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임기 마친 정세균 국회의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14 10:35:05
  • 호수 1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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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존재감 드러낸 ‘미스터 스마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며 원만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선보였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더불어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국회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찬사를 받았다. 국회의장 2년 동안 정 의장의 행적을 살폈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으로 임기는 2년이다. 입법부를 대표하며 입법부의 사무를 집행하며 본회의서 사회를 맡는다. 대법원장,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와 함께 삼부요인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국회의장은 보통 국가 의전서열 2위로 대접받으며,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대표로서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의전서열 2위
특권 내려놓기

지난 2016년 4·13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면서 제1당이 됐다. 자연스럽게 국회의장 선출권이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그해 6월9일, 민주당 의원총회서 진행된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열렸다. 정 의장은 총 121표 가운데 71표를 얻어 문희상 의원(35표), 박병석 의원(9표), 이석현 의원(6표)을 누르고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 투표를 진행했다. 그는 여·야 모든 의원들에게 지지를 얻으며 총 287표 가운데 274표를 얻어 전반기 국회의장에 올랐다. 2002년 16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국회를 이끈 후 14년 만의 야당 국회의장이었다.

당시 정 의장은 당선소감으로 가장 먼저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3부 중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가장 높은 대의기구”라며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고 3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국회가 명실상부한 책임정치의 주체로서 당면한 경제위기 앞으로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극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유능한 갈등 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임기 2년 동안 이 약속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국민적 찬사를 받았다. 그는 국회의장 취임 기자회견서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의 간접고용 문제를 언급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이분들을 직접 고용할 방안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해 12월 3일 본회의서 2017년도 국회 청소용역 직접 고용을 위한 예산 59억6300원이 통과됐다. 지난해부터 국회는 청소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했다. 기존 청소근로자들은 2년 연속 근무하면 2019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정 의장은 경제부총리, 예결위원장, 각 당 원내대표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청소근로자 직접 고용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 여론은 정 의장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국회 청소노동자의 고용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는 18대 국회에 본격화됐다. 

지난 2년 원만하고 합리적 리더십 발휘
국회 정상화 위해 강력한 메시지도 던져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고용형태 전환을 약속한 바 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미화노동자 노조가 지난 2014년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정 의장은 또 취임 이후 측근 인사를 배제한 탕평인사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국회 사무총장에 우윤근 전 민주당 의원을, 비서실장에 김교흥 전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인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부의장 등이 모두 전북 등 호남권이기 때문에 측근들을 배제하고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의장은 직권으로 국회운영위원회를 야당 의원 60% 상임위로 만들어 일하는 국회를 만들었다. 그의 노련함을 옆볼 수 있는 행보였다.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의 60% 이상이 찬성할 경우, 특정 안건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국회 운영위다. 

당시 국회운영위는 위원정수 28명 중 민주당 11명, 국민의당 4명이라 야권 비율이 60%에 미달했다. 그런데 정 의장이 운영위에 정의당 노회찬, 야권 성향 무소속 홍의락 의원을 배정해 야권 비율이 60%를 넘게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야당 의원들이 60%를 넘는 상임위를 최소화했는데 정 의장이 비교섭단체 의원을 상임위로 배정하면서 허를 찔렸다. 

이는 국회 법안 처리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3월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서 처리된 법안은 총 3250건, 처리율은 27.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서 같은 기간 동안 처리된 법안(2500건)에 비해 750건(30%) 많은 수치다. 

8선 노련함
압도적 지지

정 의장은 최근 논란이 된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는 해외출장의 경우 전면 금지 카드를 꺼냈다. 

정 의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서 열린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서 “국회의원이 외부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아 국외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국민 눈높이서 볼 때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피감기관 외유성 출장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 활동 신고 등에 관한 규정’과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 활동 신고 등에 관한 지침’에 대한 제·개정을 완료했다. 

