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회고록> 3000억 파문 일파만파 전모

YS “혼자 책임진다 해놓고 말년에 이래 뒤통수치기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발간한 회고록으로 파문이 일파만파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에 대해 “1995년 11월 수감 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이후 그동안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이니만큼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썼다. 20년이 지난 불법 정치자금은 과연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저의는 무엇일까? 확산되고 있는 <노태우 회고록> 파문을 총정리 해봤다.

회고록에서 “YS에 대선자금 3000억 건넸다” 밝혀
공소시효 완료 검찰 수사 불가능, 파문으로 끝날 듯

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출간한 <노태우 회고록>(상·하권)에서 “199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맞아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면서 정치자금과 북방외교를 비롯한 6공화국의 비화를 공개했다. 특히 대선 비자금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비자금으로 파생된 일들로 함께 일한 많은 사람과 국민에게 걱정과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해 자괴할 따름”이라며 “내가 마지막 사람이었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썼다.

“YS의 요청으로
3000억원 지원”


이번 회고록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김 총재가 그 해 5월 대선후보로 결정된 직후 대선자금과 관련해 “적어도 4천억원에서 5천억원이 들지 않겠느냐. 그 많은 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통령께서 알아서 해 주십시오”라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금진호 상공부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김 총재에게 인사시키면서 선거자금을 김 총재 쪽에서 직접 조성하고 나는 뒤에서 돕기로 했다”며 “그 후 금 장관과 이 의원 두 사람이 각각 1천억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줬다고 들었다”고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김 총재와 당 선거 관계참모들로부터 자금이 모자란다는 SOS(긴급요청)를 받았다”며 “금 장관을 통해 한몫에 1천억원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에 “김 총재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며 “결국 내가 김영삼캠프의 선거자금 3천억원 조성을 도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금고에 대해 “1993년 2월 25일 청와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 그 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넣어두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2757억원의 보유 배경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청와대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 전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가 끝난 후 이현우 안기부장의 보고를 받고는 예상외로 많은 자금이 남아 있어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후임자가 나라의 큰일에 쓸 수 있지 않겠는가 판단했지만 그는 끝내 청와대에 오지 않아 남은 자금을 후임자에게 전해주지 못한 채 퇴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정부가 6공 사람들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잡아들이는 상황이라 통치자금 문제는 상의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며 “남은 자금을 반드시 후임 대통령에게 인계해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퇴임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유용하게 쓰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모은 돈은 훗날 유용하게 쓰자’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정치, 통치자금은
대기업으로부터 ‘충당’


노 전 대통령은 “나의 재임 시까지 여당의 정치자금은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충당했다”며 “기업들은 정부의 국책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상당 부분 정치자금으로 내놨고 정권 측에서는 이 자금을 정치 또는 통치에 필요한 여러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집권 시절 통치자금 마련 방법과 관련해서는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기업인들의 면담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면담이 끝날 때쯤 그들은 ‘통치자금에 써 달라’며 봉투를 내놓곤 했고, 기업인이 자리를 뜨면 바로 이현우 경호실장을 불러 봉투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방문은 통상적으로 추석이나 연말, 그리고 선거가 있기 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돈 문제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면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정치적으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아 있던 돈은 대부분 금융기관 등에 위탁해 놓았다가 전액 몰수돼 국고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일들이 필요한가’ 하고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지만 취임하고 보니 살펴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수감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도 나 혼자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며 “이후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회고록을 작성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마당에 사실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밝히는 이유를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과 실망감을 안겨준 데 대하여 자괴할 따름”이라며 “이런 일로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이 법정에 서는 일은 내가 마지막이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했다.

YS측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저의 의심스러워”
노측 “YS와 대화 육성 녹음테이프 있다” 폭로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폭로에 김 전 대통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김기수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은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어이없어하셨다”며 “그 사람 지금 어떤 상태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4, 5년 전에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인 그가 회고록을 어떻게 썼는지, 이제 와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김 전 대통령이 감옥에 넣은데 대해 앙심을 품은 것 아니냐”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특히 “노태우씨가 자기 월급에서 줬다면 모를까, 이원조 의원과 자기의 동서인 금진호 장관을 통해 기업에서 받은 더러운 돈을 자기 주머니에서 준 것처럼 말하는데, 노씨는 무슨 더러운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았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실장은 “그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 (노태우 전 대통령이야말로) 도둑놈 아니냐”며 노 전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더러운 돈을 당에다 주고 나서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을 들먹이는데, 회고록이 오랫동안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사실 관계가 의심스럽다”면서 회고록 내용을 반박했다. 김 부소장은 “후보에게 대선자금을 직접 전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자금은 당으로 가지 후보가 개인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다”면서 “20년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얘기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고시효 완료
검찰수사 불가능


김 실장과 김 부소장의 이러한 반박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이 강력 부인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 측이 당시 대선자금 지원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고 폭로해 김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녹음은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중인 시점에 청와대에서 이뤄졌다”며 “녹음된 대화에는 ‘3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1995년 당시 김 대통령 측과 접촉해 아버지의 구속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면서 “재헌씨는 전·현직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의 공개 문제를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구속돼 있던 노 전 대통령은 정국에 미칠 파장, 진행 중인 비자금 사건 재판에 미칠 악영향, 향후 노 전 대통령 사면·복권 문제 등을 고려해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녹음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은 함께 구속돼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까지 알려졌으며, 전 전 대통령도 테이프를 공개하자고 설득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에선 끝끝내 테이프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노태우 정권 당시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도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책이 정식으로 나오고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이 쓴 이상 진실 그대로다”고 회고록 주장을 뒷받침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은 <노태우 회고록>과 관련해 “이미 3년 전에 회고록은 초본이 완성됐다”면서 “그러나 참모들이 YS 비자금을 넣을 것인가 뺄 것인가 때문에 회고록 출간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또 “YS는 이에 대해 역사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YS가 떳떳하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그러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밝혀진 이번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정치자금위반법은 공소시효가 5년이다”고 밝히며 공소시효가 완료돼 관련자를 재판에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공소시효를 감안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아 사실상 수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라며 회고록에서 밝힌 노 전 대통령의 폭로는 전 대통령 간의 앙금과 김 전 대통령 측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키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 속에 전 전 대통령도 회고록 출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관계자에 따르면 1979년 10·26, 12·12 사태를 겪으며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해 권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재임 시절, 그리고 퇴임 후 5공청산과 김영삼 정부의 비자금 수사 등에 대한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파문에 빠진 정치권에 또 한 번의 후폭풍이 들이닥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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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