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외’ 장애인 월급봉투 까보니…

시급 7000원 시대에 달랑 2000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평창패럴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며 장애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애인 인권과 복지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한 가운데, 당사자들 사이에선 “반짝 관심보다 현실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은 “사회적 차별이 여전하며, 특히 취업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난 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취업 장애인 월평균소득은 152만원으로 상용근로자 평균 329만원을 크게 밑돌았다. 장애인 월평균소득이 상용근로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통계청의 2000∼2014년 자료만 봐도 전체 장애인 평균월급은 상용근로자의 절반을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반도 못 받아

특히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지적장애인의 급여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평균월급은 각각 44만원, 56만원, 57만원이다. 자폐성장애인의 경우 상용근로자 급여의 8분의1 수준만 받고 일하는 셈이다. 

고용률을 보면 장애인이 가장 많은 서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을 기준으로 서울의 15세 이상 장애인은 총 39만명인데, 고용률은 31.4%(12만명)에 불과했다. 같은 해 서울시 전체 고용률은 59.6%였다. 

직업별로 봐도 차별이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장애인 취업자의 직업은 단순노무가 26.8%로 가장 많고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12.3%로 비율이 확 낮아졌다. 관리자 분포는 1.6%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장애인 법정 의무고용비율은 전체의 3.2%로 규정돼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은 2016년 3.44%로 2008년 2.18%보다 나아졌지만 의무고용비율을 겨우 맞춘 수준이다. 

그나마 서울시는 사정이 낫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서울시 장애인공무원은 본청과 각 사업소에 288명이다. 25개 자치구 1585명을 합하면 총 1873명의 장애인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비율은 의무고용비율보다 높은 5.13%다. 

하지만 취업한 회사 크기를 보면 급여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규모 업체 고용이 대부분이다. 1∼4인 회사에 취업한 장애인 비중이 38.6%로 가장 컸고 1000명 이상 업체의 장애인고용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일반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기준(2.9%)에 한참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장애인 스스로 몸값을 낮추지 않도록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장애인 취업은 노동부나 공단이 아닌 대부분 지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부모나 친척, 친구, 동료를 통한 취업 비중은 무려 49.7%인데 지자체는 10분의1 수준인 4.9%,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노동부는 그보다 낮은 2.6%, 1.4%에 머물렀다.


장애인들은 최저시급의 사각지대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 중구 퇴계로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가 있는 건물의 여기저기는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직장서 일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A4용지 호소문과 대자보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의 요구는 요약하면 ‘중증장애인 상대 최저임금 예외조항’을 폐지하고 중증장애인의 근로를 ‘노동’으로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7조에 따르면 정신이나 신체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중증장애인 등)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서 뺄 수 있다. 

일반근로자 월급 절반 이하…44만원 받기도
평균 최저시급 2630원 “현실적 지원 절실”

그간 정부는 낮은 임금이라도 기업의 중증장애인 고용을 촉진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에서 이들을 최저임금 적용대상서 제외했다. 이에 반해 중증장애인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을 들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자폐성 장애 1급 A씨는 서울의 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서 봉투를 접고 상표를 붙이는 일을 하고 있다. 특수학교 졸업 후 취업하려 했으나 쉽지 않아 이 시설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일거리가 없으면 그는 비슷한 사정의 중증장애인 3명과 함께 시설의 한 방에서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대기한다. 운이 좋아 일거리가 들어오면 업무를 시작한다. 이렇게 만든 상품은 장애인생산품으로 분류돼 판매된다.

A씨가 이렇듯 일해 받는 돈은 한달에 2만원에 그친다. 아직 교육생 신분인 탓이다. 근로자로 전환되면 그나마 사정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매달 10만원 안팎이 고작이다. 중증장애인의 업무는 최저임금적용을 받지 않아 ‘노동’보다 ‘교육’과 ‘보호’의 의미가 강한 탓이다. 

A씨의 어머니는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 취업은 안 되고, 그렇다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나가는 것”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지적장애 2급 장애인 B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B씨 역시 서울의 한 직업재활시설서 주방 수세미 등을 포장하는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그가 받는 월급은 10만원. 

여기서 4대 보험 가입에 따른 본인 부담분을 떼고 나면 7만원가량이 손에 쥐어진다. 여기서 또 식대가 차감된다. 이 때문에 B씨의 부모는 “아직 너는 적자”라며 슬픈 농담을 건넨다고 했다.


직업재활시설은 본래 장애인을 상대로 직업교육을 하고 보호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와 달리 현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이 적은 수입에 만족하면서 머무르는 장소와 다름없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장애인 노동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최저임금은 시간당 2630원으로 낮았다. 작년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과 비교하면 40% 수준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서 이들 장애인이 느끼는 괴리감은 클 수밖에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40일 넘게 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하기도 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이번 농성의 의미가 중증장애인 임금을 비장애인 수준인 7530원으로 달라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제외 조항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근로는 ‘노동’으로서 인정조차 못 받고 있다”며 “이렇게 중증장애인을 차별하는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공공 일자리를 신설해 일자리를 늘려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덧붙였다.


전장연에 따르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3년 한국 정부에 중증장애인 대상 최저임금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대안을 따로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정부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진과 고용부 직원들이 농성 현장을 찾아 대화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단 관계자는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 쪽 부담도 있고, 공단 기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논의가 필요한 일이라 단기간에 명확한 대안이 나오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고용부와 함께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남의 일?

한 전문가는 “국가나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도 사회 전반적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장애인 고용 개선은 딴 나라 이야기”라며 “패럴림픽 등 이슈가 있을 때만 반짝할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장애인 고용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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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