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도시 접수한 ‘춘천식구파’ 대해부

너희가 춘천 조폭을 아느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강원 춘천지역 4개 토착 세력이 합쳐진 ‘통합춘천식구파’ 두목과 조직원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로써 이들은 결성 7년 만에 사실상 와해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불법으로 지역 내 각종 이권 사업을 독점하고 범죄단체를 구성해 폭력을 행사했다. 손가락을 잘라 충성을 맹세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직폭력배 와해 소식에 시민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지난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합춘천식구파’ 두목 A(48)씨와 고문 B(48)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4개 조직 동맹
단지로 충성맹세

통합춘천식구파는 2011년 춘천 승택파와 동기파, 생활파, 식구파 등 4개 조직이 뭉쳐 탄생했다. 경찰은 소규모로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며 힘을 잃은 토착 폭력조직이 재기를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조직은 2011년 6월 홍천군 모 리조트서 결성식을 개최하고 A씨를 두목으로 추대했다. ‘선배를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선배가 부르면 즉시 출동한다’ 등의 행동강령도 갖췄다. 

이들은 이후 유흥업소·보도방·사채업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독점하며 다른 조직폭력배들과 대치했다. A씨가 이끌었던 통합춘천식구파는 직종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먼저 지난 2011년 두목으로 추대된 이후 A씨는 장례식장 조화 납품 사업을 시작했다. 조직원을 동원해서 기존 사업자들에게 사업을 포기하도록 협박했다. 결국, 조직은 춘천·홍천지역 일대 사업을 독점했다. 

2012년에는 보도방 영업에 손을 뻗어 독점을 시도했다. A씨는 조직원들을 시켜 노래방서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다음 경찰에 ‘불법 영업’으로 신고해 가게 문을 닫게 했다. 

2013년부터는 고수익을 위한 사채업에 눈길을 돌렸다. 이들은 각종 흉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 사채업자들을 협박해 영업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A씨는 춘천지역의 소위 ‘밑바닥’을 장악해 나가는 한편 필리핀에 근거지를 두고 도박사이트도 운영했다.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운영된 16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2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필리핀 리조트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인해 도박사이트 관련 일을 시키고 여권을 빼앗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일부 조직원들은 조직에 충성한다는 명목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핵심 조직원 6명은 모두 자신의 새끼손가락 한마디씩 잘랐다. 맹목적 충성을 맹세한 이들은 탈퇴한 조직원을 그냥 두지 않았다. 

전국구 범서방파와 ‘조직 빼가기’ 갈등
칼부림 집단패싸움 벌이면서 실체 드러나


야산으로 끌고 가 구덩이에 묻고 휘발유를 뿌릴 듯이 위협하고, 술집 등에서 조직원들을 동원해 흉기로 위협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핵심조직원들은 두목인 A씨 보호에 열을 올렸다. 조직원들은 “‘큰 형님에 대해 진술하면 나중에 가만히 두지 않겠다. 무조건 모른다고 해라’고 협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의 눈을 교묘히 피해가던 통합춘천식구파는 2015년 11월 춘천시 효자동 주점과 송암레포츠타운 등지서 범서방파와 집단 패싸움을 벌이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범서방파와 통합춘천식구파 조직원들은 미리 준비한 흉기와 야구방망이 등으로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집단 패싸움의 원인은 ‘조직 빼가기’에 대한 갈등이었다. 지난해 11월9일 새벽 3시 춘천의 한 주점서 춘천생활파 조직원이 범서방파 조직원에게 “서울에 왔다갔다 하지 말고 춘천서 생활해라’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이 이야기는 곧바로 춘천 생활파에 있다 범서방파로 이적한 조직원에게 전해졌고 양측은 전화로 욕설을 하며 크게 다퉜다. 

