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국회 청문회 총정리

‘강심장’ 앞에 국회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진중공업 사태가 현재 노사갈등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시민단체까지 가세한 최대 시국 현안이 됐다. 정치권까지 합세해 사태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그간 해결의 열쇠를 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해외로 도망치며 행방이 묘연했다. 단단히 벼르던 의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조 회장을 청문회장에 세웠고, 총부리는 단연 그를 정조준했다.

한진중 청문회 모습 드러낸 조남호 회장
정치권·시민 가세로 국가적 이슈로 번져

한진중공업 사태는 지난해 12월15일 사측이 노조에게 400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을 통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측은 업무량 고갈, 수주 경쟁력 저하, 매출액의 현저한 감소, 경영 실적 악화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특히 지난 2010년에 기록한 적자와 2~3년 남짓 이어진 수주 공백 상태 등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졸지에 ‘해고자’ 신세가 된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연초(1월6일)부터 영도조선소 내 85호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6월27일 노사는 합의점을 찾았다. 노동자들은 6개월간의 총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따른 해고대상자 170명 가운데 76명은 희망퇴직을 했고, 94명이 남았다. 이후 추가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정리해고자 통보 본격 총파업 돌입

노사분쟁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바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다. 민주당, 민노당, 참여당 등 진보색채가 강한 야5당 대표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조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회 환노위는 지난 6월17일 회의에서 그에게 닷새 뒤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해외출장 때문에 국회 출석이 어렵다고만 통보했다. 이후 조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한진중공업 측 관계자는 외국 선주사 및 선박 기자재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수주활동을 하고 있지만 동선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피성 장기외유’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피성 해외출장에 나선 기업인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미스런 사건이 터지거나 검찰수사가 시작됐을 때, 국회가 부를 때면 어김없이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유도 한결같이 ‘해외수주’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이 7월13~26일까지 국내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탑승한 ‘희망버스’가 부산영도에 내려갔고, 사회각계 각층에서 조 회장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성화를 몰래 숨어서 지켜봤단 뜻이다. 안 그래도 자취를 감춰 조 회장에게 단단히 성난 국회의원들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지난 18일 국회 환노위에서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10시간 넘게 진행됐다. 청문회장에 나타난 조 회장에게 회장직의 ‘아우라’는 온데간데 없었다. 청문회 연기지침이 담긴 대본을 들고 커닝을 해대는 신인배우의 굴욕만 있을 뿐이었다.

청문회가 시작되자 국회의원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김성순 환노위원장과 청문위원 12명의 전방위적 압박은 그야말로 ‘조남호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여야는 조 회장을 포함한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한진중 사태를 더욱 키웠다며 조 회장과 경영진에 맹공을 퍼부었다.

청문회의 주요 쟁점은 정리해고의 정당성 문제를 비롯해 3년간 선박 수주를 못한 가운데 대주주에 대한 174억원의 주식배당과 임원급여 8000만원 인상의 문제점, 필리핀 수빅조선소 물량 몰아주기 등에 집중됐다. 여기에 조 회장의 해외도피 의혹과 거짓 출국 해명에도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사태 과정에서 보여준 조 회장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는 한진중공업 한 개의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 여야 의원들의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 모두 한목소리로 맹공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년간 42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남겼는데 지난해 517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1300여명을 정리해고 할 수 있냐”며 “다른 회사들보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데도 경영상의 이유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조선부분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지만 한진중공업의 수익성은 건설부문의 실패, 부실 계열사 부당내부거래, 수빅조선소에 대한 무리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악화된 것이다”며 경영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조 회장 측의 거짓 해외체류에 장 의원은 “부산에 있으면서 (사태 해결 노력은 안 하고) 무슨 일을 했냐”고 조 회장을 비판했다.

무엇보다 한진중 사태 해결에 ‘고군분투’하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치생명’까지 불사하며 비장한 각오로 청문회에 임했다.

정 최고위원은 청문회에 앞서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중공업은 국가와 국민이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조 회장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며 “조 회장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간다”고 결의를 드러냈다.

정 최고위원은 50여일이 넘어서야 힘겹게 청문회에 출석한 조 회장에 “그렇게 국회에 나오기 싫으셨냐”며 “민주주의 권리, 재벌 특혜는 누리면서 민의의 전당은 무시해도 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조 회장에게 고(故) 김주익·곽재규·박창수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한진 노조위원원들의 사망경위를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은 고인이 된 이들의 장례식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준비해 조 회장에 보여주며 인간으로서 한마디 해보라며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 그 당시 상황을 본인이 제대로 인지를 못했다”며 “오늘 의원님의 질타를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정치생명 불사 비장한 정동영

이어 정 최고위원은 필리핀 의회가 조 회장 체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사태가 국제적으로 비화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필리핀에 진출한 한진중공업을 좋은 회사인줄 알고 취직했던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금 2만명이지만 모두 비정규직인 점과 35명의 사망자를 냈다”며 “이래서 대한민국 기업이 존경받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은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조 회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며 이는 정리해고 철회에서 시작한다”며 “(해고철회를) 다시 한번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진중 사태 해결 방안으로 조 회장이 지난 10일 “회사를 빨리 정상화시켜 3년 내 퇴직자들을 다시 모셔오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부산 경실련이 제안한 ‘선 복직 후 3년간 무급휴직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그럼, 청문회에 뭐 하러 나왔느냐. 협상이 되게끔 하는게 바람직하지 나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만 한다면 뭐 하러 나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의 맹포격에도 조 회장은 먼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정리해고는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은 채 청문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2차 청문회 추진 및 국정조사추진 의지까지 불태웠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청문회 뒷날인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남호 회장이 보인 것은 경영상 어려움이 아니라 대기업과 재벌의 탐욕경영과 욕심이다”며 “조 회장은 정리해고 철회 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시민단체가 제의했던 복직 후 무급휴직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결코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면서 “필요하면 2차 청문회, 국정조사를 할 것이고 이번 기회에 정리해고에 대한 법적 요건을 확실히 하는 안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최고위원 역시 비판에 동참했다. 그는 “결국 어제 청문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 버리고 말았다”며 “민주당이 주가 되고 야5당이 결합해 2차 청문회와 정기국회 국정조사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이날 주장한 국정조사 근거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투자한 과정의 탈세 의혹 ▲조남호 회장이 자기 회사 지분을 확장한 과정의 의혹 ▲처남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었다.

굽히지 않는 ‘키맨’  이 갈고 있는 국회

시국 최대 이슈로 번진 한진중 사태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온적인 해결태도를 보이는 조 회장에 뿔난 국회는 단단히 벼르고 있고, 노조도 이를 갈고 있다.


여기에 시민들까지 합세하며 한진중 사태로 반기업 정서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태 해결에 열쇠를 쥔 ‘키맨’ 조 회장이 자신을 겨누는 총부리들에 추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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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