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물들’ 정치 진입 장벽 제거 공식

적절한 타이밍 맞춰 알 깨고 나오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처음엔 거부해주는 것이 예의다.’ 나오란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면 모양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민심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전면에 등장하기 일쑤다.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비(非)정치권 인사들의 정계 발 담그기 순서를 말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한발짝 다가오자 또다시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하나 둘 거론되고 있다. 여야에서도 앞 다퉈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느 타이밍에 정치권 전면으로 등장하게 될까.

문재인 대외행보 보폭커지며 야권 기대치 높아져
야권통합 주도 문성근 총선출마 “상황 달라졌다”

선거철이 내년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김없이 분주한 모양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인재영입은 필수다. 때문에 현재 유명인사들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애정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점은 문제 삼을 것도 없다. ‘민심’이라는 약발 좋은 만병통치제가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요구하고 민심이 요청한다는 대의명분 하나면 정치권 어디에나 에둘러 표현하기 안성맞춤이다.

오히려 국민들도 권모술수 없고 비교적 깨끗한 비정치권 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정계 전면에 자연스럽게 입문할 수 있다.

정치권 진입장벽
통과하려 민심강조

정계 안팎으로 가장 거세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전파와 지면을 타고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중이다.

문 이사장이 정치할 생각 없다고 손사래 치면 칠수록 ‘대망론’이 거세게 불며 지지율은 솟구치고 있다. 그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대선후보 지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합을 벌일 정도다. 게다가 ‘문사모’ ‘젠틀재인’ 등 팬카페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군 문제에 민감한 한국사회에서 그의 특전사 복무 시절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민심 사로잡기에 한몫했다.

그가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 회원도 최근 20만명을 돌파했다. 정기 후원금을 내는 회원도 3만명이 넘어 작년에는 43억원이 모였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비록 재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국면에서는 문 이사장의 지지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처음에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겠다던 그의 목소리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출판을 기념하여 ‘북콘서트’를 열어 직접 무대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그보다 전에 그는 ‘승리 2012 원탁회의’에도 참석하며 야권의 최대쟁점인 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며 공공연히 ‘통합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정치행보에 발 담그겠다는 간접적 고백이 이어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 이사장은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 지역의 흥행을 이끌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울산을 포함해 부산‧경남지역의 절반가량(20여석)을 얻는 것이 목표라는 야심도 드러냈다.

아울러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문 이사장의 대외행보 보폭에 점차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야권 판 키워
흥행몰이 기대

문 이사장은 여전히 대선출마에는 묵묵부답이지만 이미 현실정치엔 발을 담근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활약해 야권의 승리를 이끈다면 지지율은 한 단계 더 상승하고 자연스레 대선 레이스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이사장과 손 대표가 경쟁하며 야권의 판을 키우면 흥행몰이에 도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듯 그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강남좌파’ 조국에 대한 야권 관심 뜨거워 러브콜 
안철수‧박경철 “정치 관심 없다” 부정적 입장 피력

여기 목소리의 변화가 뚜렷한 또 한 사람이 있다. 야권통합을 위해 ‘백만민란’의 주동자로 나선 문성근 대표다. 그는 정권교체를 단단히 벼르며 야권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MB정부’의 역주행을 견제하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층부들의 협상으로는 야권을 통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따라서 국민 100만명의 입장을 받아 국민적 압박으로 정치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그는 이미 ‘노풍(盧風)’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은 그를 정계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민주정부 재창출에 반대급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그리고는 영화계로 돌아갔다.

그는 이번에도 백만민란은 2012년 민주진보정수 수립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일 뿐 정계에 발을 담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달라졌다. 문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다짐해 총선 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때문에 내년 4월이면 거리에서 지지를 부탁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분야 종사자
젊은 인사들 부각

정치권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경철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등의 비정치권 인사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야 모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들을 끌어 들여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인 이들은 지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이미 SNS계의 스타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안철수·박경철’ 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앞선 두 사람에 이어 조 교수에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시절 “그들(안철수‧박경철)이 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이사장은 자신의 북 콘서트에서 “안철수 원장과 조국 교수가 힘을 써준다면 PK(부산‧경남)지역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안 원장, 조 교수는 모두 부산 태생인 점을 고려한 발언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정치 입문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조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마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변인도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공·사석에서 “나는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또 “청년들 대상의 외부 강연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며 정계 입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문재인發 ‘운명풍’
그들에게 미칠까?

문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노무현)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끝마쳤다.

친노의 좌장격인 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직접 정치에 뛰어들지 않겠다던 문 이사장은 한 발 한 발 현실정치권내로 진입했다.

때문에 조 교수, 안 원장, 박 대변인 세 사람 모두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모두 한사코 정치권에 발 담그기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철이 다가오고 정치권 안팎의 참여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경우 어떤 타이밍에 등장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