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여름 최고 기대작 <7광구> 참패 진짜 사연

‘재미없다’ 확인하러 온 관객만 200만?

[일요시사=류도경 기자] 국내 최초의 3D IMAX 제작. 액션 여전사로 변신한 하지원을 비롯,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등의 탄탄한 출연진. <디워> <괴물>의 뒤를 잇는 국내SF대작. 충분히 흥행의 요소를 갖추고 있고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7광구>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비참했다. 관객들은 왜 <7광구>를 외면한 것일까?

최단기간 150만 관객 돌파하고도 조기 종영
스토리의 부재, 수준 낮은 3D에 관객 외면

이상신호는 시사회를 보고 온 언론 관계자들의 표정에서부터 나타났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부터, 한숨을 쉬는 이까지 다양했고, “너무 성급했다”는 혹평도 쏟아져 나왔다.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서 안 좋은 입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뻔한 스토리, 어이없는 전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연출, 밋밋한 연기, 기술력 부족의 3D기법까지 <7광구>의 모든 부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평론가는 “<7광구>는 칭찬보다 비난을 견뎌야 하는 시기”라는 냉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언론시사회부터 삐걱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7광구> 제작진 측도 긴급대안을 마련했다. 언론시사회에서 지적당한 부분을 급히 수정하기에 이르렀고, 3D부터 사운드까지 영화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듬기도 했다.

<7광구> 제작진의 관계자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후반 작업을 통해 탄생될 <7광구>는 언론시사회 때와는 100% 다른 작품으로 태어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부분을 수정하다보니, 시간이 촉박해 개봉 지연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 관객에게 어필을 한 것일까.

초반의 흥행성적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단기간 150만 관객 돌파,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석유가스와 천연가스 매장지로 알려진 제주도 남단의 7광구. 그곳에 있는 이클립스호란 협소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대원들과 괴물의 사투를 다루는 영화 <7광구>를 보고나온 관객은 하나같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개연성 없는 스토리를 <7광구>의 흥행실패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심해 생명체와 대적한다는 단순한 괴수영화의 플롯을 따른 <7광구>는 할리우드식 ‘액션 따라잡기’를 시도했다 결국 스토리를 놓치고 말았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우후죽순 죽어나가는 캐릭터들은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했고, 주인공 하지원 또한 왜 목숨을 걸고 석유를 캐는지,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긴장의 끈이다. <7광구>는 결국 시각적인 3D효과에만 치중하다 스토리를 놓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7광구>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였던 3D부분까지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우선 3D효과는 초반부에는 거의 느낄 수도 없었다. 그나마 후반부에 가면 이 영화가 3D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부분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특히 3D장면이 도드라져야하는 액션장면에서 3D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 <7광구>의 가장 큰 치명적인 단점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렇게 어설픈 3D효과로 도배를 할 것 같았으면 차라리 제대로 된 줄거리를 잡고 CG로 마무리 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블로그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이 되며, 각종 포털사이트의 상위 검색어에 랭크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SNS와 포털의 블러그 등에 작품에 대한 비평을 쓰며 “최악의 영화, 돈이 아까울 정도”라는 혹평까지 쏟아냈다.

그 결과 개봉 초반 <7광구>는 배급사의 물량공세로 한 주 반짝 흥행 선두를 차지하고는 입소문이 본격적으로 나기 시작한 2주차부터 곧바로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미 1주차에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은 SNS나 블로그를 통해 영화평을 올리기 시작했고, 과거 느리게 퍼지던 입소문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영화 흥행의 하락세를 더욱 부채질했다.

블록버스터 사상 최악 성적
 
시나리오 및 캐릭터 문제, 그리고 3D기술에 대한 지적이 SNS를 통해 다시 한 번 제기되며, 관객들의 반응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퍼뜨려 재앙에 가까운 영화평점과 관객수 급감으로 이어진 <7광구>.

