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오너가 CEO 연수입 순위 TOP10 <전격공개>

걸어 다니는 기업 “신화 한두 개는 기본?!”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양반과 천민으로 구분되던 신분제 폐지 후 현대판 신분제가 생겼다. 계급을 분류하는 기준은 경제력. 이를 바탕으로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양분된다. ‘있는 자’들의 정점엔 ‘재벌’이 있다. 이들은 부의 세습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견고히 지켜 나가고 있다. ‘없는 자’로선 이들의 자리를 넘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민으로 태어나 재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들이 있다. 비오너가 최고경영자(CEO)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출신성분을 거부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당당히 입성한 이들의 ‘벌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반도체 신화 초석 만들어
‘애니콜 신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왕의 남자’

국내 대기업의 비오너가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수입이 공개됐다. 수입은 임원보수에 보유 자사주(스톡옵션 포함) 매각 수입과 현금 및 주식 등의 연말 배당금을 더해 구했다.

1위부터 4위까지는 모두 삼성계열 CEO들이 꿰차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최고는 지난해 무려 419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작년 임원 보수 59억9000만원에 삼성전자 자사주 스톡옵션 매각 차익금 358억5000만원, 배당금 1억1000만원 등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06년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갖고 있었던 역대 최고기록(196억5000만원)의 2배 이상에 이르는 규모다.

1위부터 4위까지
삼성 CEO가 꿰차

삼성이 이 부회장을 이처럼 극진히 ‘모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68년 삼성그룹에 입사, 1977년부터 삼성전자 삼성반도체 생산과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삼성반도체통신 이사, 상무이사 겸 반도체 기흥공장장을 지냈다. 특히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메모리 사업에 진출한 1983년 이후 고전을 했던 5년여를 고스란히 메모리 공장에서 연구에 바치기도 했다. 이후 1992년에는 메모리 사업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1994년부터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른 이후 15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100대 상장사 현직 가운데 최장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이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스톡옵션 2만434주를 처분해 119억2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하는 등 총 180억1000만원의 수입을 올려 2위를 차지했다.
최 부회장의 이력 역시 범상치 않다. 지난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최 부회장은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총괄 등 핵심 사업부서를 모두 거치며 삼성전자의 모든 것을 거의 꿰뚫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6년 ‘보르도TV’로 삼성전자를 세계 디지털TV시장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또 지난 2007년에는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던 휴대폰 사업을 맡아 ‘제2의 애니콜 신화’를 쓰기도 했다.

최 사장은 ‘독일병정’ ‘디지털 보부상’으로 통한다. 정확한 업무처리와 절도 있는 생활로 붙여진 별명이다. 최 사장은 또한 마케팅 능력과 기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과 영업을 모두 이해하는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당시 해외 전시행사 등에 참가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동행하는 장면이 수차례 포착되며 ‘황태자의 남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3위에는 윤주화 삼성전자 사장이 올랐다. 윤 사장은 자사주를 처분해 얻은 차익과 임원 보수, 배당금 등을 합쳐 모두 71억원을 벌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의 ‘돈줄’을 쥐고 있는 인물로 통한다. 윤 사장은 197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가전부문에서 일하다 1988년 경영지원실 재경팀 경영지원그룹장으로 재무파트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재무와 관리 부문에서만 일했다.

2000년에 경영지원팀장 상무로 승진한 이후 2년 간격으로 전무와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고 2004년부터 경영지원팀장 부사장으로 일 해오다 지난 2009년 경영지원총괄본부가 해체되면서 사장급인 감사팀장으로 승진했다.

