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물들’ 정치 진입 장벽 제거 공식

적절한 타이밍 맞춰 알 깨고 나오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처음엔 거부해주는 것이 예의다.’ 나오란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면 모양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민심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전면에 등장하기 일쑤다.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비(非)정치권 인사들의 정계 발 담그기 순서를 말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한발짝 다가오자 또다시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하나 둘 거론되고 있다. 여야에서도 앞 다퉈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느 타이밍에 정치권 전면으로 등장하게 될까.

문재인 대외행보 보폭커지며 야권 기대치 높아져
야권통합 주도 문성근 총선출마 “상황 달라졌다”

선거철이 내년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김없이 분주한 모양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인재영입은 필수다. 때문에 현재 유명인사들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애정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점은 문제 삼을 것도 없다. ‘민심’이라는 약발 좋은 만병통치제가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요구하고 민심이 요청한다는 대의명분 하나면 정치권 어디에나 에둘러 표현하기 안성맞춤이다.

오히려 국민들도 권모술수 없고 비교적 깨끗한 비정치권 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정계 전면에 자연스럽게 입문할 수 있다.

정치권 진입장벽
통과하려 민심강조

정계 안팎으로 가장 거세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전파와 지면을 타고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중이다.

문 이사장이 정치할 생각 없다고 손사래 치면 칠수록 ‘대망론’이 거세게 불며 지지율은 솟구치고 있다. 그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대선후보 지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합을 벌일 정도다. 게다가 ‘문사모’ ‘젠틀재인’ 등 팬카페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군 문제에 민감한 한국사회에서 그의 특전사 복무 시절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민심 사로잡기에 한몫했다.

그가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 회원도 최근 20만명을 돌파했다. 정기 후원금을 내는 회원도 3만명이 넘어 작년에는 43억원이 모였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비록 재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국면에서는 문 이사장의 지지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처음에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겠다던 그의 목소리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출판을 기념하여 ‘북콘서트’를 열어 직접 무대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그보다 전에 그는 ‘승리 2012 원탁회의’에도 참석하며 야권의 최대쟁점인 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며 공공연히 ‘통합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정치행보에 발 담그겠다는 간접적 고백이 이어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 이사장은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 지역의 흥행을 이끌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울산을 포함해 부산‧경남지역의 절반가량(20여석)을 얻는 것이 목표라는 야심도 드러냈다.

아울러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문 이사장의 대외행보 보폭에 점차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야권 판 키워
흥행몰이 기대

문 이사장은 여전히 대선출마에는 묵묵부답이지만 이미 현실정치엔 발을 담근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활약해 야권의 승리를 이끈다면 지지율은 한 단계 더 상승하고 자연스레 대선 레이스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이사장과 손 대표가 경쟁하며 야권의 판을 키우면 흥행몰이에 도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듯 그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강남좌파’ 조국에 대한 야권 관심 뜨거워 러브콜 
안철수‧박경철 “정치 관심 없다” 부정적 입장 피력

여기 목소리의 변화가 뚜렷한 또 한 사람이 있다. 야권통합을 위해 ‘백만민란’의 주동자로 나선 문성근 대표다. 그는 정권교체를 단단히 벼르며 야권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MB정부’의 역주행을 견제하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층부들의 협상으로는 야권을 통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따라서 국민 100만명의 입장을 받아 국민적 압박으로 정치판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그는 이미 ‘노풍(盧風)’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은 그를 정계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민주정부 재창출에 반대급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그리고는 영화계로 돌아갔다.

그는 이번에도 백만민란은 2012년 민주진보정수 수립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일 뿐 정계에 발을 담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달라졌다. 문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다짐해 총선 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때문에 내년 4월이면 거리에서 지지를 부탁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분야 종사자
젊은 인사들 부각

정치권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경철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등의 비정치권 인사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야 모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들을 끌어 들여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인 이들은 지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이미 SNS계의 스타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안철수·박경철’ 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앞선 두 사람에 이어 조 교수에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시절 “그들(안철수‧박경철)이 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이사장은 자신의 북 콘서트에서 “안철수 원장과 조국 교수가 힘을 써준다면 PK(부산‧경남)지역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안 원장, 조 교수는 모두 부산 태생인 점을 고려한 발언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정치 입문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조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마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변인도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공·사석에서 “나는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또 “청년들 대상의 외부 강연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며 정계 입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문재인發 ‘운명풍’
그들에게 미칠까?

문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노무현)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끝마쳤다.

친노의 좌장격인 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직접 정치에 뛰어들지 않겠다던 문 이사장은 한 발 한 발 현실정치권내로 진입했다.

때문에 조 교수, 안 원장, 박 대변인 세 사람 모두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모두 한사코 정치권에 발 담그기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철이 다가오고 정치권 안팎의 참여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경우 어떤 타이밍에 등장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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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