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계가 인정한 방탄소년단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8 10:46:00
  • 호수 1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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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한류’ 싸이마저 뛰어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2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한국 가수로서 최초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데미 로바토, 션 멘데스 등의 세계적인 팝스타들을 제치고 이 상을 수상. K-POP(이하 케이팝)으로 세계를 평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BTS∼” 지난 21일 오전 9시(한국시각) 미국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서 BTS(방탄소년단)의 이름이 울러 퍼졌다. 관객들은 물론, 세계적인 팝 스타들 모두 크게 환호하며 축하를 보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탑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넘어
전 세계 주목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세계 대중음악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1894년 미국 뉴욕서 창간한 <빌보드>지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집계, 발표했다. 이 순위는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한 것으로서 그 공신력을 인정받아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됐다.

‘톱 소셜 아티스트’상은 지난 한 해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지난 3월까지 1년 간 빌보드 ‘소셜 50’ 차트 랭킹, 주요 SNS서의 팬 참여 지수 등의 실적과 14일부터 20일까지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수상자를 정한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세계적인 팝스타를 제치고 수상했다. 이 시상식서 한국 가수가 수상한 사례는 2013년 ‘강남스타일’로 ‘톱 스트리밍 송’ 비디오 부문상을 받은 싸이가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수상 직후 “감사하다. 2년 연속 소중한 상을 안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이나 연속으로 받게 돼서 소셜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몇몇 팬들이 방탄소년단 뮤직이 삶을 바꿨다고 했다. 말이라는 게 소셜을 타고 넘어 전달되는 게 얼마나 힘이 있는지 알게 됐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방탄소년단은 수상에 이어 이날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컴백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8일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들은 또 좌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와 라이브를 펼쳐 관객의 한국어 가사 떼창을 끌어냈고 전 세계 팬들의 열광스러운 호응을 받았다.

2년 연속 빌보드뮤직어워드 수상 ‘쾌거’
한국 가수 최초 “K-POP으로 세계 평정”

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들을 방탄소년단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등 이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해 퍼렐 윌리엄스, 릴 펌, 존 레전드 등이 방탄소년단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곡 ‘DNA’와 ‘불타오르네’ ‘쩔어’에 이어 최근 ‘피 땀 눈물’까지 3억뷰를 돌파하며, 한국 그룹 최초로 4편의 3억뷰 뮤직비디오를 보유했다. 이처럼 전 세계를 평정한 방탄소년단은 가수 브랜드평판 5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2018년 4월20일부터 2018년 5월21일까지 가수 브랜드 빅데이터 8923만개의 소비자 브랜드 참여, 미디어, 소통, 커뮤니티 분석을 했다.


 가수 브랜드평판지수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음원을 선보이고 있는 가수 브랜드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소비자 행동분석을 하여 참여가치, 소통가치, 미디어가치, 커뮤니티가치로 분류하고 긍부정비율 분석과 평판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된 지표다. 

브랜드 평판분석을 통해 브랜드에 대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왜, 이야기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2018년 5월 가수 브랜드평판 순위서 방탄소년단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워너원, 아이콘, 트와이스 등 순이다. 

엄청난 국내 팬덤을 자랑하며 ‘국민 그룹’으로 꼽힌 워너원을 꺾고, 방탄소년단이 ‘세계 그룹’으로서 인기를 입증했다.

방탄소년단은 올해로 데뷔 4년 차에 불과한 그룹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해외 시장서 큰 화제가 되며 역으로 국내 시장가지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알렸다. 지난 2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청와대 만찬서 케이팝에 관심을 보이며 방탄소년단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케이팝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를 한다. 한국어를 가르쳐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앞에서 케이팝을 부르게 하겠다”고 말해 만찬장을 훈훈하게 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케이팝에 맞춰 자녀들과 흥겹게 춤추는 영상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별 마케팅 없이 
해외시장 개척

