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018년 국민이 바라는 희망뉴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7년 붉은 닭띠가 가고 2018년 황금 개띠가 찾아왔다. 2017년은 여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였다. 3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5월 새 정부가 들어섰다. 각 분야에서 진행된 적폐청산 움직임에 사회가 들썩였고 각종 사건·사고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일요시사>는 저무는 2017년을 뒤로하고 2018년 국민들이 바라는 희망뉴스를 전하고자 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 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한 해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고른다.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최재목 영남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사회 곳곳의 곪고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시원히 도려낼 힘과 용기는 시민들의 촛불서 나왔다”며 “최근 적폐청산의 움직임이 제대로 이뤄져 올바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에도
적폐 청산

2017년은 각 분야에 적폐 청산의 기조가 섰던 해였다. 2016년 하반기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는 지난 3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우리 사회에 쌓인 폐단을 제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것.


지난 겨울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인 ‘군주민수’(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뜻으로,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를 현실화했다. 

올해 초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서울시 한모씨는 “지난해와 올해는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해”라며 “내년은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 = 2017년 남북관계는 긴장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5월14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고, 같은 달 21일에도 ‘북극성-2형’을 발사하는 등 5월에만 4차례 도발을 자행했다. 거듭된 북한의 도발에 미국에서는 ‘북폭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등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통일부는 지난 26일 ‘2017년 북한 정세 평가 및 2018년 전망’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내년 3월 평창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참가를 염두에 둔 듯한 북한의 준비 정황이 포착되면서 의외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 정상화 박차 = KBS, MBC 노동자들은 지난 9월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양대 공영방송사의 공동파업은 5년 만이다. 2012년에도 언론노조 KBS·MBC본부는 각각 최장기간 파업을 벌였지만 사장 퇴진 요구까지는 관철시키지 못했다. 물꼬를 튼 건 MBC였다.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도 재편 후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면서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군주민수에서 파사현정으로
시민의 요구, 국가가 답해야

KBS는 MBC보다는 더디지만 사태 해결의 단추를 차례로 꿰어가고 있다. 배우 정우성씨는 지난 21일 KBS 총파업을 지지하고 정상화를 기원하는 영상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참 많은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인내와 끈기를 갖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이어간다면 국민들의 눈과 귀가 여러분에게도 KBS에게도 돌아오리라 생각한다”며 격려했다.


▲활짝 열린 취업시장 = 지난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일자리 상황판이 청와대에 설치될 정도로 취업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최악의 경기 불황이 우리나라를 덮친 이때 취업률은 모든 사람에게 민감한 이슈가 된 모양새다. 특히 청년들의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청년실업률 줄이기는 정부 최대의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2018년에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가 증가하는 등 ‘역대급’ 채용이 예정돼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기조에 발맞춰 2만2000여명에 이르는 신입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에겐 최대의 희소식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 근무환경 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아진 출산환경 =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출산율 감소가 우리나라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은 올해 국내 출생아수를 36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4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에 가임기(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06∼1.07명으로 추정된다.

망가진 곳
원상태로

역대 정부가 120조원가량 쏟아 붓고도 실패한 출산정책에 문재인정부가 특효약을 제시했다. 임신기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임신초기 12주 이내 또는 조산 위험이 있는 출산 전 36주 이후만 허용하던 임신기 근로시간 2시간 단축제도를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 도입한다. 

출산율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출산환경 개선으로 방향을 바꾼 정부 정책에 힘입어 출산율 상승이 예상된다.

