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문화 만신창이’ 유인촌 문화특보

MB 사랑 먹고 사는 ‘공공의 적’ 돌아왔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촌사마’가 돌아왔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문화특보 ‘완장’을 차고 이명박 대통령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1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6개월 만이다. 그러나 축포는 울리지 않았다. 환호와 박수소리도 없다. 국민들 표정도 오묘하다. 마치 벌레를 씹었을 때의 그것과 같다. ‘촌사마의 귀환’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좌파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라” 발언으로 정쟁 첫발
‘회피연아’ 동영상 유포 네티즌 고발…파리 잡으려 진검

전북 완주 출신인 유인촌 문화특보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정통 연기자다.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둘째아들 ‘용식’ 역을 22년간 연기해 시청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유 특보는 1990년 현대건설의 성공신화를 다룬 TV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역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런 인연으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는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았으며 대통령선거 때는 선거유세에 함께 나서 열성적으로 돕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 2008년 2월 문화부장관에 올랐다. 이로써 유 특보는 영화감독 출신 이창동 전 장관, 연극인 출신 김명곤 전 장관에 이은 ‘탤런트 출신 문화부장관’이 됐다.

현대건설 드라마로
MB와 인연 맺어

유 특보는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던 ‘경제적 특권층’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재산 140억원이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유 장관은 스타였고 CF에도 많이 출연했다. 재산 증식과정을 20여년 간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봐온 셈이다. 선하고 친근한 동시에 책임감 있는 이미지를 수십년 간 지켜온 탤런트 출신 정치신인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타업종에서 확고한 인지도와 지위를 쌓은 사람도 일단 정계에 입문하면 이미지 하락을 겪게 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유 특보의 이미지 하락도 어느 정도는 예견돼 있었다. 그러나 유 특보의 경우 하락을 넘어 추락을 했다. 떨어지는 것엔 날개가 있다는 통념도 그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나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수직하강 했다. 모든 게 그의 부적절한 언행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건 취임 직후.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직 산하기관장 등에 대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문화계 요직을 장악한 좌파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라는 압박이었다. 당연히 해당 인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예술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었다.

유 특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물갈이 작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15살이나 많은 선배에게 반말을 하는 등 무례한 언사가 폭로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유인촌 장관이 나를 쫓아내려고 여러 사람이 모인 기관장회의 때 반말로 지시를 하면서 모욕을 줬다”며 “(재임 시절) 막말과 삿대질, 회유와 압력 때문에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김 전 관장은 “내 발로 걸어 나가게 하려고 유 장관이 일부러 모욕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낭패를 본 일도 있다. 지난 2008년 청와대서 열린 올림픽 선수단 초청 만찬에서 IOC선수위원으로 선출된 문대성씨에게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 거야”라고 말한 것. 그의 IOC위원 선출과 관련해서 국가예산이 2억여 원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 ‘공개 아부발언’에 진땀을 빼야 했던 건 문화부 실무자들이었다. 문화부 대변인실은 국회 7층 기자실을 다섯 차례나 찾아 “접대비나 선물비 같은 IOC 규정에 어긋나는 로비자금으로는 일절 쓰이지 않았고, 홍보물 제작이나 베이징 현지 체제비, 항공료, 통역비 등에 전액 소요됐다”고 일일이 해명해야 했다. 자기 부처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문씨의 IOC위원 박탈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 배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문화부 실무자들의 초조함이 배어있는 대목이다.

국민들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문화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학부모를 향해 “세뇌 당하셨네요”라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 이 영상에 따르면 유 특보는 문광부 정문 앞에서 1인시위 중이던 학부모에게 “자제 분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내가 다 확인을 해드렸고 믿음을 줬다. 학부모께서 이렇게 오실 필요가 없다”면서 시위를 철회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시위 학무모가 “부모 된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요청하자 유 특보는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 시켰지?”라고 말했다. 이 일로 야당의 집중포화가 이어졌고 유 특보는 만신창이가 됐다.

MB 공개 아부발언에
문화부 진땀 빼기도

그의 ‘막말시리즈’의 정점은 단연 지난해 국회에서의 폭언이다. 자신을 ‘MB의 졸개’라 부르는 야당 의원의 발언에 유 특보는 애꿎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성질이 뻗쳐서” “찍지마. 에이 씨X”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시위 학부모에 “세뇌 당했다”…기자에 “찍지마, X발”
문화예술계 ‘공공의 적’…“그래서 배우로 못 돌아갔나”

문제가 커지자 화들짝 놀란 유 특보는 고개를 숙이며 사태를 진화하려 했으나 반응이 썩 좋진 않았다.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당시 유 특보는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언짢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한다”면서도 국감장에서의 상황이 자신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럴만 했다는 것이었다. 형식적인 사과에 비난이 줄을 이었다.