결국 두시간 뒤 양측 조직원은 춘천 도심서 만나 흉기와 둔기 등을 사용해 집단 패싸움을 벌였고 경찰이 출동하자 도주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외곽지역인 송암스포츠타운 주변 공간서 또다시 만나 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집단 흉기 등 상해와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후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조직원이 조직과 관련된 사실을 누설하지 않도록 협박을 일삼고 일부 조직원에게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면서 회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손가락 자르고 
야산에 파묻고

이들의 마수는 학생들에게까지 뻗어나갔다. 2012년 춘천경찰서는 불량서클인 ‘강후파’를 결성한 뒤 지역내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빼앗고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혐의로 청소년 19명을 검거했다. 강후파의 배후에는 통합춘천식구파 행동대원들이 있었다. 

강후파에 가입한 학생들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동급생 35명을 대상으로 810회에 걸쳐 21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27회에 걸쳐 골프채, 과도 등으로 집단·보복폭행을 했다. 

이들은 팔과 등에 문신을 새기고 인터넷 블로그 등에 단체로 회합하는 사진을 게시해 “우리들은 조직폭력배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과시하며 피해 학생들을 협박하고 자신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수시로 보복 폭행을 가했다. 

통합춘천식구파 행동대원과 그 추종세력들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불량서클 학생들에게 춘천 모 대학교 근처서 호떡 장사를 시키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불법 게임장의 종업원으로 일하게 하는 등 825만원을 빼앗고 편취했다. 


또 피해학생들에게 과외를 해준다면서 부당한 과외비를 챙기고 호떡 장사를 하다 매일 10만원 이상의 매출을 못 올릴 경우 보복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은 호떡 장사를 하며 반죽을 망치거나 호떡을 태웠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피해학생 부모들을 찾아가 500원짜리 호떡을 태운 값을 물어내라며 5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수시로 피해 학생들을 괴롭혔다.  
 

통합춘천식구파의 세 조직들은 통합되기 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합춘천식구파가 만들어지기 직전인 2011년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호비 명목으로 보도방 업주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한 혐의로 동기파 행동대장 조직폭력배 B씨 등 7명을 구속하고, C씨 등 1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동기파 행동대장으로 4명이 운영 중인 보도방 영업이 불법인 점을 이용해 “더 이상 다른 보도방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고 미수금을 해결해 줄테니 함께 먹고 살자”고 협박, 수익금의 25%를 보호비 명목으로 챙기는 등 48차례에 걸쳐 6개 업소로부터 1억9000만원을 갈취했다. 

또 일명 ‘바지 사장’을 고용하는 방법으로 직접 보도방 영업을 한 동기파의 또 다른 행동대장 C씨는 2009년 1월부터 1년간 여종업원 13명을 고용해 유흥주점에 소개하는 등 무등록 직업소개소 영업으로 1억8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또 승택파의 D씨는 2009년 12월 보도방 업주들을 집합시켜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 여종업원을 제때 공급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세력을 키우기 위해 홍천 A콘도서 단합대회를 가지는 등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전국 ‘식구파’
하나둘 사라져

현재 통합춘천식구파의 부두목은 달아난 상태다. 경찰은 부두목과 조직원 4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른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 수집도 강화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각종 사행성 사업으로 조직 운영 자금을 확보한 만큼 조직 와해를 위해 몰수보전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통합춘천식구파는 와해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폭들이 와해된 후 재건하는 경우가 허다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통합춘천식구파에 속해 있는 ‘춘천생활파’만 하더라도 2004년 경찰 단속으로 와해된 일명 ‘신생활파’ 조직원들이 모여 다시 만든 조직이다. 

전국적으로 ‘식구파’라는 이름의 조직은 수십개가 넘는다. 보통 지역이름을 앞에두고 식구파라는 이름을 붙인다. 

대부분의 식구파들이 통합춘천식구파와 같은 결말을 맞았다. 2015년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 일대를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업주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해온 ‘구리식구파’ 조직폭력배 70명이 무더기로 잡혔다. 

