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안에서 손가락질 받는 사연

차별화로 ‘정권 재창출?’, 잘못하면 ‘정권 재교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의 ‘청와대 때리기’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잇단 반기를 들며 당·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공연하게 ‘레임덕’을 언급하면서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점을 감안하면 때 이른 변화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거세게 나올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집권 후반기 대통령 노골적 공격하는 과거 관행 답습
홍준표 “MB, 딴 건 잘하나 정치는 잘 못해” 직격탄

노태우 정권부터 여당 대표가 집권 후반기 들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차기 대선을 위해 당·청 차별화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당권을 잡자마자 청와대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듯 연일 정권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당·청 일체’를 강조하며 “정부와 청와대와 당이 충돌하면 공멸한다”고 강조했던 홍 대표이기에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최고위원과 중도 쇄신파들까지 청와대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홍반장의 MB 비난
청, ‘살살 좀 하지...’


홍 대표는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다”, “인사를 잘못해 국민들이 실망하고 마음이 떠나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기 혼자만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같이 가야 하는데 ‘나 혼자 가야 하니까 따라와라’ 해서는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며 “(이 대통령이) 회사 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해 지난 3년 반 동안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밤 12시에 주무시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 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정치를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발언의 수위를 놓고 본다면 여당 대표가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평소 당·청 일체를 강조해왔던 홍 대표였기에 급격한 입장 돌변을 둘러싸고 당 안팎의 파문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왜 갑자기 그런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인 의견과 “홍 대표의 지적이 맞다”는 반응이 뒤섞여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즉각적인 반론을 펼치지 않는 것은 여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당·청간의 협력모드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특히 8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의 협조를 통해 주요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맞대응이 부담스러운 이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홍 대표의 비판과 관련해 “강연을 직접 듣지 않아서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는 본인이 생각했던 아쉬움들을 말씀하신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이 정치를 못한다거나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홍 대표의 비판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홍 대표 취임 이후 공을 들여온 당·청 간 협력관계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그동안 홍 대표가 요구한 ‘당·정·청 9인 회동’ 폐지, 국정현안조정회의 신설, 주요 인사 발표 전 사전 통보 등을 모두 수용했고 실천했다. 주요 국정과제의 마무리와 임기 말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의 부정적인 기류 속에서도 임명을 강행한 ‘권재진 법무부장관·한상대 검찰총장 카드’가 홍 대표의 지원으로 반발이 수그러들자 일종의 고마움의 표시라는 견해도 있다.


당·청관계 주도권
잡기 위한 포석?


홍 대표의 이 같은 비판에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두 갈래로 엇갈린다.

우선 ‘한나라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선도론’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청와대가 인선 해서 통보하면 당이 감싸주는 거수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집권여당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도가 낮아지는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상대적인 차별화를 꾀했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홍 대표 체제’를 조기 안착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당직 개편 등을 둘러싸고 지도부간 불협화음이 극도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당·청 간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제고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이날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홍 대표 특유의 직설화법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표현된 것일 뿐이며 실제로 홍 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 권재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나온다.


MB 조기 탈당
압력 넣기 해석도


이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홍 대표만이 아니다.

MB정권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지금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똑같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완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대통령) 레임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민심을 거스르는 일들이 나오면 결국 재집권을 놓치는 것이고, 그것은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듣기에 따라 청와대 측에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뜻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도 그렇고 대선 예비후보인 박근혜, 김문수 등도 ‘MB노믹스’와는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행복한 경제’를 위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전당대회 직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하고, 대통령은 참고 따라와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온 나라가 썩었다’는 말을 했는데 남 말 하듯이 할 말은 아니다”고 밝혔고, 중도 쇄신파의 정태근 의원은 “당 개혁 핵심은 이명박 정부에 종속된 한나라당을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는 당당한 한나라당’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이윤성 의원 등 중진들은 “시각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입조심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친박계와 중도 쇄신파들의 분위기는 간단치 않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미 친박 진영에서는 내년 선거를 위해 해야 할 것이 MB와의 단절뿐이란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 권력구도가 당 중심으로 재편돼야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차별화 전략은 반복돼왔다. 정국 장악력이 떨어진 대통령을 비판한 뒤 종국에는 탈당까지 유도해 현 정부와 단절된 새로운 이미지로 대선에 임하곤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탈당 이후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 자신도 역시 15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 갈등을 겪다가 탈당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각 대선 7개월과 9개월 전에 당적을 정리했다.


지나친 차별화는
국정파행 부를 수도


말로만 하는 차별화는 종종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에게 불쾌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차별화를 하되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을 해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차별화가 아닌 정책적 차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차별화는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 진영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YS 인형 화형식’을 가졌지만, 이는 YS의 방관을 불렀고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출마로 이어져 대선 패배라는 쓴잔을 들었다.

대통령 짓밟기 시점도 너무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다. 너무 빠른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국정운영의 파행을 부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국민에게 손해가 돌아가게 된다. 게다가 차기 대권주자도 아닌 홍 대표의 발언은 격과 시점, 방식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임기 말에 이를수록 국민적 식상감이 커지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여당에서는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여당이 청와대와의 공동운명체로서 힘을 모으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을 벗어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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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