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대표들의 무덤론’ 제기되는 까닭

‘홍반장-손학새’ 둘 중 하나는 ‘곡소리’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야 지도부가 뜻밖의 ‘10·26 사태’(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맞게 됐다. 당 대표들에게 재보선은 승패에 따라 입지를 다지는 ‘무대’가 될 수도, 사퇴 압박 등 타격을 입는 ‘무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재·보선에서 연패하면서 한때 당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은 4개월 반에 불과했을 정도로 재보선은 대표들의 무덤으로 통했다. 따라서 홍준표, 손학규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아주 중요한 심판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후 내년 총선체제로 돌입해 ‘차차기’ 노리려했던 홍준표 
12월 전대, 우호적 인물 당선시키고 대권행보 가속화하려던 손학규

정기국회 개회 후 곧장 총선체제로 돌입해 배수의 진을 칠 예정이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오는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우호적인 인물을 대표로 당선시키고 야권단일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날벼락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상 초유의 사활을 건 치열한 보궐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반장’ 대표 취임
4달 만에 조기교체?
 
홍 대표는 선거 패배 시 당장 조기 교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표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홍 대표는 ‘홍준표식 공천’을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안정적인 ‘차차기’구도를 노리다 크나큰 시험대에 섰다.

승리로 이끌시 당내 입지는 더욱더 확고해 질 것이지만, 패배 시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압박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우선 대전제는 ‘이기는 후보’를 찾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친이·친박 구도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지난달 27일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축으로 한 쇄신파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친이·친박 구도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지만 당내 고질적 갈등인 이를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친이계 후보를 내세울 경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박 전 대표의 침묵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바 있어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함을 깨달은 홍 대표가 일방적으로 덜컥 친이계 후보를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히는 나경원 최고위원도 홍 대표로서는 껄끄럽다.
 
주민투표 기간 내내 박 전 대표를 비난한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된다면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나오기 껄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와 나 최고위원의 복지관은 상극으로써 도저히 좁히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홍 대표도 사실상 나 최고위원을 겨냥해 “제2의 오세훈,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말해 노골적인 나경원 불가론을 펼쳤다.
 
쇄신파 의원도 “주민투표에서 진 마당에 ‘제2의 오세훈’이라 할 수 있는 나 최고위원을 내보내자는 발상은 진보진영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화를 돋우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나 최고위원 ‘비토론’에 힘을 보탰다.


나경원 ‘비토론’에
‘홍반장’ 후보 출마설


최근 홍 대표의 후보 출마설도 나왔다. 핵심 당직자에 의하면 “거물급이 나가야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홍 대표를 지목하며 “‘사실상 승리론’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를 지지했다. 대표 당선 후 사이가 멀어지긴 했지만 충분히 승산 있는 후보임은 분명해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또한 홍 대표가 시장 후보로 나서며 대표직을 사임하면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표로 자동 승계돼 친박 구도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다는 속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홍 대표는 “나를 쫓아내려는 일부 세력의 모략”이라며 “나를 내보내면  유 최고위원이 재선인데 어떻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느냐. 결국 비대위체제로 가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당을 흔들어 당권을 잡으려는 일부 세력의 책동”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고 했는데 지금 서울시장직에 나갈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다. 난 오세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패자는 정치생명에 결정적 타격 ‘불 보듯 훤하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대표 평균 재임기간 4개월 반


홍 대표 측은 이번 선거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보수계층이기 때문에 여기에 인물만 받쳐준다면 중도계층까지 아우르면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차출설도 나돌고 있다.
 
차출설에 김 총리는 총리직을 충실히 수행 할 뜻을 밝혔고 정 전 대표는 대선에 뜻이 있지 시장직은 뜻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4·27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 위원장은 출마를 완강하게 고사했었다. 정권 중후반에 실시되는 재보선의 성격상 정권 심판론이 강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한 상황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심판론보다는 인물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이고, 오 전 시장 동정론에 따른 보수표의 결집과 중도층 흡수 여부도 변수여서 승산이 있는 싸움으로 여겨져 정 위원장도 고민하는 듯 보인다.

당내에서도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대중소기업 상생 전도사 역할을 한 정 위원장이 인물경쟁력을 기반으로 중도표를 흡수하는데 제격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느긋한 듯 하지만
불안한 ‘손학새’


각종 설과 계파갈등 때문에 혼란스러운 홍 대표에 비해 손학규 대표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개봉조차 하지 못하며 민주당의 뜻대로 무산된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생긴 ‘반 여’ 흐름도 호재이며 복지가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도 호재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만약 보수층이 집결한 상태에서 야권후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선거에서 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매수 의혹의 검찰 수사도 손 대표로서는 걱정이다. 야권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라 민심이반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여권에서는 이를 선거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에 크나큰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여권에서는 매수, 금품 수수 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향후 후보단일화를 규제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을 검토키로 해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가 금지 된다면 패배는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 이를 저지 하는 것도 손 대표의 남은 임기 내 주어진 임무로 보여진다.

당초 12월 전당대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손 대표의 사퇴 시점도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10·26재보선이 끝마치면 차기 지도부가 하루빨리 구축돼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4·27재보선의 영웅인 그가 10·26재보선도 승리로 이끌고 당당하게 ‘용퇴’할 것인지 4·27 이후 줄 곳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그가 또 다시 막다른 길에 몰린 후 ‘졸속 사퇴’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선명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여명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으나 한나라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손 대표가 직접 야권의 명망가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손 대표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과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에 어느 쪽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내년 대권행보에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천정배 최고위원이 의원직 사퇴, 내년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며 출마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정·천 최고위원 간에 노골적인 언쟁을 벌여 손 대표의 인선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손 대표는 출마 의사를 가진 인사만 10여명에 이르러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경우 ‘교통정리’가 당장 걱정이다. 당내 인사들도 넘쳐나는 마당에 일방적인 인선을 강행한다면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움츠린 ‘손학새’
‘용퇴’냐 ‘졸퇴’냐


두 대표는 당내 진부한(?) 인사보다는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은 당내 경선이라는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터라 외부인사들이 정치권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의문이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열어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기반이 없는 외부 영입인사가 당내 유력주자와 경선을 할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면 당 지도부가 당내 예비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파워가 있어야 한다. 두 대표가 고민하는 이유다.

이렇듯 10·26재보선은 홍 대표와 손 대표에게 정치적 역량을 평가받는 중요한 기회이자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될 것이다. 한 쪽은 정치적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할 것이고, 한 쪽에선 ‘곡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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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