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난 여야 잠룡들 명암 엇갈리는 내막

‘오세이돈’ 따라 추락하거나 혹은 비상하거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일명 ‘오세이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강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서울시민에 외면당하며 급기야 실패로 막을 내렸다. 오 전 시장은 대선불출마 선언에 이어 시장직까지 걸며 주민투표에 ‘올인’을 해왔다. 게다가 무릎도 꿇어보고, 눈물로 호소도 했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자 여야 잠룡들의 명암마저 엇갈리고 있다. 그 후폭풍 속에 휘말린 잠룡들의 엇갈린 명암을 취재했다.

박근혜 ‘수수방관론’과 보수층 이탈 우려
정몽준 오 시장 적극 지원해 대권가도에 흠결
 
‘오세훈의 난’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시행을 두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갈라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애초에 주민투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측과 혈세낭비라는 비판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전 시장의 강행을 만류해왔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 그는 이슈를 띄우기 위해 여권 대 야권의 대립구도로 몰아갔다.

오 전 시장은 또 주민투표의 진정성을 내비치기 위해 대선불출마도 선언했고, 민선 시장직까지 내걸었다. 때문에 오 전 시장 홀로 일으킨 주민투표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방관자 박근혜
책임론 ‘화살’

지난 8월24일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은 겨우 25.7%를 기록했다. 친이계의 지원사격과 오 전 시장의 ‘강남시장’이란 별칭답게 강남아줌마부대 출동에도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는 33.3%가 넘어야 개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 전 시장의 실패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지난 8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주민투표 시행이 결정되자 그간 당 차원에서 ‘오 시장 구하기’에 뛰어든 까닭에 주민투표의 실패는 곧 한나라당의 패배로도 이어졌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책임론을 두고 “네 탓 내 탓”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입씨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첫번째 화살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를 ‘강 건너 불구경’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측에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다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오 시장 측에서 하다하다 안 되니 ‘침묵이라도 지켜달라’는 부탁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 하루 전날 기자들의 입장관련 질문에 “내일이 투표일이니 서울시민이 그것을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듯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거리를 둔 것.

당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보수층의 집결로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한 마디도 거들어주지 않은 것에 집중 성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복지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며 복지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는 과정에서 쉽사리 오 전 시장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논란이 치열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섣불리 나섰다가 박 전 대표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섰음에도 주민투표가 실패할 경우 유력 대선주자로서 대권가도에 흠집이 날 위험도 있었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주민투표 실패에 대한 당 내부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오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서울시장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데 내년 총‧대선을 비롯해 서울시장직까지 한나라당에 전망이 썩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권력의 핵심인 서울시장이 야권에 넘어갈 경우 박 전 대표의 대권행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도 서울시장 지원유세를 놓고 ‘박근혜 역할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조기 등판’으로 전면에 나섰다가 식상함과 내상을 동시에 입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또 다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로서도 계속해서 무작정 당의 요구를 뿌리칠 경우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딜레마로 박 전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누구보다 큰 상황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박근혜 대항마로

오 전 시장과 ‘한지붕 맞수’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항마’로서 친이계의 대선주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지사는 그간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오 전 시장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김 지사는 무상급식문제로 도의회와 마찰을 빚었을 당시 ‘친환경 급식비용’이라는 대안을 마련하며 전격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대신 도의회가 대폭 삭감했던 자신의 역점사업 예산은 살리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호평을 받아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김 지사는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의지에 대해 “(무상으로) 줬다가 빼앗으면 더 문제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주민투표까지 가야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오 전 시장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보편적 복지’가 힘을 얻고 있다. 선거철이 임박하면 복지정책경쟁 과열도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김 지사의 행보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로써 친이계는 복지에 열을 올리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복지에 경쟁력 있는 김 지사를 내세울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 지사의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경우 친이계의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김문수 친이계의 ‘박근혜 대항마’로 부각
손학규 야권공조를 계기로 ‘통합’에 박차


반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오 전 시장을 적극 옹호하면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왔다. 그는 지난 8월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재정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써야지, 어려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 돈을 나눠주면 그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밝히며 오 전 시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잠룡엔
긍정적 영향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의 실패는 야권 잠룡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야권에서는 ‘나쁜투표 거부운동’을 펼쳐왔고, 실제로 투표율이 미달된 것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덕을 보는 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이다. 당분간 손 대표의 대권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간 손 대표는 “무상급식은 공교육의 일환이고 의무교육의 완성이다”며 “오 전 시장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에 어린이들을 제물로 삼겠다는 생각을 접어 달라”고 주민투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펼치며 진보정당들과 긴밀한 공조를 해왔다. 그리고 야권의 단결은 승리를 이끌었다. 때문에 손 대표는 주민투표 공조를 계기로 야권대통합에 더욱 속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한 만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야권이 시장직까지 확보할 경우 손 대표의 대권행은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야권에서 폭풍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에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야권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며 일정 역할을 해낼 경우 자신의 정치력과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로 편을 갈라 치고 받는 혈전 속에서 수개월을 이어왔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여권의 패배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후폭풍은 대권을 꿈꾸는 여야 잠룡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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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