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남북 케미’ 조명균과 리선권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37:56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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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vs 다혈질…그래도 같은 민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5개월 만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를 표하면서 급진전됐다.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이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급 회담 
성공적 마무리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오전 9시30분부터 30여분간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 육성 연설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경기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것(평창 동계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서 금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과 당국회담 뜻을 밝힌 건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인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통일부와 문체부는 남북 대화를 신속히 복원하라”며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하명했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에 ‘돌부처’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다혈질’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을 각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남북 간 현안의 민감성 탓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차관급 회담부터 진행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장관급을 내세우면서 무게감을 실었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 모두 남북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 두 사람이 남북회담 공식 석상에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 장관은 1957년 경기도 의정부서 태어났다. 동성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한 후 통일부서 근무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7년 남북적십자 대표 접촉서 대표를 맡기도 했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핵 겨냥에 미묘한 신경전도

김대중정부에서는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등 대북 사업 업무를 현장 실무서 담당했다. 정세현 당시 통일부장관조차도 “(조 장관이)실무협상을 많이 했는데 참 잘했다. 조용조용하게 하면서도 꼭 성과를 냈다”며 “실제로는 장관인 나보다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2002년 4월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시절에는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한은 악의 축’ 발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을 풀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파견한 ‘임동원 특사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와 활동을 인정받아 2006년 7월, 대북정책의 핵심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맡은 그는 2007년 10월에 치러진 2차 남북정상회담에 깊게 관여했다. 

2007년 8월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함께 육로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다듬었으며 정상회담 당시에는 기록자로 배석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4개월 뒤인 2008년 2월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MB정권이 ‘햇볕정책’의 산물인 6·15선언과 10·4선언을 사실상 폐기했다. 조 장관은  교육대기 상태에 있다가 결국 2008년 10월 사표를 내고 통일부를 떠났다. 
 

이후에는 가톨릭 신학을 공부하면서 종교활동에 매진했고 공직을 일절 맡지 않았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일으킨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논란에 휘말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임의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하고 봉하마을로 무단 반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등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파격적이었던
김정은 신년사

이후 19대 대선서도 아무런 역할을 맡지 않았지만, 2017년 6월, 문재인정부의 첫 통일부장관에 내정됐다. 

당시 청와대 측은 “남북회담 및 대북전략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문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책기획부터 교류, 협상까지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진 정책통”이라고 소개했다. 

인선 배경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새 정부의 남북관계 기본방향 정립 등 통일부의 주요 과제들을 유능하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초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정치인 출신 통일부장관이 거론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아직 강경 노선을 지속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일단 통일부 관료 출신을 기용하여 정책 안정성을 우선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지난해 6월29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어 문재인정부의 첫 통일부장관으로 임명됐다.


조 장관은 유년시절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하면서 동계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의정부중앙국민(초등)학교서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했다. 

통일부는 조 장관의 초등학교 당시 사진도 공개했다. 배경은 1969년 2월로 윗줄은 빙상부 담당 교사, 아랫줄은 빙상부 학생들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가장 왼쪽서 깃발을 들고 있는 학생이 바로 조 장관이다.

초등학교 스피드스케이트부가 지금도 흔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경력이다. 조 장관은 경기도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금메달을 땄지만 전국대회서 입상은 하지 못했다. 1970년대 한국 빙상 간판이자 스피드스케이트 1세대인 이영하 전 국가대표 선수와 초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학년 선수로 활약했다. 

경기도 대회에도 함께 출전했다. 다만 종목은 단거리와 장거리로 서로 달라 함께 경기할 기회는 없었다.

조 장관과 협상 파트너인 리 위원장은 군인 출신에 대남 강경파로 저돌적인 성격이다. 과거 남북 군사실무회담서 리 위원장을 상대했던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은 “대남 강경파 김영철을 빼닮은 ‘대남 협상꾼’으로 밀고 당기기와 판 뒤집기, 기선 제압 등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압박하는 협상 전술에 능수능란하다”고 평가했다. 

둘 다 남북 협상 경험 풍부
성격·대화 스타일은 정반대 


그는 군 출신으로 판문점대표부에 주로 근무했으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남북 간 회담 및 실무접촉에 참여했다. 군사회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리 위원장은 지난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남측의 증거는 모두 조작됐다고 주장했으며, 이듬해 2월 제39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참가해 천안함은 모략극이라고 비난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최고권력기구인 당시 국방위원회의 정책국 부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4년 10월에는 국방위 정책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북한이 2016년 6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서 국가기구인 조평통을 설치한 이후 조평통의 수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남북협상서 리 위원장을 여러 차례 만난 한 인사는 그를 “회담 테이블에서는 주도면밀한 성격에 달변”이라며 “다만, 성질이 급하고 욱하는 면이 있다. 화가 나면 숨기지 않고 언성을 높인다”고 회고했다.

