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문화 만신창이’ 유인촌 문화특보

MB 사랑 먹고 사는 ‘공공의 적’ 돌아왔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촌사마’가 돌아왔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문화특보 ‘완장’을 차고 이명박 대통령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1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6개월 만이다. 그러나 축포는 울리지 않았다. 환호와 박수소리도 없다. 국민들 표정도 오묘하다. 마치 벌레를 씹었을 때의 그것과 같다. ‘촌사마의 귀환’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좌파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라” 발언으로 정쟁 첫발
‘회피연아’ 동영상 유포 네티즌 고발…파리 잡으려 진검

전북 완주 출신인 유인촌 문화특보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정통 연기자다.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둘째아들 ‘용식’ 역을 22년간 연기해 시청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유 특보는 1990년 현대건설의 성공신화를 다룬 TV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역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런 인연으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는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았으며 대통령선거 때는 선거유세에 함께 나서 열성적으로 돕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 2008년 2월 문화부장관에 올랐다. 이로써 유 특보는 영화감독 출신 이창동 전 장관, 연극인 출신 김명곤 전 장관에 이은 ‘탤런트 출신 문화부장관’이 됐다.

현대건설 드라마로
MB와 인연 맺어

유 특보는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던 ‘경제적 특권층’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재산 140억원이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유 장관은 스타였고 CF에도 많이 출연했다. 재산 증식과정을 20여년 간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봐온 셈이다. 선하고 친근한 동시에 책임감 있는 이미지를 수십년 간 지켜온 탤런트 출신 정치신인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타업종에서 확고한 인지도와 지위를 쌓은 사람도 일단 정계에 입문하면 이미지 하락을 겪게 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유 특보의 이미지 하락도 어느 정도는 예견돼 있었다. 그러나 유 특보의 경우 하락을 넘어 추락을 했다. 떨어지는 것엔 날개가 있다는 통념도 그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나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수직하강 했다. 모든 게 그의 부적절한 언행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건 취임 직후.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직 산하기관장 등에 대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문화계 요직을 장악한 좌파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라는 압박이었다. 당연히 해당 인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예술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었다.

유 특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물갈이 작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15살이나 많은 선배에게 반말을 하는 등 무례한 언사가 폭로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유인촌 장관이 나를 쫓아내려고 여러 사람이 모인 기관장회의 때 반말로 지시를 하면서 모욕을 줬다”며 “(재임 시절) 막말과 삿대질, 회유와 압력 때문에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김 전 관장은 “내 발로 걸어 나가게 하려고 유 장관이 일부러 모욕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낭패를 본 일도 있다. 지난 2008년 청와대서 열린 올림픽 선수단 초청 만찬에서 IOC선수위원으로 선출된 문대성씨에게 “대통령께서 만들어 주신 거야”라고 말한 것. 그의 IOC위원 선출과 관련해서 국가예산이 2억여 원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 ‘공개 아부발언’에 진땀을 빼야 했던 건 문화부 실무자들이었다. 문화부 대변인실은 국회 7층 기자실을 다섯 차례나 찾아 “접대비나 선물비 같은 IOC 규정에 어긋나는 로비자금으로는 일절 쓰이지 않았고, 홍보물 제작이나 베이징 현지 체제비, 항공료, 통역비 등에 전액 소요됐다”고 일일이 해명해야 했다. 자기 부처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문씨의 IOC위원 박탈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 배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문화부 실무자들의 초조함이 배어있는 대목이다.

국민들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문화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학부모를 향해 “세뇌 당하셨네요”라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 이 영상에 따르면 유 특보는 문광부 정문 앞에서 1인시위 중이던 학부모에게 “자제 분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내가 다 확인을 해드렸고 믿음을 줬다. 학부모께서 이렇게 오실 필요가 없다”면서 시위를 철회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시위 학무모가 “부모 된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요청하자 유 특보는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 시켰지?”라고 말했다. 이 일로 야당의 집중포화가 이어졌고 유 특보는 만신창이가 됐다.

MB 공개 아부발언에
문화부 진땀 빼기도

그의 ‘막말시리즈’의 정점은 단연 지난해 국회에서의 폭언이다. 자신을 ‘MB의 졸개’라 부르는 야당 의원의 발언에 유 특보는 애꿎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성질이 뻗쳐서” “찍지마. 에이 씨X”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시위 학부모에 “세뇌 당했다”…기자에 “찍지마, X발”
문화예술계 ‘공공의 적’…“그래서 배우로 못 돌아갔나”

문제가 커지자 화들짝 놀란 유 특보는 고개를 숙이며 사태를 진화하려 했으나 반응이 썩 좋진 않았다.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당시 유 특보는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언짢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한다”면서도 국감장에서의 상황이 자신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럴만 했다는 것이었다. 형식적인 사과에 비난이 줄을 이었다.

