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국회 청문회 총정리

‘강심장’ 앞에 국회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진중공업 사태가 현재 노사갈등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시민단체까지 가세한 최대 시국 현안이 됐다. 정치권까지 합세해 사태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그간 해결의 열쇠를 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해외로 도망치며 행방이 묘연했다. 단단히 벼르던 의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조 회장을 청문회장에 세웠고, 총부리는 단연 그를 정조준했다.

한진중 청문회 모습 드러낸 조남호 회장
정치권·시민 가세로 국가적 이슈로 번져

한진중공업 사태는 지난해 12월15일 사측이 노조에게 400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을 통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측은 업무량 고갈, 수주 경쟁력 저하, 매출액의 현저한 감소, 경영 실적 악화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특히 지난 2010년에 기록한 적자와 2~3년 남짓 이어진 수주 공백 상태 등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졸지에 ‘해고자’ 신세가 된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연초(1월6일)부터 영도조선소 내 85호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6월27일 노사는 합의점을 찾았다. 노동자들은 6개월간의 총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따른 해고대상자 170명 가운데 76명은 희망퇴직을 했고, 94명이 남았다. 이후 추가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정리해고자 통보 본격 총파업 돌입

노사분쟁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바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다. 민주당, 민노당, 참여당 등 진보색채가 강한 야5당 대표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조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회 환노위는 지난 6월17일 회의에서 그에게 닷새 뒤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해외출장 때문에 국회 출석이 어렵다고만 통보했다. 이후 조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한진중공업 측 관계자는 외국 선주사 및 선박 기자재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수주활동을 하고 있지만 동선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피성 장기외유’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피성 해외출장에 나선 기업인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미스런 사건이 터지거나 검찰수사가 시작됐을 때, 국회가 부를 때면 어김없이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유도 한결같이 ‘해외수주’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이 7월13~26일까지 국내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탑승한 ‘희망버스’가 부산영도에 내려갔고, 사회각계 각층에서 조 회장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성화를 몰래 숨어서 지켜봤단 뜻이다. 안 그래도 자취를 감춰 조 회장에게 단단히 성난 국회의원들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지난 18일 국회 환노위에서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10시간 넘게 진행됐다. 청문회장에 나타난 조 회장에게 회장직의 ‘아우라’는 온데간데 없었다. 청문회 연기지침이 담긴 대본을 들고 커닝을 해대는 신인배우의 굴욕만 있을 뿐이었다.

청문회가 시작되자 국회의원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김성순 환노위원장과 청문위원 12명의 전방위적 압박은 그야말로 ‘조남호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여야는 조 회장을 포함한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한진중 사태를 더욱 키웠다며 조 회장과 경영진에 맹공을 퍼부었다.

청문회의 주요 쟁점은 정리해고의 정당성 문제를 비롯해 3년간 선박 수주를 못한 가운데 대주주에 대한 174억원의 주식배당과 임원급여 8000만원 인상의 문제점, 필리핀 수빅조선소 물량 몰아주기 등에 집중됐다. 여기에 조 회장의 해외도피 의혹과 거짓 출국 해명에도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사태 과정에서 보여준 조 회장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는 한진중공업 한 개의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 여야 의원들의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 모두 한목소리로 맹공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년간 42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남겼는데 지난해 517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1300여명을 정리해고 할 수 있냐”며 “다른 회사들보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데도 경영상의 이유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조선부분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지만 한진중공업의 수익성은 건설부문의 실패, 부실 계열사 부당내부거래, 수빅조선소에 대한 무리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악화된 것이다”며 경영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조 회장 측의 거짓 해외체류에 장 의원은 “부산에 있으면서 (사태 해결 노력은 안 하고) 무슨 일을 했냐”고 조 회장을 비판했다.

무엇보다 한진중 사태 해결에 ‘고군분투’하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치생명’까지 불사하며 비장한 각오로 청문회에 임했다.

정 최고위원은 청문회에 앞서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중공업은 국가와 국민이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조 회장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며 “조 회장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간다”고 결의를 드러냈다.

정 최고위원은 50여일이 넘어서야 힘겹게 청문회에 출석한 조 회장에 “그렇게 국회에 나오기 싫으셨냐”며 “민주주의 권리, 재벌 특혜는 누리면서 민의의 전당은 무시해도 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조 회장에게 고(故) 김주익·곽재규·박창수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한진 노조위원원들의 사망경위를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은 고인이 된 이들의 장례식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준비해 조 회장에 보여주며 인간으로서 한마디 해보라며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 그 당시 상황을 본인이 제대로 인지를 못했다”며 “오늘 의원님의 질타를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정치생명 불사 비장한 정동영

이어 정 최고위원은 필리핀 의회가 조 회장 체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사태가 국제적으로 비화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필리핀에 진출한 한진중공업을 좋은 회사인줄 알고 취직했던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금 2만명이지만 모두 비정규직인 점과 35명의 사망자를 냈다”며 “이래서 대한민국 기업이 존경받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은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조 회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며 이는 정리해고 철회에서 시작한다”며 “(해고철회를) 다시 한번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진중 사태 해결 방안으로 조 회장이 지난 10일 “회사를 빨리 정상화시켜 3년 내 퇴직자들을 다시 모셔오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부산 경실련이 제안한 ‘선 복직 후 3년간 무급휴직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그럼, 청문회에 뭐 하러 나왔느냐. 협상이 되게끔 하는게 바람직하지 나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만 한다면 뭐 하러 나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의 맹포격에도 조 회장은 먼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정리해고는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은 채 청문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2차 청문회 추진 및 국정조사추진 의지까지 불태웠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청문회 뒷날인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남호 회장이 보인 것은 경영상 어려움이 아니라 대기업과 재벌의 탐욕경영과 욕심이다”며 “조 회장은 정리해고 철회 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시민단체가 제의했던 복직 후 무급휴직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결코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면서 “필요하면 2차 청문회, 국정조사를 할 것이고 이번 기회에 정리해고에 대한 법적 요건을 확실히 하는 안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최고위원 역시 비판에 동참했다. 그는 “결국 어제 청문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 버리고 말았다”며 “민주당이 주가 되고 야5당이 결합해 2차 청문회와 정기국회 국정조사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이날 주장한 국정조사 근거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투자한 과정의 탈세 의혹 ▲조남호 회장이 자기 회사 지분을 확장한 과정의 의혹 ▲처남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었다.

굽히지 않는 ‘키맨’  이 갈고 있는 국회

시국 최대 이슈로 번진 한진중 사태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온적인 해결태도를 보이는 조 회장에 뿔난 국회는 단단히 벼르고 있고, 노조도 이를 갈고 있다.


여기에 시민들까지 합세하며 한진중 사태로 반기업 정서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태 해결에 열쇠를 쥔 ‘키맨’ 조 회장이 자신을 겨누는 총부리들에 추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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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