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대표들의 무덤론’ 제기되는 까닭

‘홍반장-손학새’ 둘 중 하나는 ‘곡소리’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야 지도부가 뜻밖의 ‘10·26 사태’(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맞게 됐다. 당 대표들에게 재보선은 승패에 따라 입지를 다지는 ‘무대’가 될 수도, 사퇴 압박 등 타격을 입는 ‘무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재·보선에서 연패하면서 한때 당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은 4개월 반에 불과했을 정도로 재보선은 대표들의 무덤으로 통했다. 따라서 홍준표, 손학규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아주 중요한 심판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후 내년 총선체제로 돌입해 ‘차차기’ 노리려했던 홍준표 
12월 전대, 우호적 인물 당선시키고 대권행보 가속화하려던 손학규

정기국회 개회 후 곧장 총선체제로 돌입해 배수의 진을 칠 예정이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오는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우호적인 인물을 대표로 당선시키고 야권단일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날벼락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상 초유의 사활을 건 치열한 보궐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반장’ 대표 취임
4달 만에 조기교체?
 
홍 대표는 선거 패배 시 당장 조기 교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표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홍 대표는 ‘홍준표식 공천’을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안정적인 ‘차차기’구도를 노리다 크나큰 시험대에 섰다.

승리로 이끌시 당내 입지는 더욱더 확고해 질 것이지만, 패배 시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압박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우선 대전제는 ‘이기는 후보’를 찾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친이·친박 구도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지난달 27일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축으로 한 쇄신파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친이·친박 구도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지만 당내 고질적 갈등인 이를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친이계 후보를 내세울 경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박 전 대표의 침묵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바 있어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함을 깨달은 홍 대표가 일방적으로 덜컥 친이계 후보를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히는 나경원 최고위원도 홍 대표로서는 껄끄럽다.
 
주민투표 기간 내내 박 전 대표를 비난한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된다면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나오기 껄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와 나 최고위원의 복지관은 상극으로써 도저히 좁히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홍 대표도 사실상 나 최고위원을 겨냥해 “제2의 오세훈,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말해 노골적인 나경원 불가론을 펼쳤다.
 
쇄신파 의원도 “주민투표에서 진 마당에 ‘제2의 오세훈’이라 할 수 있는 나 최고위원을 내보내자는 발상은 진보진영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화를 돋우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나 최고위원 ‘비토론’에 힘을 보탰다.


나경원 ‘비토론’에
‘홍반장’ 후보 출마설


최근 홍 대표의 후보 출마설도 나왔다. 핵심 당직자에 의하면 “거물급이 나가야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홍 대표를 지목하며 “‘사실상 승리론’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를 지지했다. 대표 당선 후 사이가 멀어지긴 했지만 충분히 승산 있는 후보임은 분명해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또한 홍 대표가 시장 후보로 나서며 대표직을 사임하면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표로 자동 승계돼 친박 구도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다는 속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홍 대표는 “나를 쫓아내려는 일부 세력의 모략”이라며 “나를 내보내면  유 최고위원이 재선인데 어떻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느냐. 결국 비대위체제로 가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당을 흔들어 당권을 잡으려는 일부 세력의 책동”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고 했는데 지금 서울시장직에 나갈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다. 난 오세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패자는 정치생명에 결정적 타격 ‘불 보듯 훤하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대표 평균 재임기간 4개월 반


홍 대표 측은 이번 선거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보수계층이기 때문에 여기에 인물만 받쳐준다면 중도계층까지 아우르면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차출설도 나돌고 있다.
 
차출설에 김 총리는 총리직을 충실히 수행 할 뜻을 밝혔고 정 전 대표는 대선에 뜻이 있지 시장직은 뜻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4·27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 위원장은 출마를 완강하게 고사했었다. 정권 중후반에 실시되는 재보선의 성격상 정권 심판론이 강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한 상황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심판론보다는 인물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이고, 오 전 시장 동정론에 따른 보수표의 결집과 중도층 흡수 여부도 변수여서 승산이 있는 싸움으로 여겨져 정 위원장도 고민하는 듯 보인다.

당내에서도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대중소기업 상생 전도사 역할을 한 정 위원장이 인물경쟁력을 기반으로 중도표를 흡수하는데 제격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느긋한 듯 하지만
불안한 ‘손학새’


각종 설과 계파갈등 때문에 혼란스러운 홍 대표에 비해 손학규 대표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개봉조차 하지 못하며 민주당의 뜻대로 무산된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생긴 ‘반 여’ 흐름도 호재이며 복지가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도 호재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만약 보수층이 집결한 상태에서 야권후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선거에서 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매수 의혹의 검찰 수사도 손 대표로서는 걱정이다. 야권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라 민심이반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여권에서는 이를 선거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에 크나큰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여권에서는 매수, 금품 수수 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향후 후보단일화를 규제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을 검토키로 해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가 금지 된다면 패배는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 이를 저지 하는 것도 손 대표의 남은 임기 내 주어진 임무로 보여진다.

당초 12월 전당대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손 대표의 사퇴 시점도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10·26재보선이 끝마치면 차기 지도부가 하루빨리 구축돼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4·27재보선의 영웅인 그가 10·26재보선도 승리로 이끌고 당당하게 ‘용퇴’할 것인지 4·27 이후 줄 곳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그가 또 다시 막다른 길에 몰린 후 ‘졸속 사퇴’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선명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여명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으나 한나라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손 대표가 직접 야권의 명망가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손 대표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과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에 어느 쪽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내년 대권행보에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천정배 최고위원이 의원직 사퇴, 내년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며 출마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정·천 최고위원 간에 노골적인 언쟁을 벌여 손 대표의 인선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손 대표는 출마 의사를 가진 인사만 10여명에 이르러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경우 ‘교통정리’가 당장 걱정이다. 당내 인사들도 넘쳐나는 마당에 일방적인 인선을 강행한다면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움츠린 ‘손학새’
‘용퇴’냐 ‘졸퇴’냐


두 대표는 당내 진부한(?) 인사보다는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은 당내 경선이라는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터라 외부인사들이 정치권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의문이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열어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기반이 없는 외부 영입인사가 당내 유력주자와 경선을 할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면 당 지도부가 당내 예비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파워가 있어야 한다. 두 대표가 고민하는 이유다.

이렇듯 10·26재보선은 홍 대표와 손 대표에게 정치적 역량을 평가받는 중요한 기회이자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될 것이다. 한 쪽은 정치적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할 것이고, 한 쪽에선 ‘곡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