로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그리고 판문각 실무협상 등 끊임없는 물밑접촉이 이어지고 있지만 핵심 의제에 대한 양국 간 격차는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회담 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발언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 1일 백악관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6·12 회담을 두고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나는 (회담이)한 번 이라고 말 한 적 없다”며 “한 번에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 의제가 단번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적 CVID를 추구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북한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수 있는 틈을 제공해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이후 공식적인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트럼프의 속도전에 대의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간극
회담 성과 관건

두 정상이 단 한 번의 회동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맞물려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서 합의될 수 있는 사안은 비핵화의 큰 틀 정도로 좁혀진다. 그에 맞춰 후속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합의가 나오려면 비핵화 방식은 완전한 핵 폐기로 수렴되는 CVID로, 그에 따른 보상은 북한이 신뢰할만한 체제안정이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핵을 체제 존속의 보루로 보는 공산이 크다. 

반면 미국은 핵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상반된 두 의견이 접점을 찾으려면 북미 중 누군가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 하는 형국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단발성 회담 가능성을 일축하고, 속도전을 언급하면서 팽팽한 양국의 줄다리기서 일련의 틈을 보였다. 그 틈은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동시에 김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상의 궤도는 CVID를 벗어나지 않는 쪽으로 잡힐 것이란 해석이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과정과 속도전을 언급해 김 위원장이 강조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백악관과 미국 국무부는 단계적 비핵화는 과거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할뿐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단호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 안전보장을 통해 북한의 신뢰를 얻으려 할 것이지만 이는 CVID를 향한 디딤돌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 보상의 일환으로 언급되는 체제 안전보장 조치로 종전선언이 언급된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당시 진행된 판문점 선언이 종전선언의 도화선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을 약속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만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이기도 하다.

북한이 바라는 체제 안전보장 조치는 미국과의 종전선언에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종전선언을 거친 평화협정 체결을 안전보장의 조치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외교적 관계를 맺어 정상국가로서의 도약을 바란다는 해석이다. 

다만 북한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대가로 CVID를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은 전적인 비핵화 합의보다 종전선언과 같은 정치적 선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가로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방식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그동안 양국 접촉이 톱 다운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비춰봤을 때 예측불허의 두 인물이 회담에 직접 자리하는 만큼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조치를 주고받는 등의 빅딜 가능성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두 정상 간 극명한 의견차이로 회담 이후 북핵과 동북아 정세가 다시 난기류로 흘러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초에 비핵화를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차가 현저한 까닭이다.


회담의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을 경우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과정서 밀려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이 목소리를 높일 공산이 크다. 과거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러-일
개입 본격화?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차이나 패싱’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은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정세에 있어 굳건한 입지를 자부했다. 그러나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와 종전선언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틈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과의 남중국해 갈등,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배후설’ 언급 등으로 비핵화 의제의 중심서 벗어났다.

다만 중국은 지난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중, 경제사절단 교류 등으로 정세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포석을 깔아놨다. 또 북한과 우방 국가를 넘어선 혈맹국가인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남북미가 주도하는 비핵화 과정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이 마땅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중국은 본격적으로 정세에 개입할 확률이 크다.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수교 70주년을 맞아 올해 김 위원장에게 북러정상회담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합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방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 
 

북한과의 우방국인 러시아도 북미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정세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10일 중국 칭다오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에 참석차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정세 가운데 힘을 잃지 않겠다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회담 이후 중·러·일 개입 가시화
주변국 변수 맞물린다면 시계제로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북·중·러 구도의 삼각펜스가 강화될 조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의 비핵화 과정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양국은 미국이 나서 북핵 비핵화의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를 두고 동북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핵은 동북아 정세가 이전처럼 형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한 사안이다.

패싱의 정점을 찍은 일본은 명분만 쥐어진다면 북핵 과정에 개입하고 싶은 의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주변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대북 연락책을 구비하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8∼9일 캐나다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7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이번 미일정상회담서 미국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이미 끝난 문제’라며 못 박고 있어 의제로 설정될 지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며 북일대화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과거 한·미·일 구도의 ‘대북 제재’를 외쳤던 일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무기한 연기 발표와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표현을 거둬들이면서 일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의 큰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일본은 적극적으로 개입할 공산이 크다. 패싱의 중심에 선 만큼 입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를 향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관전 포인트는 CVID를 내세우는 미국과 신뢰할 만한 체제 안전보장을 바라는 북한과의 간극이 얼마나 좁아질 수 있을지다. 

큰 얼개 없다면
향후 시계제로

북미가 큰 틀을 마련한다면 다시금 남북미 주도로 후속 조치와 세부 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공전할 경우 패싱의 그늘에 가려졌던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이 입지를 되찾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가 많아지는 만큼 북핵문제가 난기류에 빠질 공산이 클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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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