그 뒤로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이 임원 보수 32억6000만원과 배당금 1억8000만원 등 총 34억4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면서 4위를 기록했다.
정 사장은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래 삼성물산에서 줄곧 일했다. 지난 1997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지원실 재무담당 이사를 지낸 후 이듬해부터 2002년 초까지 삼성SDI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2003년 3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03년 2억4362만달러에 불과했던 해외 수주액을 지난 2009년 89억8727만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등 괄목한 성과를 올렸다. 또 당시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건설업계와 엔지니어링업계를 통틀어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 내부에서도 정 사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지난 3월 CJ제일제당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김진수 전 사장이 33억9000만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김 전 대표는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제일제당 마케팅부를 시작으로 줄곧 ‘마케팅’ 한 우물만 파왔다. 제일제당 마케팅 실장 시절 대상(미원)과의 조미료 전쟁에서 ‘다시다’로 역전을 이뤄냈고, CJ 식품본부장 시절엔 ‘쁘티첼’ ‘햇반’ ‘팻다운’ 등 히트상품을 연이어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또 CJ홈쇼핑 대표로 재직 중에는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김진수 전 사장
마케팅 한우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억9000만원을 벌어들이면서 6위에 랭크됐다. 구 사장은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엑슨모빌의 전략연구소에서 일한 ‘국제통’이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을 인정받은 그는 2008년 12월 SK에너지 총괄사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이듬해 3월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정철길 SK C&C 사장, 경영철학 ‘SKMS’의 대가 
강유식 LG 부회장, 가지 않는 길 걸어 성공 이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전략 전문가로 활동해온 그가 SK에너지의 대표이사에 오른 건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금융,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외국계 출신이 CEO에 오른 경우는 있었지만, 에너지업계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입사 1년 만에 사장 타이틀을 단 초고속 승진 역시 SK그룹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큼을 알 수 있다.

7위는 28억2000만원을 벌어들인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이 차지했다. 홍 사장은 1975년 경인에너지에 입사한 후 유화산업 한 분야에서 터를 닦아온 업계의 대표 전문가이자 정통 ‘한화맨’이다.

경인에너지 입사로 직장생활의 첫 발을 내딛은 후 한국종합에너지(옛 한화에너지) 대표이사와 드림파마 대표이사, 한화케미칼 부사장을 거쳐 2009년 1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SK 경영철학인 ‘SKMS’의 대가 정철길 SK C&C 사장이 27억원으로 8위에 올랐다. 지난 1979년 유공에 입사해 석유개발과 신규사업 등 에너지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사업개발 관련 추진력과 기획, 마케팅 역량을 두루 인정받았다.

전략의 수립과 강한 실행력의 소유자라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04년 SK경영경제연구소 경영연구실장으로 역임하는 동안 SK그룹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SKMS의 근간을 마련하고 SK그룹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05년 경영지원부문장으로 SK C&C에 합류, 공공금융사업부문장 사장, IT서비스사업총괄 등을 맡았다. 정 사장은 그동안 SK C&C 매니지먼트 인프라 개선과 대외사업 구조 혁신, 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 등을 이뤄내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 마련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그룹 2인자’ 강유식 LG 부회장은 26억5000만원으로 9위였다. 구본무 LG 회장을 보좌하면서 LG의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구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강유식 부회장은 차세대 LG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인물로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평소 그의 표정은 온화하다. 임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 10여년에 걸친 LG의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계열분리 등을 진두지휘할 때 보여주었듯이 일에 관한 한 매사에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이석채 KT 회장
정통 관료 출신

강 부회장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 성공을 이뤄낸 케이스다. 지난 1998년 LG구조조정본부를 맡으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외자유치, 선진기업과의 합작경영, 우량기업에 대한 기업공개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였다. 특히 당시에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시도해 선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해 임원 보수 15억1000만원과 상여금으로 받은 자사주 1만4087주, 배당금 5100만원 등 총 22억6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면서 10위를 기록했다. 이 사장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정통 관료 출신이다.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를 갖췄으며 업무추진력과 소신이 강하다는 평가다.
69년 행정고시 7회로 재정직 공채에 합격한뒤 대통령 지역균형발전 기획단 부단장,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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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