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품은 김성태 ‘100일 성적표’

야성 되찾은 들개처럼 예측불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오는 21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인 그는 강력한 대여·대정부 투쟁을 일선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보수정당의 원내 사령탑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서민과 노동자를 강조한다.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원내대표의 공과를 <일요시사>가 그간의 행적을 통해 살펴봤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12일 당내 경선을 통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김 원내대표는 과반 기준 득표수를 얻어 경선 후보인 홍문종, 한선교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는 당선 당일 정견발표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당면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정권과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투쟁 전문가’를 자처했다.

투쟁 전문가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의 임기를 시작으로 제1보수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대북 이슈 선점을 통해서다. 한국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직전에 시행된 북한의 열병식을 비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은 결정적이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등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의 방남 반대여론은 급상승했다. 

한국당은 파주시 통일대교서 김영철의 방남, 복귀 날짜에 맞춰 ‘김영철 방한 저지 운동’을 벌였다. 그 중심에는 김 원내대표가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협력의 정치를 보여줬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의 상임위원회 통과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보수 정당의 수장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중동서의 근로 경험을 토대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그가 당내 노동 전문가로 꼽히는 이유다. 

2002년과 2003년에는 근로자위원으로 노사정 위원회에 참여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기여했다. 김 원내대표의 노동운동정책 참여 경험이 협치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대여·대정부 투쟁’을 핵심으로 한다. 이로 인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은 가시적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해 형성한 대척점은 부작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UAE 원전 게이트’ 의혹을 제기했다. 본격적으로 대정부 투쟁에 앞장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가 당시 이명박정권이 체결한 UAE 원전 수주 계약을 적폐로 간주해 불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로 파견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고 특사 파견은 ‘장병 격려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며칠 뒤 청와대는 임 비서실장의 파견이 ‘양국 파트너십 강화 목적’이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일관되지 못한 해명에 한국당은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UAE 원전 게이트 의혹은 김 원내대표의 자충수가 됐다.


제1야당의 정체성 확보 긍정적
독선적인 면은 아쉬움으로 남아

임 실장이 UAE에 파견을 간 이유는 ‘비밀군사협정’으로 밝혀졌다. 한국당이 집권당이었을 때 체결된 협정이었던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난처한 입장이 됐다. 그는 공세를 그만두었다.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근거 없는 정치적 공방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21일과 1월26일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그러나 참사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과 유족들은 오히려 김 원내대표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제천 사고 현장에서는 김 원내대표와 한 시민의 설전이 오갔다. 

미흡한 대비는 지난 정권에도 책임이 있다는 시민의 주장에 김 원내대표는 ‘특정 정당 지지자’라며 대응했고 시민은 특정 정당 지지자가 아닌 ‘제천 시민’이라고 응수했다.

밀양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참사 현장서 문재인 내각 사퇴를 요구하다 “불난 집에 정치하러 왔느냐”며 시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오로지 현 정권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태에 유가족과 시민들이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위원회의(이하 운영위)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1일 열린 운영위 청와대 업무보고 과정서 시작됐다. 

김 원내대표는 한 청와대 관계자를 향해 “지금 웃으신 분 일어나라”며 지목했고 관계자는 “웃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임 비서실장을 발언대에 서있으라고 다그쳤다.

임 비서실장은 “지금 이 자리서도 발언이 가능한데 일어서야 하느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지난달 24일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임 비서실장의 출석을 요구하며 거듭된 정회를 선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항의하자 김 원내대표는 “자 때리세요”라며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김 원내대표는 독선적이라는 평이 있다. 본인이 수용할 수 없는 일에는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야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원내대표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독선적 평가도


강성 성향으로 인해 제1야당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정당 지지율서도 잘 드러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3월5∼9일 조사해 12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19.2%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선거구제 개편 한국당 입장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현행 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다. 거대양당 중 하나인 한국당에게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기득권으로 통한다. 

하나의 선거구서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까닭이다. 

한국당으로서는 그만큼 파격적인 제안인 셈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제안을 통해 대통령 개헌 발의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모양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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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