4년여의 제작기간과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로 지난 8월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광구>는 지난 주말동안 단 1372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고, 누적 관객수는 220만명에 불과한 너무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막대한 자금과 엄청난 제작기간을 거쳐 탄생한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씁쓸한 퇴장에 제작사는 물론 관객들도 실소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 못내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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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고 고인’ 민주당 소장파의 위기

‘고이고 고인’ 민주당 소장파의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다양성이 사라졌다. 정치 환경, 뉴미디어, 공천권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소장파는 옛말이 된 것일까? 조금이라도 튀는 목소리가 나올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좌표를 찍고 총공격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에서 연일 악재가 터지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내란 청산과 개혁을 필두로 전진하는 민주당의 앞길을 막을 자가 없다. 이 모든 게 ‘국민의 뜻’이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민주당의 목소리가 한 갈래로 모이고 있다. 튀었더니 바로 응징 ‘더 센 3대 특검법’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본격적으로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도 다시 군불을 땠다. 여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라는 표적에 힘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눈을 돌린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통일된 의견을 주장하면서 당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한 행보가 계속되면서 조금이라도 튀는 목소리에는 너도나도 곧바로 날을 세우기 일쑤다. 그 중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초선 곽상언 의원이 있다. 앞서 곽 의원은 “찬성 혹은 반대할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며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검사의 탄핵소추안에 기권표를 던지고 원내부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민주 진영 커뮤니티에는 “장인이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갔는지 곱씹으라” 등 곽 의원을 저격하는 글이 도배됐다. 그런 곽 의원이 이번에는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이자 민주 진영의 ‘금단의 영역’과도 같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뉴스 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어준 생각이 민주당 교리…정당 기능마저 넘긴 집권여당’이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특정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며 “오랫동안 제가 가진 정치적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꼬집었다. 김어준 저격 곽, 사법개혁 꼬집은 박 초선의 용기 VS 분탕질…갈라진 여론 이에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여당 의원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말을 바로 하라. 누가 머리를 조아리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곽 의원은 또다시 SNS를 통해 “국가 정책 결정에까지 개입하고 좌지우지한다”며 “원래의 순기능은 이미 소멸할 정도로 정치 유튜브의 역기능은 원래의 순기능을 압도한다”고 주장했다. 당론에 맞서 홀로 반대 의견을 낸 초선 의원은 또 있다. 박희승 의원은 당의 내란특별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공개 반대했다. 박 의원은 법관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며 민주당이 당론으로 주장하는 사법개혁에 신중론을 펼치는 인물이다. 그는 ‘3대 특검 대응 특위’ 회의에서 “국회가 직접 나서서 법원을 공격하고 법안을 고치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헌법 제101조에 따르면 사법권은 법원에 있고, 특별재판부를 개헌 없이 국회 논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면 법안에 대해 (재판부가) 위헌 법률 심판 제청에 들어갈 텐데, 이는 헌법 정리가 되지 않고서는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 신중해야 할 건 우리가 내란 재판을 해서 처벌을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두고두고 시비가 될 수 있다”며 “재판 구성 자체가 위헌이 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 (당이) 자꾸 법원을 난상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놓고 거센 비판이 오가자 결국 박 의원은 “윤석열의 계엄에 비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의 뜻을 밝히자 당내 비판은 사그라들었지만 지역구가 호남인 만큼 민주당 당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소신 발언과 분탕질은 구분해야 한다”는 비판도 빗발쳤다. 당내 주류 세력이 아닌 초·재선 의원이 주류에 맞서는 이른바 ‘소장파’는 한국 정치 역사의 흐름과 늘 함께해 왔다. 1980년대에는 ‘꼬마 민주당’에서 활동한 김영삼(YS)·김대중(DJ)계 초선들이 개혁과 쇄신을 외쳤다. 2000년대 보수정당에서는 ‘남정원(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정병국 전 대표·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천년민주당에서는 ‘천·신·정(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신기남 전 의원·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소신과 분탕질 2010년 이후에도 초선 또는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세력이 생겼지만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간의 계파 갈등, 정치 진영의 변화 등으로 금세 잊혀지거나 도태되는 결말을 맞이했다. 한때 ‘청년 정치’ 붐에 힘입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등 30대 정치인이 중요 직을 맡았으나 당내 기득권 세력에 막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이던 2020년대에는 ‘팬덤 정치’와 ‘제왕적 구조’를 비판하던 비명(비 이재명)계가 있었다. 현직이던 김종민·조응천·윤영찬·이원욱 등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원칙과 상식’이라는 정치 모임을 만들었고 윤 전 의원을 제외한 3인은 미래대연합을 창당했으나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소장파로 분류된 민주당 이탄희 전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위성정당 방지법 도입’을 꾸준히 주장했지만 현실 정치에 회의감을 느낀 후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선거법만 지켜달라. 퇴행만은 안 된다. 한번 퇴행하면 양당이 선거법을 재개정할 리가 없고, 한 정당이 개정하려고 해도 상대 정당이 반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정치권을 떠났다. 