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누나들의 심장’ 저격한 정해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09 10:14:05
  • 호수 1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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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박보검 계보 이은 ‘국민 연하남’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세 연하남 정해인은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뽀얀 피부와 부드러운 미소가 브라운관을 핑크빛 설렘으로 물들였다. 손예진과 알콩달콩 현실 연애를 보여주며 단숨에 ‘국민 연하남’으로 등극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2018년 3월30일부터 방송 중인 JTBC 금토드라마다.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후속작으로 방영 예정이었던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편성이 2018년 하반기로 지연됐다. 공백이 약 4주간 생기면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재방송하기로 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커피회사 슈퍼바이저 윤진아(손예진)가 절친한 친구의 남동생인 게임 아트디렉터 서준희(정해인)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드라마다.

떠오르는 
흥행 보증수표

남녀 주인공이 재벌남도 아니고 신데렐라도 아닌 그저 평범한 30대 남녀지만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통화하는 특별한 이벤트 없는 평범한 연애 속에서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포인트가 요소요소마다 녹아있다.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로 가맹점을 관리하는 윤진아는 시시때때로 트집을 잡는 상사들과 사고뭉치인 점주 때문에 매번 위기에 직면하지만 겨우 달래고 매장 지원을 나가며 직장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운 전 남자친구는 윤진아에게 집착을 한다. 속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결혼 독촉에 바쁘다. 하지만 윤진아는 이런 불편한 현실서 도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해 나간다. 30대 여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문제를 진아는 묵묵하게 겪어내고 있다.


윤진아의 지친 현실을 달래준 오아시스 같은 활력소는 바로 매력적인 연하남 서준희와의 연애다. 서준희는 윤진아를 놀리기도 하고 전 남자친구 때문에 화를 내기도 하지만 윤진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서준희를 연기하는 정해인이야말로 올해의 발견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20∼30대 여성들을 설렘으로 물들이고 있다. 

<밥 잘 사주는…>로 여심 사로잡아
사랑스럽게 박력있는 미소년 캐릭터

대체제로 여겨졌던 드라마가 대박이 났다. 매회 안방극장의 열기가 뜨겁다. 시청률은 고공행진, 온라인 포털 사이트도 온통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관련 기사뿐이다.

지난달 14일 방송된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결국 연애 중임이 들통난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분은 전국 기준 6.2%, 수도권 7.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한 번 경신했다. 2049 타깃 시청률 역시 4.1%를 기록하며 연이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날 외박을 들킨 윤진아는 부친 윤상기(오만석)에게 무릎을 꿇었다. 윤진아는 “거짓말했다”고 고백하며 “지금은 아무 말도 못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나중에 다 말하겠다. 그때까지만 믿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서준희는 서로를 향한 사랑을 숨겨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서준희는 “뭐라고 하시냐? 혼자만 끙끙대지 마라”며 위로했고 윤진아는 “차라리 야단이 낫겠다 싶더라”고 했다. 이를 듣던 서준희는 “윤진아 사랑한다.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방송 말미에 서준희는 윤승호(위하준)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은 상황. 윤진아는 이별 후 스토킹하는 이규민(오륭)을 찾아갔다가 시비가 붙었고 윤승호는 서준희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분노한 서준희가 경찰서에 들어서자 윤진아는 “하지 마”라며 만류했고, 서준희는 이규민에게 달려드는 대신 윤진아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사랑이 공개되는 순간, 윤승호가 크게 놀랐고 진짜 연애의 고난이 예고됐다.

1억→5억대
몸값 ‘껑충’

이런 고난은 정해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손예진의 현실 연기와 더불어 매회 정해인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매력은 이 드라마의 강력한 관전 포인트다. 정해인은 연하남의 귀여움부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상남자로 돌변하는 카리스마, 여기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적인 진심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서준희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사실 드라마의 서사는 기존의 흔한 멜로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두 주연 배우의 완벽한 호흡과 딱 들어맞는 비주얼, 정해인의 발견이 작품의 가치와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정해인의 눈빛과 목소리 연기도 몰입도를 높여 명장면을 만들었다. 특유의 편안한 웃음으로 듬직한 매력까지 드러내면서 윤진아와 시청자들의 여심을 모두 사로잡았다. 
 

