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대표들의 무덤론’ 제기되는 까닭

‘홍반장-손학새’ 둘 중 하나는 ‘곡소리’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야 지도부가 뜻밖의 ‘10·26 사태’(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맞게 됐다. 당 대표들에게 재보선은 승패에 따라 입지를 다지는 ‘무대’가 될 수도, 사퇴 압박 등 타격을 입는 ‘무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재·보선에서 연패하면서 한때 당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은 4개월 반에 불과했을 정도로 재보선은 대표들의 무덤으로 통했다. 따라서 홍준표, 손학규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아주 중요한 심판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후 내년 총선체제로 돌입해 ‘차차기’ 노리려했던 홍준표 
12월 전대, 우호적 인물 당선시키고 대권행보 가속화하려던 손학규

정기국회 개회 후 곧장 총선체제로 돌입해 배수의 진을 칠 예정이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오는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우호적인 인물을 대표로 당선시키고 야권단일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날벼락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상 초유의 사활을 건 치열한 보궐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반장’ 대표 취임
4달 만에 조기교체?
 
홍 대표는 선거 패배 시 당장 조기 교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표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홍 대표는 ‘홍준표식 공천’을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안정적인 ‘차차기’구도를 노리다 크나큰 시험대에 섰다.

승리로 이끌시 당내 입지는 더욱더 확고해 질 것이지만, 패배 시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압박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우선 대전제는 ‘이기는 후보’를 찾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친이·친박 구도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지난달 27일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축으로 한 쇄신파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친이·친박 구도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지만 당내 고질적 갈등인 이를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친이계 후보를 내세울 경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박 전 대표의 침묵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바 있어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함을 깨달은 홍 대표가 일방적으로 덜컥 친이계 후보를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히는 나경원 최고위원도 홍 대표로서는 껄끄럽다.
 
주민투표 기간 내내 박 전 대표를 비난한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된다면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나오기 껄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와 나 최고위원의 복지관은 상극으로써 도저히 좁히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홍 대표도 사실상 나 최고위원을 겨냥해 “제2의 오세훈,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말해 노골적인 나경원 불가론을 펼쳤다.
 
쇄신파 의원도 “주민투표에서 진 마당에 ‘제2의 오세훈’이라 할 수 있는 나 최고위원을 내보내자는 발상은 진보진영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화를 돋우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나 최고위원 ‘비토론’에 힘을 보탰다.


나경원 ‘비토론’에
‘홍반장’ 후보 출마설


최근 홍 대표의 후보 출마설도 나왔다. 핵심 당직자에 의하면 “거물급이 나가야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홍 대표를 지목하며 “‘사실상 승리론’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를 지지했다. 대표 당선 후 사이가 멀어지긴 했지만 충분히 승산 있는 후보임은 분명해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또한 홍 대표가 시장 후보로 나서며 대표직을 사임하면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표로 자동 승계돼 친박 구도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다는 속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홍 대표는 “나를 쫓아내려는 일부 세력의 모략”이라며 “나를 내보내면  유 최고위원이 재선인데 어떻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느냐. 결국 비대위체제로 가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당을 흔들어 당권을 잡으려는 일부 세력의 책동”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고 했는데 지금 서울시장직에 나갈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다. 난 오세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패자는 정치생명에 결정적 타격 ‘불 보듯 훤하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대표 평균 재임기간 4개월 반


홍 대표 측은 이번 선거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보수계층이기 때문에 여기에 인물만 받쳐준다면 중도계층까지 아우르면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차출설도 나돌고 있다.
 
차출설에 김 총리는 총리직을 충실히 수행 할 뜻을 밝혔고 정 전 대표는 대선에 뜻이 있지 시장직은 뜻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4·27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 위원장은 출마를 완강하게 고사했었다. 정권 중후반에 실시되는 재보선의 성격상 정권 심판론이 강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한 상황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심판론보다는 인물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이고, 오 전 시장 동정론에 따른 보수표의 결집과 중도층 흡수 여부도 변수여서 승산이 있는 싸움으로 여겨져 정 위원장도 고민하는 듯 보인다.

당내에서도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대중소기업 상생 전도사 역할을 한 정 위원장이 인물경쟁력을 기반으로 중도표를 흡수하는데 제격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느긋한 듯 하지만
불안한 ‘손학새’


각종 설과 계파갈등 때문에 혼란스러운 홍 대표에 비해 손학규 대표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개봉조차 하지 못하며 민주당의 뜻대로 무산된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생긴 ‘반 여’ 흐름도 호재이며 복지가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도 호재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만약 보수층이 집결한 상태에서 야권후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선거에서 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매수 의혹의 검찰 수사도 손 대표로서는 걱정이다. 야권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라 민심이반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여권에서는 이를 선거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에 크나큰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여권에서는 매수, 금품 수수 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향후 후보단일화를 규제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을 검토키로 해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가 금지 된다면 패배는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 이를 저지 하는 것도 손 대표의 남은 임기 내 주어진 임무로 보여진다.

당초 12월 전당대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손 대표의 사퇴 시점도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10·26재보선이 끝마치면 차기 지도부가 하루빨리 구축돼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4·27재보선의 영웅인 그가 10·26재보선도 승리로 이끌고 당당하게 ‘용퇴’할 것인지 4·27 이후 줄 곳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그가 또 다시 막다른 길에 몰린 후 ‘졸속 사퇴’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선명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여명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으나 한나라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손 대표가 직접 야권의 명망가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손 대표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과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에 어느 쪽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내년 대권행보에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천정배 최고위원이 의원직 사퇴, 내년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며 출마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정·천 최고위원 간에 노골적인 언쟁을 벌여 손 대표의 인선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손 대표는 출마 의사를 가진 인사만 10여명에 이르러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경우 ‘교통정리’가 당장 걱정이다. 당내 인사들도 넘쳐나는 마당에 일방적인 인선을 강행한다면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움츠린 ‘손학새’
‘용퇴’냐 ‘졸퇴’냐


두 대표는 당내 진부한(?) 인사보다는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은 당내 경선이라는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터라 외부인사들이 정치권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의문이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열어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기반이 없는 외부 영입인사가 당내 유력주자와 경선을 할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면 당 지도부가 당내 예비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파워가 있어야 한다. 두 대표가 고민하는 이유다.

이렇듯 10·26재보선은 홍 대표와 손 대표에게 정치적 역량을 평가받는 중요한 기회이자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될 것이다. 한 쪽은 정치적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할 것이고, 한 쪽에선 ‘곡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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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