이번 회담의 실무진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남측에서는 조 장관 이외에도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차관들도 회담에 나섰다. 통일부 장·차관이 회담장에 함께 들어서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보통 같은 부처 장·차관이 한꺼번에 대표단에 들어가진 않는다”며 “이번에 천해성 차관이 포함된 것은 향후 이어질 실무회담서 보다 책임있는 당국자가 회담을 이끌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천 차관은 실제 통일정책실장, 남북회담본부 본부장, 대변인, 인도협력국장 등 통일부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정책통이자 남북회담 전문가로 꼽힌다. 

비핵화 문제는
뚜렷한 입장차

북측은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을 대표단 명단에 포함시켰다. 전 부위원장 역시 과거 남북회담에 모습을 자주 드러냈던 인물로, 가장 최근에는 2015년 12월 열린 제1차 남북당국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왔을 정도로 남측 사정에 밝다는 평가다. 

북측에서는 황충성 조평통 부장도 나왔다. 2013년 7월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참사 자격으로 개성공단 관련 남북 회담에 참석했다.

이번 남북 회담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회담 등 3개항에 합의했으며 대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종결회의 공동보도문 낭독 등도 원만하게 이뤄졌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과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곧바로 남측의 비핵화 언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양측이 뚜렷한 입장차를 재확인하며 신경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남측 언론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서 그 무슨 비핵화 문제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과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케트를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며 “북남 대화와 관계개선을 지향하는 데 저촉되는 이런 문제를 과감히 극복하도록 주력해야 한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에 조 장관이 상호존중 정신을 언급하며 북측의 이해를 구했음에도 리 위원장은 서해 군 통신선은 지난 3일 오후 3시 개통했는데, 이를 9일 개통한 것처럼 거짓보도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조 장관이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언론제도와 사회제도에 대한 이해의 마음을 가져달라”고 밝히자 리 위원장은 “북남 관계는 자기 체제 위에 놓여있다. 북남이 각기의 문화체제 특성을 운운하며 상호 존중을 거론한다면 잘못”이라고도 언급했다.

조, MB정부 보직 못 받고 퇴직
리, 국방위원회 정책국 실세로

리 위원장의 발언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기존 입장의 재확인에 불과하지만, 후속 군사회담 등에서 남북이 직면할 갈등요소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로서는 결국 남북회담을 북미대화, 6자회담 등으로 확산해 비핵화 해결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이 발언으로 향후 비핵화 협상 전망을 예단하는 것도 부적절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번 회담의 남북 손익계산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양측이 모두 원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논의는 상호 원만한 합의를 이뤄냈으나 우리측 공동보도문 초안에 포함됐던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가 빠졌다. 

향후 군사당국회담과 고위급회담 개최가 매우 포괄적인 선에서만 합의된 부분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남과 북이 시급성과 중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도 최종적으로 합의가 불발된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북측이 금강산관광 재개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문제와 연계시켰을 가능성과 설연휴 전까지 준비시간이 촉박하다는 실무적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의지가 높은 데다 김정은 신년사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강조한 만큼 북측은 향후 이산가족 상봉을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군사회담과 관련해서는, 평창올림픽 기간 북측 대표단의 통행 등에 국한한 실무적 논의를 진행될지 한미군사훈련 등 남북의 군사적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룰지 결정되지 않았다. 남북은 곧바로 판문점 연락채널 등을 통해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한다.

올림픽 끝나고
앞으로가 문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논의할 남북 실무회담이 늦어도 1월 안에는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스위스 로잔서 예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이 참여하는 협의 이전에 평창 실무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파견하기로 한 고위급대표단과 응원단, 예술단 등 방문단의 규모와 방남 경로, 숙소, 경비 부담 원칙 등이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개회식 공동입장과 공동응원 등에 대한 추가 협의도 있을 전망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북관계 개선’ 국정·정당 지지율 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주간 단위 국정지지율이 다시 70%대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8일 리얼미터는 CBS의 의뢰로 지난 2∼5일 전국 성인 20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한 주 전보다 3.1%포인트(p) 오른 71.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0.9%p 하락한 24.1%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주간 단위 국정지지율은 4주 만에 70%대를 회복했다. 리얼미터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시사’ 신년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즉각적인 환영 입장 표명과 9일 판문점 고위급 회담 성사 등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남북관계 해빙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대구·경북(57.7%·7.1%p↑) ▲경기·인천(76.6%·5.4%p↑) ▲대전·충청·세종(74.0%·5.1%p↑) ▲광주·전라(84.2%·3.0%p↑) ▲서울(72.8%·2.7%p↑)에서 올랐다. 연령대별로 ▲50대(67.4%·6.9%p↑) ▲20대(81.9%·4.5%p↑) ▲60대 이상(53.6%·4.2%p↑) ▲30대(83.2%·2.2%p↑)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0%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1위를 지켰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0.6%p 오른 50.9%였다. 그 뒤를 자유한국당 18.6% ▲바른정당 6.0% ▲국민의당 5.0% ▲정의당 5.0% 순으로 이어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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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