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임기 마친 정세균 국회의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14 10:35:05
  • 호수 1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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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존재감 드러낸 ‘미스터 스마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며 원만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선보였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더불어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국회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찬사를 받았다. 국회의장 2년 동안 정 의장의 행적을 살폈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으로 임기는 2년이다. 입법부를 대표하며 입법부의 사무를 집행하며 본회의서 사회를 맡는다. 대법원장,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와 함께 삼부요인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국회의장은 보통 국가 의전서열 2위로 대접받으며,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대표로서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의전서열 2위
특권 내려놓기

지난 2016년 4·13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면서 제1당이 됐다. 자연스럽게 국회의장 선출권이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그해 6월9일, 민주당 의원총회서 진행된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열렸다. 정 의장은 총 121표 가운데 71표를 얻어 문희상 의원(35표), 박병석 의원(9표), 이석현 의원(6표)을 누르고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 투표를 진행했다. 그는 여·야 모든 의원들에게 지지를 얻으며 총 287표 가운데 274표를 얻어 전반기 국회의장에 올랐다. 2002년 16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국회를 이끈 후 14년 만의 야당 국회의장이었다.

당시 정 의장은 당선소감으로 가장 먼저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3부 중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가장 높은 대의기구”라며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고 3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국회가 명실상부한 책임정치의 주체로서 당면한 경제위기 앞으로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극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유능한 갈등 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임기 2년 동안 이 약속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국민적 찬사를 받았다. 그는 국회의장 취임 기자회견서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의 간접고용 문제를 언급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이분들을 직접 고용할 방안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해 12월 3일 본회의서 2017년도 국회 청소용역 직접 고용을 위한 예산 59억6300원이 통과됐다. 지난해부터 국회는 청소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했다. 기존 청소근로자들은 2년 연속 근무하면 2019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정 의장은 경제부총리, 예결위원장, 각 당 원내대표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청소근로자 직접 고용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 여론은 정 의장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국회 청소노동자의 고용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는 18대 국회에 본격화됐다. 

지난 2년 원만하고 합리적 리더십 발휘
국회 정상화 위해 강력한 메시지도 던져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고용형태 전환을 약속한 바 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미화노동자 노조가 지난 2014년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정 의장은 또 취임 이후 측근 인사를 배제한 탕평인사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국회 사무총장에 우윤근 전 민주당 의원을, 비서실장에 김교흥 전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인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부의장 등이 모두 전북 등 호남권이기 때문에 측근들을 배제하고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의장은 직권으로 국회운영위원회를 야당 의원 60% 상임위로 만들어 일하는 국회를 만들었다. 그의 노련함을 옆볼 수 있는 행보였다.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의 60% 이상이 찬성할 경우, 특정 안건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국회 운영위다. 

당시 국회운영위는 위원정수 28명 중 민주당 11명, 국민의당 4명이라 야권 비율이 60%에 미달했다. 그런데 정 의장이 운영위에 정의당 노회찬, 야권 성향 무소속 홍의락 의원을 배정해 야권 비율이 60%를 넘게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야당 의원들이 60%를 넘는 상임위를 최소화했는데 정 의장이 비교섭단체 의원을 상임위로 배정하면서 허를 찔렸다. 

이는 국회 법안 처리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3월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서 처리된 법안은 총 3250건, 처리율은 27.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서 같은 기간 동안 처리된 법안(2500건)에 비해 750건(30%) 많은 수치다. 

8선 노련함
압도적 지지

정 의장은 최근 논란이 된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는 해외출장의 경우 전면 금지 카드를 꺼냈다. 

정 의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서 열린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서 “국회의원이 외부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아 국외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국민 눈높이서 볼 때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피감기관 외유성 출장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 활동 신고 등에 관한 규정’과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 활동 신고 등에 관한 지침’에 대한 제·개정을 완료했다. 

