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이철성’ 청와대 딜레마

‘불면 날아갈’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 사의설이 흘러나오면서 대규모 인사를 앞둔 연말 경찰 내부는 더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청장과 청와대는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갑자기 불거진 사의설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가올 올림픽과 지방선거같은 큰 이벤트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4대 사정기관 수장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청장. 풍전등화 같은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 매체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최근 청와대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청장이 이번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청와대에 ‘청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 청장이 사의를 밝힐 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맞다”며 청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사의설 진실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해당 보도 직후 사의설에 휩싸인 이 청장이 청와대에 직·간접적으로 사의 표명 의사를 전달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 20일 이 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본청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사직서를 쓴다던가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었다”며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사의 표명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예방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대통령 예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청와대 출입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으로 들어간 게 반부패 기관장회의였고 그 때 이후로 들어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소회를 밝힌 적은 있지만 그 말은 국회 질의 때도 했고 저의 진퇴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마다 해왔던 얘기”라며 “치안정감 인사를 앞두고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으니 그와 관련해 증폭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청장 사의 표명설
“개의치 않겠다”…청와대도 공식 부인

이 청장은 청와대로부터 신임을 확인한 만큼 남은 잔여 임기를 모두 채운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 청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해 8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보통 경창청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이 청장은 정년(만 60세) 제한으로 내년 6월까지가 임기다. 

이 청장은 연말로 예상되는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서는 “치안정감, 치안감 인사는 정부 인사기에 제가 언제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치안정감 인사와 관련해서 언급된 바가 없다”면서도 “다만 과거 전례로 보면 12월10일 정도까지, 경무관 인사까지 12월 중순까지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교체설 혹은 사의설은 문재인정권 출범 직전에도, 이후에도 잊을만 하면 불거져 나왔다. 이 청장이 박근혜정부서 임명된 사람인 데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4대 사정기관 수장 중에 유일하게 ‘생존 중인’ 인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청장은 검찰총장·국정원장·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린다. 

경찰 내부에서는 특정 치안정감들이 거명되며 ‘밑에서 청장을 흔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 “현 정권과는 코드가 안 맞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청장 교체설은 지난 7월 무렵부터 경찰개혁위원회 주변서도 흘러나왔다. 

일부 개혁위 위원들이 경찰 개혁의 핵심으로 ‘청장직 개방’에 무게를 두고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혁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개혁의 깊이와 속도를 더 하려면 외부 인물을 청장 자리에 앉혀 분위기 쇄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개혁위 인권분과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계속되는 교체설
가도 가도 가시밭

검찰총장도 외부에 개방해 지원자를 신청받는 데 경찰청장을 민간에 개방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권의 모 인사가 차기 청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개혁위는 이 청장 교체설을 부인했다. 

당시 개혁위 한 관계자는 “개혁위 위원들을 임명한 사람이 이철성 청장인데 위원들이 이 청장을 쫓아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차기 청장은 개방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는 하고 있지만 이 청장을 당장 교체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인 출신을 차기 청장에 앉힌다는 설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청장은 얼마 전 강인철 경찰중앙학교장과 상호 비방전을 벌이면서 경찰 내부서 사퇴론이 불거졌지만 이 때도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면서 사퇴 위기를 넘겼다. 

경찰 안팎에선 여권서 집단으로 청와대에 경찰청장 교체를 건의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정권이 바꼈는데 전(前) 정권 인물이 교체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도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경찰청장 교체를 건의한 사실은 없다. 그럴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 주변에서는 인사철을 앞두고 10만명이 넘는 조직 규모에 비해 ‘윗자리’는 한정된 만큼 수뇌부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청장 교체론도 불거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번 ‘사임설 해프닝’이 다음 달 초 경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오히려 이 청장의 임기를 보장시켜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니 땐 굴뚝에?
여 압박 있었나?

청와대가 “이 청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대선 이후 지금까지 경찰 본연의 업무인 치안관리를 안정적으로 충실히 해왔다”며 이 청장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새 정부가 이 청장의 유임을 결정했을 당시 촛불집회 관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정부가 예고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 등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평창올림픽을 안정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청와대가 이 청장의 ‘유임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청장이 강력하게 “사실이 아니다”며 사의설을 일축했지만 일각에선 갑자기 불거진 사퇴설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선 “내년에 평창올림픽과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있는데 전 정부서 활동한 이 청장 등 고위급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평가가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 등이 이 청장을 압박했고 이에 이 청장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달 말 예정돼있는 경찰 고위급 인사와 겹쳐 지금이 청장 교체의 최적기라는 시각이 많다. 이 청장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 안팎서 조심스레 나온다. 

문정부 출범 직후 끊임없는 교체설
연말 앞두고 수뇌부 흔들기 관측도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임기 2년의 경찰청장에 취임했지만 정년 때문에 내년 6월 말에 퇴임해야 한다. 정치권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이 청장 퇴임과 신임 경찰청장을 임명하면 무리가 없기 때문에 청와대가 이 청장에게 이날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애초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는 이 청장 교체 필요성을 검토했지만 대과가 없는 만큼 2년 임기를 보장해주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2003년 임기제가 시행된 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택순·강신명 전 청장 2명뿐이다. 이들도 한 정권 내에서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 청장은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청장까지 경찰 내 모든 계급을 거친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는 1982년 순경 공채로 입문했다. 경사이던 1989년에 경찰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경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이 코앞이라 청와대가 경찰 수장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청장에게 천운이 따른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 청장은 ‘사임설’과 무관하게 정상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청장은 20일 방한한 로널드 델라 로사 필리핀 경찰청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경찰 간 협력을 통해 재외국민 보호, 중요 도피사범 검거 송환 및 각종 국제성 범죄 공동대응 등 치안협력 발전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전날엔 경북 포항 지진 대피소를 찾고 수능 문제지 보관소 등을 방문하는 등 정상업무를 수행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철을 앞두고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는 것은 알지만 일희일비하면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겠느냐”며 “청장 사임설은 일부 수뇌부 인사를 따르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근거없는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청 노이로제
소문은 무시

청와대도 관련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하면서 이 청장에 대한 신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 청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대선 이후 지금까지 경찰 본연의 업무인 치안 관리를 안정적으로 충실히 해왔다”며 “이 청장의 정년이 내년 6월인 상황서 청장 교체를 고려할 만한 특별한 인사 요인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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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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