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김칫국 마시는 기업들 막전막후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대박의 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서 정상회담을 갖고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 것을 약속했다. 남북정상회담서 남북경협사업 추진이 언급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북한 진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이 기회를 놓칠까 벌써부터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민간 건설사들이 북한 진출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도 연결, 발전소 건설 등 관련 양측 정상의 회담 내용이 흘러나오며 건설업계도 가시화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마다 TF를 신설, 자료 검토 등 준비가 한창이다”고 말했다. 

경협 추진 주시
건설업계 들썩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SK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남북 경협 추진과정을 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대북 SOC(사회간접자본)사업 관련 TF 신설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TF는 남북경협 사업 분야가 인프라 발전인 만큼 토목, 발전 플랜트 등 실무진 10여 명으로 추려질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북미회담 등 남북경협 사업이 추진되기까지 넘어야할 과정들이 있기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라기보다 천천히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TF신설을 검토 중”이라며 “과거 대우건설이 경수로 건설 등 북한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이 있어 당시 실무진들이 이번 TF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대우건설 못지않게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기대감을 지니고 있지만 대우건설과 비교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경제협력사업 재추진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지켜본 뒤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모두 과거에 북한서 사업을 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건설사들보다 경제협력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과거 노태우 김영삼정부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스무 차례 이상 만났다. 

당시 비공식적으로 경제부문 특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김 주석을 만나 평양의 위성도시인 남포에 대규모 공단 투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민간기업 차원서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최초로 이끌어낸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 200만평 규모의 TV·냉장고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정부는 1995년 대우그룹의 500만달러 북한 투자를 승인했고 대우그룹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합작해 세운 민족산업총회사라는 곳을 통해 1996년부터 남포공단을 정식으로 가동할 수 있었다. 

정상회담 후 북 진출 기대…준비 착수
현대·대우건설 필두 뿌린 씨앗 수확?

대우건설은 20여년 전에 대우그룹의 대북사업을 담당했던 직원들 30여명이 아직 회사 안에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닦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대북사업 길을 이미 오래 전에 닦아놨다. 정 회장의 고향은 강원도지만 현재 북한에 속해 있는 통천 지역이다. 정 회장은 1993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오르면서 경영 일선서 물러났는데 이때부터 대북사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1998년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자 정 회장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결국 정 회장은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 만인 1998년 6월16일 판문점을 통해 ‘통일소’라고 불린 소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는 역사적 장면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판문점 소 이벤트 이후에도 북한을 여러 차례 더 방문해 유람선을 통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했고 1999∼2003년에는 평양에 체육관을 건설했다. 최근 남한 예술인들이 북한을 방문해 공연한 곳이 바로 이때 지어진 ‘류경정주영체육관’이다. 

현대건설은 대북 경수로사업을 주도해 진행한 경험도 지니고 있어 대북사업이 재개되면 앞으로도 사업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큰 회사로 꼽힌다.

이 밖에 대한건설협회는 대형 건설사, 연구기관, 공기업, 학계 등 100여명의 건설 전문가가 참가해 통일시대 건설업계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통일건설포럼’을 준비 중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등 통일을 향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서 건설업계가 먼저 이에 대한 밑그림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생각돼 준비하게 됐다”며 “본래 8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북미회담 등 차후 과정을 조금 더 지켜 본 다음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진출이 가장 유력시되는 곳은 섬유·패션기업이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60% 이상은 섬유·패션 관련 업체였다. 섬유·패션기업 특성상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북한의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저렴한 인건비와 같은 언어 사용, 인접한 지리적 특성 등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며 “현지 노동 인력은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 뿐 아니라 현재 남북간 평화흐름을 살펴보면 개성공단 폐쇄 전 전체 부지(100만평)의 40%도 사용하지 못했던 것을 100%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업체들이 북한으로 진출하고 현지 고용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다음달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으로 다시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섬유·패션업계의 경우 북한으로 가장 활발히 진출한 산업이다. 지난 2013년 섬유산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결과 섬유·패션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요청이 높아 정부에 단지 조성을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섬유·패션 대세
공기업들도 박차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공장을 가동한 기업은 124개이며 신원, 태광산업, 인디에프, 좋은 사람들, 쿠쿠전자 등이 있다. 


최근 개성공단기업 비생대책위원회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공단에 다시 들어갈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 101곳 중 95%가 재입주 의사를 밝혔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민간 부문서 미국인들이 북한에 들어가 에너지 설비 구축을 도울 것이다. 북한은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인프라 개발과 북한 주민들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도 북한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대북 금융사업 준비를 전담할 태스크포스(TF)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가칭)을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이다. 
 

