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계가 인정한 방탄소년단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8 10:46:00
  • 호수 1168호
  • 댓글 0개

‘신 한류’ 싸이마저 뛰어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2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한국 가수로서 최초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데미 로바토, 션 멘데스 등의 세계적인 팝스타들을 제치고 이 상을 수상. K-POP(이하 케이팝)으로 세계를 평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BTS∼” 지난 21일 오전 9시(한국시각) 미국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서 BTS(방탄소년단)의 이름이 울러 퍼졌다. 관객들은 물론, 세계적인 팝 스타들 모두 크게 환호하며 축하를 보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탑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넘어
전 세계 주목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세계 대중음악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1894년 미국 뉴욕서 창간한 <빌보드>지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집계, 발표했다. 이 순위는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한 것으로서 그 공신력을 인정받아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됐다.

‘톱 소셜 아티스트’상은 지난 한 해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지난 3월까지 1년 간 빌보드 ‘소셜 50’ 차트 랭킹, 주요 SNS서의 팬 참여 지수 등의 실적과 14일부터 20일까지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수상자를 정한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세계적인 팝스타를 제치고 수상했다. 이 시상식서 한국 가수가 수상한 사례는 2013년 ‘강남스타일’로 ‘톱 스트리밍 송’ 비디오 부문상을 받은 싸이가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수상 직후 “감사하다. 2년 연속 소중한 상을 안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이나 연속으로 받게 돼서 소셜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몇몇 팬들이 방탄소년단 뮤직이 삶을 바꿨다고 했다. 말이라는 게 소셜을 타고 넘어 전달되는 게 얼마나 힘이 있는지 알게 됐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방탄소년단은 수상에 이어 이날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컴백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8일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들은 또 좌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와 라이브를 펼쳐 관객의 한국어 가사 떼창을 끌어냈고 전 세계 팬들의 열광스러운 호응을 받았다.

2년 연속 빌보드뮤직어워드 수상 ‘쾌거’
한국 가수 최초 “K-POP으로 세계 평정”

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들을 방탄소년단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등 이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해 퍼렐 윌리엄스, 릴 펌, 존 레전드 등이 방탄소년단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곡 ‘DNA’와 ‘불타오르네’ ‘쩔어’에 이어 최근 ‘피 땀 눈물’까지 3억뷰를 돌파하며, 한국 그룹 최초로 4편의 3억뷰 뮤직비디오를 보유했다. 이처럼 전 세계를 평정한 방탄소년단은 가수 브랜드평판 5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2018년 4월20일부터 2018년 5월21일까지 가수 브랜드 빅데이터 8923만개의 소비자 브랜드 참여, 미디어, 소통, 커뮤니티 분석을 했다.


 가수 브랜드평판지수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음원을 선보이고 있는 가수 브랜드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소비자 행동분석을 하여 참여가치, 소통가치, 미디어가치, 커뮤니티가치로 분류하고 긍부정비율 분석과 평판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된 지표다. 

브랜드 평판분석을 통해 브랜드에 대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왜, 이야기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2018년 5월 가수 브랜드평판 순위서 방탄소년단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워너원, 아이콘, 트와이스 등 순이다. 

엄청난 국내 팬덤을 자랑하며 ‘국민 그룹’으로 꼽힌 워너원을 꺾고, 방탄소년단이 ‘세계 그룹’으로서 인기를 입증했다.

방탄소년단은 올해로 데뷔 4년 차에 불과한 그룹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해외 시장서 큰 화제가 되며 역으로 국내 시장가지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알렸다. 지난 2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청와대 만찬서 케이팝에 관심을 보이며 방탄소년단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케이팝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를 한다. 한국어를 가르쳐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앞에서 케이팝을 부르게 하겠다”고 말해 만찬장을 훈훈하게 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케이팝에 맞춰 자녀들과 흥겹게 춤추는 영상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별 마케팅 없이 
해외시장 개척

국내 1위 게임회사 넷마블은 지난달 방탄소년단 소속 회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투자했다. 넷마블은 이들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 월드’를 상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멤버들은 미국 등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화보 1만장, 스토리 영상 100개 이상을 찍을 정도로 애를 썼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파급 효과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트라(KOTRA)는 2013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대히트가 만들어낸 국가브랜드 자산 창출액이 6656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BTS 신드롬’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7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서 처음으로 선보인 아이돌 그룹이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의미로, 10대의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히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멤버는 진(김석진, 1992년생, 서브보컬), 슈가(민윤기, 1993년생, 리드래퍼), 제이홉(정호석, 1994년생, 서브래퍼·메인댄서), RM (김남준, 1994년생, 리더·메인래퍼), 지민(박지민, 1995년생, 리드보컬·메인댄서), 뷔(김태형 1995년생, 서브보컬), 정국(전정국, 1997년생, 메인보컬·서브래퍼·리드댄서)으로 구성돼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방송 데뷔는 2013년 6월13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통해서다. 그 전날인 12일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데뷔곡 타이틀 ‘No More Dream’)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앨범은 멜론 뮤직 어워드, 서울가요대상과 골든 디스크, 가온 차트 K-POP 어워드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데뷔 후 2년여 동안 <학교 3부작> 앨범을 연이어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 그들은 첫 번째 정규 앨범 <DARK&WILD>(2014)를 발매했다.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세 번째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1>(2015)에 이어 네 번째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2>(2015)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첫 진입했다. 이듬해 이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2016)를 발매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2017년 현재까지 105만장에 달하는 판매량을 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화양연화> 시리즈의 성공으로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다. 

