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뒤흔들 핵뇌관 ‘박태규의 입’

‘판도라의 상자’ 열리면 메가톤급 후폭풍…정치권 후덜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캐나다로 도피하며 “내 이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은행의 재기가 가능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브로커’ 박태규(71)씨가 돌연 자진 입국했다. 박씨는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자 캐나다로 도피했으며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지인과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설득해왔다. 하지만 박씨는 귀국 요구에 불응하다 최근 돌연 귀국해 큰 파장을 일고 있다. 박씨의 진술에 따라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 정치권은 지금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행방 몰라 체포 못한다더니 7일전 캐나다서 일정 조율?
박씨 “정권교체 하는데 도움 주겠다” 박지원에 ‘딜’ 제안 


‘판도라의 상자’는 과연 열릴 것인가?

박씨는 이전 정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텁게 쌓아온 인맥 등에 비춰볼 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명로비를 벌이며 기용한 로비스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이 호남출신 야당인사들과 유착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긴장하고 있다.


수사 촉구하면서도
긴장하는 정치권


현재 무엇보다 큰 관심은 박씨의 귀국시점이다.

그간 박씨는 인터폴에 수배 되고서도 귀국하지 않아 “못 잡는 것이냐, 잡지 않는 것이냐”는 등의 질타를 받아 왔다. 차일피일 귀국을 미루던 박씨는 곽노현 교육감 ‘2억 파문’이 불거지자 그날 바로 입국해 의혹을 낳았다.

<SBS 8시뉴스>가 “검찰은 박씨 귀국 일주일 전 쯤 캐나다에서 박씨를 직접 접촉해 귀국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보도하자 입국 배경에 대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민주당은 검찰과 청와대가 곽 교육감의 2억원 제공을 인지한 시점은 8월10일 전후인데 사전 조율로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곽 교육감 사건을 특정 시점에 터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자진 입국했다고 주장하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검찰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저축은행 관련 로비스트 박태규 수사를 동시 진행하고 있는데, 박태규 수사는 곽 교육감에 가려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하며 개운치 않은 속내를 나타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박씨로부터 거래제의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혀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수사 시작 후) 출국했던 박씨가 한 달 뒤쯤 지인을 통해 ‘내년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제의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가 BBK 사건처럼 이 문제에 달려들면 (여권에서) 내가 그를 유혹했다고 할 것으로 보여 제의를 거절하고 귀국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씨는 당시 6~7개의 치아를 뺄 정도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고 있으며, 건강이 좋아지면 귀국하겠다는 의사까지 지인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이어 “내가 아는 바로는 박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와도 굉장히 가까운 사이이고, 그가 여권 핵심이나 부산저축은행과 관계가 있는지는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초기부터 박씨의 핵심 로비대상으로 포항 출신의 핵심 실세 정치인을 줄기차게 지목하고 있다.


핵심 로비대상
대통령 최측근?


검찰은 박씨가 자진입국하기 전에 이미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를 여러 차례 불러 박씨에게 전달한 로비자금의 규모와 어떤 명목의 청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왔다.

또 박씨의 1년치 휴대전화 통화목록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명 로비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부터 캐나다로 도피하기 전인 지난 4월까지의 행적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박씨를 통해 벌인 정관계 로비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한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는 현재 검찰의 로비 의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접촉해온 부산저축은행 측 인사는 김양 부회장(59·구속기소)뿐이라고 진술했다.

특히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총 1000억원을 투자받도록 알선하고 사례비 명목으로 6억원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15억원을 줬다는 김 부회장의 진술과는 달리 박씨는 “받은 돈은 10억원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로비자금을 현금으로 넘겨받아 자신의 집에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통상적인 계좌추적으로는 자금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아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이 수사가 난항을 맞이하자 검찰은 우선 김 부회장과 KTB자산운용 관계자 등을 불러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씨와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파악된 여야 중진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소환조사를 검토하는 등 로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집중 수사, 5명 실명 거론
2명 우선 소환예정 소식에 떨고 있는 정치권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박태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검찰이 로비대상으로 지목된 여·야 국회의원은 여당의 K의원 4명, 야당의 J의원 1명으로 현재까지 5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인사 3명이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중 여당의 중진의원 2명을 우선 소환할 것이라 알려지자 긴장의 수위는 한껏 높아졌다.

이들은 대체로 부산이 지역구이거나 연고지로 알려져, 부산지역 의원들은 적잖이 당혹해 하는 눈치다. 현재까지 박씨와의 관계를 인정한 부산지역 의원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 뿐 대부분이 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김 전 원내대표가 박씨와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며 “올해 초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통화 당시 박씨는 ‘언론사 고위간부 5명을 모아놨으니 식사를 같이하자’며 전화를 걸어왔고, 이후 ‘저녁자리가 취소됐다’는 전화를 다시 했다고 한다. 이처럼 김 전 원내대표도 관계사실만 인정했지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박태규 리스트’
K씨 4명, J씨 1명


소환설이 나온 또 다른 K의원은 “박씨는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몰랐던 사람”이라며 “왜 이런 소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만일 내가 연루됐으면 평소 검찰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했겠느냐”고 반문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지목된 나머지 3명의 의원들도 “박씨를 인터넷 검색으로 알았다. 나는 그렇게 산 사람이 아니다”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비슷하게라도 보도하면 바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 “총선 앞두고 생사람 잡지 마라”며 박씨와의 관계와 혐의를 부인했다.

일각에서 박씨가 실명을 거론했다고 보도했지만 박씨는 구속영장에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하면서 이들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다.

검찰의 수사기록에는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일부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돈을 줬다고 하면 자기 형량도 늘어나는데 박씨가 검찰에 뭘 기대하고 이름을 대겠느냐”고 말해 검찰이 물증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박씨가 로비 대상 정치인의 이름을 고분고분 밝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로비 지목 대상으로 언급된 5명 중 4명이 여당의원으로 지목되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색출해야 한다”면서도 “서민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캄보디아로의 수천억원 유출 의혹과 부실 PF대출을 기획한 정권실세들을 모두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저축은행이 무분별한 해외투자와 대출을 하던 지난 정권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라는 주장이다.

홍 대표는 특히 “캄보디아에 수천억원이 유출된 것과 부실 PF대출을 반드시 같이 수사해 그 배후가 누구인지 꼭 밝혀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하며 당내로 초점이 맞춰진 수사를 민주당에게 돌리려 애썼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실제로 박씨가 퇴출 저지 로비를 벌였다면 야당보다 여권에 관련자가 더 많을 것”이라면서 “‘부패 정당’ 이미지가 커지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민주당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로 구속된 이들이 대부분 호남인맥이고 부산저축은행이 과거 정권에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야권의 핵심 인사 3명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이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기를 바라는 속내다. 하지만 여론을 인식해 현 정권 실세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완강한 혐의 부인
지지부진한 수사


김진표 원내대표는 “로비를 받은 권력 핵심이 사태 해결을 질질 끄는 바람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었고, 금융 불안으로 이어졌다”면서 “저축은행을 둘러싼 현 정부 권력 핵심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대변인도 “검찰이 소환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연히 응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는 안 되며 여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권력형 로비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상적인 로비스트라면 힘없는 야당에 로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검찰 수사가 야권에 불똥 튈 것을 경계했다.

이처럼 로비스트 박씨는 귀국과 동시에 정국의 메가톤급 핵뇌관으로 등장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장 눈앞의 10·26재보선과 내년 총·대선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닥칠 전망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진짜 이유도 그것이다.

박태규의 ‘입’에 한반탕 요동칠 정치판,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