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예견된 大재앙설 막전막후

총칼로 흥한 자 총칼로 망한다더니…물로 흥한 MB 물로?

[일요시사 이주현 기자] 대한민국의 수도가 물폭탄을 맞았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나 싶더니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서울이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최대 번화가와 부촌인 강남과 서초구를 중심으로 한강이남 지역이 사상 최악의 수재를 입었다. 이를 두고 ‘예견된 인재’라는 평가와 함께 ‘MB 재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을 정비한 것과 대통령 당선 후 ‘대운하’를 준공하려다 여의치 않자 ‘4대강’으로 전환한 것이 국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얘기다.

“청계천이 토끼해 대한민국 발목 휘감는다” 
‘4대강 전도사’마저 우려하는 4대강 사업장

올 초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민찬 풍수지리 신안계형물학연구소 원장은 국운을 말하기에 앞서 환란의 기운을 짚었다. 풍수를 통해 본 나라의 모습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었다. 제발 빗나가길 바랐던 그의 예상은 여지없이 적중했다.

특히 박 원장은 “예로부터 청계천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운명을 결정했다.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등지에서 흘러내려 온 하천이 연결돼 있는 청계천은 때로는 국가의 성장을 가져다줬고, 때로는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며 청계천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계천 흐르는 불운
국운에 그림자 드리워

서울시장 재임시절 이명박 대통령은 극심한 반대를 저버린 채 청계천 복원을 극구 강행했다. 복원당시 깨끗하게 정리된 도시의 모습에 시민들은 환호했고, 청계천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1등 공신’이 되었다.

하지만 각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이 대통령을 비난했고, 풍수지리가 등 역술인들은 나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극렬하게 반발했다.

그렇다면 현재 청계천은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박 원장은 현재 청계천의 모습을 “배를 갈라놓은 형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청계천은 사람으로 말하면 배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2003년 7월 청계천을 복원한다면서 서울의 중심부를 파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나라의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면서 “경제는 망해갔고 국민은 분열됐으며 외세에 약해지고 북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등 어려운 고비가 찾아왔다”고 역설했다.

박 원장은 청계천으로 인한 풍수지리적 영향력을 과거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조선 영조 때와 박정희 정권 시절 청계천으로 인한 국운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선 영조 시절 청계천은 치수사업으로 인해 자연적 하천형태였던 것이 좀 더 깊고 넓게 파지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선 왕조의 시련이 시작됐고 급기야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난까지 겪게 됐다는 것.

박 원장은 “물은 재물을 상징하는데 기본적으로 3분의2 정도의 수위가 흘러야 교량역할을 하면서 길지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청계천을 개량함으로 인해 흉지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청계천을 복개했다. 박 원장은 195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로 지목받던 나라가 1958년 청계천 복개를 진행한 후 30여년 만에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둔 국가로 성장했다는 점을 짚었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 박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풍수를 모르고 한 일”이라며 “이 대통령은 개인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나라는 망하고 있다. 청계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가 어떤 해인지와는 상관없이 국운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2003년 복원된 청계천은 풍수적으로 올해 9년을 맞이한다. 풍수는 10년이 지나면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데 지난해 호랑이해를 맞이하면서 조금 일찍부터 그 영향권에 들게 됐다”며 “청계천을 복개해 길지로 만들면 국가적 차원의 흉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운을 길하게 만들 해법이 없다. 길지로 만든다면 서민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 탄력을 받게 된다. 경제가 안정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사라지고 국민들이 단합하면서 흥한 기운이 전국을 덮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급신장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맛’ 안 이명박
4대강 정비 강행

이 대통령의 ‘물’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청계천으로 물맛을 안 이 대통령은 당선된 후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극심한 반대와 예산문제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 대통령은 ‘4대강 정비’로 슬쩍 노선만 변경했다. 이 역시도 극심한 반대여론에 직면했지만 이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때와 마찬가지로 야심차게 강행했다.

총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한강에서 멱을 감다. 상상이 아닙니다”라며 아이들이 마음 놓고 물놀이 할 수 있는 강을 만들겠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실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가 작업인부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제방과 둑이 무너지는 인재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4대강 유역에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사업현장 곳곳에서 교각붕괴, 제방유실, 농경지 침수 등의 사고와 지류 역행침식 및 헛준설(재퇴적) 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6월에 발생한 왜관철교 붕괴, 구미단수 사태, 상주보 제방 300m 유실 사고에 이어 7월에도 칠곡보 어도 유실, 안동보 붕괴, 상주 비닐하우스 침수, 밀양시 무안면 농경지 침수, 금강 유등천 침산보 훼손과 유실 등 4대강 곳곳에서 부실공사로 인해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환경단체들은 ‘하나마나 한 도로아미타불 식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국토 개조론을 운운하며 강행한 4대강 사업은 이미 예견된 국가 재앙이라는 것이다.

환경단체, “하나마나 한 도로아미타불 식의 대국민 사기극”
MB, “세계가 나를 ‘녹색성장의 아버지’라 부른다” 자화자찬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4대강 전도사’인 이재오 특임장관마저 4대강 사업장 및 구제역 매몰지에 우려를 표했다.

이 장관은 폭우가 수도권을 강타한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가 너무 와 곳곳에 비 피해가 우려 된다”며 “특히 4대강 주변과 구제역 매몰지 주위를 잘 살펴야한다”고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이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멀어진 시점에 나온 발언이었고, 4대강 전도사가 4대강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또한 4대강 홍수 피해와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이번 수해가 ‘4대강 공사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지난달 20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 대표는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귀엣말로 “4대강 공사 중에서 유일하게 잘못해 둑을 막아버렸다. 배수가 빠지지 못하게 막아버렸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러한 언급은 홍수 피해가 4대강 공사와 무관하다는 정부의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이 사업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꿈을 이루는 것이다. 하늘의 천명이라고 생각하였고, 4대강 사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조국의 꿈이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된 이후 모습을 보면 아마도 반대했던 사람들조차 ‘4대강이 이런 모습으로 탄생하기 위해 그런 고통이 따랐구나’라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물사랑이 여실히 드러났고 4대강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발언이었다.

MB의 강한 의지
약될까 독될까?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수도권 수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신속한 피해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번 수해는 천재가 아닌 인재(人災)”라면서 “개발현장이 인명을 경시하고 가시적인 성과주의, 업적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이런 재난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많다”고 밝혔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으로서 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을 삼가왔지만 이제는 정면으로 말하겠다”며 “수많은 낮은 곳에 있는 서민들은 4대강과 디자인서울로부터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세계 최대의 자전거길이 생겼다고 자랑하고 “(세계가) 나를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한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단 2년 만에 4대강 694km를 파헤친 역사는 전 세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재독 건축학자인 임혜지 박사는 “전국에 걸쳐 단기간에 밀어붙이는 4대강 공사는 이 모든 부작용을 한꺼번에 초래할 것이다. 부작용과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 나라의 국운에는 최고 지도자의 운도 작용한다. 그가 어떤 운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국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찬 원장은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그러나 “자연의 영향이 먼저”라며 “청계천으로 나라의 형상이 근본부터 잘못돼 국운을 해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국운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에게 고마워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일등공신이고 그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물이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와준 셈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최종 결과와 평가가 아직 남아있다.

청계천으로 물맛을 안 이 대통령이 강행한 4대강 사업.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는 속설처럼  ‘물로 흥한 자 물로 망한다’는 민초들의 원성이 어디까지 맞아떨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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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