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뒤흔들 핵뇌관 ‘박태규의 입’

‘판도라의 상자’ 열리면 메가톤급 후폭풍…정치권 후덜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캐나다로 도피하며 “내 이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은행의 재기가 가능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브로커’ 박태규(71)씨가 돌연 자진 입국했다. 박씨는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자 캐나다로 도피했으며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지인과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설득해왔다. 하지만 박씨는 귀국 요구에 불응하다 최근 돌연 귀국해 큰 파장을 일고 있다. 박씨의 진술에 따라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 정치권은 지금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행방 몰라 체포 못한다더니 7일전 캐나다서 일정 조율?
박씨 “정권교체 하는데 도움 주겠다” 박지원에 ‘딜’ 제안 


‘판도라의 상자’는 과연 열릴 것인가?

박씨는 이전 정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텁게 쌓아온 인맥 등에 비춰볼 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명로비를 벌이며 기용한 로비스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이 호남출신 야당인사들과 유착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긴장하고 있다.


수사 촉구하면서도
긴장하는 정치권


현재 무엇보다 큰 관심은 박씨의 귀국시점이다.

그간 박씨는 인터폴에 수배 되고서도 귀국하지 않아 “못 잡는 것이냐, 잡지 않는 것이냐”는 등의 질타를 받아 왔다. 차일피일 귀국을 미루던 박씨는 곽노현 교육감 ‘2억 파문’이 불거지자 그날 바로 입국해 의혹을 낳았다.

<SBS 8시뉴스>가 “검찰은 박씨 귀국 일주일 전 쯤 캐나다에서 박씨를 직접 접촉해 귀국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보도하자 입국 배경에 대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민주당은 검찰과 청와대가 곽 교육감의 2억원 제공을 인지한 시점은 8월10일 전후인데 사전 조율로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곽 교육감 사건을 특정 시점에 터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자진 입국했다고 주장하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검찰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저축은행 관련 로비스트 박태규 수사를 동시 진행하고 있는데, 박태규 수사는 곽 교육감에 가려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하며 개운치 않은 속내를 나타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박씨로부터 거래제의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혀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수사 시작 후) 출국했던 박씨가 한 달 뒤쯤 지인을 통해 ‘내년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제의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가 BBK 사건처럼 이 문제에 달려들면 (여권에서) 내가 그를 유혹했다고 할 것으로 보여 제의를 거절하고 귀국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씨는 당시 6~7개의 치아를 뺄 정도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고 있으며, 건강이 좋아지면 귀국하겠다는 의사까지 지인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이어 “내가 아는 바로는 박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와도 굉장히 가까운 사이이고, 그가 여권 핵심이나 부산저축은행과 관계가 있는지는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초기부터 박씨의 핵심 로비대상으로 포항 출신의 핵심 실세 정치인을 줄기차게 지목하고 있다.


핵심 로비대상
대통령 최측근?


검찰은 박씨가 자진입국하기 전에 이미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를 여러 차례 불러 박씨에게 전달한 로비자금의 규모와 어떤 명목의 청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왔다.

또 박씨의 1년치 휴대전화 통화목록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명 로비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부터 캐나다로 도피하기 전인 지난 4월까지의 행적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박씨를 통해 벌인 정관계 로비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한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는 현재 검찰의 로비 의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접촉해온 부산저축은행 측 인사는 김양 부회장(59·구속기소)뿐이라고 진술했다.

특히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총 1000억원을 투자받도록 알선하고 사례비 명목으로 6억원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15억원을 줬다는 김 부회장의 진술과는 달리 박씨는 “받은 돈은 10억원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로비자금을 현금으로 넘겨받아 자신의 집에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통상적인 계좌추적으로는 자금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아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이 수사가 난항을 맞이하자 검찰은 우선 김 부회장과 KTB자산운용 관계자 등을 불러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씨와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파악된 여야 중진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소환조사를 검토하는 등 로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집중 수사, 5명 실명 거론
2명 우선 소환예정 소식에 떨고 있는 정치권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박태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검찰이 로비대상으로 지목된 여·야 국회의원은 여당의 K의원 4명, 야당의 J의원 1명으로 현재까지 5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인사 3명이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중 여당의 중진의원 2명을 우선 소환할 것이라 알려지자 긴장의 수위는 한껏 높아졌다.

이들은 대체로 부산이 지역구이거나 연고지로 알려져, 부산지역 의원들은 적잖이 당혹해 하는 눈치다. 현재까지 박씨와의 관계를 인정한 부산지역 의원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 뿐 대부분이 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김 전 원내대표가 박씨와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며 “올해 초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통화 당시 박씨는 ‘언론사 고위간부 5명을 모아놨으니 식사를 같이하자’며 전화를 걸어왔고, 이후 ‘저녁자리가 취소됐다’는 전화를 다시 했다고 한다. 이처럼 김 전 원내대표도 관계사실만 인정했지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박태규 리스트’
K씨 4명, J씨 1명


소환설이 나온 또 다른 K의원은 “박씨는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몰랐던 사람”이라며 “왜 이런 소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만일 내가 연루됐으면 평소 검찰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했겠느냐”고 반문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지목된 나머지 3명의 의원들도 “박씨를 인터넷 검색으로 알았다. 나는 그렇게 산 사람이 아니다”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비슷하게라도 보도하면 바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 “총선 앞두고 생사람 잡지 마라”며 박씨와의 관계와 혐의를 부인했다.

일각에서 박씨가 실명을 거론했다고 보도했지만 박씨는 구속영장에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하면서 이들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다.

검찰의 수사기록에는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일부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돈을 줬다고 하면 자기 형량도 늘어나는데 박씨가 검찰에 뭘 기대하고 이름을 대겠느냐”고 말해 검찰이 물증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박씨가 로비 대상 정치인의 이름을 고분고분 밝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로비 지목 대상으로 언급된 5명 중 4명이 여당의원으로 지목되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색출해야 한다”면서도 “서민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캄보디아로의 수천억원 유출 의혹과 부실 PF대출을 기획한 정권실세들을 모두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저축은행이 무분별한 해외투자와 대출을 하던 지난 정권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라는 주장이다.

홍 대표는 특히 “캄보디아에 수천억원이 유출된 것과 부실 PF대출을 반드시 같이 수사해 그 배후가 누구인지 꼭 밝혀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하며 당내로 초점이 맞춰진 수사를 민주당에게 돌리려 애썼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실제로 박씨가 퇴출 저지 로비를 벌였다면 야당보다 여권에 관련자가 더 많을 것”이라면서 “‘부패 정당’ 이미지가 커지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민주당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로 구속된 이들이 대부분 호남인맥이고 부산저축은행이 과거 정권에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야권의 핵심 인사 3명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이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기를 바라는 속내다. 하지만 여론을 인식해 현 정권 실세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완강한 혐의 부인
지지부진한 수사


김진표 원내대표는 “로비를 받은 권력 핵심이 사태 해결을 질질 끄는 바람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었고, 금융 불안으로 이어졌다”면서 “저축은행을 둘러싼 현 정부 권력 핵심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대변인도 “검찰이 소환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연히 응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는 안 되며 여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권력형 로비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상적인 로비스트라면 힘없는 야당에 로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검찰 수사가 야권에 불똥 튈 것을 경계했다.

이처럼 로비스트 박씨는 귀국과 동시에 정국의 메가톤급 핵뇌관으로 등장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장 눈앞의 10·26재보선과 내년 총·대선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닥칠 전망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진짜 이유도 그것이다.

박태규의 ‘입’에 한반탕 요동칠 정치판,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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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