국내 1위 게임회사 넷마블은 지난달 방탄소년단 소속 회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투자했다. 넷마블은 이들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 월드’를 상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멤버들은 미국 등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화보 1만장, 스토리 영상 100개 이상을 찍을 정도로 애를 썼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파급 효과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트라(KOTRA)는 2013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대히트가 만들어낸 국가브랜드 자산 창출액이 6656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BTS 신드롬’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7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서 처음으로 선보인 아이돌 그룹이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의미로, 10대의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히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멤버는 진(김석진, 1992년생, 서브보컬), 슈가(민윤기, 1993년생, 리드래퍼), 제이홉(정호석, 1994년생, 서브래퍼·메인댄서), RM (김남준, 1994년생, 리더·메인래퍼), 지민(박지민, 1995년생, 리드보컬·메인댄서), 뷔(김태형 1995년생, 서브보컬), 정국(전정국, 1997년생, 메인보컬·서브래퍼·리드댄서)으로 구성돼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방송 데뷔는 2013년 6월13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통해서다. 그 전날인 12일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데뷔곡 타이틀 ‘No More Dream’)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앨범은 멜론 뮤직 어워드, 서울가요대상과 골든 디스크, 가온 차트 K-POP 어워드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데뷔 후 2년여 동안 <학교 3부작> 앨범을 연이어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 그들은 첫 번째 정규 앨범 <DARK&WILD>(2014)를 발매했다.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세 번째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1>(2015)에 이어 네 번째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2>(2015)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첫 진입했다. 이듬해 이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2016)를 발매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2017년 현재까지 105만장에 달하는 판매량을 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화양연화> 시리즈의 성공으로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다. 

2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WINGS>(2016)를 통해 케이팝 아이돌 그룹으로 해외서 전례 없던 대기록을 세우며 톱 아이돌 반열에 등극했다. 이 앨범은 발매 전 선주문 50만장을 기록하며 두 달 간 총 75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판매량은 가온차트 집계 사상 최고 기록(2016년 가온차트 연간 결산 1위)을 갈아치우며 그들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빌보드 200 차트에 26위로 진입해 한국 가수 중 최고 기록을 세운 동시에 ‘빌보드 200’에 3개 앨범 연속 진입 기록과 2주 연속 차트 유지,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진입(62위)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18주 연속 톱10에 들었다. 

방탄소년단은 2016년 12월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멜론 뮤직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첫 수상하며 데뷔 3년 만에 국내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케이팝 그룹 최초로 시상식에 참석해 톱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다음 앨범으로 2017년 9월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Love Yourself 承 `Her`>은 출시 이후 13일 만에 12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해 이는 가온차트 집계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량이자, 단일앨범 월간 판매기준 2001년 11월 god 정규 4집 앨범(144만장, 한국음반산업협회) 이후 16년 만에 120만장 돌파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가요계 새 역사를 썼다.

편견 이겨내고
새 역사 쓰다

이후 가온차트 누적 집계 사상 최다 판매량인 149만장(1월 12일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다판매량으로 가온차트 연간앨범차트 1위에 등극하며 명실상부 ‘음반킹’ 자리를 확고히 했다. 

빌보드 200 7위에 진입해 한국 가수 최고 순위이자 아시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기존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타이틀곡 ‘DNA’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빌보드 핫 100에서 85위로 진입하며 방탄소년단의 첫 번째 핫 100 진입의 쾌거를 이뤘다. 

이후 일주일 만에 67위로 순위가 상승해 케이팝 그룹 최고 순위(원더걸스의 ‘Nobody’ 영어버전이 기록한 76위)를 갈아치웠다. 또한 한국 가수 최초로 5개 앨범이 연속 빌보드 200 차트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 가수 최초로 4주 연속 빌보드 핫 100과 빌보드 200에 동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 11월 K-pop 그룹 최초이자 2017년 올해 아시아 뮤지션으로서는 유일하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퍼포머’로 초청받은 방탄소년단은 성공적인 미국 데뷔 무대를 마쳤다. 2017년 12월 신곡 ‘MIC Drop’ 리믹스 버전이 빌보드 핫100서 28위에 오르며 방탄소년단의 자체 기록이자 케이팝 그룹 최고의 기록을 또 갈아 치웠다.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서 K-pop 그룹 최초로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12월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멜론 뮤직 어워드 올해의 베스트송상, 글로벌 아티스트상에 이어 2018년 1월 골든디스크 시상식 음반부문 대상과 서울가요대상서 첫 대상을 수상했다. 

