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수상한 증여’ 블랙리스트 대공개

진화하는 ‘부의 대물림’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재벌가 ‘부의 대물림’이 진화하고 있다. 그 동안 일부 재벌들은 상속, 증여 시 온갖 묘안을 총동원 해왔다. 유상증자, 주식스와프, 인수합병(M&A), 차명계좌 등 반칙도 서슴지 않았다. 원칙대로 증여·상속세를 낼 경우 재산이 ‘반토막’ 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까울 수밖에 없다. 자칫 지분이 희석돼 왕좌를 잃게 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편법이 동원된 세습은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자칫 황태자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대물림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세계 정씨 남매, 물려받은 지분가치만 수백억 증가
김승연 회장의 부인과 세 아들 회사 주식 대거 증여


재계에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2세 경영에 이어 3~4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면서 경영권을 물려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분이 희석돼 미래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일부 대기업은 온갖 기상천외한 편법을 통해 경영권 세습을 벌여왔다.

세대교체 초창기에는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하거나 편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등이 주로 동원됐다. 당연히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황태자의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최근 재벌가엔 약세장에서 주식을 대거 증여해 부를 대물림하는 방법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증여세를 내고도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건질 수 있는데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상속과 달리 사후에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온갖 기상천외한
편법 동원해 세습

이런 현상은 최근 <재벌닷컴>이 발표한 ‘상장사 대주주의 주식 증여 현황’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이 자료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증여, 상속은 모두 1051건, 액수는 3조3456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대주주 자녀들이 일가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경우 총 869건, 금액은 2조7921억원에 달했다.

증여는 주가가 약세를 보인 시기에 집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2008년에 205건으로 가장 많았고, 2009년 203건, 2007년 141건 등이었다.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에는 112건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증시 활황세가 이어지리란 전망에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증여는 132건으로 지난해 112건보다 이미 20건이나 늘어났다. 증여액도 지난해 1427억원보다 45%나 늘어난 2072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약세장에 증여가 집중된 것은 세금을 줄이고 시세차익을 최대한 늘리려는 의도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가액은 증여일 전후의 2개월(합쳐서 4개월)간 종가를 평균해 산정한다. 30억원 이상을 증여할 경우 세율은 50%. 증여 시점에 주가가 평균 10% 하락했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아낀 세금은 최소 1400억원에 이른다.

재벌가 중에서 주식 증여로 가장 많은 시세 차익을 남긴 건 신세계 정씨 남매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지난 2006년 9월 부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84만주, 63만여주를 각각 증여 받았다. 당시 신세계의 종가는 46만6000만원. 약 7000억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증여한 셈이다.

당시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은 신세계 주식 56만여주를 증여세 명목으로 현물납부해 화제가 됐다. 이는 당시 가치로 3500억원가량. 재계 역사상 최대금액이었다. 세습을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렀지만 정씨 남매는 웃었다. 증여세를 제외하고도 5년 사이 물려받은 지분 가치만 각각 894억원, 675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과 세 아들도 이 방법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김 회장은 지난 2007년 군 복무 중인 장남 동관씨에게 2%,차남 동원씨(대학생)와 3남 동선씨(고교생)에게 각각 1% 등 모두 4%(300만주)의 한화 지분을 증여했다. 증여된 주식의 시가는 이날 종가기준으로 2022억원이었다.

서울반도체 증여
내부정보 이용 의혹

앞서 부인 서영민씨에게도 한화 주식 136만주를 증여한 점을 감안하면 가족들의 세금 부담액은 1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금을 낸 후에도 각각 720억원과 36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부인인 서영민 씨도 51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본전 이상을 뽑아낸 셈이다.

서경배 사장 장녀 민정씨…증여세 빼고 298억원 차익
서울반도체 자녀도 주가 폭락 시기 틈타 주식부호 반열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의 장남 민호씨와 장녀 민규씨도 주가가 폭락했던 시기를 틈타 주식부호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타 기업에 비해 시끄러웠다. 두 사람은 지난 2008년 서울반도체 주식 448만여주를 주당 9000원대에 받았다. 증여 당일 종가 기준으로 406억원이었다. 증여세는 빠짐없이 냈다. 문제는 증여가액 산정기간 직후 니치아와 특허 소송 중단과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는 점이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70%나 급등했다. 앉은 자리에서 거액을 챙기게 된 것이었다.

자연스레 니치아와의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증여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서울반도체의 주가는 쑥쑥 올라갔고 지난 22일 1074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로써 민호씨와 민규씨는 모두 668억원의 차익을 건지게 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도 지난 2007년 자신에게 배정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88주를 장녀인 중학생인 민정씨에게 전량 증여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543억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당시 민정씨의 나이는 17살. 청소년 부호 1위에 오르면서 관심을 받았다. 민정씨는 이 중 45%인 8만8940주를 증여세로 납부했다. 나머지 11만주는 지주회사 격인 태평양 주식 24만주와 교환했다.

당시 서 사장의 주식 증여엔 의문점이 있었다. 주가가 낮을 때 증여를 시도하는 재계 관행을 깨고 주가가 최고점을 기록할 때 증여를 해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지난 2006년 7월까지만 해도 40만원대를 오르내렸다. 그러나 서 사장이 민정씨에게 주식을 증여할 당시엔 55만원까지 상승했다. 증여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 사장은 전격적으로 증여를 단행했다. 당시 재계 관계자들의 표정엔 물음표가 가득했다.

그러나 현재 이 같은 의문은 해소된 상태다. 회사 분할 등으로 지분가치가 급등해 증여세를 빼고도 298억원의 차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동부그룹 326억원
한국철강 155억원

이밖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장남 남호씨는 2007년 증여받은 동부씨엔아이 주식 240여만주(156억원)의 지분가치가 급증해 326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또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아들인 장세홍 전무는 2007년 12월 KISCO홀딩스 주식 140만주(1078억원)를 증여받았고 155억원의 차익을 건졌다. 박세종 세종공업 회장의 아들인 정길, 정규씨도 회사 주식을 증여받아 123억원씩,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74억원,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145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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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