‘막나가는’ 유 특보에 굴욕을 안겨준 사건도 있다. ‘회피연아’ 동영상이 바로 그것. 이 동영상에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선수단이 입국하던 지난해 3월 유 특보가 인천공항에 마중을 나가 김연아에게 화환을 걸어주고 어깨를 다독이려고 할 때 김연아가 몸을 뒤로 빼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물론 이 영상은 원본이 아니다. 중간 부분을 잘라 실제 속도보다 빠르게 돌린 편집본이었다.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빠르게 퍼 날랐고 이를 본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유 특보 단 한명만은 웃지 않았다. 대신 해당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네티즌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파리 한 마리 잡으려 진검을 빼든 형국이었다. 비난의 화살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그러자 유 특보는 “지난날 이 동영상을 유포한 네티즌을 고소했던 것은 인터넷 악플에 대한 교육적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네티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네티즌들은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고 논란의 불씨는 더욱 크게 타올랐다.

결국 사태는 유 특보가 해당 네티즌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마음속엔 앙금이 남았다. 이 때문에 유 특보는 역으로 네티즌들에 고소를 당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 네티즌이 유 특보를 아이패드 불법사용자라며 중앙전파관리소에 신고한 것.

당시 전파관리소는 “아이패드에 대해 전파인증과 형식등록을 거치지 않은 채 유통·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금지했다”며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침대로라면 아이패드를 사용한 유 특보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전파법에 따르면 인증 받지 않은 방송통신기기 등을 이용하거나 관련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최대 2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문화부는 “브리핑이 전자출판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패드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수많은 논란을 뒤로 한 채 유 특보는 지난 1월26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장관직을 맡은 지 약 3년만의 일이었다. 현 정부 장관 중에서는 최장수였고 역대 문화장관 중에서는 김영삼정부 5년 동안 재직한 오인환 장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장관 퇴임 이후 유 특보는 안양교도소 소년원생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각종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에 세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장관을 그만 두고 배우로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 어긋난 때문이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중의 조롱을 받으며 예전에 가지고 있던 친근한 이미지를 대부분 잃어버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계에서 평가가 좋지 않아 복귀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우세했다.

유 특보는 장관 재임시절 문화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문화예술의 자율성 회복을 위한 미술인’은 성명을 통해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위기에 빠뜨린 유인촌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도 나섰다. ‘한예종 사태를 염려하는 영화감독 100인’은 “완장과 명찰의 정치를 예술과 학문의 영역에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유 특보의 옛 ‘나와바리’도 다르지 않았다. 연극 연출가와 배우 등 연극인 1037명은 “문화와 예술의 환경조차 관치로써 재단하는 퇴행적 행태는 문화대중 및 예술인의 자존심과 정신적 생명권을 참담한 지경으로 유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엔 그의 제자도 끼어있었다. 이 모든 참상이 불과 그의 장관 취임 1년 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쯤 되니 그가 어째서 배우로 돌아갈 수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심지어 믿었던 정부마저 등을 돌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는 200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서 92개 공공기관 중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또 ‘경고’ 조치를 받은 17개 기관 중 무려 23%에 해당하는 4개 기관(방송광고공사ㆍ체육진흥공단ㆍ국제방송교류재단ㆍ예술의전당)이 문화부 산하였다.
이 같은 업적(?)에 누구도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는 기대치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유 특보는 장관 퇴임 6개월만에 이 대통령 곁으로 돌아왔다. 유 특보를 향한 이 대통령의 ‘무한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로 유 특보는 이변이 없는 한 출발을 같이한 이 대통령과 퇴진도 같이하는 ‘순장 참모’가 될 전망이다.

이기명 후원회장
“MB랑 같이 죽어라”

이를 두고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인촌 잘 생각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죽어야지”라고 평했다. 그는 “확실히 문제가 심각하다. 대통령이 잘못된 여론을 듣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그렇게 비난을 받은 유인촌 문화특보라니. 해도 정도가 있다”며 강하게 꼬집었다.





<유인촌 문화특보 프로필>

이명박 대통령의 ‘무한사랑’

학력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 석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사 
한성고등학교 

경력

2008.02~2011.0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08.01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
2008.01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 상근자문위원
2007.04 대덕연구개발특구 홍보대사
2007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장 직무대행
2005.11 제2기 환경부 환경홍보사절
2004~2007.01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2002.03 산림청 산림홍보대사
2001.09~2004.03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소장
2000.10 환경부 환경홍보사절
2000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1997.08~2004.03 중앙대학교 예술대 연극학과 조교수
1997.06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1997~1999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1996.06 제35차 IAA 홍보위원, 공식모델
1974 MBC 공채탤런트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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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