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43> 8·18 대책 해부

‘전월세 안정’ 3번째 야심작 먹힐까


정부가 또 다시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정책이며, 전월세 대책으로는 3번째다. 이번엔 과연 ‘약발’이 먹힐까. 8·18 전월세 대책을 해부해봤다.

세제지원 요건 완화 등 파격적인 혜택 부여
공급 늘리고 시장 활성화 ‘일석이조’기대

정부는 앞으로 다가올 가을철 이사수요와 재정비 이주수요 증가, 전세선호 현상 등으로 전월세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시장불안 우려가 나타남에 따라 서민 주거불안을 해소하고 전월세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전월세 안정대책을 지난 8월18일 확정·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13일과 2월11일에 이은 세 번째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으로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민간에서 전세 물량 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8·18 전월세 대책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2차 기존 대책서
더 나아간 내용없다”

하반기 전월세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대책 마련으로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의 세제지원 요건을 현행 3호에서 1호 이상 임대하는 경우로 완화,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토록 해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고 LH공사에서 민간이 신축한 다세대주택 2만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추가 공급한다.

위의 대책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1·2차 전월세 시장 안정대책에서 기존 대책과 더 나아간 내용이 별로 없고 지금의 세제혜택은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등록절차의 변화로 달라질 뿐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국토부에 도입을 요청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상승률을 연간 5% 이하로 유지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소득세 및 재산세를 인하하는 방안이지만 이번 안에는 빠졌다.

한 세무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효과보단 1가구 2주택 중과세가 완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이번 같은 감세 혜택은 기존의 다주택 보유자들에겐 희소식으로 임대사업자로 정식 등록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새로운 임대주택 희망자들의 부동산 구입 동기를 자극할 순 있어도 부동산 시장 회복과 가격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세무전문가는 정부의 주거용 오피스텔 확대 방안에 대해 “오피스텔의 경우 이미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세금 문제로 주거용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토록 해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면 지금보다 오피스텔 거래가 활발해 지는 것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매매의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떨어지면 구입을 미루거나 포기해도 되지만 전월세의 경우는 매매와 달리 꼭 사야 하는 생필품과 같아 수요를 조정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은 맞다. 다만 지금 정책들로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미 월세 시장은 차고 넘친다. 이번에 감세 혜택을 주는 임대사업자나 오피스텔의 경우 대부분 월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실질적인 전세 값 안정에 도움이 되진 못 할 것”이라며 “현재 소형평형에만 감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최소 106㎡(32평) 이상은 돼야 월세가 아닌 전세로 넘어가기 때문에 혜택을 주는 평형 규제를 없애는 것이 좋다. 또 월세가 아닌 전세를 놓는 임대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보다 현실적인 효과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정부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들썩이는 전세시장을 잡겠다며 올해 들어 세 번째 전월세 대책을 내놨는데도 부동산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8·18 전월세 안정방안은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 전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고 거래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지만 시장 침체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뭘 알고나 하는거야”
현장 반응 ‘시큰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8·18 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일이 지나도록 임대주택사업에 새로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취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 요건을 종전 3가구 임대에서 1가구 임대로 대폭 완화하고 본인 거주 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를 허용함으로써 가을 전세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대한 문의가 전혀 없다”며 “매매시장이 죽어서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더구나 대출 규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서민들은 더욱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번 전월세 대책이 발표된 지난 8월18일 시중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수요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는 전언이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경고로 실수요자를 상대로 대출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위축된 심리가 쉽게 살아나지는 않는 모습이다.

‘증시 폭락, 대출 중단…’ 별다른 호응 얻지 못해
"정부 정책 믿지 않으니 관심 보이는 사람 없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종사자도 “정부 정책을 믿지 않으니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며 “민간 임대사업도 이익이 나야 하는 것이지 지금은 전망이 어두워 세제지원을 해준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 임대주택사업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자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자 수익이지 임대 소득이나 세제 혜택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불안 사태로 연일 증시가 폭락하는 바람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마저도 반응이 신통찮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세가 전주 대비 0.01% 떨어져 4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만 따지면 -0.08%라는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는 일주일 동안 0.31%나 떨어져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개포지구 인근의 중개업자는 “재건축은 투자자 중심의 부동산이라 미국발 금융사태의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일부 단지는 7월 말 실거래가에 비해 1000만∼3000만원 정도 조정됐다”며 “아직 임대사업 세제 지원에 관해 묻는 손님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남권은 이번 대책으로 임대주택사업을 하면 세제혜택을 누릴 다주택자가 많고 늘 투자 수요가 대기하는 곳이라 잠재적인 수요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대표는 “8·18 대책이 강남에는 호재가 된다. 중과세 폐지나 마찬가지여서 상당한 호재이기는 한데 미국발 신용위기로 당장 반응은 없다”며 “앞으로 시장이 안정되고 매수심리가 살아날 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보다 가격은 좀 더 저렴하면서 학군 수요가 탄탄한 양천구 목동의 경우에는 실제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한 세제 혜택이 얼마나 될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다주택자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목동의 부동산 관계자는 “1가구 2주택자를 중심으로 전화 문의가 많이 온다. 세금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에 관한 질문을 해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장 안정되면
대책 효과 나타날 것”


수도권에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149㎡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로 정해져 있어 4억원대 중반에서 5억원에 이르는 목동 일대의 70∼90㎡ 크기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는 수요자들이 문의를 해온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경기도 용인과 고양 등에 광역 급행버스 노선을 확충키로 한 데 대해서도 해당 지역에서는 미분양 해소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용인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광역버스가 생기면 강남까지 20분이면 가니까 문의가 조금씩 들어온다”며 “원래 용인시에서 추진하던 사업인데 광역버스망의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직접 힘을 실어줬으니 거의 확정이 될 것으로 본다. 버스가 신설될 때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으로 나홀로 호황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부동산 분양시장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의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대상에 오피스텔을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집을 한 채만 더 사면 임대사업자로 등록 후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금액 부담이 크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보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임대상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가구 이상만 임대를 해도 취득세는 전용면적 기준 60㎡ 이하는 면제되고 60∼149㎡는 25% 감면받는다. 재산세는 40㎡ 이하는 면제되고 40∼60㎡는 50% 감면, 60∼85㎡는 25% 감면된다. 여기에 양도세를 일반세율(9∼35%)로 적용받고 종합부동산세에도 합산배제 된다.

특히 지금까지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쓰더라도 주택이 아닌 업무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에 임대해도 주택임대사업자로는 등록할 수 없고 세제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오피스텔 보유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지금보다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게 돼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형생활주택도 주택법상 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보유자가 도시형 생활주택을 사들이면 다주택자로 분류돼 매매에 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도시형 생활주택 선호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양도세 부담 때문에 추가로 주택 구매를 꺼리는 1가구 1주택자가 많았다. 이번 정책 이후로는 다주택자가 되더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기존 주택에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 매매 동기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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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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