총 4개의 대상 트로피, 주요 시상식의 대상을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들의 데뷔 이후, 전 세계서 약 500만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92∼97년생 7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데뷔 4년 만에 각종 신기록 갈아치워

탄소년단 앨범은 상당수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슈가와 RM의 경우 프로듀싱도 맡았다. 연습생 시절부터 프로듀싱을 해왔다. 멤버들도 종종 ‘곡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힐 만큼 각 세대별로 공감대 있는 가사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온라인서부터 시작됐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팬들과 소통해 온 결과 빌보드 소셜50 차트 1위에 올랐고 SNS서 강력한 파급력을 바탕으로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톱소셜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데뷔 전부터 유튜브와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SNS, 미디어 플랫폼 등에서 그들의 활동이 국내외 팬들의 접근성을 높인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 받는다. 

트위터 코리아 공식 계정은 지난 11월13일, 방탄소년단 그룹 공식 트위터(@BTS_twt) 팔로워 수가 1000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기네스 세계기록 2018(기네스북)>의 ‘트위터 최다 활동’ 남성 그룹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언론들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앞 다투어 그들을 소개하고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지인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의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늘리고 있는 헌신적인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미국 음악 차트서 역사적인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방송 매체 BBC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BTS: 케이팝 왕자들의 지속적인 힘’이라는 기사를 통해 “싸이가 2012년 강남 스타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 인기는 곧 잠잠해졌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어느 케이팝 스타도 하지 못했던 악명 높은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소셜미디어서도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했으며 큰 인기를 끄는 비결로 세심하게 유지하는 팬과의 소통을 꼽기도 했다.