당시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폭력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리식구파 두목 김모(42)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행동대원 최모(34)씨 등 조직원 5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0∼2015년 남양주와 구리 일대 유흥가·도박장 10여곳서 업주들을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보호비 명목으로 총 73회에 걸쳐 2억7000여만원을 빼앗았다. 구리식구파는 1996년부터 활동하다 2001년 조직원이 대부분 검거된 후 세력이 약해졌지만 2010년 행동대원이었던 김씨가 남아 있는 세력을 모아 조직했다. 

이후 2013년 조직원 홍모(33)씨 등 4명이 구리시의 한 유흥주점서 업주가 술값을 달라 하자 맥주병으로 때리고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등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렸다. 또 ‘조폭 대우를 하지 않고 인사를 안한다’는 이유로 같은 동네 주민을 집단 폭행해 기절시키는가 하면 차에 싣고 가다 길에다 내팽개치는 등 일대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토착 4개 조직 동맹 맺고 협력관계 유지
업소, 보도방, 사채업 등 이권사업 독점

구리시의 한 빌라서 공동생활을 해온 이들은 공원서 30여명이 웃옷을 벗어 등에 있는 문신을 드러내며 단체 사진을 찍는 등 세력을 과시했다.  

같은해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일대를 주름잡던 일명 ‘봉천동식구파’의 두목도 경찰에 붙잡혔다. 봉천동식구파 두목 양모(48)씨는 조직 강령에 따라 조직서 탈퇴한 간부 이씨가 운영하던 주유소 운영권과 재산 등을 빼앗고 살인까지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양씨는 2009년 2∼9월 사이 이씨가 운영하던 주유소 3곳에 조직원을 보내 영업을 방해하고 위협을 한 끝에 주유소 운영권을 빼앗았다. 
 

이듬해 그는 강도상해죄 등 전과가 있는 김씨에게 “이씨가 주유소 사업을 하다 갈라섰는데 생각이 있으시면 이씨를 제거해달라”는 취지의 부탁까지 했다. 

그러나 착수금 등을 놓고 의견이 맞지 않아 실제 살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양씨는 또 봉천동식구파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2005년 1월∼2010년 12월까지 이 씨로부터 빼앗은 주유소 등 25곳서 톨루엔과 메탄올 등을 섞은 ‘가짜석유’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가짜 석유로 약 20억여원을 벌어 조직원에게 200만∼500만원의 월급과 보너스 등을 지급하며 조직을 운영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봉천동식구파서 탈퇴한 간부의 재산 등을 빼앗고 살해 하려한 혐의(살인예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양씨를 구속기소했다.

2016년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폭력을 휘둘러 신흥 유흥가 상권을 접수한 폭력조직 ‘음성식구파’ 조직원 정모(33)씨 등 5명을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모(33)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 등은 지난해 유흥업소가 밀집된 충북 음성군 금왕읍 일대에 여성 도우미를 공급하는 이른바 ‘보도방’을 통합하면서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이 과정서 한 보도방 업주를 야산으로 끌고 간 뒤 야구방망이로 마구 때리고 대로변서 무차별로 폭행하는 등 수차례 폭력을 행사했다. 

이렇게 금왕읍 일대 보도방을 장악한 정씨 등은 자신들이 지정한 유흥업소에 도우미를 공급 받으라고 강요했다. 

2008년부터 폭력을 행사하고,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던 음성식구파는 2013년 검찰의 수사로 30여명의 조직원 중 두목급을 포함해 15명이 구속되며 세력이 다소 약해졌으나 음성유흥상권이 커지면서 활동을 재개했다가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10대들에 마수
불량서클 운영 

한편, 선량한 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직폭력배 와해 소식에 네티즌들은 반색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2018년에도 조폭이 있었다니”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인권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악의 무리에 대해서는 칼 같은 강력한 공권력이 투입되길 원할 것”이라며 “요즘에도 조폭이 설칠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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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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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