개정된 규칙과 지침에 따라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피감기관의 경비로 국외 출장을 갈 수 없게 됐다. 다만 국익 등을 위해 외부기관의 요청으로 국외 출장이 필요한 때에는 엄격한 기준에 맞는 때에만 사전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외 출장의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국외활동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적절한 국외 출장에는 의장이 계획 취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사전통제가 강화된다. 정 의장은 국외 출장 후 결과보고서 제출 의무화와 국외 출장 실적의 정례적인 점검 등의 사후 통제장치도 등을 마련했다. 


정 의장은 ‘개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이번 지방선거서 개헌안이 통과되기를 누구보다 기대했다. 개헌 관련 세미나 토론회 등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협상서도 ‘국민들과 약속’을 들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친화력
청렴함 인정

하지만 정 의장의 6월 개헌안 국민투표는 사실상 야당의 반대로 물 건너간 상황이 됐다. 

정 의장은 여야가 모두 합의한 ‘6월 지방선거 개헌안’이 무산되자 바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보였다. 

정 의장은 지난달 23일 “국민에게 약속한 6월 개헌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은 “민생이 후퇴하고 남북 관계는 급진전이 예상되는데 국회의 시간만 멈춰선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며 “국회가 국민의 혈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는데 국회는 문만 열어 놓고 정쟁만 하고 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정 의장은 국회 정상화가 될 때까지 세비 반납 선언으로 여야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카리스마까지 보였다. 최근 드루킹 특검과 추가 경정 예산안 동시 처리 여부를 둘러싼 여야 입장차이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수차례 진행하며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 의장은 지난 8일 여야 정례회동서 “협상 타결이 안 되면 나부터 4월 세비를 반납하고 앞으로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오는 14일까지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4월로 보궐선거가 늦어져 국민들의 참정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여야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국회 정상화가 요원해지자 예정된 해외 순방도 전격 취소했다. 

당초 정 의장은 지난 9일부터 8박9일 일정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순방이 잡혀 있었다. 국회의장이 예정된 해외 순방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어 이례적이지만 여론은 정 의장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1950년 전북 진안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처음엔 전주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자 결심하고 전주신흥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해 찬사
국회의원 지침·규칙 재개정도

전주신흥고 교장에게 대학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날 장학생으로 입학시켜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 교장은 장학생 대신 매점 일을 맡겼고, 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고려대 재학 당시엔 <고대신문> 기자,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주재원 시절 뉴욕대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LA주재원 시절 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1995년까지 쌍용그룹서 수출 관련 업무를 맡았다.

1995년에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정계 입문 제안을 받고 1995년 총재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20대 국회까지 연달아 6선을 기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서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을 거치며 주로 경제분야서 정책 역량을 과시했다. 2005년 1월에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당시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처리 실패로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추스르면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맡아 수행했다.

2005년 3월에는 한나라당의 반대를 뚫고 행정복합도시특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을 통과시켰다. 그해 10·26재보선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후 3개월 동안에는 임시 당의장을 겸임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듬해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역임했다. 재임 기간 동안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되기 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 7월6일에 통합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그의 대표시절 첫 선거인 2009년 10·29재보선서 민주당은 수원시 장안구, 안산시 상록을, 충북 증평군서 승리하며 3:2로 한나라당에 승리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결과를 이명박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해석하는 논평을 냈으며, 한나라당은 패배를 인정한다면서도 참패는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끝나지 않은
개헌 전도사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바람과 진보야당들과의 선거연대, 의무급식 등 복지공약을 적절히 조합하며 큰 승리를 거두었다. 친노(친 노무현)성향 후보가 출마한 인천, 강원, 충남을 모두 가져왔고, 특히 충북을 가져오며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도의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밖에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부산의 김정길 후보가 45%의 득표율을 올리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시장 자리는 오세훈 후보에게 근소한 차(0.6%)로 패배했지만 의회 의석의 상당수를 점유했다. 몇몇 기자들은 그때까지 이른바 관리형 정치인으로 불리우던 정 의장을 가리켜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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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