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도래지’ 민주당 왜?

새도 되니깐 개나 소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바람이 거세다.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그 바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민주당 깃발이 얼마나 꽂힐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시금석은 ‘험지’로 통하는 지역에 있다. 민주당은 오랜 시간 보수적 성향으로 다져진 지역을 대상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만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민심을 혁파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에 몸을 담고 있던 전·현직 인사가 민주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 바람을 타고 선거승리를 기대하는 인사들과 보수성이 짙은 지역을 타개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상통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철새 도래지, 정치적 이합집산이라는 지적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과 당원의 비판 역시 감당해야 할 리스크다. 

선거 앞서
보수인사 영입

지난달 27일 김양호 삼척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김 시장은 2008년 자유한국당(이하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지난 6·4 지방선거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약 25%p라는 큰 차이로 삼척시장에 당선됐다. 

김 시장은 이번 6·13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으로 삼척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김 시장은 “원전백지화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정당에 가입한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며 “원전구역 고시해제를 약속한 민주당과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보수 텃밭이라 일컫는 영동지역서 당세 확장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저의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삼척서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삼척서의 승리는 단순한 선거구 1곳의 승리가 아닌 ‘보수 텃밭’이라 일컬어지는 영동지역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강원도는 민주당의 험지로 꼽힌다. 보수세가 강한 이유에서다. 지난 6·4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은 18개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단 1곳(원주)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15곳서 승리를 거뒀고, 나머지 2곳(삼척, 속초)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병선 속초시장은 작년에 한국당으로 입당했다.

이번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고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서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가 크게 났던 곳은 총 10곳(춘천, 강릉, 동해, 태백, 고성, 횡성, 영월, 화천, 양구, 철원)이었고, 비교적 격차가 적은 곳은 총 5곳(인제, 홍천, 양양, 평창, 정선)이었다. 

격차가 컸던 10개 선거구 중 3곳(고성, 화천, 철원)에서는 현직 군수가 재선에 도전한다. ‘현역 프리미엄’과 함께 보수성을 띠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서도 한국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은 한국당 인사
승리 전략은 보수인사 영입에 있다? 

격차가 적었던 5개 선거구 중 4곳(인제, 홍천, 양양, 평창)서도 현직 시장과 군수가 재선에 도전하지만 한국당의 일변도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제와 홍천의 경우에는 리턴 매치가 주목된다. 
 

이순선 인제군수는 지난 선거서 맞붙었던 당시 새민련 최상기 후보(현 민주당 예비후보)와 만나게 됐고, 노승락 홍천군수도 당시 무소속 허필홍 후보(현 민주당 예비후보)와 선거전을 치르게 됐다. 특히 민주당 허 예비후보는 지난 홍천군수 투표 결과 0.64%p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 양양군수와 평창시장 투표 결과, 상대 후보와의 격차는 각각 5%p, 9%p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격차는 아니었다. 지난 정선군수 선거 상황도 비슷했다. 이번 정선 군수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최승준 예비후보는 당시 새민련 후보로 나서 약 9%p 차이로 패배했다. 

민주당이 인제 등 4곳과 정선을 차지할 가능이 완전히 배제되지 못하는 이유다.

민주당의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3선 연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비록 3선 피로감과 춘천 레고랜드 사업 지연 책임과 같은 걸림돌이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와 남북 평화무드에 통로 역할을 했던 점 등을 내세울 때 이점 역시 충분하다.

최 지사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 기로에 서있다는 평이다.  

‘진보의 불모지’로 불리는 경남도서도 민주당은 인사영입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당시 권민호 거제시장은 작년 4월 한국당을 탈당한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달 경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행보를 이어갔던 그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후보로 나서자 김 의원의 단일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직서 물러났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기도 산청군수는 지난 2월3일 한국당을 탈당한 후, 지난 2월7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허 군수는 “더 큰 힘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다”며 “여당서 못다 한 고향 일을 하고 정치를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허 군수는 이번 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산청군에 민주당이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 출신 경남지역 기초단체장들의 민주당 입당은 선거 구도의 변형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남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 의원은 경남지역에 발을 내딛어 민주당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도가…
선거전략은?

아직까지도 경남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로 평가된다. 지난 지방선거서 18개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새민련은 1곳(김해)서 힘겹게 승리했다. 당시 표차는 0.12%p였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14곳(창원, 진주, 통영, 고성, 밀양, 거제, 함안, 창녕, 양산, 남해, 함양, 산청, 거창, 합천)서 승리를 거뒀다. 나머지 3곳(사천, 하동, 의령)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송도근 사천시장과 윤상기 하동군수는 작년에 한국당으로 입당했다. 김해 지역과 무소속 후보의 난립으로 표가 흩어졌던 하동군을 제외하면 나머지 17곳 모두 새누리당과 새민련의 격차가 큰 편이었다.