▲국가가 책임지는 치매 = 치매 국가책임제는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치매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치매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이 크다는 점에서 최악의 질환으로 여겨진다. 국민 100명 중 1명,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국민의 4%가 치매 질환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치매환자 줄이기에 나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의 후속대책에 따라 국가차원의 치매 극복 기술 연구개발 지원이 본격화된다. 치매의 원인규명, 예방부터 진단, 치료, 돌봄까지 근본적인 대책마련 연구가 병행된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나은 내년

▲자살자를 줄여라 =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15년 동안 자살률 분야서 OECD 국가 중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18.7명인 2위 일본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33년째 암이 1위를 차지했지만 1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는 오래됐지만 자살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인기 연예인의 자살 이후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예술계 ‘한류’ = 올해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휘자 차웅은 제10회 토스카니니 지휘 콩쿠르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를 수상했고, 피아니스트 손정범은 제66회 뮌헨 ARD 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블랙리스트·성추행 등으로 얼룩진 문단도 작가들의 해외 문학상 소식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작가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초 고은 시인이 이탈리아 로마재단서 수여하는 국제 시인상을 수상했다. 

작가 이정명은 이탈리아 출판 관련 업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문학상을 수상해 작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2018년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해외서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동이 행복한 세상 =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았던 해였다. 부모는 아이에게 끓는 물을 끼얹고 밥을 주지 않았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부모인 경우가 80%에 달한다. 피해 아동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반복적으로 학대에 노출된다. 부모뿐만 아니라 보육교사도 아이에게 손찌검을 한다. 올해 아동기관 30곳이 아동학대 전력이 확인돼 폐쇄 등의 조치를 받았다.

아동실종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시작은 아동의 실종이었다. 실종신고에 안일하게 대처한 경찰의 태도에 마주한 건 싸늘한 주검이다. 전북 전주서 실종된 다섯 살배기 고준희양은 범죄에 의한 실종 가능성이 높지만 언제 없어졌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장기 아동실종자도 전국에 분포돼있다.

5월 들어선 정부에 기대감
다시 한 번 통합의 시대로

전문가들은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공권력이 실종신고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이영학 사건 이후 경찰의 실종신고 대처가 눈에 띄게 변했고,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줄어든 학교 폭력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여학생의 사진에 대중은 충격을 받았다. 무릎을 꿇은 여학생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동급생들은 손과 발은 물론 주변 물건까지 이용해 피해 학생을 때렸다. 

이 사건 외에도 올해엔 경악할 만한 학교폭력 사건이 자주 불거졌다. 어른 싸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폭행 수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소년법’을 무기로 망설임 없이 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매년 제기되고 있지만 대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학교 내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전교조 등은 교육당국의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내년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질 예정이다.

▲내년에도! 한국 선수의 힘 = 올해는 말 그대로 손흥민의 해였다. 손흥민은 올 한 해 토트넘서 23득점을 올렸다. 1월9일 새해 첫 골을 포함 1월에만 4골을 꽂아 넣더니 지난 27일 사우샘프턴과의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1골 2어시스트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빼어난 활약으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는 등 상복도 따랐다. 2018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이적 후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연경이 펼칠 활약도 2018년 관전 포인트다. 김연경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소속팀을 이끌고 있다. 소속팀 상하이는 지난 26일 중국 산둥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서 상대 산둥을 꺾고 승리해 2라운드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한국, 일본, 터키를 넘어 중국서도 우승을 노린다.

▲적폐 청산 끝까지 = 2017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적폐 청산이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워진 적폐 청산의 기조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칼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넘어 이명박정부까지 향하고 있다. 국정원, 재계, 정치권 등은 적폐 청산 분위기에 숨을 죽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위원들과의 만찬 자리서 적폐 청산 기조를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적폐 청산은 끝까지 마지막 한 조각까지 남김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 역시 내년에도 사회의 적폐를 처단해야 한다는 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무술년 국민대통합 = 새 정부는 등장과 동시에 적폐 청산과 국민대통합을 새로운 대한민국의 두 축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선 기간 동안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아 변화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국가적 행사
국민 힘으로

그러나 2017년은 분열의 연속이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에 등장한 혐오현상이 분열을 부채질했다. 지역감정은 과거에 비해 옅어졌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거진 남녀 갈등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첨예해졌다. 

소통과 통합은 다시 한 번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는 우리나라서 첫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태극전사들은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국민의 힘이 다시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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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