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사는’ 휴대폰 암거래 현장 가보니…

‘30만원…40만원’ 계산기로 흥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직원에게 ‘갤럭시S8’ 가격을 묻자 상담직원은 계산기를 들이밀며 되물었다. “얼마까지 보고 왔어요?” 다른 영업점서 단말기 가격을 얼마에 제시했냐는 것이다. 계산기에 52만원을 적어 주자 직원은 단가표를 확인하더니 49만원으로 다시 적어 보여줬다. 현재 갤럭시S8 단말기의 출고가는 79만9700원이다. 불법 현금지원으로 몸집을 키운 테크노마트는 현재 대한민국서 가장 거대한 휴대폰 암거래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 20일 방문한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은 휴대폰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흡사 동대문 옷가게들을 연상시키는 풍경이었다. 매장 앞을 지나갈 때마다 “편하게 물어보세요” 혹은 “잘해드릴 테니 앉아 봐요” 같은 호객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휴대폰 출고가격은 정해져 있고 보조금 지원은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잘해준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면서도 몇 군데 가게를 지나쳤다.

실상은…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판매점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있어 치외법권의 장소다. 경쟁과열을 막아 휴대폰 유통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자는 단통법의 취지를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손님이 없는 몇 군데 가게에 들러 상담을 받았다. 판매자가 묻는 것은 간단했다. 원하는 기기, 통신사 변경 여부, 공시지원금을 받을지 요금의 20%를 할인 받을 지, 납부 방식 등이다.

질문에 맞춰 갤럭시S8, SKT로 통신사 이동, 20% 요금할인, 할부금 완납 등의 대답을 했다. 판매직원은 무언가를 확인한 후 49만9900원이라는 가격을 계산기로 보여줬다. 혹시 모를 녹취나 주위 사람들이 듣는 것을 경계하는 듯했다. 


어떻게 이 가격에 기계를 제공하는지 그 자리서 묻고 싶었지만 손님들 가운데 아무도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암암리에 소문을 듣고 테크노마트를 찾아오는 이유가 이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갤럭시S8 단말기 출고 가격은 79만9700원이다. 30만원을 깎아주는데 제휴 카드를 만들거나 인터넷 결합 상품을 추천하지도 않았다. 단지 통신사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에서 지원금을 보조한다고 추측해볼 수 있었다.

과거 테크노마트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LGU+ 대리점 직원에게 단말기 보조금 지원이 어떻게 가능한지 들을 수 있었다. 

LGU+ 관계자는 “테크노마트서 통신사 이동 고객에게 30만원 정도를 지원했다면 그 고객으로 인해 영업점은 50만원가량의 수익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30만∼40만원가량 지원해도 영업점의 이익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이 구조는 통신사가 만들어낸 구조”라며 “통신사가 각 영업점에 직접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은 불공정거래기 때문에 중간에 휴대폰 도매업자를 끼워 넣어 도매업자에게 영업점이 휴대폰을 제공받도록 한다”고 언급했다. 
 

도매업자가 단말기를 제공하는 금액은 시가로 주식처럼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LGU+ 관계자는 “SKT가 현재 통신판매업 최대 사업자인 만큼 SKT가 시장가격을 만들고 KT나 LGU+가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특정 모델로 번호 이동은 얼마’ ‘특정 요금제의 기기변경은 얼마’ 이런식의 기준을 통신사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통신사와 제조사 간의 어떤 거래가 있는지 확실치 않지만 그들이 담합해 지금의 시장구조를 만들고 있고, 이 상태로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며 “자세한 유통 구조를 모르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휴대폰을 구매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단통법 비웃는 불법 보조금 여전
복잡한 구조 피해는 소비자의 몫

최근 정부는 이동통신시장의 불법보조금 지급과 공시 위반 행위를 조사하는 단말기유통조사단을 2년 더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이달 31일 만료 예정이었던 단말기유통조사단의 운영기한을 오는 2020년까지 2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자급제 비중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가 이동통신사 간 혜택을 고려한 선택을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공정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영업점은 고객 유치 과정서 법적 최대 보조금에 웃돈까지 얹어 고객을 유치하고, 통신사들은 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이런 환경서 불공정행위를 적발하는 전담조직이 아직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통위는 “이미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서 가입자 뺏기 등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금 공시 위반 사례가 있고 그 위반 행위가 더욱 지능화되고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가계통신비 경감대책, 고가요금제 강요 같은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며 “단속을 위한 조사단 운영의 필요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명한 이동통신 시장을 만들어 통신비를 낮춰보자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까지 논의되고 있는 휴대폰자급제가 그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자급제폰, 일명 ‘언락폰(unlock phone)’은 통신사와 관계없이 단말기를 구매하고 원하는 통신사와 요금제를 선택해 사용하도록 디자인됐다. 

자급제폰 제도는 이동통신사와 약정계약이 없기 때문에 통신사가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보조금을 막아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통신 요금도 이통사 간의 경쟁이 불가피 해 더 저렴한 요금제를 기대해볼 만하다.
 

자급제폰 제조와 유통이 활발해지는 것도 이동통신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자급제폰 갤럭시 S9/S9+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LG전자도 프리미엄 자급제폰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도 자급제 스마트폰을 통해 한국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국내에 단말기자급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2012년 5월이다. 2017년 기준 국내의 스마트폰의 자급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파해법 있나

세계 시장의 자급제폰 비율은 61% 정도다. 영국(26%), 브라질(38%), 미국(38%) 등은 국내에 비해 자급제폰 비율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의 점유율은 각각 72%와 84%에 달한다. 국내 소비자 단체들은 해외 사례를 들어 이동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면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 통신료와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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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