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 토로> 건국대 설립자 유가족 대표 유현경 여사

“김경희 파워에 놀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장지선 기자 = 건국대는 그동안 수많은 풍파를 겪었다. 지난 10여년간 불거진 김경희 전 이사장의 비리 의혹은 5대 사학을 꿈꾸던 건국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교육부 감사, 검찰 조사 등 외부 충격이 가해졌지만 의혹은 깨끗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학교 관계자들의 반발만 거세지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건국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서 ‘건국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대표인 유현경 여사를 만났다. 유 여사는 건국대 설립자 상허 유석창 박사의 자녀로, 7남매 중 셋째 딸이다.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과는 시누이-올케 관계다. 

유 여사는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법인에 이사로 들어갔다가 이사장에 오르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러면서도 학교 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2013년부터다. 

김 전 이사장의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때다.

최근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가 언론을 통해 크게 다뤄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돈의 액수는 수천억원 대에 달한다.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를 통해 알려진 임대보증금 문제는 건국대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임대보증금 사용 내역, 천문학적인 돈의 흐름을 수사하는 과정서 나타난 의혹이 집약돼있기 때문이다.

유 여사는 이에 대해 “2014년 김 전 이사장을 수사하는 과정서 검찰이 축소 수사를 하는 바람에 상황이 이만큼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유 여사와 일문일답. 


유석창 박사의 딸…김경희 전 이사장 시누이
대신해 학교 정상화 비대위 대표 맡아

-검찰이 김 전 이사장에 대해 축소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2014년 검찰 수사 당시 학교법인계좌를 열람했다면 여러 의혹이 속 시원하게 해소됐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학교법인계좌를 열람하기는커녕 재판 과정 중에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까지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김 전 이사장은 집행유예로 나왔고, 이사장직에 딸인 유자은 현 이사장을 앉힐 수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은 물러났지만 학교는 여전히 김 전 이사장 손아귀에 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 학교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제대로 수사를 안 했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건국대 수사를 했던 O 검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검사를 많이 만나본 적은 없지만 상당히 정의로운 분이었다. 김 전 이사장의 추가 비리가 의심된다며 미술품 비자금과 관련해 고발하라고 비대위 측에 조언도 해줬다. 법인계좌를 열람하기 위해 김 전 이사장의 비자금 창구로 의심됐던 화랑 예맥을 고발한 거다. 

또 수사가 끝난 이후에도 매번 김 전 이사장의 공판에 나와 공소 유지에 힘썼다. 당시 김 전 이사장 재판 중 공소장 변경(김 전 이사장의 골프 접대 명단을 실명서 비실명으로 변경)이 크게 문제가 됐다. 그때 (공소장 변경을) O 검사가 신청했는데 상당히 난감한 표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건 분명 O 검사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검찰 윗선서 개입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건국대 수사 과정에선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이 다 외압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해 말 O 검사가 변호사 개업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이때 O검사가 나에게 “(법인) 계좌를 추적해 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 말했다. 

또 수사를 지휘했던 C 부장검사도 되게 열심히 했다고 자문 변호사에게 들었다. 자문 변호사는 C 부장검사와 지인인데, 사석에서 C 부장검사가 “아무리 봐도 (김 전 이사장은)구속감 인데 위에서 계속 수사를 더 하라고 그런다” “화가 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로운 것은 그 C 부장검사가 현재 김 전 이사장 골프 접대 리스트에 이름이 있던 안대희 전 대법관(전 건국대 석좌교수)이 근무하는 로펌서 함께 일하고 있는 점이다. 이 로펌에는 김 전 이사장을 수사하기 직전 동부지검 차장 검사도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당시 수사팀에선 (건국대 문제가)큰 사건이라고 생각해 수사 의지가 충만했다. 법인계좌를 봐야 한다는 요청이 수차례 윗선으로 올라갔지만 위에서는 더 보충하라는 말만 내려왔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3개월이면 끝날 수사가 6개월가량 걸렸다. 

수사 직전에는 정관계 고위 관계자들이 건국대 석좌교수로 들어왔다. 또 검찰 출신들을 대거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용했으며, 국내 5대 로펌이 사건을 수임했다. 이런 것들이 수사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더 꼼꼼히 하라는 취지 아닐까?

▲수사와 재판을 지켜보면서 김 전 이사장의 파워를 실감했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를 친 거였다. 

이미 검찰에서는 김 전 이사장의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뒀던 것 같다. 이런 사실을 김 전 이사장 재판에 보조 참가할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서 알았다. 당시 변호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앤장, 광장, 바른, 태평양, 세종 등 주요 로펌을 김 전 이사장이 이미 선임한 상태라 마땅한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법무부장관 출신인 K 변호사를 통해 검찰 출신으로 이름을 날렸던 P 변호사를 어렵게 소개 받았다. P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때 장관급 고위직을 지냈던 인사다. 이분은 당시 동부지검 고위관계자를 잘 안다고 했고, 그 분과 바로 내 옆에서 통화까지 했다. 

둘 다 목소리가 커서 대화 내용이 다 들렸다. 전화기 너머로 “이미 끝났는데 관여하지 말라”는 말이 들렸다. 그날 저녁 K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P 변호사가 사건을 맡기가 어렵겠다고 하더라. 

