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제1야당 원내사령탑 김성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1:22:52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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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집 돌아간 철새의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 박근혜)색이 빠질 모양새다. 신임 원내대표에 김성태 의원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친홍(친 홍준표)’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철새 대장’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탈당과 복당을 반복했다. 이번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며 이 같은 오명을 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원내대표에 3선 김성태(서울 강서을) 의원이 지난 12일 선출됐다. 이 가운데 비박계(비 박근혜)이자 친홍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55표라는 표를 얻은 데에는 일부 친박계들의 표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차 투표 과반
홍과의 궁합은?

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함진규(재선)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에서 전체 108표 중 절반을 넘긴 55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35표의 홍문종(4선, 의정부을)-이채익(재선) 조를 20표 차로 눌렀다. 한선교(4선, 용인병)-이주영(5선) 조는 17표를 얻는 데 그쳤다. (무효 1표)

김 원내대표의 55표를 분석해보면 바른정당 복당파 22명과 심재철 부의장 등 한국당에 잔류했던 비박계, 강효상·전희경·윤한홍 등 친홍계 의원들을 포함하면 대략 30∼40표가 된다. 


따라서 김 원내대표에게는 15∼25명의 친박 내지는 범친박 표가 더 모인 것이다. 당내 대략 60여명으로 분석되는 친박들 표가 홍문종-한선교-김성태 후보에게 각각 나뉘어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12월16일 치러진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박계인 정우택 대표가 119표 중 66표로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정우택 후보를 뽑은 66명의 표가 친박계 지지를 나타낸다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선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35표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나머지 30여표가 김 의원이나 한 의원에게 옮겨간 것이 된다.

문 정권 상대로 날카로운 전사 역할
탈·복당 반복 대표 철새 정치 각인

김 원내대표 당선은 ‘비박·친홍계’로 분류되는 한국당의 한계를 절감한 의원들이 변화를 선택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도로 친박당’ 타이틀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의원들의 평가가 1차 투표서 과반의 지지를 보내 김 의원을 원내사령탑으로 탄생시켰다는 것.

홍 대표의 지원사격도 김 원내대표의 당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홍 대표는 당내 반발을 의식하면서도 경선 초반부터 김 원내대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우군 노릇을 해왔다. 

자신과 정치적 방향성을 같이 하는 김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친박 좌장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의원총회 개최와 당협위원장 등 당 조직 정비에도 힘을 받게 됐다. 

홍 대표는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오늘부터 친박은 없다”며 “제대로 된 야당을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친홍 대 비홍(비 홍준표)’ 대결구도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선서 친홍 측과 복당파의 지지를 받은 김-함 조가 당선됨에 따라 홍 대표에게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홍·한 의원은 ‘홍준표 사당화 방지’와 ‘계파 청산’ 등을 내세워 옛 친박계와 중립지대 의원들을 공략하며 비홍 표심 결집을 시도했지만 결국 표가 분산되면서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중동 건설현장 
노동자 출신

여기에 김 원내대표의 정책 선명성과 야성 강화 메시지도 막판 표심 획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원내대표의 등장은 당내에선 인적 쇄신 동력, 정치권에선 보수통합 가능성 증가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우선 김 원내대표를 지지했던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당의 인적·조직·정책 쇄신을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기반을 마련했다. 

김 원내대표가 원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한국당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강성 야당’과 투쟁력을 내세운 김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언한 김 원내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만큼 한국당의 향후 원내 전략은 여권과 잦은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권력 지형 역시 홍 대표의 장악력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내 친박 청산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소감을 통해 “우리는 야당이다. 잘 싸워나가는 데 너와 나가 있을 수 없다”며 “의원 각각의 의견을 용광로에 모두 녹여 문재인정권의 독주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정견발표를 통해 “친박·비박 찾다가 쪽박찬 집구석인데 또 무슨 염치로 친홍·비홍이냐”며 “어떤 사당화 계파가 우려되면 앞장서서 깨겠다. 당면과제는 문재인정권과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원내대표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향후 원내 관계를 고려해 미묘한 차이가 담긴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쟁이 아닌 생산적 관계 속에서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반면 야당인 국민의당은 국정 농단 세력임을 재확인한 뒤 거대 양당의 공생정치를 지양하고 혁신의 길을 갈 것을 거론했다. 

