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평창동계올림픽 화제의 선수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2.28 14:27:21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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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설상 뜨겁게 달군 최고 스타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신들을 비롯해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선수들이었다. 17일 동안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선수들은 누구였을까.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서 열렸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전 세계 92개국서 선수 2925명과 임원 등 6500명이 참가했다. 88개국서 2858명이 참가했던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대회보다 4개국, 67명의 선수가 늘었다. ‘적도의 나라’인 에콰도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나이지리아 등 눈도 얼음도 구경하기 힘든 6개 나라가 평창올림픽을 통해 동계 스포츠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휘날린 한반도기]
[남북한 공동입장]

미국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24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한국도 15개 전 종목에 걸쳐 선수 145명과 임원 75명 등 총 22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렸다. 또 소치 대회보다 4개의 금메달이 늘어나 모두 15개 종목서 역대 최다 규모인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이전에는 소치 대회서 6개 종목, 71명이 출전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개막식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했다. 이날 개막식서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 기를 들고 아리랑 선율에 맞춰다.


남북한이 국제대회서 공동 입장한 건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이래 역대 10번째고,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었다. 남북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경기를 벌였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야 말로 선수들의 축제였다.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화제의 선수들 면면을 살펴봤다. 

[개막식 이슈]
[통가 근육맨] 

영하의 날씨 속 ‘통가 근육맨’의 과감한 탈의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서 통가 대표로 국기를 들고 나선 티파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였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땐 태권도 선수로 출전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변신한 것. 

리우올림픽 당시도 통가의 전통 의상인 ‘마나파우’를 입고 개회식에 나서 전 세계인의 집중 관심을 끌었던 그는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 속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도 깜짝 상의 탈의한 채 기수로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개회식이 끝난 뒤 타우파토푸아는 “나는 전혀 춥지 않았다”며 “나는 통가서 왔다. 우리는 태평양을 건너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15km 경기서 119명 가운데 114등으로 골인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이날 우승자인 다리오 콜로냐보다 22분57초2 뒤처진 56분41초1에 경기를 마쳤다.

[아이언맨 비상]
[새 황제 등극]

설 연휴 ‘한국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이 썰매 황제에 올랐다.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서 속개된 남자 스켈레톤서 1∼4차 시기 합계 3분20초55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윤성빈은 이번 금메달로 평창올림픽 강원전사로 ‘아시아 최초’ 썰매종목 올림픽 금메달, 한국 설상·썰매종목 올림픽 메달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92개국 2925명 역대 최대 규모 자랑
평창서 울고 웃고…사건사고도 잇달아 

기록부문서도 윤성빈의 독주는 빛났다.이날 윤성빈은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3분22초18)와는 1초 이상의 완벽한 격차를 벌렸다.이날 윤성빈이 트레구보프와 벌린 1초63의 격차는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역사상 가장 큰 수치였다.

윤성빈의 활약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 세계 톱 이슈가 됐다.

미국 NBC 방송은 “윤성빈이 4차례 주행 모두 가장 빠른 기록을 내며 충격적인 업적을 남겼다.그의 주행은 세기의 퍼포먼스였다. 그는 이 종목의 전설처럼 보였다”고 극찬했다. 

[역시 최강!] 
[효자 쇼트트랙]

한국 쇼트트랙은 역시 세계 최강이었다. 쇼트트랙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서 한국에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을 안긴 ‘효자종목’으로 올라섰다. 

한국 쇼트트랙은 지난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서 금메달을 획득함에 따라 역대 동계올림픽서 통산 24개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양궁이 역대 올림픽서 수확한 ‘금메달 23개’를 뛰어넘는 수치다.

심석희-최민정-김아랑-김예진 조가 여자 3000m 계주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서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앞서 준결승전서 넘어졌지만 탁월한 팀플레이로 최하위로 뒤쳐졌음에도 1위로 결승 티켓을 따냈던 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동시에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한국 쇼트트랙 여자 계주 선수들이 외신들의 극찬과 관심을 받았다. 


앞서 임효준은 지난 10일 오후 7시 강릉아이스아레나서 진행된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출전, 2분10초48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클린 올림픽?]
[또 도핑 파문]

‘클린 올림픽’을 표방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도핑한 선수들이 적발되면서 오점을 남겼다. 먼저 일본의 쇼트트랙 사이토 게이가 도핑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반도핑 분과는 지난 13일 사이토 게이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반도핑 분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의 요청에 따라 심사했고 도핑 위반 사실을 확정했다. 사이토가 복용한 약물은 이뇨제인 아세타졸아마이드 성분이다. 이뇨제는 보통 다른 금지 약물 복용을 숨기기 위한 ‘마스킹 에이전트(은폐제)’로 쓰여 금지 약물로 지정돼있다.

