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까지 밀리는 손학규 ‘히든카드’

대표 프리미엄 살리고 범민주화세력과 손 맞잡는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혜성처럼 등장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며 점차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오래전부터 대권을 꿈꾸며 뚜벅뚜벅 걸어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손 대표에게선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그에겐 ‘박근혜 대세론’과 ‘문재인 대망론’을 무너뜨릴 최종병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야권통합’ 물꼬 트면 ‘당 대표’ 내려놓을까?
자신 향한 비판과 논란에 ‘정면대응’ 나서

차기 대선 지지율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반면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망론’이 강타하며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 국면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전 대표는 여전히 3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간 야권에서 선두를 달리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앞지르며 폭풍성장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의 대선지지율 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11.8%로 11.3%에 그친 손 대표를 앞질렀다. 또 지난 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은 9.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9.4%를 기록한 손 대표를 근소하게 제치고 야권 대선후보 1위로 올라섰다.

혜성처럼 등장한 문
손 ‘DJ 적자’ 계승의지

야권 대선 지지율에서 손 대표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확실하게 따돌린 것은 ‘분당대첩’으로 한나라당 텃밭을 탈환하는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어떠한 공로나 정치적 경험이 없음에도 지지율이 날로 솟구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윽고 ‘문재인 대망론’까지 몰고 온 그의 성장세가 대권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여야 잠룡들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대권을 꿈꾸며 차곡차곡 수순을 밟으며 노력하는 손 대표로서는 누가 봐도 당황할 터. 그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고, 당 내부에서는 그에 대해 끊임없이 ‘정체성’과 ‘선명성’ 시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손 대표는 최근들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논란에 정면대응하고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노선개척’과 ‘원칙’이미지 굳히기에 돌입하며 ‘마이웨이’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자신은 “당원들이 뽑은 당대표다”라는 말로 정체성 논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정체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적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손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DJ 정신의 계승과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를 매개로 자연스레 동교동계와의 스킨십까지 유도하며 거리 좁히기에 들어갔다. 그가 동교동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DJ계승자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면 그간 기반이 약했던 ‘호남표’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8일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추모기간을 선포하며 “김 전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온 국민이 함께 새겨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이 없는 민주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 대표실의 벽을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대형사진으로도 꾸미면서 DJ계승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대북ㆍ노동엔 ‘원칙’
야권통합 직접 나서

그는 특히 선명성 비판에 대응해 ‘원칙’ 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대북ㆍ노동 정책기조에 원칙을 강조한 것. 손 대표는 이전에 대북정책기조에 관해 ‘원칙 있는 햇볕정책’을 강조하며 무조건 대북 퍼주기에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심각한 노사갈등을 앓고 있는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등 노동현안에 있어서도 ‘선명하지만 균형감 잃지 않은 투쟁’을 강조하며 원칙을 내세웠다. 최대 시국 이슈인 한진중공업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달에는 노동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을 잇달아 국회로 불러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으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도 성사시켰고, 조 회장에 집단정리해고 철회도 주문했다. 또 직접 현장을 방문하며 사측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중도 이미지가 강한 손 대표가 과격한 희망버스 탑승 등을 대신해 제도권 내에서 다각적인 방법론을 구사하며 노동 현안의 해결사로 진보층까지 껴안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체성 논란 종결 위해 DJ 계승자 이미지 구축
‘정치스승’ YS 지지와 범민주화세력 결집하면?

손 대표는 얼마 전 ‘한-EU FTA’ ‘KBS 수신료 인상안’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따라서 점수 깎인 리더십을 만회하기 위해 야권통합으로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다. 야권통합에 물꼬를 틀 경우 리더십을 인정받고, 문재인 대망론에 맞서 대권가도에도 속력을 낼 수 있어서다.

때문에 그는 진보정당간의 ‘소통합’ 논의를 관망만하다 급기야 직접 두 팔 걷어붙이며 범야권의 ’대통합’을 주창하고 있다. 그는 이미 한진중공업이라는 노동현안을 고리로 야5당 대표들의 회담을 주도하며 야권연대와 스킨십을 가졌다. 이를 토대로 그는 당면 과제인 야권통합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조기전당대회를 치러 손 대표가 일찍이 대표직을 사퇴하고 대권행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민주당은 민주·진보진영의 통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야권 대통합 때까지 대표직 고수 의사를 밝혔다.

이는 결국 야권통합을 성사시켜 주도권을 잡고, 대권행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대표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과 상극인 YS
손 최후보루는 ‘YS’ 


일각에서는 대선국면으로 바짝 접어들 경우 손 대표가 ‘최후 병기’로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YS(김영삼 전 대통령)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YS카드로 민주화세력을 모아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려는 포석이다. 

손 대표는 지난 1993년 경기 광명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YS의 권유로 민자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대변인과 정책조정위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내며 거물로 거듭 성장해왔다.

손 대표는 올해 초 당내 쏟아지는 출신비난에도 YS에 세배 인사를 드리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당시 YS는 손 대표에게 “정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군사독재시절 민주화라는 정의를 위해 투쟁했던 YS는 그간 박(근혜) 전 대표에 “유신의 딸”이라며 직접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따라서 여야 통틀어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시 손 대표는 YS에 민주화 세력의 복원이라는 고리로 지지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YS 역시 자신이 직접 발굴해서 키운 손 대표의 지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YS가 1997년 대선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당을 지지하라는 발언을 삼가면서 자신과 앙숙이었던 DJ의 대통령 당선에 일정부분 기여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9년 DJ 서거 이후 과거 민주화 세력이었던 민추협을 중심으로 동교동-상도동계가 화해무드를 조성했던 점 역시 YS가 손 대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장의 카드를 하나씩 하나씩 뽑아가며 대권을 향해 고군분투 중인 손 대표. 과연 그는 YS라는 히든카드를 잡고 ‘박근혜 대세론’과 ‘문재인 대망론’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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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