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막후 조력자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9 10:40:11
  • 호수 1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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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누가 움직이나 보니…

[일요시사 취재2팀] 신승훈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양당은 내달 초 신당 창당을 목표로 지지기반 다지기에 나선 모양새다. 통합의 중심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있다. <일요시사>는 안 대표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정리해봤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통합을 선언했다. 두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서 만나 통합공동선언문을 통해 “더 나은 세상, 희망의 미래를 열어가는 통합개혁신당(가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두 대표는 “오늘의 한국정치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가 양 극단을 독점하면서 진영 논리에 빠져 있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우리 정치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선 실세?

지난 3개월여 동안 당 안팎의 반대 속에 통합을 추진해온 두 대표는 신당이 추구할 주요 정책 방향도 설명했다. 

안 대표는 “중부담·중복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구에 매달리는 것은 문재인정권이 그렇게 비난하던 박근혜정부와 똑같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경제성장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규제·교육·과학기술에서 미래를 위한 개혁을 단행해 혁신성장의 튼튼한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불안감의 근원은 안보 불안”이라며 “안보 불안은 휴전선 이북의 북한 핵 미사일로 유발된 것인데, 문재인정부는 주도적 해결 의지와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쟁 억제와 북핵 해결을 대북·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두 대표는 최근에 호남의 상징인 광주 방문에 이어 영남의 중심인 대구를 찾아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대구를 방문한 안 대표는 “일당 독재시대는 지역 발전에 오히려 큰 해가 된다”며 “경쟁 체제가 돼야 앞으로 대구가 발전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내주 부산과 대전 등을 돌며 통합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당의 신당 창당은 설 연휴 전인 다음달 13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지지 기반인 호남서 신당창당 결의대회를 열고 세 과시에 나서고 있다. 녹색을 당색으로 정하고 안 대표를 배신자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는 이제 DJ, 호남을 버리고 보수야합으로 가고 있다”며 “저는 지금부터 안철수를 제 머릿속에서 지우겠다”고 말했다.


통합 눈앞에…내달 초 창당 목표
이태규·김태근·이언주…선봉장

국민의당이 통합파와 반대파가 대립각을 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통합의 사실상 중심을 맡고 있는 안 대표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안 대표의 사실상 실세로 거론되는 인물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다. 국회사무처 입법보좌관 출신인 이 의원은 국민의당서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지난 20대 총선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2012년 ‘안철수 진심캠프’ 참여를 계기로 안 대표의 행보에 동참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서 이 의원은 제3당과 다당제 구축에 힘썼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스마트 보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스마트 보터란 정치에 관심과 이해도가 높고 합리적 개혁 성향을 갖고 있는 부류를 뜻한다. 기존 정파성이나 기존 지지층과 대립되는 새로운 집단이다. 

이 의원은 스마트 보터들의 기대에 부응해 제3당과 다당제를 우리나라에 뿌리 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이원과 함께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안 대표를 움직이는 인물로 꼽힌다. 김 대변인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진심캠프 대외협력위원으로 활동하며 안 대표를 도왔고,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24일 김 대변인은 박 의원을 겨냥해 “감탄고토의 부끄러운 영혼 없는 정치 그만하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지원 의원님은 성실함, 집요함, 권력의지 등 정치인으로서 배울 점이 참으로 많으신 분이지만 이 모든 장점을 덮고도 남을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며 “바로 영혼 없는 장사꾼 정치”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대선 때까지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안철수 대표를 극찬했는데 지금은 전두환을 넘어 제2의 박정희라고 최고의 비난을 하고 있다”며 “한때는 문모닝이라고 불릴 만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난을 하더니 이제는 문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 수 있는지만 연구해 발언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2중대장, 박지원당을 만들어서 호남마저 고립을 자초하더라도 정치생명을 연장해 갈 수 있다면 뭐든지 해도 된다는 말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 이상 노욕과 노추를 보이지 마시고 호남의 미래, 호남의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시는 결단을 요청드린다”며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 내듯이 역사는 흐른다. 시대를 역행할 수는 없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난 대선과정서 민주당을 박차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언주 의원도 안 대표의 최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었다. 현재는 안 대표를 도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통합하자”

최근에는 바른정당 울산시당 이전 개소식에 나타난 이 의원은 “안철수 대표 대신 왔다”며 “통합을 목전에 두고 문화 차이가 있겠지만 유승민 대표 말씀처럼 먹고 사는 정책, 안보와 미래라는 큰 대의에 따라 힘을 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당과 힘을 합쳐 이번 지방선거서 승리하고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하고, 대선에서도 승리하자”며 “정상적인 나라로 가도록 하자. 통합을 계기로 제대로 된 정치를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 둥지 튼 통합반대파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다음달 6일 민주평화당 창당을 목표로 오는 28일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조배숙 대표와 의원들은 지난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 창당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평화·민주·개혁을 지지하는 국민과 당원의 열망을 모아 발기인대회를 열 것”이라며 “내달 4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보수대야합을 강행하면 5일과 6일 오전에 시·도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고, 6일 오후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언문에는 천정배, 박주선, 정동영, 조배숙, 박지원, 유성엽, 장병완, 김광수, 김경진, 김종회, 박주현, 박준영, 윤영일, 이상돈, 이용주, 장정숙, 정인화, 최경환 의원 등 모두 18명이 이름을 올렸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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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