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018년 국민이 바라는 희망뉴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7년 붉은 닭띠가 가고 2018년 황금 개띠가 찾아왔다. 2017년은 여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였다. 3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5월 새 정부가 들어섰다. 각 분야에서 진행된 적폐청산 움직임에 사회가 들썩였고 각종 사건·사고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일요시사>는 저무는 2017년을 뒤로하고 2018년 국민들이 바라는 희망뉴스를 전하고자 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 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한 해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고른다.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최재목 영남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사회 곳곳의 곪고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시원히 도려낼 힘과 용기는 시민들의 촛불서 나왔다”며 “최근 적폐청산의 움직임이 제대로 이뤄져 올바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에도
적폐 청산

2017년은 각 분야에 적폐 청산의 기조가 섰던 해였다. 2016년 하반기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는 지난 3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우리 사회에 쌓인 폐단을 제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것.


지난 겨울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인 ‘군주민수’(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뜻으로,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를 현실화했다. 

올해 초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서울시 한모씨는 “지난해와 올해는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해”라며 “내년은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 = 2017년 남북관계는 긴장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5월14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고, 같은 달 21일에도 ‘북극성-2형’을 발사하는 등 5월에만 4차례 도발을 자행했다. 거듭된 북한의 도발에 미국에서는 ‘북폭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등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통일부는 지난 26일 ‘2017년 북한 정세 평가 및 2018년 전망’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내년 3월 평창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참가를 염두에 둔 듯한 북한의 준비 정황이 포착되면서 의외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 정상화 박차 = KBS, MBC 노동자들은 지난 9월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양대 공영방송사의 공동파업은 5년 만이다. 2012년에도 언론노조 KBS·MBC본부는 각각 최장기간 파업을 벌였지만 사장 퇴진 요구까지는 관철시키지 못했다. 물꼬를 튼 건 MBC였다.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도 재편 후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면서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군주민수에서 파사현정으로
시민의 요구, 국가가 답해야

KBS는 MBC보다는 더디지만 사태 해결의 단추를 차례로 꿰어가고 있다. 배우 정우성씨는 지난 21일 KBS 총파업을 지지하고 정상화를 기원하는 영상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참 많은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인내와 끈기를 갖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이어간다면 국민들의 눈과 귀가 여러분에게도 KBS에게도 돌아오리라 생각한다”며 격려했다.


▲활짝 열린 취업시장 = 지난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일자리 상황판이 청와대에 설치될 정도로 취업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최악의 경기 불황이 우리나라를 덮친 이때 취업률은 모든 사람에게 민감한 이슈가 된 모양새다. 특히 청년들의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청년실업률 줄이기는 정부 최대의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2018년에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가 증가하는 등 ‘역대급’ 채용이 예정돼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기조에 발맞춰 2만2000여명에 이르는 신입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에겐 최대의 희소식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 근무환경 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아진 출산환경 =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출산율 감소가 우리나라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은 올해 국내 출생아수를 36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4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에 가임기(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06∼1.07명으로 추정된다.

망가진 곳
원상태로

역대 정부가 120조원가량 쏟아 붓고도 실패한 출산정책에 문재인정부가 특효약을 제시했다. 임신기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임신초기 12주 이내 또는 조산 위험이 있는 출산 전 36주 이후만 허용하던 임신기 근로시간 2시간 단축제도를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 도입한다. 

출산율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출산환경 개선으로 방향을 바꾼 정부 정책에 힘입어 출산율 상승이 예상된다.

