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명문 탐방 -숙명여중 농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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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4.23 10:06:10
  • 호수 1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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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농구를 하고 싶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위치한 숙명여자중학교는 1926년 농구부를 창단해 92년째 운영 중이다. 100주년을 앞두고 창단 이래 최고의 성과를 거둔 숙명여자중학교는 공식경기 무패 행진을 시작으로 서울시 대회 우승, 전국대회 4회 우승을 거두며 2017년을 마무리했다.
 

“2017년 경기 및 대회를 포함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54회 춘계 전국 남녀 중고 연맹전(영광대회) 출발 전 교장·교감 선생님께서 결승에 가면 응원가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결승까지 가더라고요. 그때 삼천포서 경기를 치렀는데 교장·교감 선생님께서 아이들과의 약속을 위해 삼천포까지 오셨어요.”

즐거운 농구

최고의 한 해를 함께한 나원열 농구부장. 그는 “제46회 전국 소년 체육대회서 전임 교장 선생님, 전임 농구부장 선생님까지 오셔서 응원해주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며 2017년을 되돌아봤다. 

전관왕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 것만 같았지만 추계 대회 취소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저희가 2017년을 보내면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저학년 친구들로 구성해서 추계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추계 대회가 취소되면서 계획들이 무산된 거예요. 추계 대회를 통해 자신감도 얻고, 동기부여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워요.”


전승 팀이다 보니 아무래도 시즌 중에는 베스트 라인업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추계 대회를 기다렸던 선수들에게 더더욱 미안함이 남았다. 특히나 총 5명이었던 3학년 선수들 또한 2명을 제외하고는 경기에 뛸 수 없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1926년 창단해 92년째 운영
우승, 우승…무패행진 신화

“한 친구는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었고, 두 친구는 부상이었어요. 그중 (문)지영이가 센터 플레이가 늘고 있던 선수였는데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이 됐죠. 만약 지영이가 부상이 없었더라면 저희는 아마 더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형이지만 나 부장에게는 마치 현재의 일인양 생생했다.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뛰지 못해도,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숙명여중은 웃으며 경기장을 오갔다.
 

“저희 선수들이 워낙 밝아요. 훈련이 힘들어도 웃고, 무거운 분위기여도 금방 풀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모습들이 경기장서도 드러나요. 그런데 타 팀에서 저희를 보면 건방지다 혹은 상대 팀을 우습게 아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절대 상대를 비하하는 의미에서 그런 것들이 아니니 혹시 아이들이 웃고 다녀도 원래 잘 웃고 다닌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게 숙명여중의 분위기였다.

“저희 전임 감독님이신 김자옥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늘 ‘왜 여기 모여 있는지’를 물어보셨어요. 그러면서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훈련을 할 때 즐겁게 임하자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어요.”


그래서 늘 즐거웠다. 경기서 이기든, 지든, 훈련이 힘들든 아니든 말이다. 나원열 농구부장은 이러한 숙명여중만의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 새로운 감독 우정한을 선임했다. 우정한 감독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숙명여중서 지도자로서 생활하며 박하나(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이유진(부천 KEB하나은행) 등의 선수를 배출했다. 이후 인천 안남중학교, 명지중학교를 거쳐 10년 만에 숙명여중으로 돌아왔다.

“10년 만에 돌아왔는데도 편해요. 친정집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있을 당시(2002∼2007)에는 최약체 팀이었어요. 그때도 정상권에 올리기 위해 노력한 덕에 매년 나갈 때마다 준우승, 우승의 성적을 거뒀어요. 물론 2017년에도 숙명여중이 좋은 성적을 냈지만, 성적보다는 즐겁게 농구를 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생각해요.”

우 감독은 아이들이 2017 전관왕의 부담을 2018년까지 가져가길 원치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즐겁게 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 우 감독은 아이들에게 책임감에 관해 이야기 한다.

“불필요 에너지 소모 말고
훈련할 때 즐겁게 임하자”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에 충실하고, 나 자신을 믿어야지 타인을 배려하기도, 생각해줄 수 있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나를 알아가고 때론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이러한 것들을 할 수 있게끔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 자신에게 떳떳해야 남에게도 떳떳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책임감의 사전적 의미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즉, 꿈으로 가는 과정 속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위해 자신이 도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아이들과 만난 지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한 선수에 치중되어 흘러가는 경기를 원하지 않아요. 전체적으로 경기에 뛰는 다섯 명 혹은 식스맨까지 해서 진정한 팀플레이를 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기존의 숙명여중의 색에서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건 빼면서 전반기까지는 합 맞추는 데 집중하려 해요.”

함께 하는 농구

농구는 팀 스포츠다. 그렇기 때문에 코트 안에 들어서는 이들과 감독·코치 그리고 교체 선수들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만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우 감독의 바람처럼 누구 하나 특출한 것이 아닌 진짜 농구를 2018년에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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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