마찬가지로 21대 의원이자 미래학자 출신인 홍성국 전 의원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후진적인 정치 구조’를 비판했다. 홍 전 의원은 “이 같은 현실을 바꿔보려고 노력했으나 무위에 그쳤다”며 출마 기회를 내려놨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조기 대선으로 정권을 탈환한 민주당은 윤석열 부부를 비롯한 ‘내란 세력 청산’에 화력을 집중시켰고 강성인 정청래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소장파가 탄생하기는커녕, 소신 발언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금 민주당은 이견을 제시하는 개혁가보다는 내란 정당과 맞서기 위한 공격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팬덤 공천과 정치 이 같은 분위기를 주도한 데에는 정치와 뉴미디어의 결합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커져 버린 미디어의 영향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다. 팬덤 정치, 당원 중심 같은 민주당 특성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조금만 반대되는 의견을 내비쳐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싹을 잘라버릴 듯 공격해대니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지지층은 단순히 팬덤을 넘어 의제 설정이 가능한 집단이 됐고, 이로 인해 지도부를 향해 쉽게 쓴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재명-정청래 지도부를 거치면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거듭났다. 당원의 권력은 자연스럽게 강화됐다.이들은 의원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온라인 공간에 모였고 이곳에서 촉발된 이슈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빠르게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이르렀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4년 뒤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심리가 여의도 바닥에 깔린 것이다. 소장파로 불리는 세력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기승전 공천’이 되어버린 정치 생태계가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배지를 단 사람들은 재선이 목표다. 여야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지금은 공천이 정치권을 완전히 장악해 다른 목소리를 내면 죽는 지경이 됐다”며 “외국을 보면 정치인이 정치판을 떠나더라도 다른 직업을 구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 배지가 떨어지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다들 목숨을 걸고 공천을 사수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초선들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의원들이 어떻게 잘려 나가는지 두 눈으로 지켜봤다. 민주당 지지층이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이 대통령 팬카페에서는 ‘수박 명단’ ‘공천 살생부’가 돌았고 비명계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으로 인한 ‘공천 학살’을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친명, 반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일축했다. 소장파와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세력’이 불분명하게 뒤섞이면서 ‘수박(겉은 파란 민주당, 속은 빨간 국민의힘)’으로 뭉뚱그려 도마 위로 던져졌다. 소신 선배들 결말 “춥거나 외롭거나” 지선 앞두고 더욱 단단해질 단일대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계 등 비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탈당 러시가 이어졌다. 이들은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꾸렸지만 대부분 원내 진입에 실패해 배지를 내려놓고 야인이 됐다. 수박, 혹은 배신자 프레임은 한번 씌워지면 벗겨내기 힘들다. “특히 이재명정부에서는 한번 수박으로 낙인이 찍히면 어떤 직책을 맡기도 전부터 ‘나 수박 아니오’라고 해명하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도 수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정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자, 강성 지지층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투표에서 추미애 의원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자 그를 ‘왕수박’이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 세력이든 언론이든 시민 사회든, 강한 목소리로 특정인을 지지하는 집단이 오래 권력을 잡으면 100% 고이고 썩을 수밖에 없다. 정치의 모순점이 생겨날 여지는 지금도 충분하다. 이를 지적하기 위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들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당내는 물론 당 밖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당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간다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야 하는데 다 똑같은 이야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나오는 문제 제기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민주당이) 다음에도 집권할 수 있다. 기득권과 기득권의 싸움을 국민이, 특히 중도층이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민주주의가 확장되기는커녕 후퇴와 축소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비대한 권력 쪼개기가 답 백 대표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혼재되고 당원이 중심이 되면서 정치판에 변화가 생겼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독재로 갈 수밖에 없고, 과도기인 만큼 힘의 논리에 의해 의제가 쏠린다”며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소장파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과 선거법, 정당법 개정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현해 다당제 구조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소장파는 끝났다. ‘소장파다, 아니다’의 문제를 넘어 진영별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에 다당제를 도입해 소장파 역할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를 바 없는 국민의힘 ‘한때’ 소장파의 말로 소장파가 사라지는 현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탄핵 정국 당시 국민의힘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 등이 보수 소장파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며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끝나자 이들의 목소리는 시들해졌다. 새롭게 뭉치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고 김상욱 의원은 탈당 후 민주당으로 이적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재섭 의원 등이 새로운 소장파로 떠올랐지만 역시나 기득권에 묻혔다. 이들은 지도부를 향해 “전한길씨를 제명하라” 등의 요구를 했지만 친윤(친 윤석열) 세력에 가로막혀 당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