2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WINGS>(2016)를 통해 케이팝 아이돌 그룹으로 해외서 전례 없던 대기록을 세우며 톱 아이돌 반열에 등극했다. 이 앨범은 발매 전 선주문 50만장을 기록하며 두 달 간 총 75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판매량은 가온차트 집계 사상 최고 기록(2016년 가온차트 연간 결산 1위)을 갈아치우며 그들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빌보드 200 차트에 26위로 진입해 한국 가수 중 최고 기록을 세운 동시에 ‘빌보드 200’에 3개 앨범 연속 진입 기록과 2주 연속 차트 유지,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진입(62위)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18주 연속 톱10에 들었다. 

방탄소년단은 2016년 12월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멜론 뮤직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첫 수상하며 데뷔 3년 만에 국내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케이팝 그룹 최초로 시상식에 참석해 톱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다음 앨범으로 2017년 9월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Love Yourself 承 `Her`>은 출시 이후 13일 만에 12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해 이는 가온차트 집계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량이자, 단일앨범 월간 판매기준 2001년 11월 god 정규 4집 앨범(144만장, 한국음반산업협회) 이후 16년 만에 120만장 돌파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가요계 새 역사를 썼다.

편견 이겨내고
새 역사 쓰다

이후 가온차트 누적 집계 사상 최다 판매량인 149만장(1월 12일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다판매량으로 가온차트 연간앨범차트 1위에 등극하며 명실상부 ‘음반킹’ 자리를 확고히 했다. 

빌보드 200 7위에 진입해 한국 가수 최고 순위이자 아시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기존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타이틀곡 ‘DNA’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빌보드 핫 100에서 85위로 진입하며 방탄소년단의 첫 번째 핫 100 진입의 쾌거를 이뤘다. 

이후 일주일 만에 67위로 순위가 상승해 케이팝 그룹 최고 순위(원더걸스의 ‘Nobody’ 영어버전이 기록한 76위)를 갈아치웠다. 또한 한국 가수 최초로 5개 앨범이 연속 빌보드 200 차트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 가수 최초로 4주 연속 빌보드 핫 100과 빌보드 200에 동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 11월 K-pop 그룹 최초이자 2017년 올해 아시아 뮤지션으로서는 유일하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퍼포머’로 초청받은 방탄소년단은 성공적인 미국 데뷔 무대를 마쳤다. 2017년 12월 신곡 ‘MIC Drop’ 리믹스 버전이 빌보드 핫100서 28위에 오르며 방탄소년단의 자체 기록이자 케이팝 그룹 최고의 기록을 또 갈아 치웠다.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서 K-pop 그룹 최초로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12월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멜론 뮤직 어워드 올해의 베스트송상, 글로벌 아티스트상에 이어 2018년 1월 골든디스크 시상식 음반부문 대상과 서울가요대상서 첫 대상을 수상했다. 

총 4개의 대상 트로피, 주요 시상식의 대상을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들의 데뷔 이후, 전 세계서 약 500만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92∼97년생 7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데뷔 4년 만에 각종 신기록 갈아치워

탄소년단 앨범은 상당수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슈가와 RM의 경우 프로듀싱도 맡았다. 연습생 시절부터 프로듀싱을 해왔다. 멤버들도 종종 ‘곡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힐 만큼 각 세대별로 공감대 있는 가사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온라인서부터 시작됐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팬들과 소통해 온 결과 빌보드 소셜50 차트 1위에 올랐고 SNS서 강력한 파급력을 바탕으로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톱소셜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데뷔 전부터 유튜브와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SNS, 미디어 플랫폼 등에서 그들의 활동이 국내외 팬들의 접근성을 높인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 받는다. 

트위터 코리아 공식 계정은 지난 11월13일, 방탄소년단 그룹 공식 트위터(@BTS_twt) 팔로워 수가 1000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기네스 세계기록 2018(기네스북)>의 ‘트위터 최다 활동’ 남성 그룹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언론들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앞 다투어 그들을 소개하고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지인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의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늘리고 있는 헌신적인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미국 음악 차트서 역사적인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방송 매체 BBC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BTS: 케이팝 왕자들의 지속적인 힘’이라는 기사를 통해 “싸이가 2012년 강남 스타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 인기는 곧 잠잠해졌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어느 케이팝 스타도 하지 못했던 악명 높은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소셜미디어서도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했으며 큰 인기를 끄는 비결로 세심하게 유지하는 팬과의 소통을 꼽기도 했다.

인기 비결은?
세심한 소통

국내 음악 평론가들도 독보적인 위상을 떨친 방탄소년단은 연거푸 극찬했다. 지난해 11월20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국내 생중계서 사회를 맡은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참석에 대해 “싸이 미국 진출 이후의 쾌거”라며 방탄소년단의 행보를 높게 평가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의 미국내 정서적 지분이 대단하다는 걸 입증하는 무대”라며 “아직도 케이팝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싸이 이후 위기 국면이었는데 방탄소년단 덕분에 다시 살았다”고 언급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TS 만든 방시혁의 파워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세계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International Power Players)’에 선정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빌보드는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 73인을 발표하며,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가 음악제작(Recording) 부문 파워 플레이어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빌보드는 “방시혁 대표가 프로듀싱 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Her)’앨범이 전 세계적으로 160만장 이상 팔렸으며, 한국 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TOP 10 안에 이름을 올렸고, 앨범 타이틀 곡 DNA는 Digital Song Sales 37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방 대표는 빌보드 매거진을 통해 “더 많은 K-Pop 가수들의 음악이 차트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는 미국 음악 팬들을 만족 시킬 아티스트들이 아주 많이 있다”고 말했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