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모드’ 중국의 한반도 플랜

시진핑은 김정은 놔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의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면서 중국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국로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흐름에 로우 키(low key)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일각서 제기되는 ‘중국 배후론’과 ‘차이나 패싱론’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주목할 만한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비핵화 협상이 계속될수록 자국의 입지가 저절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로 북미회담은 한때 좌초위기에 빠졌지만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는 치열한 물밑협상을 ‘쓰리 트랙’으로 이어갔다. 회담 간 의제와 의전을 다룰 ‘판문각 팀’과 ‘싱가포르 팀’이 전면에 나섰고, 양국 정보당국 간 접촉도 이어졌다.

좌초위기 후
다시 본궤도

북한과 미국은 6·12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의제와 의전 등에 관한 협상을 가졌다. 북측 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부국장으로 꾸려졌다. 미국 측 대표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중심으로 엘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갖춰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첫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같은 달 30일에도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또 북미는 의전·경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싱가포르서 만났다. 북한에선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미국에선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회담장에 나섰다.

북미는 이외에도 미국 CIA와 북한 정보당국 간 협상채널을 연 것으로 보인다. CIA와 접촉하는 북한의 정보당국은 통일전선부로 전해진다. 특히 CIA 산하 ‘KMC’라는 조직이 협상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MC는 코리아미션 센터를 뜻하는 말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국장으로 있던 시절 대북 핵심조직으로 창설했다. KMC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앤드류 김으로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밀리에 방북했을 당시 동석했던 인물이다.

판문점과 싱가포르 외에 정보당국 간의 접촉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은 투 트랙을 넘어 ‘쓰리 트랙’으로 진행됐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 도착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판문점서 다뤘던 의제에 대해 보충하며 조율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만찬 이후 “아주 멋졌다”며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의 기대감을 높였다.

뉴욕회담 이후 김 비핵화 의지 재확인
“북미대화 그치지 않고 협상 지속될 것”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다음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북한의 체제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골자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조건들을 설정하는 데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72시간은 판문각과 싱가포프서의 협의, 뉴욕서의 고위급회담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의 전망만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라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정상회담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비핵화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만남이 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범위에 대해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들을 강조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가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에 필요한 체제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많은 대화를 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꿀 수 있다는 ‘빅딜’을 암시하기도 했다.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목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완전 비핵화
김 결단 촉구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방법을 두고 완전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개최되는 정상회담이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만남서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을 넘어 혈맹국가로 통한다. 또한 중국은 과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중심에 자리할 정도로 한반도 내 주도권을 쥐고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도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는 데 그쳤고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소극적이었다. 북한 인권문제가 UN 안전보장이사회서 논의될 때 중국은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준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양국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북한에 힘을 보탠 까닭은 미국과의 패권다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미국과의 패권을 다툴 수 있는 장으로 여겨진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의 무대가 형성되려면 한반도의 분단과 북핵문제가 지속돼야 한다. 

분단과 북핵이 완전히 해결된다면 중국과 미국은 패권을 다툴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의 주도권 역시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서 중국이 직접적인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다. 

남은 건 중 선택…원론만 되풀이
“패권도 주도권도 놓지 않을 것”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상에 있어 직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거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차이나 패싱론’과 ‘중국 소외론’ 등이 제기됐지만 중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차이나 패싱론’ ‘중국 소외론’ 등에 선을 그었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경시해도, 의존해서도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신문은 “북한이 최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한 뒤 중국이 북한을 선동해 태도를 바꾸게 했다는 소문을 한미 언론이 퍼트려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개최된 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배후에 중국이 있다“며 중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후에도 배후론을 재차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말한 바 있다.

발등에 불
꽤나 차분

중국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회담 이후 발표에도 덤덤해 보였다. 

중국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로우 키(low key)로 기조를 이어가는 까닭은 북핵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그 과정서 본인들의 입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핵 해결방식을 두고 큰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해결은 상반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 이후에도 양국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한미의 비핵화 해결이 지난하게 흘러갈 경우 한미는 중국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한미 주도의 비핵화에 충분한 신뢰가 쌓여있지 않기에 중국을 이용할 여지가 높다. 남북미가 비핵화의 접점을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에서다.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대표적이다. 종전선언 등은 북한에 대한 체제 보상의 일환으로 작용한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판문점 선언서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중국을 포함해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중국 역시 지난달 3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한이 한미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지만 종전선언이 있어야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전선언에 중국이 설령 빠진다고 해도 평화협정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배제한다면 향후 정세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국은 한국전쟁 교전 당사국이면서 정전협정의 서명국이다. 그런 연유로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서서 중국의 개입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아도 그 입지가 올라가는 까닭이다.

현재 정세는 한미가 중심이 돼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실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을 중국과 연계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여느 국가들보다 강력하다. 중국은 북한을 통해 동북아 정세에 막강한 파급력을 행사했다. 미국과의 패권다툼 역시 북한을 사이에 둔 측면이 크다.

북한과 연대
입지 자동상승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북핵이었다. 북핵을 통해 입지를 드러낼 명분을 쌓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경제적 도움을 지속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중국은 그 명분이 한미 주도의 비핵화로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중국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평화와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향후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러시아 움직임은?

북한과 러시아는 수교 70년인 올해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백화원 영빈관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해 받으며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남서 러시아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남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지도부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 우리는 항상 이와 관련한 깊은 공조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리의 우호 관계를 더 강화·발전시키고, 긴밀한 우리의 협력을 더 심화시키기 위한 향후 협력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러시아는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의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며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 

오는 12일 예정된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비핵화 과정서 중국의 입지가 부상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의 움직임 또한 주목된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우방국으로 통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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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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