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평창동계올림픽 화제의 선수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2.28 14:27:21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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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설상 뜨겁게 달군 최고 스타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신들을 비롯해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선수들이었다. 17일 동안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선수들은 누구였을까.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서 열렸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전 세계 92개국서 선수 2925명과 임원 등 6500명이 참가했다. 88개국서 2858명이 참가했던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대회보다 4개국, 67명의 선수가 늘었다. ‘적도의 나라’인 에콰도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나이지리아 등 눈도 얼음도 구경하기 힘든 6개 나라가 평창올림픽을 통해 동계 스포츠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휘날린 한반도기]
[남북한 공동입장]

미국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24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한국도 15개 전 종목에 걸쳐 선수 145명과 임원 75명 등 총 22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렸다. 또 소치 대회보다 4개의 금메달이 늘어나 모두 15개 종목서 역대 최다 규모인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이전에는 소치 대회서 6개 종목, 71명이 출전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개막식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했다. 이날 개막식서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 기를 들고 아리랑 선율에 맞춰다.


남북한이 국제대회서 공동 입장한 건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이래 역대 10번째고,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었다. 남북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경기를 벌였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야 말로 선수들의 축제였다.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화제의 선수들 면면을 살펴봤다. 

[개막식 이슈]
[통가 근육맨] 

영하의 날씨 속 ‘통가 근육맨’의 과감한 탈의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서 통가 대표로 국기를 들고 나선 티파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였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땐 태권도 선수로 출전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변신한 것. 

리우올림픽 당시도 통가의 전통 의상인 ‘마나파우’를 입고 개회식에 나서 전 세계인의 집중 관심을 끌었던 그는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 속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도 깜짝 상의 탈의한 채 기수로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개회식이 끝난 뒤 타우파토푸아는 “나는 전혀 춥지 않았다”며 “나는 통가서 왔다. 우리는 태평양을 건너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15km 경기서 119명 가운데 114등으로 골인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이날 우승자인 다리오 콜로냐보다 22분57초2 뒤처진 56분41초1에 경기를 마쳤다.

[아이언맨 비상]
[새 황제 등극]

설 연휴 ‘한국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이 썰매 황제에 올랐다.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서 속개된 남자 스켈레톤서 1∼4차 시기 합계 3분20초55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윤성빈은 이번 금메달로 평창올림픽 강원전사로 ‘아시아 최초’ 썰매종목 올림픽 금메달, 한국 설상·썰매종목 올림픽 메달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92개국 2925명 역대 최대 규모 자랑
평창서 울고 웃고…사건사고도 잇달아 

기록부문서도 윤성빈의 독주는 빛났다.이날 윤성빈은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3분22초18)와는 1초 이상의 완벽한 격차를 벌렸다.이날 윤성빈이 트레구보프와 벌린 1초63의 격차는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역사상 가장 큰 수치였다.

윤성빈의 활약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 세계 톱 이슈가 됐다.

미국 NBC 방송은 “윤성빈이 4차례 주행 모두 가장 빠른 기록을 내며 충격적인 업적을 남겼다.그의 주행은 세기의 퍼포먼스였다. 그는 이 종목의 전설처럼 보였다”고 극찬했다. 

[역시 최강!] 
[효자 쇼트트랙]

한국 쇼트트랙은 역시 세계 최강이었다. 쇼트트랙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서 한국에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을 안긴 ‘효자종목’으로 올라섰다. 

한국 쇼트트랙은 지난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서 금메달을 획득함에 따라 역대 동계올림픽서 통산 24개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양궁이 역대 올림픽서 수확한 ‘금메달 23개’를 뛰어넘는 수치다.

심석희-최민정-김아랑-김예진 조가 여자 3000m 계주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서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앞서 준결승전서 넘어졌지만 탁월한 팀플레이로 최하위로 뒤쳐졌음에도 1위로 결승 티켓을 따냈던 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동시에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한국 쇼트트랙 여자 계주 선수들이 외신들의 극찬과 관심을 받았다. 


앞서 임효준은 지난 10일 오후 7시 강릉아이스아레나서 진행된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출전, 2분10초48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클린 올림픽?]
[또 도핑 파문]

‘클린 올림픽’을 표방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도핑한 선수들이 적발되면서 오점을 남겼다. 먼저 일본의 쇼트트랙 사이토 게이가 도핑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반도핑 분과는 지난 13일 사이토 게이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반도핑 분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의 요청에 따라 심사했고 도핑 위반 사실을 확정했다. 사이토가 복용한 약물은 이뇨제인 아세타졸아마이드 성분이다. 이뇨제는 보통 다른 금지 약물 복용을 숨기기 위한 ‘마스킹 에이전트(은폐제)’로 쓰여 금지 약물로 지정돼있다.