경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3곳(사천, 양산, 남해)서 현직 시장과 군수가 재선을 노리고 있어 민주당에게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보수성으로 다져진 경남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내 공천 갈등이 그 이유다. 한국당의 갈등은 민주당의 ‘경남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질서가 잡히지 않은 당내 분위기는 민심에게서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은 창원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서 경선을 치르지 않았다. 한국당은 창원시장 후보에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공천하기로 했다. 조 전 지사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측근이다. 

이에 반발한 안상수 현 창원시장은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책임당원들 역시 공천에 반발해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사천시의 경우도 대동소이했다. 한국당 사천시장 후보로는 송도근 현 사천시장이 전략공천 됐다. 공천서 탈락한 박동식, 이종범, 송영곤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송 시장의 공천 취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과 무소속 출마, 후보 단일화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김해시의 경우 김동순 예비후보가 당과 갈등을 겪었다. 김 예비후보는 경선 룰이 불공정하다며 반발했고, 한국당은 김 예비후보가 두 차례의 경선 합의를 거부해 정장수 후보를 단수후보자로 공천했다며 해명했다.

남해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당 공천을 신청했던 이철호 예비후보는 “사전에 공천이 이미 결정됐다는 징후를 느꼈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거창군의 경우 최기봉 예비후보자가 당내 경선방식에 대해 “경선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선 날짜도 잡지 않고 서둘러 단수로 결정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보수 표밭’으로 일컬어지는 강원도와 경남은 강한 보수성을 보이는 지역적 특성과 현직 인사들의 재선 도전으로 인해 이번 선거서도 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선거에 보수층의 와해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CBS 의뢰로 박 전 대통령의 적정 형량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강원도에선 ‘과하다’는 응답이 17.4%, ‘부족하다’는 의견이 23.6%으로 나타났다. 

부산·경남·울산에선 각각 35.6%, 36.5%로 비교적 고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이 결속력을 잃은 보수적 민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수텃밭
깃발 꽂나

또한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강원과 경남지역 선거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4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강원도의 지지도는 각각 39.0%와 26.0%다. 부산·경남·울산에서는 각각 44.8%와 27.8%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도 강원도는 61.3%, 부산·경남·울산은 61.9%가 ‘잘한다(매우잘한다+잘하는편)’고 응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6·4 지방선거서 당시 새민련은 서울지역 25개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중구, 중랑구, 강남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를 제외한 20개 지역서 모두 승리했다. 패배한 5개 지역 중 특히나 강남 3구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강남 3구에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민주당에게는 이 상황이 다소 호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송파구의 경우 한국당 소속 박춘희 현 송파구청장이 3연임에 도전한다. 
 

지난 선거 당시 새누리당 박춘희 후보는 새민련 박용모 후보와의 대결서 약 10%p 차이로 승리했다. 서초구서도 한국당 소속 조은희 현 서초구청장이 재선에 나선다. 당시 새누리당 조은희 후보는 새민련 곽세현 후보와의 대결서 약 17%p의 차이를 보이며 승리했다.

보수 성향 험지에 반전 노려
“당 정체성 흐릿해져” 우려도

이에 맞서는 민주당 예비후보 중에서 진익철 서초구청장 예비후보가 눈에 띈다. 진 예비후보는 5회 지방선거서 서초구청장에 당선된 인물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진 예비후보는 지난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고, 문재인 후보 캠프서 활동했다. 

진 예비후보는 문 대통령의 책 <운명>서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로 등장한다. 전 서초구청장으로서 중량감이 있는 인물인 만큼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이번 서초구청장 선거서 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 역시 민주당의 서울지역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4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54.1%, 14.7%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에도 68.6%가 ‘잘한다(매우 잘한다+잘하는 편)는 응답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의 보수인사 영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치우치다 보니 당선 가능성만 바라보고 영입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수인사 영입에 따라 그 지역 예비후보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외연 확장이라는 당의 입장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성실하게 선거를 준비해 온 후보자들에게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입 인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오늘날처럼 높지 않았어도 입당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당내 잡음
비판 목소리


정치인과 정당이 선거 승리에 주안점을 두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란 다소 무리가 있다. 선거서 승리해 입지를 다지고 정책을 실현하는 건 그들에게 있어 하나의 책무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는 국민들로 하여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하다. 다만 선거 과정서 보여지는 그들의 행보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6번’ 철새의 새 둥지는?

이인제 한국당 고문은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로 출마한다. 한국당은 이 고문의 전략공천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고문은 “나보다 젊고 유능한 인물이 나와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주길 고대했지만 홍 대표도 간곡하게 요청했고 당 재건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지금까지 당적을 총 16번 변경했다. 이 고문은 통일민주당을 시작으로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국민신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을 거쳐 국민중심당, 민주당, 중도통합민주당, 민주당,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선진통일당, 새누리당 그리고 자유한국당을 종점으로 한국당 고문 자리에 있다. <수>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본선 은 경선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본선서의 승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른 후보들 및 지지자들 간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네거티브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과 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계정의 주인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선 이재명 전 성남지사의 부인이라는 논란이 발생했다. 경쟁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진흙탕 싸움이 지속되다 보면 지지자들 사이서 피로감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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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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