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눈치 보는’ KAL 직원들 속사정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5.21 11:10:56
  • 호수 1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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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꺼지는 ‘외로운 투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언론서 노조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하면 노동자간의 불화를 야기할 소지가 있어 가급적 언급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 노조가 보여준 행동은 한마디로 나가도 너무 나갔다. 조양호 회장 일가에 맞서는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그리고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투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취재했다.
 

지난 12일 ‘조양호 일가의 퇴진과 갑질 오너 경영‘ 근절을 위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두 번 째 촛불집회가 있었다. 집회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았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직원들은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자며 결의가 담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만 언론의 높은 관심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집회임에도 궂은 날씨 탓인지 시위 규모가 작고 조직력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세 곳이 따로

대한항공에는 노조가 3개 있다. 객실관리, 운송, 정비, 기내식 준비 등 일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속한 '일반노조'(한국노총산하), 조종사들이 속한 '조종사노조'(민주노총산하), '조종사 새 노조'(공군출신 조종사 노조)다.

현재 집회를 주관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3개 노조 모두 다 믿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일부 직원들은 ‘이 세 곳 다 어용’이라는 표현을 했다. 어용이란 단어를 통해 알 수 있듯 직원들은 세 노조에 대해 모두 불신하는 상황이다.

일체 지원 없이 자발적 행사 
직원들간의 다툼으로 보일라


배경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4월27일 대한항공 3개 노조는 오후 12시10분부터 40분간 ‘갑질 경영 대한항공 오너 퇴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은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날이다. 3개 노조가 연합해 처음 진행하는 행사가 하필 온 국민의 관심이 남북정상회담에 쏠려있을 때 진행됐다.

당연히 직원들은 반발했다. 결국 조종사 새 노조는 집회서 빠졌다. 일반노조와 조종사노조는 행사를 강행했다.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종사노조는 노조 홈페이지에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해명 글 안에 '전쟁 중에도 아이는 낳아야 한다'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으로 직원들의 반발심을 더 부추겼다. 당면한 회사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획에 따라서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일반노조와 직원들의 갈등은 더 심각하다.

일반노조는 지난 4일 ‘박창진 사무장은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요약하면 일반노조는 박창진 사무장을 보호하려 했으나 박 사무장이 노조를 외면했고 언론 인터뷰서 노동조합을 어용노조라 표현해 조합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노조는 박창진 사무장의 발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16일에 조합원서 제명조치했다.

이 일로 대한항공 직원들은 약자의 대표 격인 박창진 사무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반노조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직원연대 마찰
노노 갈등의 서막?

‘조양호 일가의 퇴진과 경영 정상화‘라는 명확한 명분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요시사>는 김성기 조종사노조 노조위원장과 강성수 일반노조 정책국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먼저 김성기 조종사노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대한항공 직원들이 독자적으로 집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노조가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외부에 노노갈등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 일부 강성노조원들이 3개 노조를 어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직접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서 갈등국면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은 조종사노조 직원들이 다수 포함돼있는 것으로 안다. 집회에 쓰인 마스크도 우리가 지원하고 있다.

- 적극적으로 집회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 일단 직원들 스스로 집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서 관여하면 직원들 발언이 희석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촛불집회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 어용노조라는 비판서 자유롭지 않은데 조종사노조는 현재 국면을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 어용프레임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쟁하지 않는다고 어용인 것은 아니다. 전임위원장이 투쟁일변도로 대응할 때 조합원들에게 직접적 불이익이 있었다. 일상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경하게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 

조합원들이 나를 위원장으로 뽑아준 이유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도 강성인 면이 있는 사람이다. 집행부가 바뀐 지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서 조현민 사건이 터졌다. 목소리를 내기 전에 강도조절과 시차적응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강한 논조로 말하는 조합원도 있지만 싸움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현재 강성발언을 하는 조합원이 영웅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약간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극단적인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보기 보다는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다음은 강성수 일반노조 정책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과거 박창진 사무장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언급을 했다. 조합원 보호는 노조의 역할 아닌가?
▲노동조합서 박창진 사무장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2014년 땅콩회항 당시 박 사무장과 접촉이 있었다. 당시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그가 조합의 도움을 거절했다.

-언론을 통해 노조가 어용이라고 비난하는 노동자에게 법적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공식성명을 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노조를 어용으로 몰고 가는 프레임에는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고 있다. 투쟁의 방법으로 협상하지 않는다고 어용인 것은 아니다. 노조 입장에선 사측에 합리적으로 요구할건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행부가 꾸려진 지 5개월이 지났다. 문제가 있었던 승무원들 휴가문제, 여객터미널 이전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승무원들 스케줄 안정화, 휴가비 지급요구 등 회사를 상대로 여러 일을 했다.

아쉬운 조직력

최근까지 2017년에 회사와 합의한 임금 체결을 요구했고 지난주 금요일 사측으로부터 지급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실리적 이익을 취해야 하는 일반 노조의 입장에선 관점의 차이일 뿐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앞으로 집회 참여해 직원연대와 한목소리를 낼 의향 있는지?
▲사측과 투쟁일변도로 협상하지 않겠다. 현재 집행부도 그런 의미로 꾸려졌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이미 집회에 비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는 독자적인 노선으로 사측과 대화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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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