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MB맨 배신의 MB맨 ‘총정리’

정승이 죽으면 개도 안 온다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마쳤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를 시작으로 그를 향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보복성 정치공작’이라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하기 전 사저서 ‘MB맨’들을 만났다.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사저로 향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다른 ‘MB맨’들이 있다. 그들은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의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여러 의혹들이 검찰 소환 조사의 증거가 된 배경에는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도 한때 ‘MB맨’이었다.

MB에 치명적
진술 쏟아내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뇌물수수와 20개가 넘는 범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측근들에 대해 “죄를 경감받기 위해 나한테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물어 달라”며 본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MB의 집사’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40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함께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인수위 비서실 총무 담당 보좌역, 청와대 총무비서관,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지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수십 년 보좌하고 그의 재산을 관리했다. 

그러다 지난 1월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기획관은 특활비 관련 혐의에 대해 “기억이 없다”며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월17일 “국정원 돈을 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기존의 증언을 뒤집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 전 기획관은 3월14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국정원 자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진술 역시 결정적이었다. ‘MB의 영원한 비서관’으로 통하는 김 전 실장은 오랜 시간 이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이 전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었던 시절 비서관으로 그를 보좌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는 의전비서관으로 수행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제1부속실장으로 재임기간 5년을 그와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12일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서 “국정원 직원에게 받은 특활비 10만달러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직접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내용을 진술하기 전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게 “나도 살아야겠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JTBC와의 인터뷰서 “자신이 생각해도 (증거의 구체성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이 전 대통령도 조사에 임하면 (태도가)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은
영원한 측근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의 의혹 상당수는 다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 연유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것을 밝히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검찰은 MB의 최측근들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받게 된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MB의 오른팔’로 불린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시절부터 함께했다. 명실상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다스의 설립과정을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사장은 다스의 120억원 횡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는 검찰 조사 중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검찰수사와 2008년 특별검사팀 수사 때 다스와 관련해 거짓진술을 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특검 당시 “도곡동 땅과 다스는 MB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 당시 진술을 부정하면서 이번 조사 때는 제대로 답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한 것”이라며 “다스 창업자금도 지원받았다”는 진술도 내놨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인사와 회계에 관련한 사안을 보고 받았다고 했다.

‘MB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일부를 다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썼다”며 “일부는 논현동 사저를 수리하는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 지분 매입에 쓰였다는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 파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이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MB의 자금관리사’로 통하는 이영배 금강 대표의 구속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 금강은 다스의 협력업체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대주주로 있는 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16억원을 무담보 저리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금강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MB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서 호흡을 맞췄던 전직 관료부터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약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두 직전 자신의 소회를 풀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 후에도 이들은 MB 곁을 지켰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MB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그는 2011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2012년에는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으로 자리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은 지난달 1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은 누군가의 기획”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하루 전날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디어 출연
비호에 앞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했다. 이 전 수석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았다. 당선 이후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홍보수석 그리고 언론특별보자관을 역임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 2비서관과 대통령실 메시지기획관,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청와대 홍보 수석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김 전 수석은 CBS 라디오에 출연했다. 그는 “보수에 대한 반감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한풀이”라며 수위 높은 발언으로 여권과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개띠의 해”라며 “저희들도 이전투구를 한번 해 볼까요?”라고 다소 거친 발언을 내뱉었다.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반도 대운하 입안자’로 알려져 있다. 이후 주중대사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게 된다. 또한 류 전 실장은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정정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류 전 실장의 뒤를 이어 2대 대통령 실장에 내정됐다. 그러나 2010년 7월 6·2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효재, 이동관, 김두우, 류우익…
여론 눈치 안보고 끝까지 지켰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0년 고용노동부장관서 3대 대통령 실장으로 내정됐다. 임 전 실장 역시 MB맨으로 알려져 있다. 

'UAE 원전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임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정부의 비위를 캐내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4대 대통령 실장으로 이 전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하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으로 ‘고대 후배’로 통한다. 하 전 실장은 ‘노무현 4주기 추도식’ 날 이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장다사로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 전 기획관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임명했다. 

당시 이 전 의원 보좌관의 거액 수뢰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심복인 장 전 기획관의 임명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전달한 평창동계올림픽 초청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도 장 전 기획관이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대통령 정무담당특보를 역임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을 검찰까지 수행했다. 맹 전 장관은 “5년 동안 MB정부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어려울 때 자리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행 이유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주호영 의원은 ‘MB키즈’로 통한다. 권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검찰청까지 가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김 의원은 ‘안국포럼’ 출신이다. 안국포럼은 2007년 대선서 이 전 대통령의 친위그룹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문재인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치졸한 꿈을 오늘 이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주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초대 특임장관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 전 대통령의 사저에 방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정통 친이계’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김백준, 김희중, 김성우, 이병모…
최측근서 내부고발자로 ‘뒤통수’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 고문은 ‘친이계의 좌장’ 또는 ‘MB 정권 2인자’로 불린다. 이 고문은 2007년에 늘푸른한국당을 이끌었다가 지난달 12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처럼 보인다”며 그를 옹호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에 출두한 후에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은 부패하지 않다”며 그를 비호했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캠프 대외협력총괄단장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 인수위원을 역임한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안경률·최병국 전 국회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이들 역시 친이계 인사로 나뉜다.  최 의원은 이재오 상임 고문과 함께 늘푸른한국당 소속이었다. 최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상임고문을 맡게 됐다.

조해진 전 국회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이었던 시절 서울시장 비서실 정무보좌관이었다. 그는 15일 JTBC <뉴스룸>서 “여권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번 검찰수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까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행보도 눈에 띈다. 유 전 장관은 검찰 조사 후 귀가하는 이 전 대통령을 마중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 과정서 그는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문체부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다소 거친 성격으로 막말과 욕설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동조선 부실 책임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22억여원 중 20억원 가량이 성동조선해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수첩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영위기 상황이었던 성동조선서 비자금이 나온 만큼 이 전 대통령이 그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검찰은 이 돈의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이 성동조선의 부실경영을 방관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은 지금까지 9조6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영정상화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


<기사 속 기사> 자충수 된 MB 행보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과정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만큼 구속영장 발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명백한 증거들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수>


<기사 속 기사> MB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확충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13일 MB의 측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보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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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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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