▲국가가 책임지는 치매 = 치매 국가책임제는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치매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치매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이 크다는 점에서 최악의 질환으로 여겨진다. 국민 100명 중 1명,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국민의 4%가 치매 질환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치매환자 줄이기에 나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의 후속대책에 따라 국가차원의 치매 극복 기술 연구개발 지원이 본격화된다. 치매의 원인규명, 예방부터 진단, 치료, 돌봄까지 근본적인 대책마련 연구가 병행된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나은 내년

▲자살자를 줄여라 =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15년 동안 자살률 분야서 OECD 국가 중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18.7명인 2위 일본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33년째 암이 1위를 차지했지만 1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는 오래됐지만 자살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인기 연예인의 자살 이후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예술계 ‘한류’ = 올해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휘자 차웅은 제10회 토스카니니 지휘 콩쿠르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를 수상했고, 피아니스트 손정범은 제66회 뮌헨 ARD 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블랙리스트·성추행 등으로 얼룩진 문단도 작가들의 해외 문학상 소식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작가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초 고은 시인이 이탈리아 로마재단서 수여하는 국제 시인상을 수상했다. 

작가 이정명은 이탈리아 출판 관련 업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문학상을 수상해 작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2018년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해외서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동이 행복한 세상 =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았던 해였다. 부모는 아이에게 끓는 물을 끼얹고 밥을 주지 않았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부모인 경우가 80%에 달한다. 피해 아동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반복적으로 학대에 노출된다. 부모뿐만 아니라 보육교사도 아이에게 손찌검을 한다. 올해 아동기관 30곳이 아동학대 전력이 확인돼 폐쇄 등의 조치를 받았다.

아동실종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시작은 아동의 실종이었다. 실종신고에 안일하게 대처한 경찰의 태도에 마주한 건 싸늘한 주검이다. 전북 전주서 실종된 다섯 살배기 고준희양은 범죄에 의한 실종 가능성이 높지만 언제 없어졌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장기 아동실종자도 전국에 분포돼있다.

5월 들어선 정부에 기대감
다시 한 번 통합의 시대로

전문가들은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공권력이 실종신고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이영학 사건 이후 경찰의 실종신고 대처가 눈에 띄게 변했고,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줄어든 학교 폭력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여학생의 사진에 대중은 충격을 받았다. 무릎을 꿇은 여학생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동급생들은 손과 발은 물론 주변 물건까지 이용해 피해 학생을 때렸다. 

이 사건 외에도 올해엔 경악할 만한 학교폭력 사건이 자주 불거졌다. 어른 싸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폭행 수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소년법’을 무기로 망설임 없이 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매년 제기되고 있지만 대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학교 내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전교조 등은 교육당국의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내년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질 예정이다.

▲내년에도! 한국 선수의 힘 = 올해는 말 그대로 손흥민의 해였다. 손흥민은 올 한 해 토트넘서 23득점을 올렸다. 1월9일 새해 첫 골을 포함 1월에만 4골을 꽂아 넣더니 지난 27일 사우샘프턴과의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1골 2어시스트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빼어난 활약으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는 등 상복도 따랐다. 2018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이적 후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연경이 펼칠 활약도 2018년 관전 포인트다. 김연경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소속팀을 이끌고 있다. 소속팀 상하이는 지난 26일 중국 산둥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서 상대 산둥을 꺾고 승리해 2라운드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한국, 일본, 터키를 넘어 중국서도 우승을 노린다.

▲적폐 청산 끝까지 = 2017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적폐 청산이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워진 적폐 청산의 기조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칼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넘어 이명박정부까지 향하고 있다. 국정원, 재계, 정치권 등은 적폐 청산 분위기에 숨을 죽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위원들과의 만찬 자리서 적폐 청산 기조를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적폐 청산은 끝까지 마지막 한 조각까지 남김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 역시 내년에도 사회의 적폐를 처단해야 한다는 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무술년 국민대통합 = 새 정부는 등장과 동시에 적폐 청산과 국민대통합을 새로운 대한민국의 두 축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선 기간 동안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아 변화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국가적 행사
국민 힘으로

그러나 2017년은 분열의 연속이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에 등장한 혐오현상이 분열을 부채질했다. 지역감정은 과거에 비해 옅어졌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거진 남녀 갈등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첨예해졌다. 

소통과 통합은 다시 한 번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는 우리나라서 첫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태극전사들은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국민의 힘이 다시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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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