컬링 믹스더블 러시아 동메달리스트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B 샘플서도 금지약물 멜도늄 성분이 검출됐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공보담당 콘스탄틴 비보르노프는 지난 20일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B 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그의 몸에서 금지약물(멜도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근경색, 협심증 치료제인 멜도늄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6년 1월1일부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로 등록됐다. 


슬로베니아 아이스하키 지가 제그릭도 금지약물 복용 의혹으로 퇴촌 명령을 받았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지난 20일 “제그릭의 소변 샘플서 페노테롤 성분이 검출됐다. 페노테롤은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금지 약물”이라고 밝혔다. 제그릭은 이번 올림픽서 세 번째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다.

[국제적 망신]
[팀 추월 논란] 

피겨스케이팅서 좋은 소식만 있던 건 아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과 왕따 논란이 불거지면서 평창올림픽 중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서 열린 준준결승서 네덜란드와 레이스를 펼쳤다. 

경기 중반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점차 벌어졌고, 결국 마지막 주자 노선영이 뒤늦게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다. 이후 한국은 3조 경기가 종료된 시점서 6위로 밀려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각양각색 사연 가진 
이색 선수들의 향연 

팀추월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으로 팀의 기록이 결정된다. 즉 3명의 선수가 함께 속도를 맞춰 타는 것이 기본인 종목이다. 그럼에도 김보름-박지우는 노선영을 두고 둘만 피니시라인을 들어왔다. 노선영이 한참 뒤에 들어왔고 한국의 기록은 노선영이 들어오면서 기록됐다.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노선영을 저격하는 듯한 인터뷰를 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두 선수의 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의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운동으로 번졌다.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서 사과하고 해명했지만 노선영이 이를 또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논란에 외신 역시 질타했다. 

영국 BBC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팀원을 왕따시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2명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한국 국민들의 청원이 35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뉴욕포스트는 “(동료를) 괴롭힌 팀은 한국의 스케이터를 눈물 속에 남겨뒀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3인조는 경기 동안 하나의 팀으로서 스케이트를 타는 데 실패했다. 노선영이 경기장서 울고 있을 때 밥 데 용 코치가 그를 위로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전하며 ‘국가적 망신’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재미로 출전]
[어쩌다 금메달]

스노보드 전문 선수가 생애 첫 올림픽서 스키를 겸업으로 출전해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러고는 깜짝 우승만큼이나 깜찍한 믹스트존 인터뷰로 또 한 번 좌중을 웃겼다. 

에스터 레데카는 지난 17일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 출전, 1분21초11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스키서 땄다. 다섯 차례나 스노보드 월드컵 시상대에 올랐으나 스키 월드컵 시상대에는 서지 못했고 활강서 거둔 7위가 최고 성적이던 터여서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레데카는 “전광판에 다른 선수 이름이 잘못 나온 것으로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레데카는 알파인스키 여자 평행대회전 금메달을 차지한 동갑내기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의 스키를 빌려 타고 우승했다. 

믹스트 존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서 그가 고글을 벗지 않은 것에 대해 “사실 우승할 줄 모르고 화장을 하지 않아 고글을 벗을 수 없다”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영국 BBC 해설자 맷 칠턴은 레데카의 이번 대회전 우승을 두고 ‘올림픽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영미야∼]
[열풍의 갈릭걸스]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은 이번 동계올림픽서 돌풍을 일으켰다. 약체라는 세간의 평가를 깨고 예선 1위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컬스데이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1주일 동안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컬링 관련 글은 5940개에 달한다.(지난 21일 기준)

주요 커뮤니티에선 OAR팀과의 경기를 마친 뒤 올라온 글만 수백 개였다. 선수마다 별명도 생겼다. 네티즌들은 김은정에게 ‘안경선배’, 김선영에게 ‘안경동생’이라는 애칭을 지어줬다. 

김은정이 경기 중 스위퍼인 친구 김영미를 목이 터져라 불러서 “영미!”라는 이름을 모두가 알게 됐다. “영미 기다려”는 스위핑을 잠시 멈추라는 뜻이고, “영미 더더더”는 스위핑하라는 의미다. 

차분하게 부르면 ‘준비하라’는 뜻이고, 안 부르면 김선영이 닦는다. 김은정이 경북지역 어감을 담아 김선영을 부를 때 쓰는 “선녕이!”도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깜짝 스타’ 컬링팀에 갖가지 애칭을 붙였다. ‘갈릭걸스’(WSJ, ESPN) ‘의성 마늘 소녀’(WSJ) ‘팀 킴’(WSJ) 등이다. ‘팀 킴’은 선수 전원이 김씨인 데다 감독 또한 김씨(김민정)여서 붙은 별명이다. 

마늘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 ‘매드 포 갈릭(Garlic)’에 빗댄 ‘매드 포 컬링’,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마드리드 별명인 갈락티코(galactico·은하수)에 빗댄 ‘갈릭티코’란 표현도 있다.

 선수들은 “갈릭걸스보다 예쁜 별명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며 “애칭 지어주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라도 해달라”고 한 언론사에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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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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