바른정당은 이번 선거서 벌어진 친홍 패권의 줄 세우기를 비판하며 민생을 살피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전상태인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신임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 원내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산적한 민생·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시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사일정과 안건 등에 대한 조속한 협의에 나서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원내 동반자로서 정쟁이 아닌, 상생과 협치를 통한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국정 농단의 책임 있는 세력으로 국민들에게 낙인찍혀 있는 현실서 혁신의 길을 잘 해나가길 바란다”며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의 정치형태를 지양하고 다당제 국회의 현실에 맞게 건전한 정당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논의와 경쟁이 가능한 분들이 당선돼 다행스럽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 변하여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국회, 완승도 완패도 없는 대안을 내세우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권성주 대변인은 “국민과 민생을 살피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면서도 “대표 선출 과정에 친홍이냐 친박이냐 밖에 없었던 줄 세우기식 선거를 지켜보면서 씁쓸한 마음 금치 못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1958년 경남 진주서 출생했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후 강남대학교 법학 학사 및 한양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날라리 이미지 
벗을 수 있을까


KT에 입사, 노동조합 간부를 역임하고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지냈으며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에 당선돼 4년간 활동한 후 다시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복귀했다. 2003년에는 노사정위원회 노동계 대표로 나서 주5일 근무제 시행 관련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8년 한나라당에 입당,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특별시 강서구을에 출마했으며 당시 현역이던 통합민주당의 노현송 의원을 꺾으면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도 호남 3선 중진 출신의 김효석 의원을 누르고 당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도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을 이기며 3선의 중진 의원이 됐다.

국회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명절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명절 떡값 신고’난을 개설하는 데 앞장섰고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고용상 연령차별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친홍체제 더욱 강화 전망
친박계 표심 작용 분석도 

지난해 말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국정조사에 부적절한 사유서를 제출한 최순실이나 불성실하고 거만한 태도를 취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증인들의 불량한 태도에 호통을 쳐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에는 탄핵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 7월 최순실 일가의 은닉 재산을 몰수하기 위한 특별법 발의를 위해 열린 의원모임서 유일하게 한국당 의원으로 참여했다. 

 

그랬던 그가 2017년 5월2일 비 유승민계 의원들과 함께 또 다시 탈당해 홍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당시엔 대선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서 차기 정권 안에서 권력 지분과 지방선거 밥그릇 챙기기 위해 한국당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정치 철새’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창당의 이유를 ‘보수개혁’이 아닌 대선 후보를 내기위한 방편에 불가했다는 것을 직접 언급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한국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김성태 의원에 대해 ‘대장 철새‘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하 위원은 김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당선 이유는 (김 원내대표가) 홍준표를 비판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먹혔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놀란 것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기가 친홍이 아니라고 계속 부인을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사실 친홍계라고 하기 어렵다”며 “홍 대표 쪽의 표를 잡기 위해 뒤로 손을 잡고 앞으로는 아닌 척 했지만 두 사람 간의 갈등도 생길 수가 있다”며 “그 두 사람이 ‘독고다이’, ‘독고다이’끼리 화합이 잘 되겠냐”고 힐난했다. 

야합? 협치? 
당분간 대치정국 

 
한때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국민들 사이서 ‘갓성태’로 불리던 김 원내대표의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탄핵을 주도하며 좋은 이미지를 쌓았지만 명분 없이 복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라기보다는 철새 대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향후 김 대표의 첫 과제는 철새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cmp@ilyosisa.co.kr>

 

[김성태는?]

▲경남 진주(59) ▲국립 진주기계공고 ▲강남대 법학과 ▲한양대 행정대학원 석사 ▲한국노총 사무총장 ▲국회 비정규직차별해소포럼 대표의원 ▲국회 예결위·환노위·국토위 간사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위원장 ▲18·19·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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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