이때가 2014년 5~6월경으로 김 전 이사장 수사가 한창이던 때였다.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미 끝났다는 게 말이 되나. 실제 동부지검은 김 전 이사장의 개인 비리만 수사하면서 구속영장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도 집행유예로 끝났다. 

"수사부터 재판까지 지켜봤다
의문과 의심을 지울 수 없다”


-2014년 사태가 불거졌을 때 유 여사가 이사장 자리를 두고 집안싸움을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당시 언론서 내가 이사장 자리에 오르고 싶어 나선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이는 김 전 이사장이 설립자 유가족을 음해할 목적으로 퍼트린 소문에 불과하다. 

김 전 이사장 1심 공판 때 증인으로 나간 적이 있다. 이 때 김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이 PPT까지 준비해 그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 나에게 ‘(건국대)이사를 하고 싶냐’고 물어서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자 ‘앞으로 건국대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고 물었고 ‘교육부서 관선 이사가 와서 학교를 정상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질문을 끝내버렸다.  
 

김 전 이사장 측은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배경을 이사장 자리를 둘러싼 집안싸움으로 축소하려 했다. 설립자 가족들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고발했다고 몰아가려 한 것이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2013년 전에는 어땠나. 원래 학교일에 관심이 많았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아버지(유석창 박사)는 딸들이 학교에 오는 걸 싫어했다. 딸은 현모양처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다. 학교 운영은 남동생 일윤(여섯째)과 승윤(일곱째)이 했다. 사실 아들만 대접을 받았다. 


딸들은 학교와 담을 쌓고 살았다. 일곱째 동생과 올케(김 전 이사장)가 학교 자리 문제로 싸웠을 때 우리 딸들은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집안싸움으로 비치는 게 싫어 오히려 더 학교 일에 신경을 끄고 살았다. 

-평생 학교랑 담을 쌓았는데, 이제야 나서는 이유는?

▲김 전 이사장이 김진규 전 총장을 건국대로 데려오면서 학교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이때도 김 전 이사장이 알아서 잘하겠거니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가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내렸다. 

건국대는 아버지의 뜻이다. 아버지는 평생 양복 한 벌, 신발 한 켤레로 가난하게 살았다. 일류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게 아버지의 유지였다. 그런 학교가 망가지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았다. 

학교에 반기를 든 교수들이 잘려나갔고 한 학생은 학교가 나서서 불법적으로 퇴학까지 시켰다. 성명서 쓰는 데 조금 도와줬다고 직원들이 면직당하는데 누가 나서겠나. 자식들이 나서서라도 학교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년 간 교육부, 언론, 수사기관 청와대 등에 수차례 진정서와 호소문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이나 답변을 받은 적이 없다. 

-유 여사와 김 전 이사장 사이는 어땠나?

▲여자 형제들과 김 전 이사장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올케-시누이로서 인격적으로 어긋난 행동은 한 적이 없다. 나는 오히려 김 전 이사장이 학교 발전에 힘써줘서 고마웠다. 일곱 째 동생이 7년 동안 이사장을 하며,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일들을 김 전 이사장이 해냈다. 

더클래식500, 스타시티 등 현재 건국대를 대표하고 있는 굵직한 사업들은 다 김 전 이사장이 이룬 것이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김 전 이사장은 입속의 혀처럼 시누이들한테 잘했다. 늘 식사를 하러 가도 ‘뭐 드시겠어요?’ 묻곤 했다. 

가끔 맛있는 거 사주면 자매들은 너무 좋았다. 김 전 이사장이 돈 쓸 때는 잘 썼다. 그런데 우리가 바보였다. 아버지가 지하서 그럴 거다. ‘저렇게 바보 같은 것들이 있어서 학교가 이 지경이 됐지’라고. 원망 많으실 거다. 

-올케가 이사장이 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나? 

▲일윤(김 전 이사장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일찍 떠났지만 김 전 이사장은 가족을 떠나지 않고 우리 형제들에게 잘했다. 또 23년 동안 학교 이사장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1990년도 초반에 이사로 들어가고 96년도 정도 상무이사가 됐다. 그러다 2001년 노조위원장 등 학교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이사장에 올랐다. 
 

형제들은 김 전 이사장이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에 이사장에 됐을 때도 응원해줬다. 그저 학교가 잘되기만 바랐고, 실제로 김 전 이사장이 숙원사업을 이뤄내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향후 건국대 정상화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확실한 재수사밖에 없다. 더 이상 감춰져서는 안 된다. 학교가 완전히 곪아있다. 제대로 된 수사로만 학교를 치료할 수 있다. 현재 학교 상황이 그 정도로 악화돼있다. 

김 전 이사장의 횡령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건국대에 대한 평가가 A등급서 B등급으로 강등됐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건국대에 대학구조개혁 조치를 내렸는데, 김 전 이사장 비리로 인한 등급 강등이 원인이다. 

“믿고 맡겼는데 망가뜨렸다”

건국대는 이 조치로 2020년까지 입학정원 대비 4%를 감축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연 45억원 재정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라임 사업 예산도 30% 삭감됐다. 적립금도 바닥났다. 약 2000억원의 적립금이 김 전 이사장 시절 80~90%를 각종 사업으로 소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 이대로라면 건국대 직원들 월급도 못 줄 수 있다. 충격파가 필요하다. 말 그대로 뒤흔들어서라도 학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게 설립자 가족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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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