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추적> ‘곽노현 금품파문’ 미스터리 셋

노무현‧한명숙 보면 곽노현 보인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금품파문’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누구보다 청렴해야할 교육계수장이 금품파문에 연루되며 여야 할 것 없이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10‧26재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에 불리한 검찰수사는 과거부터 되풀이되던 관행이라 ‘표적‧기획수사’라는 의혹이 일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곽 교육감의 검찰 수사 방식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와 오버랩 된다는 점에서 곽노현 사태가 ‘역풍’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주민투표 승리한 야권에 찬물 ‘철퍽’
①‘곽의 3일천하’는 이미 계획 됐었다?
②단일화 대가로 뒷거래 2억 건넸나?
③검찰 대가성 입증 못하면 ‘곽’ 무혐의

지난달 2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작년 교육감선거 당시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단일화 대가로 돈을 건넨 의혹들이 제기되며 정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야권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승리를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검찰 측의 발표에 따르면 8월초 선관위에 곽 교육감에 대한 고발이 접수됐고, 계좌추적을 한 결과 돈이 오간 통로는 단일화 대상이었던 박 교수의 동생과 곽 교육감의 지인인 강 교수라는 것이 밝혀졌다. 검찰은 2011년 2~4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곽 교육감측에서 1억3000만원이 박 교수 측으로 건너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검찰의 폭로
‘3일천하 곽’

이같은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정국을 강타하자 곽 교육감은 서둘러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 2억원의 돈을 박명기 교수에게 지원했다”며 “선의에 입각한 돈으로 선거와는 무관하게 저와 가장 친한 친구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보다도 발 빠르게 나서 검찰이 밝히지 못한 7000만원의 액수까지 더해 돈을 건넨 혐의를 인정하며 사실을 밝혔다.

여기에 박 교수는 검찰 조사 중 “서울시 교육감 후보를 사퇴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으며 원래 받기로 한 돈은 7억원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여야 할 것 없이 곽 교육감의 사퇴 압박이 가해졌고, 대다수의 언론은 앞장서서 연일 곽 교육감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검찰은 2억원의 자금출처를 밝히기 위해 곽 교육감의 주변인들을 소환하며 수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의심 가는 대목은 아무리 선의의 목적이라고 해도 전문 법학자였던 그가 선거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검은 돈을 줬을까 하는 점이다. 2억원의 대가성 입증문제로 법적 시비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교육계의 수장이라 불리는 교육감의 신분으로 억대의 돈 거래가 오고 갔다는 사실은 충분히 곽 교육감에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도중 경쟁후보가 사퇴하면 최소한의 비용을 사적으로 보전해 주는 게 선거판의 관례로 알려졌다. 그런데 곽 교육감의 경우만 철퇴를 맞고 있어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전격 사퇴하며 서울시장 재보선이 확정된 상황에서 폭로된 것과 관련해 검찰수사에 더욱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1. 검찰의 ‘표적‧기획수사’ 의혹

검찰 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8월 초 수사 자료를 넘겼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최근까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수사를 자제했다”며 “공소시효(6개월)가 임박해 투표가 끝나 수사를 시작했다”며 표적‧기획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야권에 대한 검찰수사는 종종 여권에 유리한 결과를 안겨줬다.

18대 총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연고가 없는 은평을 지역에서 친이계의 좌장이자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을 이기며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총선자금을 마련하려고 발행한 당채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됐고, 1심에서 재판부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다시 당사랑 채권을 통해 당이 2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받은 것은 합당하지 않기 때문에 당을 처벌해야 하는데, 당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인 문 대표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다시 유죄판결을 이끌어내 문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에 이 장관은 재보선을 통해 다시 은평을 지역을 꿰찰 수 있었다.

또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는 야권후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같은 사건에 휘말린 한 전 총리는 불리한 입장에 놓였고, 여권의 오 전 서울시장에 자리를 내주며 석패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결심공판은 오는 9월19일 열릴 예정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는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며, 시장직을 내걸었던 오 전 시장이 전격 사퇴했다. 하지만 10월26일로 예정된 차기 서울시장선거에서 여권의 승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지방권력의 핵심인 서울시장직을 야권에 뺏길 위험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선거를 앞두고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야권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수사가 표적‧기획수사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2. 청와대 개입 논란

곽 교육감과 관련한 검찰수사 진행상황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수사방식과 오버랩 되면서 현 정권의 보복과 함께 정권에 불리한 사건 무마용 수사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촛불시위로 인해,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수사는 보궐선거 직후에, 곽 교육감 수사는 주민투표 직후에 여권의 패배 상황에서 본격화됐다는 점이 비슷하다. 또한 권양숙 여사를 먼저 소환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했듯 이번에도 곽 교육감의 부인 등 주변인들부터 소환하며 당사자를 옥죄는 검찰의 조사방식 역시 똑같다.

여기에 곽 교육감의 상대측인 박 교수의 변호를 맡은 대형로펌이 이전에 노 전 대통령의 상대측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변론을 맡은 곳과 같은 곳이라는 점이 밝혀지며 의혹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 대형로펌은 MB정권 출범 후 여권의 주요한 정치적 사건을 도맡으며 급성장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불거진 도곡동 땅 사건의 실소유주 논란 당시 이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변호를 담당했고,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공천 로비 사건에서 김옥희씨와 구속된 브로커 김태환씨의 변호를 잠시 맡은 곳으로 알려졌다. 또 이곳 대표인 강훈 변호사는 BBK사건을 직접 담당했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BBK사건을 수사했던 특별수사팀이 한 언론사를 고소했는데, 서울고법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BBK 관련 의혹이 있는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만한 사안이었다.

이 로펌은 당시 ‘서태지-이지아 위자료문제’로 이지아측 변호를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서태지-이지아 결혼 사실이 BBK사건에 대한 판결 발표 약 10분 정도 후에 공개됐다. 때문에 관심을 돌리려 이같은 사건을 터트렸다는 음모론이 제기될 만큼 현 정권에 과잉충성을 보이고 있는 로펌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곽 교육감 사태 역시 부산저축은행비리와 관련된 브로커 박태규씨의 입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 정권의 측근인사들이 연루된 대형비리사건 핵심인물인 박씨의 조사가 시작되자 이번에도 곽 교육감 사태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

#3. 친이계 음모론

주민투표 패배와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위협받는 친이계가 친박계와 야권을 동시에 잡을 카드로 곽 교육감 금품파문을 터트린 ‘배후세력’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 측근들에 따르면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초기에는 이같은 사실을 공개해 주민투표를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권 수뇌부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로 받아질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쏠렸고, 보수층이 결집하면 주민투표도 해볼만 하다는 판단에 사태를 관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두지휘했던 오 전 시장이 물러나며 친이계는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때문에 다가오는 10‧26재보선에서 친박과 야권을 동시에 잡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것.

친이계 측에서는 도덕성 시비로 곽 교육감이 사퇴한다면 진보진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는 10‧26재보선에서도 무상복지가 논쟁이 된다면 선거를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조건부 지원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도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에 대한 보수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 전 시장의 전격 사퇴이후 재빠르게 곽 교육감의 금품파문을 폭로한 배후세력이 친이계라는 설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2억의 대가성 입증에 자심감을 내비치는 검찰과 선의의 목적이기 때문에 떳떳해 사퇴불가 입장을 보이는 곽 교육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0‧26재보선을 앞두고 벌어진 곽 교육감 금품사태를 둘러싸고 검찰의 표적‧기획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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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