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新풍속도 ‘사진정치’ 실태 열보기

사진 한 장으로 ‘죽거나’ 혹은 ‘살거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정치권에 새로운 ‘유행’이 퍼지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과거 사진을 공개하고 자서전 발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는 다른 과거 사진을 보임으로써 인생역정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일반인들의 정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진 정치’는 더욱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사진 공개로 긍정적 이미지 극대화
일반인 정서적 호응 이끌어 내려는 의도

연예인만큼이나 사진에 집착하는 직군은 정치인이다. 사진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에게 큰절을 올리는 사진과 친서민 행보를 과시하며 시장에서 악수를 하고 어린이를 안고 웃으며 찍는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필수코스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식상하기까지 할 정도다. 

자신들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이 애용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은 총리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했다. 박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한 발언이 바뀌면서 거짓말 논란 등으로 여론이 나빠졌지만 그는 버텼다. 그런 와중에 박 전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은 그를 한방에 물러나게 했다.

이렇듯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진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사진정치의 힘
‘이미지 극대화’

최근 유력 정치인들의 사이에서 ‘사진정치’가 부각되고 있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사진 한 장을 공개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더욱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이러한 의도가 잘 반영된 듯 일반인들은 ‘참신하다’ ‘친숙한 이미지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특전사 시절 사진이 사진정치의 대표적인 예다. 자신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삽입된 이 사진에서 문 이사장은 베레모를 쓴 전투복 차림을 한 채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다.

병역면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기타 정치인들과의 차별화된 느낌과 함께 “역시 문재인은 다르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사진의 후광 덕분인지, 문 이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이 공개된 후 문 이사장은 야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제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치의 효과를 톡특히 본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23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대 재학시절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에서 홍 대표는 성북구 종암동 하숙집 쪽마루에 앉아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洪-저의 어린시절’ 폴더에 통기타 사진 외에도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상의를 탈의한 채 근육을 뽐내고 있는 사진 등이 있다.

문 이사장과 홍 대표의 사진이 화제가 되자 지난해 10월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비키니 수영복 사진에 다시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에서 처음 공개된 이 사진은  박 전 대표의 중학교 2학년 시절 풋풋한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다.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에서 찍은 이 사진의 박 전 대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이라는 점과 앳된 소녀의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다. 당시 박 전 대표는 동료 의원들이 이 사진을 화제에 올리자 별말 없이 웃어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사진이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친박계의 반응은 ‘나쁠 것 없다’는 투다. 수영복 사진의 경우, ‘얼음공주’나 ‘지나친 원칙주의자’ 등과 같이 대중들이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사진 인기
인생역정의 순간

박 전 대표의 사진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09년 김연아 선수가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직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봄이 오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김연아 선수의 우승 소식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이 활짝 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란다”며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서 있는 어린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방문자들은 “지금의 연아를 보는 듯합니다” “여전히 순수하시고 아름다우세요”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또한 운동을 즐겨 하는 박 전 대표는 수준급 테니스와 탁구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같이 탁구 치실 분 일촌 맺어 달라”는 제목의 사진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모았으며, 환하게 웃으며 탁구를 즐기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어린시절 키웠던 애견 ‘방울이’의 사진과 함께 박 전 대표의 20대 모습, 취미생활인 자수 작품도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모교인 서강대가 일간지에 낸 지면광고에서 활짝 미소를 지은 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광고는 서강대 자연과학부와 공학부가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환하게 미소 지은 박 전 대표의 사진과 ‘서강대학교 이공계가 대한민국을 이끌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

이 같은 사진과 광고로 인해 박 전 대표는 기존의 차가운 이미지를 벗어나 친숙하고 따뜻한 면모를 구축하고, 서강대는 파생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평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06년 경기지사를 마친 뒤 떠났던 100일간의 민심대장정 사진집 <길위에서 민심을 만나다>를 통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논밭이나 탄광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최근 사진정치가 각광받자 손 대표 측근들은 기자들에게 당시의 사진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손 대표 미니홈피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총 225페이지에 달하는 민심대장정 폴더에는 학교, 농촌, 재래시장, 산업현장 등 민심 현장 곳곳에서 함께한 손 대표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효과 크지만
부작용도 우려돼

이처럼 사진정치는 이미 중요한 정치수단으로 자리 잡은 듯 보인다. 사진정치의 부각은 물론 효과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들의 젊은 한때, 혹은 인생역정의 한 순간이 장문의 글보다 훨씬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에이스리서치센터 김봉현 연구원은 “하루에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인들에게 장문의 글보다 시각적 이미지의 파급력이 크다. 정치인들의 사진정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끌 수도 있다. 예컨대 근엄한 이미지를 가진 박 전 대표의 비키니 사진이나,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홍 대표가 담배를 문 채 기타를 퉁기는 장면 등은 사람들에게 평소 모습과 다른 친근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확고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바르고 강직한 이미지인 문 이사장과 민생현안을 강조하는 손 대표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강하게 어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진은 이미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특정 정치인들의 정치적 요소와 합치되기 어렵다’는 평가와 함께 잘못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선거 등에서 유권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잠룡들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차기 대선주자 1순위로 뽑힌 홍 대표의 사진정치가 상당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임에 따라 다른 정치인과 잠룡들의 ‘따라잡기’도 유행처럼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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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