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묵 깨고 입 연 박근혜 속내

‘미래권력’ 혀에 요동치는 정치권 ‘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미래권력’이 입을 열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이례적으로 직접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 의지를 밝혔다. 자신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수도권 출마설’, ‘비례대표 출마설’을 일축한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당이 술렁거렸고 지역구를 챙기며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 되기도 했다. 한편 대선캠프가 꾸려질 시기도 점쳐지는가 하면 다른 잠룡들의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선 불출마, 수도권 출마설 일축 입장 표명
만족할만한 공천 결과면 선대위원장 맡을 듯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 조직위원회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과 관련해 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완전 오보”라며 “유권자께 약속드린 것이 있는 만큼 끝까지 신뢰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총선 지역구 불출마설을 일축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말한 ‘유권자와의 약속’은 1998년 보궐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국민회의 엄삼탁 후보가 “박근혜 후보는 이번 선거를 마치고 지역을 떠날 것”이라는 공격에 “지역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을 의미한다.

실제 그동안 박 전 대표가 내년 대통령선거에 나가는 만큼 총선에는 불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만족할만한 공천
선대위원장 예상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는 내년 총선이 당내 경선을 유리하게 이끄는 중요한 관문임과 동시에, 대권을 움켜쥔다는 가정 하에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따라서 차기 총선은 박근혜 중심의 선거로 치러져야 하며, 공천권 행사의 범위도 무엇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선지 박 전 대표는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총선 지원 유세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공천을 얼마나 진정성 있고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하느냐가 중요하고, 만약 이것이 전제가 안 되면 어떻게 우리가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가 잘하겠다고 말을 하겠나”고 말했다.
 
또 “지금은 지원유세를 할 것인지를 말할 때가 아니라 총선 전에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는 만족할만한 공천 결과가 나온다면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당내 영향력과 정치적 무게를 볼 때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 대통령 특사로 유럽 순방 중에 “내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말한 ‘적극적 활동’이 ‘적극적인 지원유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선거는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평 당원 신분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왔던 그이기에 평 당원 신분으로 지원유세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칙공주’로서 자신의 발언을 뒤집지 않는 이상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권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구 챙기며 대선 준비 가능 하겠냐’ 비판적 시각도
올 연말·총선 직후, 대선캠프 발족 시점 두고 설왕설래


당내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심판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으로선 총선 참패에 대한 공포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총선 위기감’과 박 전 대표의 지역구 인근의 대구·경북에서조차 반한나라당 정서에 의한 무소속 돌풍이 예고되는 등 사면초가의 상태다.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면 총선참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대권레이스는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용한 처세와 절제된 신비주의로 일관했던 박 전 대표라고 해도 대선을 위한 기반다지기와 대선승리를 위해 내년 총선에서 방관자가 아니라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원유세 차질
재보선 불가피

박 전 대표의 내년 총선 지원유세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일부 의원들의 경우 벌써부터 지원유세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우리는 애초 박 전 대표가 총선에 불출마하고 대선에만 주력하거나 비례대표 하위순번을 받고 총선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면서 “자기 선거를 뛰면서 당 전체 선거를 지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의 생각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 대선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지…”라며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미 박 전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현 지역구에 출마하고도 사실상 전국적 지원유세를 하며 120석을 건지는 성과를 보였다”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도 “지금 상태에서 이른 감은 있지만 본인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전국을 지원하는 것이 도움인지, 어려운 지역을 골라 출마해 그 지역구에만 묶여있는 것이 도움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하며 박 전 대표의 지역구 출마가 당 내적으로도 도움 된다고 역설했다.

대선에 출마할 경우 지역구 재보선이 불가피해 그것이 정말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거 사례와 지역민심을 들며 반박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갖고 대통령 선거에 임했던 분들은 후보등록 직전 또는 후보등록을 하는 날 사퇴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반년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며 “대선후보라는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할지 아니면 신인을 국회의원으로 맞이하길 더 희망하는지는 달성군민인 유권자들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대선캠프 발족시점
박근혜 “어이없다”

박 전 대표가 총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선캠프 구성 시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대선을 1년 5개월 앞둔 2006년 7월 ‘안국포럼’을 결성하고 캠프를 공식 출범했으며, 박근혜 후보는 2006년 9월 출범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경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캠프 구성이 늦은 점이 지목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앞두고 조기에 캠프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 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위협할 만한 뚜렷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 박 전 대표가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박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캠프를 구성하면 오히려 대권경쟁을 조기에 가열시키는 효과로 후발주자들에게는 역전의 시간과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제기됐다.

총선 뒤 다양한 친박계 인사가 원내에 진입한 후 캠프를 꾸리는 것이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분석에 당 내에서는 캠프 구성 시점이 내년 총선 직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며 몇몇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캠프 구성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추측과 보도들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닌 완벽한 오보”라며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드려 확인했더니 한마디로 어이없어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내년 총선 이후면 5월인데 그때 경선캠프를 꾸려 8월의 당내 경선을 치른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 내에서는 당 안팎의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만큼 캠프 구성이 지난 대선보다는 다소 늦어지되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래권력’의 말 한마디에 여러 가지 설들이 제기되고 설왕설래 요동치는 정치권. 대권을 향한 그의 본격 레이스가 올해 말로 예측됨에 따라 그를 향한 견제세력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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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