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2월 거사설 실체 추적

준비된 ‘미래권력’ 대권행 ‘탄탄대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좀처럼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고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한다. 그런 이 의원에게서 박 전 대표의 활동이 ‘임박’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 시점이 내달로 점쳐졌다. 그런데 다음날 바로 ‘잘못된 말’이라고 밝혀 해프닝에 그치고 말았다. ‘미래권력’으로 점쳐지는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 꿍꿍이 속내를 짚어봤다.

이정현 의원 “임박했다” 발언으로 화제 모아
다음날 “임박했다 표현 잘못됐다” 발언 수정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본격 활동 시점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의원은 “과거 대표 때 살인적인 일정을 수행했고 국민 앞에 모든 것을 검증받고 드러냈다. 자신이 본격적으로 나서도 국민이 상식적으로 이해해줄 시점이 되면 그렇게 (활동)할 것이고,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최소한 4년 동안은 일할 수 있도록 경쟁자들이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지 않은 게 오히려 구태정치이자 잘못된 정치”라고 덧붙여 9월 대선 행보 개시에 힘을 실었다.

화제와 추측 남긴
박근혜의 ‘입’ 이정현

이 의원의 발언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잘 안다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도 취지가 와전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대표를 만났을 때 들은 기류와 다른 이야기여서 다소 의아했다”면서 “3주만 지나면 바로 정기국회이고 전국적인 수해로 국민의 고통이 심한데 본격 정치 활동에 돌입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화제가 계속되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자 이 의원은 다음날인 4일 다른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임박했다는 표현은 솔직히 잘못됐다”며 자신의 발언을 전격 수정했다.

이 의원은 “지금 당장에 활동을 시작하거나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맞지 않다”며 “한 마디로 말해서 이제는 국민 상식에 맞는 시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 이어 “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노 대통령이 일 할 수 있도록 조기 대선 붐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서실을 조금 넓히는 정도의 사무실을 냈고 본격적인 활동은 그 다음해 초에 가서 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선거를 1년 5개월여 앞둔 2006년 7월에 공식 행보에 나섰으며, 박 전 대표는 그해 8월께 소규모 캠프 활동을 시작했었다.

이 의원은 또 “대통령 임기가 5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정치권도 그 분이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줘야 한다”며 “지금 이 시점만 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가 19개월이나 남아있는데 이 시점에 소위 말하는 차기 예비대선 주자들이 너나없이 나서서 활동하고 얘기하고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그 쪽으로 블랙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일 모레 정기국회이고 대선주자라고 1년 5개월 남겨놓고 떠벌리고 돌아다니면 국가나 국민에게 도움이 안된다”며 올해 정기국회 안에는 대선행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핵심 친박 인사도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활동은 내년 총선의 공정 공천과 맞닿아있다고 본다면, 그 시점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늦은 12월 말이나 내년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정치행보를 한다고 광고하고 그럴 스타일이 아니다. 본격 정치행보를 한다는 표현도 박 전 대표가 싫어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에 수해현장을 조용히 방문한 것을 볼 때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으면 그런 기회를 자연스럽게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열공’한 박근혜
정책분야 마스터

박 전 대표는 활동을 시작하더라도 우선은 정책비전을 밝히는 쪽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 지난 3년 반 동안 내년 대선에 대비한 국정현안 파악과 정책개발에 전념해 왔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 왔다. 실제 토론을 하면 박 전 대표를 당해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정책 스터디’가 마무리 단계라는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분과별로 전문가들과 정책토론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서너 차례 토론을 해왔다. 지난해 말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은 외교·안보와 거시금융, 재정·복지 등 18개 분과별로 일주일에 두세 차례 모여 스터디를 진행했다. 18개 분과별 과제는 최근 정리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라인은 ‘5인 스터디 그룹’이 대표적이다. 2007년 경선 전후로 박 전 대표를 도와온 인사들인 이들은 경제, 복지, 외교·안보, 교육, 과학기술 등 분야별 책임자급 인사들로 안종범(성균관대)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김광두(서강대) 최외출(영남대) 교수 등 5명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경선 이후 4년 가까이 격주마다 스터디를 하고 의견을 청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정책은 이미 다 준비돼 있다. 어느 분야에 대해 물어도 잘 대답할 수 있을 정도”라며 “역대 이렇게 준비된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라도 했다.

4년간 정책 부분 ‘열공’ 정책 스터디 마무리 단계
지지기반 조직구성도 마무리, 민주당 예의주시


박 전 대표는 이메일이나 컴퓨터 파일보다는 종이 자료를 선호한다. 모임마다 수십~수백 쪽의 자료를 받아 읽는다. “정책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냐”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보고 답이 미진하면 “해결책을 정리해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요구한 자료 목록을 수첩에 적었다가 보좌진에게 자료가 왔는지 꼬박꼬박 확인한다.

박 전 대표의 핸드백에는 손으로 대충 찢은 신문·잡지 기사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 날 때마다 꺼내서 밑줄을 쳐가며 읽는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여행 중 계속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신문 조각을 본 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이론 공부에 치중하다보니 현장감각이 부족하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주어진 기회마다 정책비전을 드러내는 예열기간을 가지며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준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렇게 준비된 정책들은 8월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발의의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같은 패러다임이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같은 법안 발의 등으로 미루어 보면 중도적 스탠스를 취할 것임이 분명 할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워낙 우파적으로 완고한 정책을 펼쳤다는 이미지가 강해 이에 대한 반발을 자연스럽게 지지로 전환시키면서 야권의 공세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포석이다.

또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보다 강연을 하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식으로도 자신의 정책기조를 밝힐 것으로도 보인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국가 위기 대응 체제, 지식 기반 사회, 복지·교육 정책의 문제점, 미래 에너지 확보 방안, 지속적 성장 방안 등 국정의 다양한 분야를 챙겨왔다. 최근엔 미래 성장 동력과 첨단 과학기술, 맞춤형 복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조직구성도 마무리
민주당 초긴장 모드

정책부문에 이어 조직구성도 완료됐다는 평가다. 박 전 대표 지지 조직은 이미 전국적으로 구성이 마무리된 단계다.

‘국민희망포럼’이 대표적 조직으로 이미 지난달 16개 시·도별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강창희 전 의원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고, 친박 핵심 이성헌 의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인 H씨가 3년째 이끌어 온 모 포럼은 서민복지 등에서 박 전 대표의 정책구상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300여명의 회원이 전국 광역도시는 물론 교민들이 많이 사는 뉴욕과 도쿄, 상하이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홍보팀에서 활동했던 대기업 홍보분야 간부 출신인 B씨는 최근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박 전 대표의 홍보동영상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과거 캠프에서 활동한 원외 인사들의 결집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서의 활동을 본격화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렴 할지는 미지수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주자 위상에 크나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경우 ‘친박표’가 복구되면서 한나라당에는 플러스가 되지만,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이명박 정권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점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다수가 박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정권교체’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 상황에 이명박 정권과 박 전 대표를 하나로 묶어 비판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행보와 관련해 “‘이명박 심판’이 아니라 ‘박근혜 선거’가 된다면 야권이 선거 연대만으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인영 최고위원의 우려와 “박 전 대표가 나서면 이명박 정부 실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는 전병헌 의원의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미래권력 박 전 대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정치권이 요동치는 형국이다. 그만큼 박 전 대표의 가치가 높다는 방증이다. 대선을 향한 첫걸음을 어떻게 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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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