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똑똑한 고객에 농락당한 사연

‘잘못 판 상품’에 발목 잡혀 ‘울상’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미래에셋생명이 수년전 판매한 변액보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 약관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타임머신 투자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이들 투자자는 약관대출이 전날 기준가로 이뤄지는 점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로 인한 손실만 연간 수십억원대. 그럼에도 뚜렷한 방책은 없다. 미래에셋생명으로선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다.

‘타임머신 투자자’에 한해만 수백억대 손실
20만건·400명 투자자 변칙 투자…“죽겠다”

문제의 상품은 2005∼2007년 사이 판매된 변액보험이다.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펀드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다. 문제는 미래에셋생명이 펀드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보험료를 담보로 한 약관대출의 기준 가격을 ‘전날 종가’로 정한 것. 다음 날 주식시장이 폐장한 뒤 대출을 받거나 상환해도 당일이 아니라 전일 종가가 기준이 되는 허점이 생긴 것이다.

변액 허점 파고들어

이를 깨달은 일부 ‘똑똑한 가입자’는 이 상품의 ‘구멍’을 파고들었다. 약관대출을 받아놓고 다음 날 주가를 본 뒤 상환하거나 대출 유지하는 타임머신 투자를 시작한 것.

예컨대, 1일 약관대출을 받은 뒤 2일 주가가 떨어지고 3일 주가가 상승할 경우 즉시 대출금을 상환한다. 27일 상환된 돈은 주가가 오르기 전인 26일 기준가로 펀드에 투자된다. 이 경우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양의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이익을 보게 된다. 즉, 미래의 일을 미리 알고 과거로 돌아가 투자를 하는 꼴이다.
주가가 계속 하락해도 걱정은 없다. 주가가 반등할 때까지 기다렸다 상환하면 그만이다. 대출받을 때 적용받는 기준가보다 대출을 상환할 때 적용받는 기준가가 낮은 만큼 싼값에 주식을 사는 것이다.

반대로 대출을 받은 날 주가가 오를 경우엔 곧바로 상환하면 된다. 대출받을 때의 기준가와 대출을 상환할 때의 기준가가 같다. 이익은 없지만 손해도 없다. 결국 주가와 무관하게 손실은 보지 않게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생명은 2007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2008년 이후 판매되는 상품들의 약관을 수정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회사가 약관대출을 받을 때의 기준가는 ‘전일 종가’로 상환 때의 기준가는 통상 ‘대출 상환 뒤 이틀 뒤’를 적용, 변칙 투자를 막고 있다.

당시 문제의 상품에 가입한 건수는 20만 건. 이 가운데 미래에셋생명이 파악하고 있는 타임머신 투자자는 약 400명이다. 이들로 인한 피해는 한해에만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타임머신 투자를 차단할 방법은 없다. 이미 판매한 상품에 대해 개정된 약관을 소급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액보험이 장기 상품이라는 점에서 변칙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길이 없다. 당연히 미래에셋생명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피해는 ‘선량한’ 변액보험 가입자에 고스란히 이어진다. 타임머신 투자자들이 하루 펀드 투자액의 20~30%에 달하는 금약을 넣거나 빼는 식으로 투자를 벌이는 통에 제대로 된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돈을 내줄 수 있도록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해서 투자 규모가 작아진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이는 수익률 저하로 이어진다. 또 지나친 변동성 때문에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가입자들은 변액보험의 최근 낮은 수익률이 이런 문제 때문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상품설계 실패

넓게 보면 미래에셋생명 보험 고객 전체가 피해자가 된다. 타임머신 투자자가 약관대출로 이익을 본 만큼 보험사의 일반계정에 손실이 발생한다. 일반계정은 생명보험 등 일반적인 보험 가입자의 돈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런데 일반계정의 수지가 나빠지면 보험사는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그만큼 손실을 메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타임머신 투자자는 장기 상품인 보험사의 상품 설계가 잘못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보험 취지에 맞게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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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