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파워블로거의 파워

여론 쥐락펴락 ‘포털 황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드루킹 사건’의 마침표가 언제쯤 찍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포털에 게재된 뉴스 기사를 대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과 공감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저 아래 운용되던 댓글이 조작이라는 범죄에 오염된 것이다. 공론의 장으로 여겨졌던 포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워블로거는 가상의 인터넷 공간뿐 아니라 현실세계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김씨를 포함한 3명은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드루킹은 이들 가운데 주범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조작프로그램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기사 댓글 2개의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 판세
분석·전망

댓글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남북여자하키단일팀 구성을 두고 2030세대 사이서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증가했던 시기를 노린 것이다. 

김씨 등은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곳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곳에서 주로 심야 시간에 공감클릭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드루킹의 공범 박모씨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박씨의 필명은 '서유기'다. 

박씨는 드루킹의 지시를 받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입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받은 드루킹이 기사 공감수를 조작한 것이다. 박씨는 드루킹과 함께 느룹나무 출판사 공동 대표를 맡았다. 박씨 역시 드루킹과 마찬가지로 SNS 등에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여론과 관련된 글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은 인터넷 포털을 무대로 삼았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에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미디어 이용률은 모바일 인터넷의 경우 82.3%로 TV(93.2%)의 뒤를 이었다. 

모바일 인터넷과 TV의 뉴스 이용률은 각각 73.2%, 85.5%였다. 많은 대중들이 TV만큼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주일간 1일 이상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포털 뉴스를 이용한 빈도는 70.9%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주일간 뉴스를 이용한 포털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네이버가 68.4%로 가장 높았다. 드루킹이 포털 중에서도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다.

대중들은 네이버 자체를 많이 이용하기도 하는 편이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각 사이트 주름잡는 베일 속 블로거
댓글·공감 매크로프로그램으로 조작

네이버는 뉴스를 유통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기사를 송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언론사별로 보도되는 기사와 방송영상을 카테고리 형식으로 내놓는다. 

또,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뉴스를 상단에 배치해 이슈를 선정하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네이버는 언론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54.2%로 과반수를 넘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 네이버가 뉴스의 통로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네이버는 여론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회 수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는 것을 비롯해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사 하단 부분에 이용자들은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을 표시할 수 있다.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베스트댓글이 돼 댓글창 상위에 자리하게 된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베스트댓글은 여론의 지표로 여겨지곤 한다. 반대로 비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창에서 내려가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드루킹은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이용했다. 그는 네이버 아이디(ID) 614개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특정 기사 댓글에 공감을 클릭해 댓글을 조작했다.

시스템 한계
대책이 없다?

드루킹은 베스트 댓글을 임의로 조정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댓글 시스템은 클릭이라는 다소 단순한 절차로 이루어져있다. 댓글이 순수한 대중의 참여와 조작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댓글의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많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소득, 학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댓글을 완전히 금지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댓글만큼 사용하기 편하고 대략적인 여론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흔하지 않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댓글로 나타난다. 댓글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포털이 공론의 장으로 평가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기사에 대한 조회 수로 여론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댓글에는 그 기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번 드루킹 사태는 댓글문화가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포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사건으로 댓글의 공감과 비공감 ,그리고 베스트 댓글은 대표성을 상실했다. 많은 이용자들 대신 아이디를 끌어 모으고,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앞으로는 순수한 참여마저 의심을 받고, 부정을 당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포털을 완전히 폐쇄하기는 어렵다. 포털은 공론의 장이다. 특히나 네이버와 다음 등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용자들은 포털 속 뉴스들에 대해 댓글이라는 다소 손쉬운 시스템으로 여러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또한 포털은 이용자수가 다양하다. 포털이외에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용자수가 포털보다 적고, 특정 기호를 바탕으로 모인 곳이기에 한계가 있다. 여론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포털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론의 장’ 역할 의문 제기
“혁신적 대안 필요하다” 지적 

공론의 장으로 여겨지는 포털에 대한 제약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직접적인 폐쇄는 대안으로 보기 힘들다. 댓글을 실명제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름을 밝힌 상태서 댓글을 작성한다면 여론 조작에 아이디가 동원되거나 불법 프로그램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좀 더 투명한 여론의 반영을 꾀하는 것이다.
 