준비단은 남북 경제협력과 금융지원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북미관계 변화, 정부정책 방향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대북 금융사업을 추진하고 지원사업을 발굴한다. 단장은 일단 은행 임원이 맡을 전망이지만, 추후 외부전문가 넘겨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또 지주와 은행 간 대북 금융사업 시너지를 꾀하기 위해 중국 하나은행과 지린은행, 옌볜대학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신한금융도 이달 중 지주사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변화와 경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학계와 연구기관 등 외부 북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대북경협 금융지원,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경협사업 참여, 북한 금융개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은행들도 준비
TF 발족 속속

우리은행은 이미 ‘남북 금융협력 지원 TF’를 발족했으며,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운영할 예정이다. TF에는 전략기획부, 글로벌, 외환, 투자은행, 개입영업, 기업영업 등 8개 부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참여했다. 

TF는 우선 개성공단 재가동 시 개성공단에 재입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개성공단지점은 2004년 12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시작했으나 2016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철수했다.

변호사 업계에도 ‘북한 열공모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풀려 민간 교류가 재개되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 문제 등 법률 수요가 생길 것을 염두한 로펌들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있다. 

유산상속과 가족관계 등도 중요 이슈다. 개인적으로 스터티 그룹이나 사모임을 꾸려 공부하는 변호사들도 있다고 한다. 
 

법무법인 바른이 북한투자팀을 꾸렸다. 다른 로펌서 통일 법제 관련 팀은 있지만 북한 투자를 겨냥한 팀 구성은 바른이 처음이다. 

바른은 문성우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1기)와 한명관 변호사(15기)를 주축으로 국내기업의 북한 투자와 통일과 남북교류협력 등에 대한 법제 마련 등을 위해 북한투자팀을 구성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바른 북한투자팀의 업무 분야는 ▲북한 법률·투자제도 자문 ▲남북교류·협력사업 자문 ▲북한 인프라 자원개발 및 금융 관련 자문 ▲북한과의 교역·투자설비 면세 자문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법인 설립 자문 등이다. 

문 대표변호사와 한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통일과 남북교류 협력 등에 대한 법제를 마련하는 법무부 통일법무를 관장한 경험을 토대로 이 팀의 구심점을 맡게 된다. 

이들은 한국기업에 북한에 투자할 경우 검토해야 할 북한의 북남경제협력법뿐만 아니라 북한투자 실제 경험이 있는 중국 로펌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외국인투자법, 합영법, 합작법 등 법령을 연구해왔다. 

또 최재웅 변호사(38기)는 중국 현지 로펌 근무 경력을 살려 북한투자팀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오희정 외국변호사, 한태영 변호사(41기), 김용우 변호사(41기) 등이 포진해있다. 

최 변호사는 “기존에는 개별 기업 단위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특구로만 진출할 수 있었지만 북미정상회담 이후 제재가 풀리며 전면 개방 형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북한 진출기업들이 남북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 이제 중국회사와의 합작 투자 등 방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 수업 듣고 
세미나·연구회 꾸려

법무법인 태평양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주요 사항과 법적 절차, 국제 제재, 정전(停戰)·종전(終戰) 협정, 다자안보체제 등에 대한 내부 스터디를 하고 있다. 

유욱(55·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 등 북한팀이 주축이다. 태평양은 북한의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투자, 보험 분쟁, 손해배상 등 자문 업무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외부 북한법·통일법제 전문가를 초청해 매년 ‘광장 통일법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광장 통일법제팀 구성원 가운데는 자발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선 경우도 많다.

권순엽(61) 미국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서 활동하고 있다. 임형섭(41·36기) 변호사는 학술단체 ‘모자이크 코리아’와 연계해 한반도 통일 이후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은 올해 결과물을 낸다. 

법무법인 세종의 남북경협팀은 조용준(59·17기), 이수현(48·30기) 변호사 등 10여명이 모여 북한과 남북경협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시장경제화 과정에서의 법률적 문제와 대응방안’을 펴냈다. 

이 외에도 ▲북한의 법제 현황 ▲남북경협 관련 법제에 대한 연구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대한 연구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북한 관련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류한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병수(52·27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10명 규모의 남북경협TF팀을 꾸렸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 특수법령과(현 통일법무과) 검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북한 투자 자산에 대한 손해 발생 시 보상 관련 자문’, ‘남북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절차 관련 자문’ 등을 수행했다. 한수연(40·36기) 변호사 등이 북한노동법을 비롯한 대북관련 투자 기업법무·조세 등에 관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북한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남북 통일금융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는 기업은행의 개성공단 지점 설치를 포함한 대북 금융 진출 방안이나 ▲도로 ▲철도 ▲항만 ▲환경 등 SOC 인프라 구축 시 파이낸싱 참여 등을 관장한다. 특히 기업은행은 공단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제조 설비 관련 투자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 투자
중소기업 지원도

기존에 나가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추가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지원도 추진한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진출한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이 의미를 잘 담아낸다고 생각해 명칭을 바꿨다” 며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실질적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