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카드 꺼낸 손학규의 마이웨이

"중도‧진보 모두 껴안고 내 갈길 간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 탑승을 거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탑승 시 자신의 소신과 상관없이 질질 끌려 다닌다는 비판도 면키 어렵다. 손 대표는 딜레마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심상찮은 지지율까지 손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문 이사장이 통합전도사를 자처하며 본격 정치행보를 보이자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초조해진 손 대표가 칼을 빼들었다. ‘원칙’이라는 이미지로 무장하고 말이다.

거센 ‘대망론’ 문재인 위력에 주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에 딜레마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노풍(盧風)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5월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이 기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말로에 힘입은 ‘솔바람’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노풍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까지 올려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모노리서치와 한 통신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11.8%로 11.3%에 그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앞질렀다. 문 이사장은 야권 대선레이스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며 손 대표 뒤를 이어 맹추격하다 급기야 추월한 것.

쓰나미급 노풍
문재인 대망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출범 이후 늘 세트메뉴처럼 비리가 따라붙는 현 정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청렴하다고 평가받는 문 이사장을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문 이사장은 역할론을 넘어 이제는 대망론의 주역으로 떠오른 상태다.

물론 문 이사장은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대망론을 거부할수록 지지율은 솟구치고 있어 정계에서는 문 이사장의 대망론이 더욱 거세질 경우 국민의 요구를 묵살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문 이사장의 보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야권통합의 전도사’를 자처한 그는 지난달 26일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에 참석해 야권대통합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그가 드디어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손 대표의 모습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과 답보상태를 반복하는 동안 어느덧 문 이사장에게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현재 손 대표의 지지율은 마의 15% 벽을 넘지 못한 채 오히려 ‘분당대첩’ 효과 이전으로 회귀하며 떨어진 상태이다.

또 당 내에서조차 손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정체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생행보를 강조하는 손 대표가 정작 노동현안과 직결된 희망버스 탑승은 거부하자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졌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당내 강경파들은 손 대표에게 희망버스 탑승을 요구했다.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이종걸 의원은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통해 “모든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이때, 제1야당의 대표인 손학규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희망버스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손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영 전 대변인 역시 지난달 21일 트위터를 통해 “희망버스가 야권통합의 징검다리이고, 희망버스가 민생진보이고, 희망버스가 균형과 절제다”며 “희망버스로 이명박 정권과 대화하는 손학규가 아니고 피 흘리는 손학규의 분당정신을 기대한다”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단식농성중인 심상정 진보신당 고문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는 최근에 민생실천 희망대장정을 하고 있는데 한진사태보다 더 중요하고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민생이 어디 있느냐”며 “그렇기 때문에 희망 대장정을 한다면 그 첫번째 장소가 바로 희망버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원칙 햇볕정책
균형 있는 투쟁

이처럼 거리정치에 선을 그은 손 대표에게 최근 자신의 신념과 다른 행보를 강권하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결국 그는 이같은 난국을 헤어나가기 위해 특단의 카드를 빼들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신뢰’로 무장했듯이 손 대표는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것.

손 대표는 지난달 햇볕정책 논쟁부터 만지작거리던 ‘원칙카드’를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확실하게 빼들었다. 더 이상 여기저기 눈치 보며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달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원칙 있는 햇볕정책’을 강조하며 원칙 없는 정책에 대해 ‘종북 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당내 진보개혁세력과 논쟁이 오갔고 특히 그의 맞수 정(동영) 최고위원과 파열음이 빚어졌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밝히며 대북정책기조에 관해 밀리지 않겠다는 듯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원칙’ 카드로 마이웨이 행보 중
한진사태 두고 ‘해결사’ 자처해

그는 또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방법으로도 ‘선명하지만 균형감 잃지 않은 투쟁’을 주장하며 다시 한 번 원칙을 내세웠다. 손 대표는 야당 대표가 희망버스에 올라탈 경우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잃을 수 있다며 희망버스 탑승을 거부했다. 하지만 희망버스 불참을 대신해 제도권적인 방법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난달 25일은 이채필 노동부장관을, 26일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을 연달아 국회로 불러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손 대표는 또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축은행에는 청와대 측근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값등록금 인하는 온데간데없다. 일자리창출 약속도 사라졌다. 가계부채 대책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민생을 위해 한-미FTA 재재협상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강행처리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한진중공업 문제 역시 진전 없이 사태만 악화돼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과 민생 회담이 한 달이 되는 지금 도대체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신의가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손 대표는 또 “지도자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국민이 지도자를 믿지 못하고 정치를 믿지 못하면 거리로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매개로 ‘국제 연대’까지 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운영하는 필리핀 수빅조선소 역시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조탄압 문제가 필리핀에서 사회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빅조선소 노동지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노조가 결성된 이후 한진중공업 측의 노조 탈퇴 종용이 이어졌고, 실제 안전규칙 위반이란 명목으로 노조 간부 등 63명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손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수빅조선소를 방문해 현지 실태를 살펴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필리핀의 석학이자 상원의원인 월든 벨로우와 함께 수빅조선소 노동자 2명을 8월 초쯤 초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어 손 대표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 성사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 의지를 갖고 조남호 회장을 청문회장에 서게 할 것이다”며 “향후 민주당은 청문회를 국회 운영과 관련해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과제로 삼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중도‧진보 아우를
투트랙 전략 구사

이처럼 손 대표는 대북ㆍ노동 정책에 대해 자신의 방식대로 원칙을 세우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그의 이같은 ‘마이웨이’ 행보는 어떤 문제든 제도권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지키면서도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론을 구사하는 등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중도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노동 현안의 해결사 역할로 진보까지 껴안아 꿩 먹고 알까지 챙기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현재 가장 첨예한 시국 이슈인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 노력이 또 하나의 지지율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과연 손 대표의 전방위적인 사태 해결 노력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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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