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눈치 보는’ KAL 직원들 속사정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5.21 11:10:56
  • 호수 1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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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꺼지는 ‘외로운 투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언론서 노조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하면 노동자간의 불화를 야기할 소지가 있어 가급적 언급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 노조가 보여준 행동은 한마디로 나가도 너무 나갔다. 조양호 회장 일가에 맞서는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그리고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투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취재했다.
 

지난 12일 ‘조양호 일가의 퇴진과 갑질 오너 경영‘ 근절을 위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두 번 째 촛불집회가 있었다. 집회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았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직원들은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자며 결의가 담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만 언론의 높은 관심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집회임에도 궂은 날씨 탓인지 시위 규모가 작고 조직력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세 곳이 따로

대한항공에는 노조가 3개 있다. 객실관리, 운송, 정비, 기내식 준비 등 일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속한 '일반노조'(한국노총산하), 조종사들이 속한 '조종사노조'(민주노총산하), '조종사 새 노조'(공군출신 조종사 노조)다.

현재 집회를 주관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3개 노조 모두 다 믿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일부 직원들은 ‘이 세 곳 다 어용’이라는 표현을 했다. 어용이란 단어를 통해 알 수 있듯 직원들은 세 노조에 대해 모두 불신하는 상황이다.

일체 지원 없이 자발적 행사 
직원들간의 다툼으로 보일라


배경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4월27일 대한항공 3개 노조는 오후 12시10분부터 40분간 ‘갑질 경영 대한항공 오너 퇴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은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날이다. 3개 노조가 연합해 처음 진행하는 행사가 하필 온 국민의 관심이 남북정상회담에 쏠려있을 때 진행됐다.

당연히 직원들은 반발했다. 결국 조종사 새 노조는 집회서 빠졌다. 일반노조와 조종사노조는 행사를 강행했다.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종사노조는 노조 홈페이지에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해명 글 안에 '전쟁 중에도 아이는 낳아야 한다'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으로 직원들의 반발심을 더 부추겼다. 당면한 회사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획에 따라서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일반노조와 직원들의 갈등은 더 심각하다.

일반노조는 지난 4일 ‘박창진 사무장은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요약하면 일반노조는 박창진 사무장을 보호하려 했으나 박 사무장이 노조를 외면했고 언론 인터뷰서 노동조합을 어용노조라 표현해 조합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노조는 박창진 사무장의 발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16일에 조합원서 제명조치했다.

이 일로 대한항공 직원들은 약자의 대표 격인 박창진 사무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반노조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직원연대 마찰
노노 갈등의 서막?

‘조양호 일가의 퇴진과 경영 정상화‘라는 명확한 명분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요시사>는 김성기 조종사노조 노조위원장과 강성수 일반노조 정책국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먼저 김성기 조종사노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대한항공 직원들이 독자적으로 집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노조가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외부에 노노갈등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 일부 강성노조원들이 3개 노조를 어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직접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서 갈등국면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은 조종사노조 직원들이 다수 포함돼있는 것으로 안다. 집회에 쓰인 마스크도 우리가 지원하고 있다.

- 적극적으로 집회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 일단 직원들 스스로 집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서 관여하면 직원들 발언이 희석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촛불집회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 어용노조라는 비판서 자유롭지 않은데 조종사노조는 현재 국면을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 어용프레임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쟁하지 않는다고 어용인 것은 아니다. 전임위원장이 투쟁일변도로 대응할 때 조합원들에게 직접적 불이익이 있었다. 일상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경하게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 

조합원들이 나를 위원장으로 뽑아준 이유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도 강성인 면이 있는 사람이다. 집행부가 바뀐 지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서 조현민 사건이 터졌다. 목소리를 내기 전에 강도조절과 시차적응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강한 논조로 말하는 조합원도 있지만 싸움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현재 강성발언을 하는 조합원이 영웅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약간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극단적인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보기 보다는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다음은 강성수 일반노조 정책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과거 박창진 사무장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언급을 했다. 조합원 보호는 노조의 역할 아닌가?
▲노동조합서 박창진 사무장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2014년 땅콩회항 당시 박 사무장과 접촉이 있었다. 당시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그가 조합의 도움을 거절했다.

-언론을 통해 노조가 어용이라고 비난하는 노동자에게 법적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공식성명을 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노조를 어용으로 몰고 가는 프레임에는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고 있다. 투쟁의 방법으로 협상하지 않는다고 어용인 것은 아니다. 노조 입장에선 사측에 합리적으로 요구할건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행부가 꾸려진 지 5개월이 지났다. 문제가 있었던 승무원들 휴가문제, 여객터미널 이전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승무원들 스케줄 안정화, 휴가비 지급요구 등 회사를 상대로 여러 일을 했다.

아쉬운 조직력

최근까지 2017년에 회사와 합의한 임금 체결을 요구했고 지난주 금요일 사측으로부터 지급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실리적 이익을 취해야 하는 일반 노조의 입장에선 관점의 차이일 뿐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앞으로 집회 참여해 직원연대와 한목소리를 낼 의향 있는지?
▲사측과 투쟁일변도로 협상하지 않겠다. 현재 집행부도 그런 의미로 꾸려졌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이미 집회에 비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는 독자적인 노선으로 사측과 대화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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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