최근 ‘요즘 여자 둘 이상이 모이면 정해인 얘기로 대동단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야말로 인기가 파죽지세다. 최근 발표된 TV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지난 10월 80만명가량이었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월 중반 현재 200만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소수 정예로 운영되던 정해인의 팬카페는 활기를 찾으며 6000명을 돌파했다. <예쁜 누나>는 한한령이 풀리지 않는 상황서도 중국 최대 SNS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 드라마(중국 드라마 포함) 해시태그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선 한국 드라마 차트 1위를 차지, 차세대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달 9일엔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며 정해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연기 6년차
늦은 전성기

정해인은 광고계 블루칩으로도 떠올랐다. 송중기가 <태양의 후예>로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박보검이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것처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비록 드라마 시청률에서는 비교불가 상태지만 인지도와 화제성만큼은 송중기나 박보검 못지않게 뜨겁다. 정해인의 인기가 신드롬으로 평가 받는 건 최근 그가 광고계서 보여주고 있는 성적 때문.

정해인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출연 이후 광고 물량은 물론이고 모델료까지 급상승, 대세 중의 대세가 되고 있다. 광고 출연료가 1년 전에 비해 수직상승했다. 1억5000만원 선이었던 출연료가 5-6억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건강식품 화장품 음료 의류 등 다양한 광고에 등장, 틀면 나온다고 할만큼 모델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 정해인은 사랑받고 싶은 ‘국민연하남’ 떠올라 광고계서 가장 핫한 모델로 등극하면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정해인이 출연하고 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역시 광고 효과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고를 하기 위해 광고주가 줄을 서고 있어 JTBC 히트작인 <힘쎈 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등의 광고 수익을 가볍게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고주 역시 정해인을 모델로 기용한 제품의 매출이 두 배 이상 늘고, 해외 판매 문의가 쏟아지는 등 신드롬 영향을 톡톡히 받고 있다.

최근 대세남으로 급부상했지만, 정해인은 벌써 6년 차의 베테랑 연기자다. 지난 2013년 AOA블랙의 <MOYA> 뮤직비디오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수 많은 작품을 거치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았다. 6년 만에 전성기를 맞게 된 그는 일찌감치 군대도 다녀왔다.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가 정해인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조연 최강인 역으로 출연한 그는 아이돌 가수로 분해 백금발 머리를 선보였다. 같은 해 tvN 드라마 <삼총사>서 그는 주연으로 활약했다. 

친구 남동생 사랑하는 윤진아
친누나 절친 사랑하는 서준희 

정용화, 이진욱, 양동근, 서현진 등과 함께 연기를한 그는 의도치 않게 여심을 녹이는 진지한 꽃무사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2015년 KBS에서 방영했던 <블러드>서 정혀인은 팔방미인 천재 재야 감염학자를 연기했다. 꽃미남형 얼굴에 패션 센스까지 넘치는 매력남을 소화했다. 2016년 SBS <그래, 그런 거야>서 정해인은 27살 청년 유세준 역할을 맡았다. 유쾌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에 성실한 느낌을 잘 소화해 조연임에도 인기를 누렸다. 

2017년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정해인은 솔직하고 의협심이 강한 경찰 역할을 맡았다. 이 드라마서 여성 팬들은 그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지난 1월 종영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서 유 대위 역으로 정해인은 전성기를 맞는다. 그는 이 드라마서 중대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 미스테리 중대장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와 우직한 모습을 연기했다. 
 

그는 정약용의 직계 6대손인 것으로 알려져 더 화제를 뿌렸다. 다산 정약용은 조선 후기 실학자로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했으며 <목민심서> <경세유표>등의 책을 저술하는 등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이 때문에 정해인 팬들 사이에서는 정해인을 두고 ‘정약용의 숨겨진 업적’ ‘정약용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것은 목민심서만이 아닙니다’ 등의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정해인은 한 인터뷰서 정약용 6대손이라는 것에 대해 “전 잘한 것이 없는데 훌륭하신 조상님이 거론되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정해인은 자신을 향해 붙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안판석 감독과 배우 손예진, 정해인이 참석했다. ‘국민 연하남’ ‘대세’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것에 대해 정해인은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수줍어했다.  

정약용 6대손
“부담스럽죠”

정해인은 “저는 지금까지 연기를 한두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묵묵히 연기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전에도 많이 나왔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시청자분들은 어디서 툭 튀어나왔느냐고 하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드라마를 잘 봐 주셔서 ‘대세’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부담스럽다. 심각할 정도로,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그 수식어가 두렵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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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