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43> 8·18 대책 해부

‘전월세 안정’ 3번째 야심작 먹힐까


정부가 또 다시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정책이며, 전월세 대책으로는 3번째다. 이번엔 과연 ‘약발’이 먹힐까. 8·18 전월세 대책을 해부해봤다.

세제지원 요건 완화 등 파격적인 혜택 부여
공급 늘리고 시장 활성화 ‘일석이조’기대

정부는 앞으로 다가올 가을철 이사수요와 재정비 이주수요 증가, 전세선호 현상 등으로 전월세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시장불안 우려가 나타남에 따라 서민 주거불안을 해소하고 전월세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전월세 안정대책을 지난 8월18일 확정·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13일과 2월11일에 이은 세 번째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으로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민간에서 전세 물량 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8·18 전월세 대책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2차 기존 대책서
더 나아간 내용없다”

하반기 전월세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대책 마련으로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의 세제지원 요건을 현행 3호에서 1호 이상 임대하는 경우로 완화,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토록 해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고 LH공사에서 민간이 신축한 다세대주택 2만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추가 공급한다.

위의 대책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1·2차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에서 기존 대책과 더 나아간 내용이 별로 없고 지금의 세제혜택은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등록절차의 변화로 달라질 뿐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국토부에 도입을 요청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상승률을 연간 5% 이하로 유지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소득세 및 재산세를 인하하는 방안이지만 이번 안에는 빠졌다.

한 세무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효과보단 1가구 2주택 중과세가 완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이번 같은 감세 혜택은 기존의 다주택 보유자들에겐 희소식으로 임대사업자로 정식 등록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새로운 임대주택 희망자들의 부동산 구입 동기를 자극할 순 있어도 부동산 시장 회복과 가격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세무전문가는 정부의 주거용 오피스텔 확대 방안에 대해 “오피스텔의 경우 이미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세금 문제로 주거용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토록 해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면 지금보다 오피스텔 거래가 활발해 지는 것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매매의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떨어지면 구입을 미루거나 포기해도 되지만 전월세의 경우는 매매와 달리 꼭 사야 하는 생필품과 같아 수요를 조정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은 맞다. 다만 지금 정책들로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미 월세 시장은 차고 넘친다. 이번에 감세 혜택을 주는 임대사업자나 오피스텔의 경우 대부분 월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실질적인 전세 값 안정에 도움이 되진 못 할 것”이라며 “현재 소형평형에만 감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최소 106㎡(32평) 이상은 돼야 월세가 아닌 전세로 넘어가기 때문에 혜택을 주는 평형 규제를 없애는 것이 좋다. 또 월세가 아닌 전세를 놓는 임대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보다 현실적인 효과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정부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들썩이는 전세시장을 잡겠다며 올해 들어 세 번째 전월세 대책을 내놨는데도 부동산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8·18 전월세 안정방안은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 전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고 거래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지만 시장 침체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뭘 알고나 하는거야”
현장 반응 ‘시큰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8·18 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일이 지나도록 임대주택사업에 새로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취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 요건을 종전 3가구 임대에서 1가구 임대로 대폭 완화하고 본인 거주 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를 허용함으로써 가을 전세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대한 문의가 전혀 없다”며 “매매시장이 죽어서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더구나 대출 규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서민들은 더욱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번 전월세 대책이 발표된 지난 8월18일 시중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수요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는 전언이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경고로 실수요자를 상대로 대출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위축된 심리가 쉽게 살아나지는 않는 모습이다.

‘증시 폭락, 대출 중단…’ 별다른 호응 얻지 못해
"정부 정책 믿지 않으니 관심 보이는 사람 없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종사자도 “정부 정책을 믿지 않으니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며 “민간 임대사업도 이익이 나야 하는 것이지 지금은 전망이 어두워 세제지원을 해준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 임대주택사업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자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자 수익이지 임대 소득이나 세제 혜택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불안 사태로 연일 증시가 폭락하는 바람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마저도 반응이 신통찮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세가 전주 대비 0.01% 떨어져 4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만 따지면 -0.08%라는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는 일주일 동안 0.31%나 떨어져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개포지구 인근의 중개업자는 “재건축은 투자자 중심의 부동산이라 미국발 금융사태의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일부 단지는 7월 말 실거래가에 비해 1000만∼3000만원 정도 조정됐다”며 “아직 임대사업 세제 지원에 관해 묻는 손님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남권은 이번 대책으로 임대주택사업을 하면 세제혜택을 누릴 다주택자가 많고 늘 투자 수요가 대기하는 곳이라 잠재적인 수요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대표는 “8·18 대책이 강남에는 호재가 된다. 중과세 폐지나 마찬가지여서 상당한 호재이기는 한데 미국발 신용위기로 당장 반응은 없다”며 “앞으로 시장이 안정되고 매수심리가 살아날 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보다 가격은 좀 더 저렴하면서 학군 수요가 탄탄한 양천구 목동의 경우에는 실제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한 세제 혜택이 얼마나 될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다주택자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목동의 부동산 관계자는 “1가구 2주택자를 중심으로 전화 문의가 많이 온다. 세금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에 관한 질문을 해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장 안정되면
대책 효과 나타날 것”


수도권에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149㎡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로 정해져 있어 4억원대 중반에서 5억원에 이르는 목동 일대의 70∼90㎡ 크기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는 수요자들이 문의를 해온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경기도 용인과 고양 등에 광역 급행버스 노선을 확충키로 한 데 대해서도 해당 지역에서는 미분양 해소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용인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광역버스가 생기면 강남까지 20분이면 가니까 문의가 조금씩 들어온다”며 “원래 용인시에서 추진하던 사업인데 광역버스망의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직접 힘을 실어줬으니 거의 확정이 될 것으로 본다. 버스가 신설될 때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으로 나홀로 호황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부동산 분양시장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의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대상에 오피스텔을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집을 한 채만 더 사면 임대사업자로 등록 후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금액 부담이 크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보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임대상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가구 이상만 임대를 해도 취득세는 전용면적 기준 60㎡ 이하는 면제되고 60∼149㎡는 25% 감면받는다. 재산세는 40㎡ 이하는 면제되고 40∼60㎡는 50% 감면, 60∼85㎡는 25% 감면된다. 여기에 양도세를 일반세율(9∼35%)로 적용받고 종합부동산세에도 합산배제 된다.

특히 지금까지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쓰더라도 주택이 아닌 업무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에 임대해도 주택임대사업자로는 등록할 수 없고 세제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오피스텔 보유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지금보다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게 돼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형생활주택도 주택법상 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보유자가 도시형 생활주택을 사들이면 다주택자로 분류돼 매매에 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도시형 생활주택 선호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양도세 부담 때문에 추가로 주택 구매를 꺼리는 1가구 1주택자가 많았다. 이번 정책 이후로는 다주택자가 되더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기존 주택에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 매매 동기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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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