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포항지진 ‘쳇바퀴 대책’ 실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21 10:42:17
  • 호수 1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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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도, 재발방지도 공회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지진 피해, 포항지진이 일어난 지 6개월여가 지났다. 앞서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 흥해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는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2016년 경주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 피해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였다.
 

11·15포항지진은 역대 가장 많은 피해액(551억원)이 발생한 지진이다. 건물 피해는 2만7000건, 인적 피해는 1700여명, 부상자는 92명에 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는 경주 지진 피해액(110억원)의 5배 규모다.

문재인정부는 지진이 일어난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도 다양한 피해 지원 대책을 내놨다. 지원은 크게 주택 피해를 본 경우와 인명 피해가 난 경우로 나뉘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서 다양한 지진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다양한 대책만

그러나 피해 주민들은 사실상 지진 발생 6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 A씨는 “지진이 있고나서 정부가 그때 난리가 났었다. 이주 대책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한다고 정부 시책도 발표하고 했다“며 ”대학생 등록금 1년치를 지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집행이 완료되지 않았고, 집행이 되도 제대로 안된 경우가 많다.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다고 보면 된다”고 아쉬워했다.


교육부는 대학생 등록금 1년치 지원에 대해 “지난해 12월14일 행정안전부가 지진 피해자 명단을 교육부로 통보했고 이에 포항 지진 피해 가구의 대학생 1382명에게 2017년 2학기 등록금 약 28억원을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즉 교육부는 1년치 등록금 중 한 학기 등록금을 지원한 셈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2018년 신입생·재학생에 대한 지원금은 아직 집행이 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5월 중순까지 신속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약 3000여명의 지진 피해 가구의 대학생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주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주민 B씨는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주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이주를 한 사람들 중에는 “어떤 사람은 25평짜리 아파트로 간 반면, 체감 상 10평도 되지 않는 곳에 간 사람도 있다. 엉망진창”이라며 이주한 집의 평수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현실과 거리가 먼 지원금은 주민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가진 요소 중 하나다. 

주택이 ‘전파’된 경우 주택 소유자 기준 정부지원금(재난지원금)은 900만원이며 ‘반파’는 450만원, ‘소파’는 100만원이 지급됐다. 주민 C씨는 “복구비 900만원, 위로금 5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어떻게 집을 고치나. 돈으로 주지 말고 보수를 해줬으면 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개선안 마련도 제자리걸음이다. 


재난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올해 3월에 내놓겠다던 지진 관련 종합 개선 방안을 여전히(?)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행안부는 포항 지진 피해 복구비를 1445억원으로 확정하는 한편 올해 3월까지 ‘지진방재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이후로 이렇다할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나아진 게 없다” 주민들 한목소리
지역 정관계까지 나서 정부 비판

이 가운데 포항지진의 원인이 인재였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한 시추와 물 주입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는 국내외 연구팀의 논문 2편이 잇따라 게재됐다. 즉 포항지진이 천재가 아니라 인간의 행위에 의한 발생일 수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포항서 높아지고 있다. 

포항시가 시청 중회의실서 개최한 ‘지열발전소 연관성 관련 11·15 지진 긴급 대책회의’서 지역 단체 대표들은 “이번 논문 발표로 포항시민들의 유발지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정부에 지열발전 영구 폐쇄는 물론 피해 보상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정부와의 소송에 대비한 자료수집과 정부의 관련 자료 공개를 요청하고, 대규모 법률자문단을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서도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서 “그동안 정부가 일부 학계의 가설이라며 일축하던 주장이 국제학계서 받아들여졌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무책임하고 안이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분노마저 끓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더 이상 기다려달라는 말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지 말라”며 “정부조사단의 진행상황과 지열발전소가 축적해놓은 자료들을 전문가들은 물론 지역주민과 공유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포항지진이 인재였다면, 재난의 모든 책임은 지열발전의 위험성을 묵인한 정부에 있다”며 “국제학계의 주장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한 명확한 사실규명과 함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항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정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지난 3월부터 연구에 들어갔다”며 “앞으로 1년간 연구 분석을 진행할 예정으로 조사를 마쳐야 정확한 연관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지열발전소의 연관성 여부의 최종 판단은 정부연구단의 결과가 나와야 최종 확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 막상 국제 학술지에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되자 참담하다는 입장과 분노를 표시했다.

주민들 분노

그간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상관관계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동아시아 대지진으로 쌓인 응력이 포항 지열발전소 물 주입 충격으로 지난해 포항지진이 났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산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해 4월15일 포항 지열발전 작업 중 일어난 규모 3.1 지진 때 지열에너지 자원 전문기업인 넥스지오의 보고를 받고도 배수 조치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연구결과가 나온 후에도 원론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포항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흥해 도시재생 참여자 모집

포항시는 흥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에 참여할 주민을 공개 모집한다. 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고,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 대표 모임이다. 


모집대상은 모집공고일 15일 기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흥해읍 소재지(마산리, 옥성리, 약성리, 학성리, 남성리, 성내리, 중성리, 망천리) 내에 있는 만19세 이상 지역주민이며, 모집 기간은 17일부터 23일까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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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