인기 비결은?
세심한 소통

국내 음악 평론가들도 독보적인 위상을 떨친 방탄소년단은 연거푸 극찬했다. 지난해 11월20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국내 생중계서 사회를 맡은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참석에 대해 “싸이 미국 진출 이후의 쾌거”라며 방탄소년단의 행보를 높게 평가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의 미국내 정서적 지분이 대단하다는 걸 입증하는 무대”라며 “아직도 케이팝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싸이 이후 위기 국면이었는데 방탄소년단 덕분에 다시 살았다”고 언급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TS 만든 방시혁의 파워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세계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International Power Players)’에 선정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빌보드는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 73인을 발표하며,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가 음악제작(Recording) 부문 파워 플레이어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빌보드는 “방시혁 대표가 프로듀싱 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Her)’앨범이 전 세계적으로 160만장 이상 팔렸으며, 한국 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TOP 10 안에 이름을 올렸고, 앨범 타이틀 곡 DNA는 Digital Song Sales 37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방 대표는 빌보드 매거진을 통해 “더 많은 K-Pop 가수들의 음악이 차트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는 미국 음악 팬들을 만족 시킬 아티스트들이 아주 많이 있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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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구도는 여전히 ‘1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쳐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그의 대형 ‘리스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당선’이 상수가 된 걸까? 12일,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대선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최고의 선택을 위한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남은 결정의 순간 여론조사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독주 중이다. 어떤 후보와 맞붙어도 지지율 격차가 10~15%p가량 나고 있다. 당락을 가른다는 중도층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과반인 상태다. 현재 분위기로는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모래주머니’처럼 발목에 매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도 일단 털어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대선 이후로 바꾸면서다. 지난 1일 대법원이 항소심서 무죄를 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후보는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판결 과정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의 취지를 받아들였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됐다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이 나올 가능성이 컸던 것. 파기환송심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을 받고 재상고심서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입장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었다. 실제 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탄핵 예고, 대법관 수를 늘리는 내용의 법안 발의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을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과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인 ‘허위 사실 공표죄’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은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다음 달 18일로 변경한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안팎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재판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기일 연기로 사법 리스크 해소 법원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으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던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 후보로선 안 그래도 독주 상황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 추가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수 결집 가능성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또다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배경엔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사태까지 있다. 헌재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의 결집력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역대 선거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이 대형 선거 때마다 보수 진영을 떠받쳤다. 지금보다 지역 갈등이 강했던 과거에는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과 비교해 표밭이 큰 편이었다. 진보 진영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일정 정도의 표를 얻어야 보수 진영과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이번 대선과 똑같은 이유로 치러진 19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통령은 진보 진영서 나왔지만 전체 표수는 보수 진영이 더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진행된 19대 대선은 투표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싱거운 싸움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간의 표차는 무려 557만표였다. 17대 대선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정동영 후보 간의 표차인 531만표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하지만 당시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뜯어보면 양 진영의 표 크기가 대략 보인다. 풀린 족쇄 훨훨 날까 19대 대선서 문 전 대통령에 이어 홍 전 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전 국민의힘 의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전 정의당 의원) 순으로 표를 얻었다. 총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서 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이다. 문 전 대통령과 심 후보는 진보 후보로, 홍 전 시장과 안 후보, 유 후보는 보수 후보로 크게 묶인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범진보 후보는 1544만1258표, 범보수 후보는 1705만9962표를 얻었다. 150만표가량 보수 진영이 많이 득표했다. 제3당 후보의 사퇴로 1 대 1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서도 박 전 대통령이 1577만3128표(51.2%), 문 전 대통령이 1469만2632표(48%)를 얻었다. 108만표 차이다. 당시 투표율은 75.8%였다. 17대 대선보다 12%p 오른 수치로 양 진영에서는 ‘총력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상태였다. 양 진영 모두 투표장에 나올 만큼 나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냐, 이재명이 아니냐’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명연대’의 선봉에 서서 이 후보 외에 모든 후보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선거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이 후보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후보가 출마했던 20대 대선 때는 역으로 진보 진영의 표가 더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639만4815표(48.6%)를, 이 후보는 1614만7738표(47.8%)를 득표하면서 24만표(0.7%p)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당시 제3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의당 심 후보가 얻은 표는 80만3358표였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대통령이 바뀔 수도 있었던 수치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결국 표심이 나뉘는 걸 얼마나 저지하느냐에 따라 대통령 당락이 바뀌기도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일화 이슈가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선은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서 1명의 후보만 나와 1대 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함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완주하면 지난 대선 때와 달리 보수표가 갈릴 가능성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가상 대결서 6~7%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이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는 6%, 국민의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꿨을 때는 7%였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2.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지만 이 후보는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투표 용지에 후보 이름이 찍히는 오는 25일까지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20~30대 청년층의 표심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20대와 30대는 지난 대선서 성별에 따라 투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 세대다. 남성은 윤 전 대통령을,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대에서는 그 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과반이 이 후보를, 남성의 과반은 윤 전 대통령에 표를 던졌다. 보수 결집하고 단일후보 누가 더 지지층 끌어오나 30대 역시 남녀 간 차이를 보였지만 그 격차는 20대보다 작았다. 반면 40~50대는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은 윤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서 20~30대 여성은 탄핵 찬성 쪽에, 남성은 반대 쪽에 선 사례가 많았다. 실제 지난 대선, 탄핵 반대 집회 등을 보고 20~30대 남성의 ‘보수화’를 조명하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시절 그 선봉에 대학생이 섰던 때와 비교하면 한 세대 만에 젊은 남성이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쪽으로 이른바 ‘전향’이 이뤄진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투표율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선 세 번의 대선은 투표율이 모두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4명 가운데 3명은 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진영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중년, 노년층은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반면 청년, 장년층은 상대적으로 투표 의지가 약하다는 과거 사례서 비롯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75% 이상 나온 세 번의 대선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한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다. 단순히 전체 투표율이 높은 걸로 당락을 가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대별, 성별로 투표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세부 투표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다 된 밥’이라는 인식을 깨야 하고, 보수 진영은 ‘어차피 진 싸움’이라는 생각을 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국 투표 포기층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지지 세력을 끌고 올 수 있느냐에 대선 결과가 달린 셈이다. 삐끗하면 골로 간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말실수’를 하나의 변수로 꼽았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후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선거서 후보의 말실수가 낙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대선 토론회 등 주목도가 높은 자리에서의 말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