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회의장 노리는 사람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0:56:13
  • 호수 1149호
  • 댓글 0개

의전서열 2위 친박서 나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의장은 명예직으로 불리지만 ‘직권상정’이라는 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여야 간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관행적으로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했지만, 현재 여야 간 의석차가 단 5석에 그쳐 어느 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일요시사>는 국회의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을 꼽아봤다.  
 

6·13지방선거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시기와 맞물리면서 차기 국회의장 자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세균 현 국회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29일까지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 임기 만료시 임기만료일 5일 전까지 선출 선거를 치르도록 돼있다.

이-문 2파전

하지만 이 기간은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인 시기기 때문에 후반기 원 구성은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은 관행적으로 원내 1당서 맡아왔다. 20대 총선 당시 야당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 자격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배출했다. 

우선 차기 국회의장이 여당서 나올지 혹은 야당서 나올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석 수가 단 5석에 그치기 때문. 남은 기간 동안 바른정당 의원, 한국당을 탈당했던 무소속 이정현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중 6명만 한국당으로 복당해도 한국당은 제1당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에 합류한다면 원내 1당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원내 1당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이번 지방선거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다. 
 


현재 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은 서울 노원병, 송파을, 울산 북구 등 3곳이다. 한국당 박찬우 의원, 국민의당 박준영, 송기석 의원이 2심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보궐선거 규모가 현재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광역단체장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 후보로 확정되면 해당 지역의 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 특히 여당에서만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현역의원은 10여명에 달한다. 한국당에선 경북지사 후보에만 3명의 현역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직선거법상 현역의원이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일 30일 전인 5월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원내 제1당 자리가 결정됨과 동시에 국회의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뒤를 이어 20대 국회의 수장이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회 내 각 정당이 법안·예산안·임명동의안 등을 두고 대립할 시 직권상정을 통해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새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여야를 대표하는 다선 의원들이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해찬(7선), 이석현(6선), 문희상(6선), 박병석(5선), 원혜영(5선)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좌장’인 이해찬 의원은 참여정부서 총리를 지낸 바 있다. 이 의원은 충남 출신으로 지역 안배 차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참여정부를 사실상 계승한 문재인정부서 이 의원이 국회의장이 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의원은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내심 의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해찬·문희상·김무성…다선 의원 포진
정계개편·재보선 결과…국회 운명 가른다 

민주당서 국회의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인물은 문희상 의원이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 ‘원조 친노’로 불린다.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한 중량급 정치인이다.

문 의원은 새해 첫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20대 국회로서 정치 인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며 “마무리되는 과정에 국회의 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해 국회의장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 역시 국회의장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대선과정서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아 문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2016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국회의장에 도전, 국회 전면에 나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5선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도 후보군으로 언급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올해 선거제도 개혁을 조율하면서 국회의장 진출의 문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 하반기 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의원도 꾸준히 국회의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의원은 이해찬 의원과 문희상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주류 성향으로 분류된다.

당내 국회의장 경선이 치러질 경우 문희상·이해찬 의원에 친문(친 문재인)계의 표가 분산되면 어부지리로 이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친박(친 박근혜)계를 청산하고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홍(친 홍준표)계와 바른정당 복당파가 사실상 한국당을 장악해 국회의장 선출 국면에 이르면 복당파의 핵심인 김 의원이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국가 의전서열 2위이긴 하지만 사실상 명예직으로 평가받는 국회의장직에 출마하지 않을 공산도 크다. 당초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당시 한국당이 제2당으로 밀리면서 전반기 의장을 민주당이 맡는 것으로 합의해 서 의원의 국회의장 꿈은 무산됐다. 서 의원이 야권의 유력한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현재 당내 친박계 입지를 고려할 때 국회의장직 도전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최근까지 한국당 원내대표로 활동한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 의원은 4선으로 해양수산부장관, 충북도지사 등을 지낸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다. 다만 서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당 내 친박계의 현재 입지를 고려할 때 국회의장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은 대권

정치권에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별개로 국민의당-바른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과정에서 이탈자들이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17명가량이 통합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고, 바른정당에선 몇몇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원내 제1당이 결정돼 국회의장 선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