개정된 규칙과 지침에 따라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피감기관의 경비로 국외 출장을 갈 수 없게 됐다. 다만 국익 등을 위해 외부기관의 요청으로 국외 출장이 필요한 때에는 엄격한 기준에 맞는 때에만 사전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외 출장의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국외활동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적절한 국외 출장에는 의장이 계획 취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사전통제가 강화된다. 정 의장은 국외 출장 후 결과보고서 제출 의무화와 국외 출장 실적의 정례적인 점검 등의 사후 통제장치도 등을 마련했다. 


정 의장은 ‘개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이번 지방선거서 개헌안이 통과되기를 누구보다 기대했다. 개헌 관련 세미나 토론회 등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협상서도 ‘국민들과 약속’을 들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친화력
청렴함 인정

하지만 정 의장의 6월 개헌안 국민투표는 사실상 야당의 반대로 물 건너간 상황이 됐다. 

정 의장은 여야가 모두 합의한 ‘6월 지방선거 개헌안’이 무산되자 바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보였다. 

정 의장은 지난달 23일 “국민에게 약속한 6월 개헌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은 “민생이 후퇴하고 남북 관계는 급진전이 예상되는데 국회의 시간만 멈춰선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며 “국회가 국민의 혈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는데 국회는 문만 열어 놓고 정쟁만 하고 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정 의장은 국회 정상화가 될 때까지 세비 반납 선언으로 여야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카리스마까지 보였다. 최근 드루킹 특검과 추가 경정 예산안 동시 처리 여부를 둘러싼 여야 입장차이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수차례 진행하며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 의장은 지난 8일 여야 정례회동서 “협상 타결이 안 되면 나부터 4월 세비를 반납하고 앞으로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오는 14일까지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4월로 보궐선거가 늦어져 국민들의 참정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여야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국회 정상화가 요원해지자 예정된 해외 순방도 전격 취소했다. 

당초 정 의장은 지난 9일부터 8박9일 일정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순방이 잡혀 있었다. 국회의장이 예정된 해외 순방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어 이례적이지만 여론은 정 의장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1950년 전북 진안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처음엔 전주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자 결심하고 전주신흥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해 찬사
국회의원 지침·규칙 재개정도

전주신흥고 교장에게 대학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날 장학생으로 입학시켜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 교장은 장학생 대신 매점 일을 맡겼고, 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고려대 재학 당시엔 <고대신문> 기자,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주재원 시절 뉴욕대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LA주재원 시절 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1995년까지 쌍용그룹서 수출 관련 업무를 맡았다.

1995년에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정계 입문 제안을 받고 1995년 총재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20대 국회까지 연달아 6선을 기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서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을 거치며 주로 경제분야서 정책 역량을 과시했다. 2005년 1월에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당시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처리 실패로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추스르면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맡아 수행했다.

2005년 3월에는 한나라당의 반대를 뚫고 행정복합도시특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을 통과시켰다. 그해 10·26재보선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후 3개월 동안에는 임시 당의장을 겸임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듬해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역임했다. 재임 기간 동안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되기 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 7월6일에 통합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그의 대표시절 첫 선거인 2009년 10·29재보선서 민주당은 수원시 장안구, 안산시 상록을, 충북 증평군서 승리하며 3:2로 한나라당에 승리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결과를 이명박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해석하는 논평을 냈으며, 한나라당은 패배를 인정한다면서도 참패는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끝나지 않은
개헌 전도사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바람과 진보야당들과의 선거연대, 의무급식 등 복지공약을 적절히 조합하며 큰 승리를 거두었다. 친노(친 노무현)성향 후보가 출마한 인천, 강원, 충남을 모두 가져왔고, 특히 충북을 가져오며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도의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밖에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부산의 김정길 후보가 45%의 득표율을 올리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시장 자리는 오세훈 후보에게 근소한 차(0.6%)로 패배했지만 의회 의석의 상당수를 점유했다. 몇몇 기자들은 그때까지 이른바 관리형 정치인으로 불리우던 정 의장을 가리켜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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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