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홍준표 ‘호남선 전쟁’ 내막 추적

충청서 하차한 ‘홍반장’, ‘공주님’ 한마디에 호남선 환승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나라당 ‘미래권력’ 1순위는 단연 박근혜 전 대표다. 지난 7·4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보완재’를 자청하고 나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해 대표로 당선시켰다. 하지만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 했던가? 대표로 당선된 홍 대표는 줄곧 박 전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친박진영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미래권력이 입을 열자 홍반장은 일단 꼬리를 내렸지만 앞으로 ‘공천’ 문제로 박 전 대표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홍준표의 ‘호남 홀대’ 공개질타, “지명직 최고 호남-충청 한 명씩 해야”
‘물갈이론’ 논란에 “국민 납득할만한 공정한 공천기준·시스템 우선돼야”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이가 몰락하고 친박이 득세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30~4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나타내며 다른 예비 대선주자들을 압도하면서 ‘대세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대세론에 힘입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연일 ‘월박(越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자 자신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대표의 공천 기득권 행사 의지가 강해 박 전 대표와 친박은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상태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놓고 불거진 양측의 갈등  


칼은 홍 대표가 먼저 꺼내들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서 호남을 배제하고 충청권을 배려한 것.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충청권 출신의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지명했지만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의 반발에 부딪혀 인선을 관철하지 못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인선은 당내에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표 당시부터 당이 호남을 위해 애정과 관심을 얼마나 보여 왔느냐. 그런데 그걸 한 방에 날려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반발했고 관례대로 충청에 친박계, 호남에 친이계 인사 한명씩을 각각 최고위원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도 “홍 대표 주장은 국민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버린다는 메시지를 주게 된다”면서 “호남 출신 유권자가 수도권 전체 유권자의 30~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번 인선으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면 113개 수도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의 이러한 반발에도 홍 대표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주가 넘도록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입을 열자 상황은 달라졌다. 박 전 대표는 지난 9일 기획재정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당”이라며 “그 정신에 맞게 지명직 최고위원도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의 ‘관례대로 충청과 호남 지역에 한 명씩 임명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그런 뜻”이라고 못 박았다.

홍 대표의 “총선을 감안해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권 인사 두 명을 앉히고 호남 배려는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는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제동을 건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자신의 당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제를 도입한 이후 호남인사가 단 한 번도 배제된 적 없는 관례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진정한 속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을 배제해선 득표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여건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친박계 내부에서 홍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충청권 인사를 심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하려 한다는 인식이 일부 있었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작용했다.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홍 대표가 입장을 급선회 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충청권 1명 호남권 1명으로 정리됐다. ‘박근혜 파워’가 다시 한 번 입증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홍 대표 측근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언급 이전에 홍 대표가 내부적으로 호남과 충청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한 명씩 임명하는 쪽으로 검토해 왔다”며 입장 선회가 박 전 대표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 측은 “이미 4일전에 (홍 대표는) 호남과 충청으로 지역배분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박 전 대표도) 아셨을 텐데”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지역 배분을 이미 결심했고 박 전 대표도 이를 인지했을 것이란 얘기다.
 
단지 후보를 최종확정하지 못해 발표를 미뤘을 뿐인데, 박 전 대표 발언으로 상황이 미묘하게 꼬였다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친박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 측으로부터 충청과 호남으로 배분을 하겠다거나 누구를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박 전 대표가 (지역배분을) 알았다거나 나와 상의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굉장히 불쾌하다”고 밝혔다.


포기할 수 없는
공천 기득권 행사


박 전 대표의 홍 대표와의 각 세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제기되는 ‘물갈이’ 논란과 관련해 “그런 논의가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기준, 그리고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며 “공천은 개인적 차원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는 홍 대표의 측근들이 주장해온 물갈이론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 해석돼 주목받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전략공천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어 둘의 갈등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 안팎으로 상향식 공천제 도입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자신이 갖는 공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공천 비율 상향조정은 총선 물갈이 폭의 확대와 함께 당 대표의 공천 영향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홍반장의 ‘공천 기득권 행사 욕심’, 불편한 박근혜
갈등양상 계속되면 박 대권행보에 악영향 끼칠 수도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천권은 당 장악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총선까지 당 장악력을 유지하려면 공천 영향력 확보는 필수다. 때문에 홍 대표는 공천논의 본격화 시점도 최대한 늦추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 대표가 공천권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 당 내에서는 “홍 대표가 총선 공천을 자기 의도대로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홍 대표는 “내년 공천만큼은 내 마음껏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밝힌바 있어 친박을 긴장케 하기도 했다.

유승민 나경원 최고위원은 “8월 안으로 공천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갈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최고위원은 특히 “공천을 논의할 당 공식기구도 8월에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1월부터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대구에서 “지금은 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을 하느냐, 공천을 얼마나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잘하느냐에 몰두해야 한다”며 “만약에 그게 전제돼 있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가 잘하겠다는 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그는 “총선 전에 국민에게 인정받는 정책적 노력과 공천을 투명하게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 인사들에 대한 ‘공천 대학살’의 악몽 때문인 듯 유독 공천에 대해 민감한 입장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지난 9일 향후 활동 계획과 관련해 “그간 구상한 정책이나 그런 것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공천 문제로 인해 앞으로 홍 대표와 첨예한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호남 껴안기’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권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최근, 지명직 최고위원 선출에 대한 발언은 ‘호남 껴안기’라는 시각이 크다.
 
박 전 대표의 호남 껴안기는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첫 호남 방문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해 사과했고, DJ로부터 ‘동서화합의 적임자’라는 화답을 받은 이후부터 본격화되었다.

2006년 1월엔 당 인재영입위원회가 광주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나라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훌륭한 인재들이 정치권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호남 지역에서 많은 분이 들어오신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박 전 대표 주변 인물 중에서는 실제 호남인사가 많다. 이정현 의원 외에도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성헌 의원과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이 호남권 인사들이다. 자주 만나는 정책자문단에도 학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등 분야별로 여러 분이 있어 호남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의 지도자로서 가장 많이 호남권을 방문하는 등 호남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던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 호남 껴안기는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그의 이러한 호남 껴안기의 효과가 드러나는 듯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23.3%를 기록해 호남권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이 만만찮음을 나타냈다. 이 수치는 14%를 얻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보다 높은 수치여서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선으로 나아가야 하는 박 전 대표에게 만약 홍 대표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양상이 고조된다면 ‘공천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다시 한 번 겪어야 하고, 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경선에서 다시 쓴 잔을 들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홍당’ 체제로 돌입한 홍 대표와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박 전 대표가 호남선 열차 승차를 놓고 ‘대결 1막’을 펼친 상황에서 향후 어떤 화음을 만들어 나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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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