컬링 믹스더블 러시아 동메달리스트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B 샘플서도 금지약물 멜도늄 성분이 검출됐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공보담당 콘스탄틴 비보르노프는 지난 20일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B 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그의 몸에서 금지약물(멜도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근경색, 협심증 치료제인 멜도늄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6년 1월1일부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로 등록됐다. 


슬로베니아 아이스하키 지가 제그릭도 금지약물 복용 의혹으로 퇴촌 명령을 받았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지난 20일 “제그릭의 소변 샘플서 페노테롤 성분이 검출됐다. 페노테롤은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금지 약물”이라고 밝혔다. 제그릭은 이번 올림픽서 세 번째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다.

[국제적 망신]
[팀 추월 논란] 

피겨스케이팅서 좋은 소식만 있던 건 아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과 왕따 논란이 불거지면서 평창올림픽 중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서 열린 준준결승서 네덜란드와 레이스를 펼쳤다. 

경기 중반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점차 벌어졌고, 결국 마지막 주자 노선영이 뒤늦게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다. 이후 한국은 3조 경기가 종료된 시점서 6위로 밀려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각양각색 사연 가진 
이색 선수들의 향연 

팀추월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으로 팀의 기록이 결정된다. 즉 3명의 선수가 함께 속도를 맞춰 타는 것이 기본인 종목이다. 그럼에도 김보름-박지우는 노선영을 두고 둘만 피니시라인을 들어왔다. 노선영이 한참 뒤에 들어왔고 한국의 기록은 노선영이 들어오면서 기록됐다.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노선영을 저격하는 듯한 인터뷰를 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두 선수의 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의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운동으로 번졌다.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서 사과하고 해명했지만 노선영이 이를 또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논란에 외신 역시 질타했다. 

영국 BBC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팀원을 왕따시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2명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한국 국민들의 청원이 35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뉴욕포스트는 “(동료를) 괴롭힌 팀은 한국의 스케이터를 눈물 속에 남겨뒀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3인조는 경기 동안 하나의 팀으로서 스케이트를 타는 데 실패했다. 노선영이 경기장서 울고 있을 때 밥 데 용 코치가 그를 위로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전하며 ‘국가적 망신’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재미로 출전]
[어쩌다 금메달]

스노보드 전문 선수가 생애 첫 올림픽서 스키를 겸업으로 출전해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러고는 깜짝 우승만큼이나 깜찍한 믹스트존 인터뷰로 또 한 번 좌중을 웃겼다. 

에스터 레데카는 지난 17일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 출전, 1분21초11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스키서 땄다. 다섯 차례나 스노보드 월드컵 시상대에 올랐으나 스키 월드컵 시상대에는 서지 못했고 활강서 거둔 7위가 최고 성적이던 터여서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레데카는 “전광판에 다른 선수 이름이 잘못 나온 것으로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레데카는 알파인스키 여자 평행대회전 금메달을 차지한 동갑내기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의 스키를 빌려 타고 우승했다. 

믹스트 존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서 그가 고글을 벗지 않은 것에 대해 “사실 우승할 줄 모르고 화장을 하지 않아 고글을 벗을 수 없다”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영국 BBC 해설자 맷 칠턴은 레데카의 이번 대회전 우승을 두고 ‘올림픽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영미야∼]
[열풍의 갈릭걸스]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은 이번 동계올림픽서 돌풍을 일으켰다. 약체라는 세간의 평가를 깨고 예선 1위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컬스데이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1주일 동안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컬링 관련 글은 5940개에 달한다.(지난 21일 기준)

주요 커뮤니티에선 OAR팀과의 경기를 마친 뒤 올라온 글만 수백 개였다. 선수마다 별명도 생겼다. 네티즌들은 김은정에게 ‘안경선배’, 김선영에게 ‘안경동생’이라는 애칭을 지어줬다. 

김은정이 경기 중 스위퍼인 친구 김영미를 목이 터져라 불러서 “영미!”라는 이름을 모두가 알게 됐다. “영미 기다려”는 스위핑을 잠시 멈추라는 뜻이고, “영미 더더더”는 스위핑하라는 의미다. 

차분하게 부르면 ‘준비하라’는 뜻이고, 안 부르면 김선영이 닦는다. 김은정이 경북지역 어감을 담아 김선영을 부를 때 쓰는 “선녕이!”도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깜짝 스타’ 컬링팀에 갖가지 애칭을 붙였다. ‘갈릭걸스’(WSJ, ESPN) ‘의성 마늘 소녀’(WSJ) ‘팀 킴’(WSJ) 등이다. ‘팀 킴’은 선수 전원이 김씨인 데다 감독 또한 김씨(김민정)여서 붙은 별명이다. 

마늘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 ‘매드 포 갈릭(Garlic)’에 빗댄 ‘매드 포 컬링’,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마드리드 별명인 갈락티코(galactico·은하수)에 빗댄 ‘갈릭티코’란 표현도 있다.

 선수들은 “갈릭걸스보다 예쁜 별명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며 “애칭 지어주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라도 해달라”고 한 언론사에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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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