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39>한옥의 재발견

웰빙 거주공간…별장같은 세컨드하우스 ‘열풍’


서울지역에 ‘한옥 열풍’이 불고 있다. 한옥 밀집지역을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존 한옥을 고쳐 짓는 것은 물론 낡은 양옥을 헐어내고 한옥을 신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3㎡당 3000만∼5000만원…집 한채 수십억 호가
건축비는 1000∼1500만원 수준 “아파트 2배 이상”

서울시에 따르면 누하·가회·성북동 등 한옥 밀집지역에서 서울시의 융자·보조를 받아 한옥을 개량하거나 신축하는 사례는 2008년 7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43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선 1분기에만 14건이 접수됐다.

개량·신축 작년 43건
올 들어선 1분기 14건

투자 열기가 뜨겁다 보니 투자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경복궁 동쪽 가회동 일대의 ‘북촌’을 벗어나 ‘서촌’이나 계동 현대건설 앞쪽의 운현궁 일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서촌은 행정구역상 종로구 옥인동, 체부동, 누하동, 필운동 일대로 조선시대에 아전이나 역관이나 의관 등 중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서 최근 들어 북촌을 잇는 한옥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촌 일대 한옥은 1900년대 이후 지은 생활형 개량 한옥이 대부분이다. 현재 이 곳에는 600여 동의 한옥이 남아 있다. 서촌 일대에서만 리모델링 또는 신축이 진행 중인 한옥이 10여 동에 이른다.

아직까지 한옥에 투자하는 이들은 주로 강남 큰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쓸만한 한옥의 경우 가격이 수십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북촌의 경우 현재 3.3㎡당 가격은 3000만원대에서 최고 5000만원대까지 이르고 있다. 강남 단독 주택지의 가격이 3.3㎡당 2000∼3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어지간한 재력이 아니고서는 북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이처럼 가격이 뛴 것은 한옥을 찾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한옥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북촌 일대 한옥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은 주로 한옥이 개인 취향에 맞거나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통해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자연 경관과 쾌적한 자연 환경에 이끌려 한옥을 주로 여가를 위한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사 두려는 목적이 강하다. 한옥을 신축할 경우 건축 비용 역시 많이 드는데 실제 3.3㎡당 건축비가 1000∼1500만원 수준으로, 아파트에 비해 2배 이상, 단독주택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주로 강남 큰손들이 투자
은평 한옥타운 18억 필요

하지만 아파트와 한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옥은 단층이면서 지붕, 벽 등 기본적인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기본적으로 마당과 같은 외부 공간을 같이 쓰는 개방적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건축 면적일 경우 아파트에 비해 쓰는 공간이 넓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한옥 열풍이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옥은 아파트와 기본적으로 다른 주택이어서 현대화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멋을 찾는 최근의 흐름을 타고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만 한옥은 아직은 틈새 상품에 불과한 만큼 투자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옥은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용인지, 거주용인지를 분명히 구분하고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할지, 신축할지, 아예 온전한 한옥을 살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단기간의 시세차익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불과 몇 년 전이다. 2008년 서울시가 한옥 선언을 내놓은 이후부터다. 서울시는 북촌 한옥마을 등 경복궁 북측과 서측 1종지구단위계획 구역 등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 한옥을 보전하거나 신축하면 최대 6000만원의 지원금과 4000만원의 무이자 융자 등 최고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한옥이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만족도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서울 누하동 사는 김연희(41)씨는 최근 25년간 거주한 양옥집을 한옥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8개월가량 후엔 66㎡(20평) 규모의 한옥이 들어서게 된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시가 이 일대를 한옥권장구역으로 지정하고 80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40년 된 양옥을 한옥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전업주부 이해경(43)씨는 자칭 한옥 마니아로 유명하다. 이씨는 “50년을 살았던 집인데 새로 개축된 한옥에서 지내보니 아주 상쾌하고 한옥은 건강에 좋은 집 같다”고 전했다.

건물면적 63㎡(19평)인 이씨 집은 서울시가 보조금 6000만원, 융자금 4000만원을 지원해 깔끔한 한옥으로 재탄생했다. 20cm 두께의 단열벽에, 환절기에도 거의 불편함을 못 느끼고 지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한 한옥 시공업체의 대표는 “한옥 고유의 친환경성과 정서적 친밀감이 부각되면서 시공을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누하동에서만 8가구를 신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옥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을 하는 업자는 “낡은 1층 양옥을 헐고 한옥으로 지을 경우 서울시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2008년 시 ‘한옥선언’
이후부터 인식 달라져
 
최근엔 공평동 도심재개발구역에 남아 있는 40여 가구의 한옥 주인들도 재개발 대신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 서울시에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옥전문가는 “고층 아파트 숲으로 바뀌는 서울 도심에서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한옥이 부동산 경기와 무관하게 가치를 인정받는 트로피에셋(기념비적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 같다”며 “감소 일로였던 서울 시내 한옥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옥 대신 한옥으로 신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누하동 주민 김해영씨(52)도 서울시 지원금과 집값 상승에 힘입어 최근 한옥 신축을 시작했다.