이와는 상반되는 의견도 있다. 지금처럼 댓글문화가 정착하게 된 계기에는 익명제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름을 숨길 수 있기에 좀 더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서 꽤 자유로워질 수 있다.

네이버는 댓글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아이디 1개당 하루에 쓸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댓글에 대한 답글은 40개로 제한했다. 여기에 10초의 등록 간격을 둬 댓글이 연속적으로 작성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동일한 IP(인터넷상 해당 컴퓨터의 주소)에서 일정 횟수 이상 로그인을 시도하거나 동일한 내용의 댓글을 반복해서 올릴 경우 ‘캡차(CAPTCHA)’가 적용된다.

네이버는 10분 내에 일정 수 이상의 공감을 클릭할 때도 캡차를 노출한다. 캡차는 사용자를 구분하기 위해 쓰이는 방법이다. 즉, 댓글을 등록하고 공감을 누르는 주체가 사람인지, 컴퓨터 프로그램인지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캡차에 있는 숫자와 영문은 기계가 알아볼 수 없도록 설정돼있다. 

이를 통해 매크로 작업이 벌어지게 된다면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현재 대책
허점 있어

현재 네이버의 댓글 노출 순서는 순공감순이다. 순공감순은 공감수에서 비공감수를 뺀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노출 순서를 최신순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댓글을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으로 선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순공감순이 기본으로 돼있다. 또한 아이디 1개당 하루에 허용되는 댓글 수를 현재 20개서 그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드루킹 사건을 미루어 볼 때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측은 “댓글 조작을 알고서도 방치한 게 아니다”라며 “조작 의혹 댓글들을 자체적으로 파악해 처리할 것은 처리하지만 모두 다 찾아 대응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크로는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로 접속하는 식의 수작업을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네이버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기술을 도입해 댓글의 어뷰징 탐지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월 1회 댓글정책이용자패널 간담회를 통해 사용자 의견을 수렴할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네이버는 매크로 모니터링를 강화하고 뉴스 편집을 AI에 100%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 댓글과 공감조작의 위험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웃링크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인링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자신의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를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포털 서비스 내에서 읽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아웃링크는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옮겨가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아웃링크 방식은 공감수에 따라 댓글 순서가 정해지는 포털 내에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인링크 방식에 따라 이용자 다수는 한 공간에 모여 특정 기사에 대해 댓글을 작성하고 공감과 비공감을 채택할 수 있게 된다. 

인링크 방식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한 기계적 여론조작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사들의 기사는 모아두되 기사를 클릭하면 이용자들이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분산되도록 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포털 자체가 문제라 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 사용자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포털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처럼 여론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도 뉴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커뮤니티에선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해 뉴스를 바탕으로 한 비판과 참여가 이루어져 있다. 포털과 비슷한 댓글 및 공감·비공감 체계도 갖추고 있다.

다만 포털은 공통된 관심사와 성향으로 뭉친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포털은 뉴스를 공급하기 이전부터 이메일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까닭에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이용자들보다 더 많은 이들을 확보하고 있다. 포털을 여론의 가늠추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강한 영향력
포털의 책임?

포털 내 기사를 바탕으로 공감수를 조작한 김씨는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기사에 대한 댓글을 다소 공인된 여론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막지 못한 포털의 책임이 제기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책임 제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여론조작 사건과 의혹은 과거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미뤄봤을 때 기존 포털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대안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루킹 뜻은?

김씨는 여론조작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의 필명인 드루킹의 뜻 역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의 뜻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드루이드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9년 SNS상에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고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또한 드루킹은 ‘피의자들의 수장’이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


<기사 속 기사> 국정원도 댓글 조작?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지난 2012년 12월11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인터넷에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대치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확정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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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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