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MC 퇴출로 된서리 맞은 김제동

“11월 아! 춥다 추워”

구조조정에 들어간 방송가에서 출연료 비싼 MC들을 대상으로 한 퇴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의 <연예가중계> 하차를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이 가을 개편을 맞아 2년 8개월간 진행해 온 <연예가중계>에서 하차한다. 이번 MC 교체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부 MC 기용을 자제하고 자체 인력을 활용하는 ‘KBS 가을 개편 특징’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예가중계>의 프로그램 특성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제동의 진행상 능력을 떠나서 그가 MC석에 앉아 있다고 해서 <연예가중계>의 이미지나 안정감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는 가슴 시린 11월을 보내고 있다.

KBS 측 “김제동 하차는 제작비 절감 위한 외부 MC 기용 자제 때문”
연예계 일각 “처음 기대감에 못 미쳐 하차시키는 것” 의심의 눈초리 보내

구조조정에 들어간 방송가에서 출연료 비싼 MC들을 대상으로 한 퇴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MC를 해당 방송국 소속 아나운서로 바로 교체하는 비상시국을 맞이했다. 현재 지상파 3사 TV의 예능 프로그램은 몇몇 인기 MC들이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사실상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다.
유재석, 강호동 등 톱MC들은 방송국 구분 없이 간판 예능 프로를 맡아가며 자기 자신을 라이벌로 싸우는 아이러니까지 연출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MC 등급에 따라 출연료 격차는 회당 1천만원 가까이 벌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예능 프로 제작비는 한정된 가운데 회당 1천~1천5백만원 출연료를 챙기는 고소득 MC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부작용인 셈이다.

‘입담’ 하나는 최고의 위치

그렇다면 KBS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교체하는 김제동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김제동의 몸값은 사실 상당한 금액이다. 지난달 7일 KBS가 국회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KBS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주요 출연자 회당 출연료’에 따르면 <해피투게더>의 MC 유재석이 회당 9백만원, <해피선데이>의 강호동은 회당 8백50만원, <상상플러스>의 탁재훈과 <샴페인>의 신동엽은 8백만원, <스타골든벨>의 김제동은 출연료로 6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연예가중계>의 MC를 한석준 아나운서로 교체한 것은 자사 아나운서가 MC를 맡으면 기존 월급에다 프로그램 진행수당 몇만원만 더 주면 되기 때문이다.

김제동의 <연예가중계> 하차가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부 MC를 자제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는 하나 회당 출연료가 가장 많다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잔류한 상태여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KBS측에서 김제동에게 마치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제동이 원해서가 아니라 출연료 문제 때문이라고 밝혀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김제동의 진행상 능력을 떠나서 그가 MC석에 앉아 있다고 해서 프로그램의 이미지나 안정감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연예가중계>는 김제동이 아니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예전의 전력만 봐도 아나운서라든지 심지어 PD를 남성 진행자로 내세웠던 경우가 더 많았다. 오히려 <연예가중계>는 전통적으로 남자쪽보다는 이영애, 전도연, 황현정, 윤손하, 한고은 등 여자MC에 더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연예가중계>의 성격상 사실 메인에 누구를 앉혀 놓는다고 해도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적다. 스타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는 리포터들의 활약상이 외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도 있는 MC를 기용한 것은 김제동이 프로그램 전체의 안정감을 책임지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했고, 더불어 김제동의 스타성을 인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개편 때의 하차 결정은 김제동에게서 그런 것들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제동의 <연예가중계> 하차는 유재석이 맡고 있는 프로들이 유지하기로 결정된 마당에 상당히 의미가 큰 것이고 김제동의 프로그램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뜻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제동이 초반의 주목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시청률을 견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제동은 누가 뭐래도 ‘입담’ 하나는 인정해 줄 만한 방송인이다. 그의 입담과 재치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그동안 행사를 전전하면서 몸으로 익혔을 그 재치들은 그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제동 하나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은 좀 힘겨운 일로 보인다.

김제동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서 ‘리플 달아 주세요’라는 프로를 진행하던 바로 그때뿐이었다. ‘리플 달아 주세요’가 그렇게 재미있었던 것은 방청객과의 피드백이 바로바로 전달된 것에 기인한다.
리플을 읽고 그 리플들에 달아주는 재치 있는 답변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있어 그 순간만큼은 그 방청석에 앉아있는 관객이 됐다. 그리하여 다소간 독설스러운 이야기들도 농담이 되고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버라이어티라면 그 상황은 다르다.

유재석·강호동과 다른 점?

(왼쪽부터)강호동, 유재석김제동은 모든 게스트들을 아우르면서도 배려하는 진행을 해야 한다. 게스트들은 갑자기 무대로 불려나온 방청객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제동은 게스트들의 단점이나 성격을 꼬집어내서 비틀어내는 ‘재치’는 있지만 그 재치를 웃음으로 연결시키고 게스트들을 아우르는 능력이 부족하다.
<스타골든벨>만 보더라도 이제 김제동이 억지로라도 웃길 수 있는 부분은 게임 내기에 져서 변장하는 부분 이외에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제 그마저도 웃긴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토크쇼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제동은 아마도 힘이 넘치고 유머러스한 수많은 진행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말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 출연한 듯하다.
그러나 <야심만만>의 김제동은 강호동 옆에 앉아있을 뿐, 사실 그다지 안정적인 기류를 형성해내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때로는 겉도는 단어들을 선택해서 오히려 분위기를 산만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

김제동의 말들은 이제 오히려 명언이라기보다는 밝은 분위기 속 지나치게 심각한 진지함이다. 또 지나친 정리는 오히려 웃음을 반감시킨다. 이럴 땐 차라리 입담이 아니라 크게 한방 터뜨릴 수 있는 한마디가 백 번 낫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제동과 무엇이 다른가를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진행자가 아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로 자리잡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들이다. 두 사람은 프로그램을 이끌고 다수의 진행자나 출연자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율자며 조력자다.

두 사람을 대체할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언어 구사력이 뛰어난 아나운서나 단순 입담꾼은 서서히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진행자 이상의, 다수의 진행자가 포진한 프로그램에서 중심축이며 구심점이다. 이 점이 바로 유재석과 강호동 전성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 문화평론가는 “김제동식 말꼬리 잡기는 이미 지루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것은 김제동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가 점점 시들어 가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는 일이다”며 “물론 김제동은 인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방송인이고 또 자신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프로다. 잘하지 못하는 프로는 아무리 착하고 노력해도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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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