김씨는 “한때는 재건축 단지로 빨리 지정돼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건강이나 주거여건 등을 감안해 한옥을 새로 짓기로 마음먹었다”며 “서울시에서 받은 보조금 6000만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성북동의 한 중개업자는 “한옥은 위치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3㎡당 1500만∼2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며 “작년 초만 해도 관리비가 많이 들고 생활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양옥보다 300만∼500만원가량 싸게 거래됐는데 지금은 비슷할 정도로 부동산 가치가 많이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부유층 전유물서 중산층 확산
환금성 떨어져 장기 투자해야


한 한옥 전문가는 “웰빙 거주공간이란 인식도 한옥의 수요를 늘리고 있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오세훈 시장의 ‘서울 한옥선언’발표 이후 지금까지 시에 들어선 보전 대상 한옥은 총 2358가구. 발표 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1125가구)가 증가했다.

서울 한옥선언은 한옥 주거지를 보전하거나 신규 조성함으로써 시의 미래 자산으로 키운다는 사업 방침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한옥 밀집지역으로 지정되면 금전적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건물면적 66㎡(20평)짜리 한옥을 예로 들면 보조금과 융자금 도합 약 1억원이 지원된다.

개·보수에 드는 비용이 2억5000만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집 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에 한옥이 아닌 집을 헐고 한옥으로 신축하는 가구 수가 늘어나는 등 ‘한옥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아파트 일변도의 뉴타운 지구에도 한옥마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14년까지 은평뉴타운 3-2지구 단독주택부지 3만㎡에 100여 가구의 미래형 한옥마을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SH공사가 발주하는 현상 공모를 통해 전체 계획안이 선정되면, 이후 제반 절차를 거쳐 시공된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3700억원을 투입, 총 4500가구의 한옥을 보전·진흥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발주처인 SH공사의 모듈화(집단 공급) 과정을 거쳐, 드는 비용을 평당 1000만원선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에 연면적 211㎡(64평) 규모의 한옥을 지으려면 18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한옥 공사비 절감방안을 강구, 필요한 자금을 11억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 한옥을 지을 때 들어가는 공사비는 3.3㎡당 평균 1500만∼1800만원. 국토해양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해 책정한 기본형건축비(3.3㎡당 406만∼424만원)보다 최저 3.7배에서 최고 4.2배 정도 비싸다. 이처럼 한옥 공사비가 비싼 이유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데다 기계화된 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옥 공사비 가운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항목은 당연 인건비다. 한옥기술자들은 와공(기와공사 인부), 소목장, 대목장 등으로 세분화됐고 인건비도 일당 25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처럼 기계화된 시공이 불가능하고 자재 역시 규격화가 어렵다는 점도 공사단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SH공사가 한옥 공사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은평 한옥타운 내 264㎡(80평) 부지에 용적률 80%를 적용, 연면적 211㎡(64평) 규모의 한옥을 지으려면 공사비가 12억원가량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보조금으로 8000만원과 1% 저리의 융자금 2000만원 등 1억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실제 공사에 필요한 자금은 11억원이다. 여기에 땅값이 3.3㎡당 700만원대여서 추가로 6억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SH공사는 당초 단독주택용지로 공급하려던 해당 부지가격을 3.3㎡당 730만∼740만원으로 책정했다. 결국 은평 한옥타운에 연면적 211㎡ 규모의 한옥을 지으려면 18억원의 거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사업비가 은평 한옥타운 조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8년 ‘한옥 선언’이후 보존 대상 한옥을 늘리고 지원을 강화하면서 새로 짓는 한옥이 증가하고 있지만 급속히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역시 경제성 때문”이라며 “공사비가 비싸 보조금과 융자금으로 1억원을 지원받아도 직접 투자비가 만만치 않다보니 투자를 망설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평짜리 지으면
1억원까지 지원

이에 따라 사업시행사인 SH공사는 한옥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인하가 필수라고 판단, 땅값 재감정에 나서는 한편 한옥모듈화를 통해 공사비를 3.3㎡당 10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자재를 대규모로 조달하고 한옥모델을 표준화하면 한옥모듈화가 가능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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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