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재벌총수들의 ‘여름나기 밥상’ 공개

“세끼 꼬박 챙겨먹는 게 최고의 보양식!”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전례 없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들은 상승하는 기온과 반대로 기력이 떨어져만 간다. 스태미나를 보충해줄 삼계탕 한 그릇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재벌 총수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수많은 임직원을 거느리고 기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탓에 정신적?육체적 체력소모가 누구보다 심할 수밖에 없다. 총수들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체력관리가 필수다. 특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엔 ‘수라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 총수들의 기력을 빵빵하게 채워줄 ‘그들만의 밥상’을 들여다봤다.

90세 재계 맏형 신격호 회장, 돌솥비빔밥 예찬론 펼쳐
이건희 회장 서민적 입맛에 눈길…“된장찌개가 최고”

올해 90세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명실상부한 재계의 ‘맏형’이다. 신 총괄회장의 공식적인 나이는 1922년생이지만, 실제론 1918년생이란 얘기도 있다. 지난 2월 차남 신동빈에게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명예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총괄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한일 양국을 오가는 이른바 ‘현해탄 경영’을 시작, 3?11 대지진 직전까지 홀수 달엔 ‘신격호’가, 짝수 달엔 ‘시게미쓰 다케오’가 됐다. 현재 4개월째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거의 매일같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주요 경영현안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는 등 왕성한 경영활동을 펴고 있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 있다는 반증이다.

강신호 회장
건강비결 ‘소식’

그는 평소 한식과 일식을 즐긴다. 40년 넘게 해온 셔틀 경영패턴이 식탁 위로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아침은 통상 죽으로 해결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한식과 일식을 번갈아가며 먹는다.

그런 신 총괄회장이 으뜸으로 꼽는 여름 건강식은 돌솥비빔밥이다. 별다른 양념 없이 7가지 야채와 갈비만으로 맛을 낸다. 여름철 무더위로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아 준다는 게 그 이유다. 신 회장은 “무더운 여름철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 담담한 맛이 좋다”며 돌솥비빔밥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보양식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건강관리에 가장 중요하다는 게 신 회장의 지론이다. 신 회장은 아무리 급한 현안이 있어도 식사시간만큼은 정해진 시간에 거르지 않는다.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에서다.

신 회장 다음으로 재계 큰형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도 85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의 ‘건강맨’이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장장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특별한 보양식을 즐기진 않는다. 다만 강 회장은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는 식사량을 80%로 엄격히 제한한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짜고 매운 음식은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 특히 아침은 필수. ‘토스트, 인절미, 주스…’가 강 회장의 아침 식단이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해 70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식단은 ‘재계 1위 기업 총수’라는 타이틀과 달리 굉장히 서민적이다. 어떤 음식보다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된장찌개를 가장 선호한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외식을 할 때 주로 찾던 신라호텔의 된장찌개가 국내에서 가장 맛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은 현재 없어진 상태다.

이 회장은 여름철 별미로 콩국수를 즐긴다. 실제,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 회장을 위해 삼성본관 부근 식당에서 냉콩국수용 국물을 사가는 모습이 이따금씩 포착되기도 했다. 간식으로는 곰보빵, 단팥빵, 크림빵 등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시절 추억 때문이라는 게 삼성그룹 측 설명이다.

67세인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소탈하고 검소한 입맛을 가졌다. 구인회 창업자부터 내려온 근검절약 정신이다. 그래서 구 회장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식성 또한 왕성하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과거 보신탕을 즐겼지만 선친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는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소식을 원칙으로 찌개와 생선류 등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 구 회장의 간식거리는 수제비와 칼국수 등이다.

강철체력 박삼구
가리는 것 없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재계 대표 강골이다. 타고난 건강체질인 정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럭비, 레슬링 등으로 몸이 단단히 다져져있다. 74세인 지금도 젊은 시절의 유연성과 근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의 활발한 현장경영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도 자주 나갈 정도로 건강만큼은 자부하고 있는 것.

재계 대표 강골 정몽구 회장, 가리는 것 없는 잡식성
조양호·조석래 회장 보양식보다 운동 등으로 건강관리

선천적으로 건강한 때문인지 특별한 보양식을 챙기진 않는다.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게 전부다. 딱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뭐든 잘 먹는 잡식성(?)이다. 임직원들과 직원식당을 찾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띌 정도로 서민적인 식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굳이 선호하는 음식을 꼽자면 김치찌개가 있다. 해외출장 중에도 오로지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현지 한식당을 찾을 정도다. 정 회장은 라면을 자주 먹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정 회장의 가방 한켠엔 늘 라면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정 회장 못 지 않은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매일 아침 5시면 집을 나와 조깅과 헬스로 아침을 시작한다.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에 그룹 임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만능 스포츠맨 회장님’. 특히 수영과 골프는 즐기는 수준을 넘어 프로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력만큼이나 식성도 정 회장과 큰 차이가 없다. 평소 ‘음식을 가리지 말고 잘 먹자’고 강조하며 한·중·일·양식을 가리지 않는다. 비서실에서 식사예약을 할 때 딱히 주문하는 메뉴가 없다는 게 그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젊은 회장님’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젊은 입맛’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총수들과 달리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 매운 볶음류 등을 자주 먹는다. 종종 사무실에서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시켜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올해 56세로 다른 기업 총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공감되는 식단이다. 다만 아침식사는 ‘정도’를 지킨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밥, 국, 찌게에 생선류 등 다양한 반찬을 곁들인다.

올해 52세인 최태원 SK 회장은 숨가뿐 현장경영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 회장의 밥상은 잘 차려진 성찬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차려진다. 특히 현지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으며 워낙 바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기보다 하루 세끼를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아침을 빵과 주스로 대신한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행사가 있을 때는 장소에 따라 양식, 한식, 일식을 가리지 않는다. 요즘 같은 여름엔 삼계탕과 대구탕 등 얼큰한 탕 종류를 즐긴다.

서경배(49)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추어탕으로 여름을 버텨낸다. 홍보 및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추어탕과 함께 복요리를 즐겨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계탕도 가끔 먹지만 보신탕은 가까이 하지 않는 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웅렬 회장
젊은 입맛 눈길

이밖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3)은 특별한 보양식을 찾기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제때 먹는 스타일이다. 대신 걷기를 운동 이상 취미 활동으로 즐기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운동을 겸해 각지를 돌며 찍은 사진을 달력으로 만들어 매년 지인들에게 선물할 정도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7)도 마찬가지다. 음식보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목욕법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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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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