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난 여야 잠룡들 명암 엇갈리는 내막

‘오세이돈’ 따라 추락하거나 혹은 비상하거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일명 ‘오세이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강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서울시민에 외면당하며 급기야 실패로 막을 내렸다. 오 전 시장은 대선불출마 선언에 이어 시장직까지 걸며 주민투표에 ‘올인’을 해왔다. 게다가 무릎도 꿇어보고, 눈물로 호소도 했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자 여야 잠룡들의 명암마저 엇갈리고 있다. 그 후폭풍 속에 휘말린 잠룡들의 엇갈린 명암을 취재했다.

박근혜 ‘수수방관론’과 보수층 이탈 우려
정몽준 오 시장 적극 지원해 대권가도에 흠결
 
‘오세훈의 난’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시행을 두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갈라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애초에 주민투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측과 혈세낭비라는 비판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전 시장의 강행을 만류해왔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 그는 이슈를 띄우기 위해 여권 대 야권의 대립구도로 몰아갔다.

오 전 시장은 또 주민투표의 진정성을 내비치기 위해 대선불출마도 선언했고, 민선 시장직까지 내걸었다. 때문에 오 전 시장 홀로 일으킨 주민투표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방관자 박근혜
책임론 ‘화살’

지난 8월24일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은 겨우 25.7%를 기록했다. 친이계의 지원사격과 오 전 시장의 ‘강남시장’이란 별칭답게 강남아줌마부대 출동에도 역부족이었다. 주민투표는 33.3%가 넘어야 개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 전 시장의 실패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지난 8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주민투표 시행이 결정되자 그간 당 차원에서 ‘오 시장 구하기’에 뛰어든 까닭에 주민투표의 실패는 곧 한나라당의 패배로도 이어졌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책임론을 두고 “네 탓 내 탓”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입씨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첫번째 화살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를 ‘강 건너 불구경’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측에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다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오 시장 측에서 하다하다 안 되니 ‘침묵이라도 지켜달라’는 부탁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 하루 전날 기자들의 입장관련 질문에 “내일이 투표일이니 서울시민이 그것을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듯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거리를 둔 것.

당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보수층의 집결로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한 마디도 거들어주지 않은 것에 집중 성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복지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며 복지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는 과정에서 쉽사리 오 전 시장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논란이 치열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섣불리 나섰다가 박 전 대표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섰음에도 주민투표가 실패할 경우 유력 대선주자로서 대권가도에 흠집이 날 위험도 있었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주민투표 실패에 대한 당 내부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오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서울시장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데 내년 총‧대선을 비롯해 서울시장직까지 한나라당에 전망이 썩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권력의 핵심인 서울시장이 야권에 넘어갈 경우 박 전 대표의 대권행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도 서울시장 지원유세를 놓고 ‘박근혜 역할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조기 등판’으로 전면에 나섰다가 식상함과 내상을 동시에 입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또 다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로서도 계속해서 무작정 당의 요구를 뿌리칠 경우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딜레마로 박 전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누구보다 큰 상황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박근혜 대항마로

오 전 시장과 ‘한지붕 맞수’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항마’로서 친이계의 대선주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지사는 그간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오 전 시장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김 지사는 무상급식문제로 도의회와 마찰을 빚었을 당시 ‘친환경 급식비용’이라는 대안을 마련하며 전격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대신 도의회가 대폭 삭감했던 자신의 역점사업 예산은 살리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호평을 받아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김 지사는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의지에 대해 “(무상으로) 줬다가 빼앗으면 더 문제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주민투표까지 가야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오 전 시장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보편적 복지’가 힘을 얻고 있다. 선거철이 임박하면 복지정책경쟁 과열도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김 지사의 행보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로써 친이계는 복지에 열을 올리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복지에 경쟁력 있는 김 지사를 내세울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 지사의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경우 친이계의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김문수 친이계의 ‘박근혜 대항마’로 부각
손학규 야권공조를 계기로 ‘통합’에 박차


반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오 전 시장을 적극 옹호하면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왔다. 그는 지난 8월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재정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써야지, 어려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 돈을 나눠주면 그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밝히며 오 전 시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잠룡엔
긍정적 영향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의 실패는 야권 잠룡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야권에서는 ‘나쁜투표 거부운동’을 펼쳐왔고, 실제로 투표율이 미달된 것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덕을 보는 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이다. 당분간 손 대표의 대권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간 손 대표는 “무상급식은 공교육의 일환이고 의무교육의 완성이다”며 “오 전 시장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에 어린이들을 제물로 삼겠다는 생각을 접어 달라”고 주민투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펼치며 진보정당들과 긴밀한 공조를 해왔다. 그리고 야권의 단결은 승리를 이끌었다. 때문에 손 대표는 주민투표 공조를 계기로 야권대통합에 더욱 속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한 만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야권이 시장직까지 확보할 경우 손 대표의 대권행은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야권에서 폭풍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에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야권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며 일정 역할을 해낼 경우 자신의 정치력과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로 편을 갈라 치고 받는 혈전 속에서 수개월을 이어왔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여권의 패배와 야권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후폭풍은 대권을 꿈꾸는 여야 잠룡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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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