‘막나가는’ 유 특보에 굴욕을 안겨준 사건도 있다. ‘회피연아’ 동영상이 바로 그것. 이 동영상에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선수단이 입국하던 지난해 3월 유 특보가 인천공항에 마중을 나가 김연아에게 화환을 걸어주고 어깨를 다독이려고 할 때 김연아가 몸을 뒤로 빼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물론 이 영상은 원본이 아니다. 중간 부분을 잘라 실제 속도보다 빠르게 돌린 편집본이었다.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빠르게 퍼 날랐고 이를 본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유 특보 단 한명만은 웃지 않았다. 대신 해당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네티즌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파리 한 마리 잡으려 진검을 빼든 형국이었다. 비난의 화살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그러자 유 특보는 “지난날 이 동영상을 유포한 네티즌을 고소했던 것은 인터넷 악플에 대한 교육적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네티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네티즌들은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고 논란의 불씨는 더욱 크게 타올랐다.

결국 사태는 유 특보가 해당 네티즌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마음속엔 앙금이 남았다. 이 때문에 유 특보는 역으로 네티즌들에 고소를 당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 네티즌이 유 특보를 아이패드 불법사용자라며 중앙전파관리소에 신고한 것.

당시 전파관리소는 “아이패드에 대해 전파인증과 형식등록을 거치지 않은 채 유통·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금지했다”며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침대로라면 아이패드를 사용한 유 특보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전파법에 따르면 인증 받지 않은 방송통신기기 등을 이용하거나 관련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최대 2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문화부는 “브리핑이 전자출판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패드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수많은 논란을 뒤로 한 채 유 특보는 지난 1월26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장관직을 맡은 지 약 3년만의 일이었다. 현 정부 장관 중에서는 최장수였고 역대 문화장관 중에서는 김영삼정부 5년 동안 재직한 오인환 장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장관 퇴임 이후 유 특보는 안양교도소 소년원생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각종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에 세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장관을 그만 두고 배우로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 어긋난 때문이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중의 조롱을 받으며 예전에 가지고 있던 친근한 이미지를 대부분 잃어버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계에서 평가가 좋지 않아 복귀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우세했다.

유 특보는 장관 재임시절 문화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문화예술의 자율성 회복을 위한 미술인’은 성명을 통해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위기에 빠뜨린 유인촌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도 나섰다. ‘한예종 사태를 염려하는 영화감독 100인’은 “완장과 명찰의 정치를 예술과 학문의 영역에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유 특보의 옛 ‘나와바리’도 다르지 않았다. 연극 연출가와 배우 등 연극인 1037명은 “문화와 예술의 환경조차 관치로써 재단하는 퇴행적 행태는 문화대중 및 예술인의 자존심과 정신적 생명권을 참담한 지경으로 유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엔 그의 제자도 끼어있었다. 이 모든 참상이 불과 그의 장관 취임 1년 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쯤 되니 그가 어째서 배우로 돌아갈 수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심지어 믿었던 정부마저 등을 돌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는 200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서 92개 공공기관 중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또 ‘경고’ 조치를 받은 17개 기관 중 무려 23%에 해당하는 4개 기관(방송광고공사ㆍ체육진흥공단ㆍ국제방송교류재단ㆍ예술의전당)이 문화부 산하였다.
이 같은 업적(?)에 누구도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는 기대치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유 특보는 장관 퇴임 6개월만에 이 대통령 곁으로 돌아왔다. 유 특보를 향한 이 대통령의 ‘무한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로 유 특보는 이변이 없는 한 출발을 같이한 이 대통령과 퇴진도 같이하는 ‘순장 참모’가 될 전망이다.

이기명 후원회장
“MB랑 같이 죽어라”

이를 두고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인촌 잘 생각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죽어야지”라고 평했다. 그는 “확실히 문제가 심각하다. 대통령이 잘못된 여론을 듣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그렇게 비난을 받은 유인촌 문화특보라니. 해도 정도가 있다”며 강하게 꼬집었다.





<유인촌 문화특보 프로필>

이명박 대통령의 ‘무한사랑’

학력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 석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사 
한성고등학교 

경력

2008.02~2011.0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08.01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
2008.01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 상근자문위원
2007.04 대덕연구개발특구 홍보대사
2007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장 직무대행
2005.11 제2기 환경부 환경홍보사절
2004~2007.01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2002.03 산림청 산림홍보대사
2001.09~2004.03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소장
2000.10 환경부 환경홍보사절
2000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1997.08~2004.03 중앙대학교 예술대 연극학과 조교수
1997.06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1997~1999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1996.06 제35차 IAA 홍보위원, 공식모델
1974 MBC 공채탤런트 6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